일요일 아침 7시까지 푸욱 잘 자고
여자 셋이나 되면서 아침 할 생각은 않은채
씻고 할거 다 하고 식당으로 나갔더니
영식이가 어제 먹고 그냥 놔둔 그릇들 설거지 하고
용관이는 아침 준비 하고 있었다.
우리의 예상 대로 ㅎㅎ
귀찮은거 싫어 하는 영식이가,
막내라 어쩔 수 없어 설거지 하면서
'음식점 에서 사 먹지 왜 귀찮게 해먹을까ㅠ' 하고
내 욕 엄청 했을듯 ㅎㅎ
선미가 나서서 어제 먹고 남은 양념 오리 주물럭에
김치랑 밥 넣고 볶아서 맛있게 먹고
커피 한잔 까지 끓여 먹고 있으니
태환이가 도착했다.ㅡ8시 10분쯤?
정리하고 케이블카 타러가니 9시.
어제 하산 못한 표를 상행으로 바꿀려고 했더니
평상시엔 되는데 지금은 단풍철이라 안된다며
어제 끊은 6장ㅡ(나는 봄에 끊고 내려갈때 못탄거 어제 올라갈때 써 먹었음ㅡ어제는 8시 30분 쯤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통과 시켜줌) 을 자기들 마음대로 1장당 3500원씩 환불을 해준다ㅠ
왕복은 12500원 씩인데
편도는 상행이든 하행이든 9000원ㅠ
그리고 내려올때 시간을 못 밎춘다거나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안타고 내려오면
3500원만 환불ㅠ
웃겨ㅠ
조금 일찍 8시 첫차만 탔어도 돈 아낄수 있었는데
할수없이 오늘 인원대로 5명 끊었다.
오늘은 태환.경령.용관ㅡ3명이 1팀
영식.연주 가 2팀으로 대둔산 코스 중에
제일 쎄다는 [연재대] 길을 가기로 했다.
어젯밤 태환 업는 자리에서 우리끼리
내일 어느길 갈까? 하고 논의할때
나는 태환이 빌레이를 봐야 하니까
태환이 가는대로~
그런데 내 생각엔 태환이가 분명 [연재대] 길을
가고 싶다고 할거야~ 그랬는데
오늘 아침 태환이에게 물어보니
역쉬! 아니나 다를까 [연재대] 길을 가고 싶단다.
나는 돗자리 깔아야 해 ㅎㅎㅎ
빨리 끝낼려고 두팀 다른 길을 갈려고 했는데
태환이가 시간 차이 얼마 안난다고
다 같이 [연재대] 길로 가잔다.
콜!
케이블카 타고 내려서 밑으로 내려가
왼쪽길로 얼마안가 제일 먼저 등반 할수 있는곳이
[우정]길. 그 옆이 [연재대]길 이라
어프로치 면에선 아주 훌륭하다.
그러나 첫피치ㅡ12대ㅠ
사자크랙으로도 불리우는 4피치ㅡ11대
마지막 6피치도 개념도 상에는 10대 라고 하는데 결코 만만치 않다는ㅠ
대둔산 코스 중 가장 어려운 길.
우정길 지난다음 내가 앞에 가면서
올라가는 길을 가리키머
'이쪽이 연재대야?' 하고 물었더니
영식이가 '맞아요' 하길래 '올라간다' 그랬더니
다시 생각 하면서 아니라고 조금 더 옆에 라고 해서
거기로 안올라가고
계속 가던길로 더 내려 가는데 갑자기
"낙 석" 하고 외치는 소리와
천둥소리가 동시에 나서 쳐다보니
엄청 큰 바위 덩어리가 굴러 깨지면서 떨어지면서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난리가 아니다ㅠ
우리에게까지 튈까봐 우리는 재빨리 피하고.
우와ㅠ 우리가 조금전 저 길을 들어섰더라면
꼼짝없이 몇명은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을터ㅠ
항상 내가 하는 말~
'죽거나 다치는건 운명이야' 라고 하는데
오늘은 영식이가
"이런걸 보면 역시 운명인것 같아요.간발의 차이로 큰일 날수 있었는데"
라고 말한다.
다들 놀란 가슴 쓸으며
운명이란것에 대해 다시 생각 해 본다.
태환이가 1팀 으로 선두에 나섰다.
첫 스타트 부터 흐르는 뻥크랙으로
첫 볼트까지 가는것도
엄청난 완력이 필요하다.
태환이는 프리등반을 추구 하기 때문에
프리로 갈려고 노력 하며 첫볼트 까지 갔지만
2번째 볼트 진행하다 힘 딸려 텐션.
캠 치기도 너무 어려운 크랙ㅠ
결국 슬링걸고 인공으로 가기로.
발 딛을 홀드도 없이 손 홀드도 없이 오직
벙어리 흐르는 크랙.
거기다 오버니 사람 죽인다ㅠ
힘들게 올라가면서도 태환이는
너무 멋있는 길 이라고 찬탄을 금치 못한다.
뒤이어 용관이가 태환이가 우리를 위해 걸어놓은
슬링에 의지해 힘들지만 잘 갔고
내차례가 되어 붙었는데...
이런ㅠ 첫볼트 에서 2번째 볼트로 진행이 안된다ㅠ
첫번째 볼트에 걸어준 슬링에 발 끼고 일어나
2번째 볼트에 걸린 퀵을 잡아야 하는데 너무 멀어ㅠ
텐션은 되어 있지만 텐션 수준이 아니라
끌어 올려야 갈수 있는곳인데
용관이가 끌어 올리질 않는다ㅠ
2번째 볼트에 슬링이 있었어야 했어ㅠ
어찌어찌해서 간신히 퀵을 잡고 일어나서
용관이에게 안 당긴다고 불평을 했더니
갑자기 막 당기기 시작ㅠ
제일 어려운 곳에서는 사람 지치게 만들고
안끌어도 되는 곳에서는 막 잡아 당긴다 ㅎ
태환이랑 둘이 같이 당기나? 했더니
용관이가 몸빌레이로 본것.
와ㅠ 근데 첫 피치 정말 쎄도 쎄도 너무 쎄다ㅠ
인공으로 가기에도 웬만한 사람들은 못갈거 같은데
태환이는 정말 잘해! 멋있어!
과연 이 크랙을 프리로 할 사람이 있을까?
13클라이머들도 제대로 할 사람 드물거 같은데~~
손정준 소장님은 하실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혹시나 해서 오늘 벽산 스님께 물어보니 전 피치 다 프리로 하셨단다! 역쉬!)
뒤이어 영식이 선등.
영식이는 비록 인공 등반이긴 하지만
숨소리도 안내고 올라온다.
와! 역시 대단해!
1피치 끝나고 2피치 까지는 이거 2피치 아냐? 라고 생각할수 있는 걸어가는길.
걸어가다보면 2피치가 나온다.
쉬운 슬랩.
3피치 크랙
역시 장난 아니다ㅠ
10c? 라고들 한다는데 10d 이상 줘야할듯ㅠ
이 크랙도 멋지다!
드디어 사자크랙 이라는 4피치
태환이가, 여자 둘이 사자크랙을 프리등반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너무 멋져 꼭 등반 해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단다.
태환이도 젖먹던 힘까지 다 쓰고 올라가니
나에게는 어떨것인가ㅠ
용관 올라간 다음 내가 올라가면서
나는 그래도 동작좀 취해보고 홀드도 찾으며
연구하고 가고 싶은데
용관이가 공중부양을 시킬려고 하길래
"땡기지마. 땡기지 마라고오오!!!"
소리를 버럭 버럭 질렀더니
연주가 이 말이 내가 자주쓰는 단어 중에 1번 이라며 깔깔 거라며 나를 놀려 먹는다.ㅎㅎ
영식이는 어떻게 왔을까?
보지 못해서 궁금.
4피치와 5피치 사이엔 5m 정도의
트롤리안 브리지를 할수 있는곳이 있다.
당연히 우회 할수도 있고.
우회 할려면 3m 정도 하강해서 앞으로 건너가
등반해서 올라가면 되는데
우리는 시간도 널널하니 트롤리안을 하자고 했다.
영식이네가 사자크랙 등반해서 올라오는 동안에
태환이와 용관이는 능숙하게
트롤리안브리지 시스템을 설치 해놓고ㅡ(태환이는 선등이니 3m하강.등반해서 건너편에 있고 용관이는 이쪽에서 서로 양쪽에서 씨스템 설치)
영식.연주 올라오자 마자
용관이가 먼저 시범을 보이고
그다음 내가 도전.
그린데 너무 짧다ㅠ
처음엔 좀 떨었는데
괜찮네~ 하는 순간 벌써 다 와버렸다ㅠ
아ㅠ 싱거워ㅠ
다음 순서는 연주
연주도 겁먹었지만 제대로 잘 오고
미지막 영식이는 날라온다ㅎㅎ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니 태환이도 시켜볼걸ㅠ
태환이는 선등이라 못해서 아쉬웠을 수도 있었겠다.
5피치는 쉽고
마지막 6피치ㅡ
어휴 이 아이도 체감 11대 이다ㅠ
무슨 크랙이 역시나 다 뻥 뻥 뻥ㅠ
하지만 태환인 우리를 위해 슬링 팍팍 걸어주며
필사적으로 임무 완수!
그래도 1.3.4 피치에 비해
6피치는 그나마 해볼만 했다고나 할까?
등반 종료후의 연재대길에 대한 나의 생각은
내가 실력없어 너무 인공으로만 가서
재미 없는 길 이라고 생각 했는데
지금 다시 복기를 해 보니
아주 좋은 길 멋진 길 이었다.
등반때는 태환이가 왜 이길을 그렇게나 멋지다고
찬사를 보내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하나 하나 차근 차근 복기해 보니
어떻게 보면 아름다운 크랙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올 겨울 열심히 트레이닝 해서
내년 봄에 제대로 다시 도전 해 보고 싶다.
6피치 전피치 종료후 25m 침니 하강이
또 명품 하강 코스!
익숙하지 않은 하강이라 처음엔 좀 불안 했지만
이 또한 재밌네.
모든 등반을 다 끝내고 하네스를 찬 채로
나들목 산장 주차 해 놓은 곳으로 이동.
주차장에서 짐 정리후
우리가 좋아하는
[황토집 사람들] 이라는 청국장 집에 가서
수육까지 주문해 맛있게 먹고
길 밀리는 시간 피해 7시 30분에 출발.
수원 거쳐 돈암동 연주네 집 거쳐
우리집 오니 밤 12시가 다 되어 간다.
아름다운 단풍에 취하고
영식.연주.경희.홍아.임성.태환.선미의
진솔한 사람됨에 취하고
내가 낸데길. 꽃피는 벽. 연재대길
멋진 등반코스에 취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대둔산 등반.
살면서 이처럼 즐겁고 행복한 일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식
앞팀의 사자크랙 4피치 등반 모습
트롤리안 브리지
하늘과 구름 단풍.사람까지 다 아름답다
6피치 종료후 영식이 팀 기다리며 태환의 망중한
태환 1번으로 25m 침니 하강
25m 침니 하강하는 연주
뒤풀이
첫댓글 모든 피치가 자력으로는 한 발자국도 못떼고 아찔하기만 했던 연재대길ㅠㅠ 멋지게 선등해낸 태환형님, 영식씨는 물론이고 후등이라도 선등처럼 자유등반 하고자 애쓰셨던 "땡기지마라고오" 대장님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고 후기글에도 담뿍입니다 !!~~
저에겐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멘탈 탈출 하루였지만😂
연주 살이 엄청 빠져서 나보다 더 날씬하더라! 날이 갈수록 다듬어지는 연주를 보며 열심히 하는 댓가란 이런거구나! 하고 느끼게 되지~
위에서 보니 등반실력도 엄청 늘었더구만ㅡ헉헉 거리는 숨소리도 안내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