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길(운길산역-능내역-다산 유적지-봉안터널-팔당댐-팔당역)
2024년 3월 신바람이 걸을 길이다. 겸사겸사 걷기에 나섰다. 쌍문역 승차해 창동역, 회기역을 거쳐 운길산역에서 하차했다. 2번 출구 앞으로 나왔는데, 다산길 안내 표지가 찾기 쉽지 않았다. 폰의 도움을 받아 길의 방향을 찾아갈 수 있었다.
운길산역에서 돌미나리집까지 5~10분 거리는 호젓한 시골길 느낌이다. 돌미나리집부터 북한강로를 따라 자전거길, 도보 길이 계속된다. 2008년 경의중앙선 철도 노선의 변경으로 역의 기능을 상실한 능내역이다. 예스러운 느낌이 정겨움과 고향을 생각나게 한다. 능내역의 벽면에 ‘네가 보고 싶어, 첫차를 탔어♡’ 글귀가 마음을 잡아끈다. 조안면은 슬로우시티로 지정되어 있다.
다산 2길은 다산 정약용의 생가와 능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도는 구간이다. 나홀로나무, 토끼섬, 생태공원 등 다산의 유적과 함께 느끼고 호흡할 수 있는 곳이다. 강가에 오롯이 서 있는 ‘나홀로나무’는 모두가 ‘돈과 권력’에 종속된 양아치가 되어도 홀로 견뎌내는 바람과 같다.
다산의 글이 비에 새겨져 있다.
옛 뜻
한강물 흘러 흘러 쉬지 않고
삼각산 높고 높아 끝이 없도다.
산천은 변해 바뀔지라도
당파 짓는 나쁜 버릇 깨부술 날이 없구나.
한 사람이 모함을 하면
뭇 입들이 차례로 전파하여
간사한 말이 사실처럼 되거니
정직한 자 어느 곳에 둥지를 틀랴.
외로운 난세는 깃털이 약해
가시 찔림 감당할 수 없기에
구차하게 돛단배 얻어 타고서
멀리멀리 서울을 떠나리라네.
방랑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머물러도 쓸데없음 짐작한다오.
대궐문을 범과 표범이 지키니
무슨 수로 이내 속마음 아뢰오리.
엣사람의 지극한 교훈 있거니
향원(鄕愿)은 덕(德)의 도적이라네.
<여유당집 권10, 1800년>
500여 권의 책을 집필한 다산 정약용이다. 여전히 보석과 같은 말이 많다. 다산 2길을 지나 계속 걷는다. 봉안 터널, 팔당댐이다. 어떤 사진을 찍는지 알 수 없지만 사진작가들이 크고 묵직한 카메라를 세워 놓고 있다. 토끼섬 등 강가에 쓰레기가 많다. 팔당댐 아래 쓰레기는 몇 미터씩 되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홍수 때 걸린 쓰레기들이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천과 강, 바다의 쓰레기는 심각하다. 인간의 입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도무지 썩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쓰레기들로 넘친다. 정부와 지자체는 뻔히 눈에 보이는 쓰레기들을 방관하는지 알 수 없다.
팔당유원지는 음악 소리와 음식점으로 화려해 보였다. 부지런히 걸어 팔당역에 이르렀다. 주말이면 자전거 행렬이 길게 꼬리를 이을 것 같다. 운길산역에서 팔당역까지 12킬로미터, 다산 2길 한 바퀴가 3.4킬로미터, 15~16킬로미터를 걸었다. 평지길이라 걷는데 어려움은 전혀 없다. 조만간 팔당역에서 한강삼패지구까지 다산길 남은 구간을 마저 걸어야 한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2024년 2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