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레네오의 이단반론
이레네오
이레네오 성인은 130년 무렵 소아시아의 스미르나(오늘날 튀르키예의 이즈미르)에서 태어났다. 로마에서 공부한 그는 프랑스 리옹에서 사제품을 받고, 뒤에 그곳의 주교가 되었다. 이레네오 주교는 특히 프랑스 영지주의 이단들의 오류를 거슬러 가톨릭 신앙을 옹호하는 일에 많은 힘을 쏟았다. 2세기 교회의 중요한 신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활동한 그는, 영지주의 이단의 오류를 낱낱이 지적한 「이단 논박」이라는 유명한 저서를 남겼다. 성인은 200년 무렵 순교한 것으로 전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 이레네오 성인을 일치의 학자(Doctor unitatis)라는 칭호와 함께 교회 학자로 선포하였다.
그리스도교 이단으로서의 영지주의에 대해 처음 기록된 것은 리옹의 주교 이레네오의 Ἔλεγχος καὶ ἀνατροπὴ τῆς ψευδωνύμου γνώσεως, (현대에서 저 단어들이 쓰이는 의미를 기준으로 직역하면, '자칭 '영지'에 대한 산파와 타도') 이다.
이 책 내용을 살피기 전에, 이 책이 코이네 그리스어로 쓰였으며, 상당수의 단어가 코이네 그리스어에서 추가된 단어가 아니라 고전 그리스어 단어를 그대로 사용했음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공교롭게도, 이레네오의 저술의 제목이 하나같이 전부 그리스 철학용어이며, 모두 고유명사다.
발렌티누스는 '모든 영지주의 이단의 아버지'이다. 발렌티누스 이전에는 교리적으로 체계화된 영지주의 교파가 없었고[4], 거의 대부분의 영지주의는 발렌티누스의 학설을 인용하거나 혹은 발렌티누스파에서 갈라져 나오는 등으로 생겨났기에 사실상 발렌티누스가 그리스도교 영지주의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발렌티누스는 2세기 로마에서 활약한 영지주의의 창설자이며 지도자였다. 그의 생애에 관해서는 주로 이레네오의「이단반론」에 간략하게 언급된 내용 외에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그는 이집트에서 태어났으며, 알렉산드리아에서 교육을 받고 그곳에서 가르치기도 하다가, 성 히지노 교황(136~140년 재위) 때 로마에 와서 로마 교회 안에서 활약하였다.
발렌티누스는 재능과 언변이 뛰어났기 때문에 교황직을 기대하였지만, 박해에서 살아난 다른 사람이 교황직에 오르자[5] 이에 격분하여 보편교회를 떠났다. 그 후 그는 성 아니체토 교황(155~166년 재위) 때에 로마를 떠나 동방으로 갔다가 말년에 다시 로마로 돌아와서 160년 무렵에 사망하였다.
발렌티누스는 서간과 강론과 시들을 썼는데, 알렉산드리아의 「스트로마타」에 몇 가지 단편들만 전해오고 있으며, 대부분 상실되었다. 그리고 그는 「진리의 복음(Evangelium Veritatis)」[6]을 썼는데, 이것은 그리스도교의 복음서와는 전혀 다른 것이며 영지주의적 바탕 위에 그가 만들어낸 복음서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의 영지주의의 기초가 되는 '아이온'설이 아직 나와있지 않을 정도로 창설 초기의 작품이다.
발렌티누스가 만든 사상은 로마에서 급속도로 파급되었을 뿐 아니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발렌티누스의 영지주의는 그의 제자들에 의해서 급격히 발전되었다. 그의 제자들은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는데, 프롤레마이오스와 헤라클라온이 중심이 되어 이탈리아 반도에서 활약한 '서방계 발렌티누스파'와 바르데사네스와 악시오니코스가 중심이 되어 동방으로 번져나간 '동방계 발렌티누스파'이다.
발렌티누스의 영지주의는 그의 제자들에 의해 심하게 변형되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발렌티누스 자신의 학설이고, 어디까지가 그의 제자들이 변형한 것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발렌티누스 영지주의의 동방계파와 서방계파 사이의 세부적인 사항들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골격은 같다.
한편 테르툴리아누스는 발렌티누스의 학설이 '어떤 옛 학설의 씨'에서 온 것이라 하는데, 여기서 '옛 학설'은 영지주의를 말한다. 따라서 발렌티누스는 영지주의의 토대 위에 자기 나름대로의 체계를 세웠다는 것이다.
생애
리옹의 주교 성 이레네오는 2세기 신학자들 중에 가장 뛰어나며, 영지주의 계통의 이단사상들에 대항하여 정통교회를 수호한 대표적인 분이다. 그는 소아시아의 스미르나 출신으로 뽈리 까르뽀의 제자였으며 당시 로마의 사제였던 그의 친구 플로리 아노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승 뽈리까르뽀로부터 배우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데, 뽈리까르뽀 주교가 사도 요한의 제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것은 그의 사도적 정통성과 권위를 나타내는 내용이다. 그의 출생 연도에 대해 논란이 많으나 130~140년 사이로 추정된다. 그는 로마에 와서 오래 머물렀으며, 이때 성 유스띠노가 세운 교리학교에서 공부한 것으로 보인다. 그 후 언제 무슨 이유로 프랑스의 리옹으로 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177년에 리옹 교회의 특사로 로마의 엘레우테루스 교황(174~189년 재직)을 방문하여 몬타니즘 이단에 대해 상의하고 리옹지방의 순교자들에 대해 보고하였다. 그는 몬타니즘 이단이 그의 고향 프리지아 지역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이에 대해 걱정이 남달리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로마에 체류하는 동안 리옹의 주교 포티노가 순교하였으며, 그가 리옹에 돌아오자 즉시 주교로 선출되었다.
한편 빅톨 1세 교황(189~198년 재직)이 부활축일의 일자에 대한 소아시아 교회의 관습을 단죄함으로써 동방교회와 서방교회 사이에 분열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원래 동방 출신으로서 동방교회의 전통을 잘 이해하고 있던 이레네오 주교는 빅톨 교황에게 여러 차례 편지를 보내어 불목을 청산하고 일치와 화해를 이루도록 종용하였다. 에우세비오는「교회사」5권 24에서 그의 중재적 역할을 높이 평가하면서 그의 이름 (이레네오는 희랍어로「평화의 사람」이란 뜻을 가짐)에 걸맞게『평화의 사도』라고 부른다. 후대의 문헌들은 이레네오는 202년 경에 순교하였다고 전하며, 교회는 그의 축일을 6월 28일에 지내고 있다.
그는 많은 저서와 편지들을 썼지만, 현재 전해오고 있는 것은「이단반론」(異端反論)과「사도적 가르침의 증명」뿐이다. 이레네오의 신학적 공헌은 영지주의적 각종 이단사상들의 정체를 적나라하게 폭로하면서 동시에 초기교회의 정통신앙을 확립하였다는 점이다.
「이단반론」
이 저서는 이레네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서 원래의 제목은「거짓영지의 정체와 논박」인데, 이를 줄여서「이단반론」(Adversus Haereses)라고 부르며, 모두 다섯 권으로 되어 있는 방대한 작품이다. 원 제목이 암시하고 있듯이 이 저서는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부(1권)에서 이레네오는 각종 영지주의의 역사와 학설을 포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는 우선 영지주의자 발렌티노의 학설과 주장을 비교적 소상히 소개하고 반박한 다음, 마술사 시몬으로부터 시작되는 영지주의의 각 계보 또는 분파의 중요 창시자들 10여 명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이외에도 영지주의 분파들이 대단히 많이 있다고 증언한다. 제2부는 논박 부분으로서 2권에서 5권까지 여러 가지 형태의 영지주의 이단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논박하고 있다. 제2권에서는 인간 이성(理性)에 입각하여, 제3권에서는 교회의 전승과 성서에 입각하여, 제4권에서는 특별히 복음서에 입각하여 영지주의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동시에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설파한다. 끝으로 제5권에서는 영지주의자들이 부인하고 있는 인간 육신의 부활에 대해 설명한 다음 천년 왕국설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신도 그 주창자라고 밝히고 있다.
이 저서는 방대하지만 신학적으로 체계화된 작품은 아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영지주의의 체계적 계보와 내용, 그리고 초기교회의 원초적 가르침과 모습을 비교적 선명하게 그려볼 수 있다. 영지주의 사상을 언급하면서 이레네오는 자신이 직접 영지주의자들의 많은 저서들을 읽고 연구하였으며 또한 교회의 반이단 저술가들의 저서들을 참고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저서들이 대부분 유실되었기 때문에 이레네오의 이 저서는 영지주의 연구에 중요한 사료가 되는 동시에, 이단논박에 관한 후대의 교회저술가들에 기초자료가 되었다.「이단반론」은 원래 희랍어로 저술되었지만 원문은 상실되었고 현재 라틴어 번역본만 전해오고 있으며, 제3권 전체가 신학전망 35~40호에 우리나라 말로 번역되어 있다.
「사도적 가르침의 증명」
이 저서는 교리서적 성격을 띤 일종의 호교론적 작품이다. 97장으로 되어 있는 이 작품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서론 (1~3장)에서 저자는 이 글을 쓰게된 동기를 밝히고, 제1부 (4~42장)에서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 내용을 서술하고 있으며 하느님의 성삼(聖三), 창조 인간의 타락과 범죄, 강생구속 등 구세사를 조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아담으로부터 그리스도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제2부 (43~97장)에서는 구약의 예언들을 통해 나타난 하느님의 계시를 설명하며, 이 예언들이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되었다고 강조한다. 즉 예수 그리스도는 다윗의 아들이며 하느님의 아들로서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우리 인류에게 구원을 보증해 주신 구세주이시라는 사실을 설파한다. 끝으로 이레네오는 신앙에 충실한 생활을 권고하면서 어느 경우에도 이단이나 불신앙에 빠지지 말도록 당부하고 있다. 이 저서에서 그는 일반적으로 이단들에 대한 논쟁적인 자세를 피하고 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 그리스도교의 핵심교리를 포괄적으로 설명함과 동시에 이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형우 신부ㆍ성베네딕도회 수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