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돈보스꼬 성가대입니다.
저희는 지난 2월 15일 교중미사 성체 묵상 시간에 영국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 (Edward Elgar, 엘가하면 「사랑의 인사」로 너무 유명하죠. )의 Ave Verum Corpus 를 봉헌했습니다.
(보통 “아베 베룸 코르푸스”라고 하면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작품이 먼저 떠오르지만, 엘가의 곡 역시 전례와 묵상 안에서 자주 연주되는 작품입니다.)
작곡가 엘가와 작품의 배경
19세기 영국인이었지만 드물게도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으며, 젊은 시절 교회에서 오르간 반주와 합창 지휘 등 교회 음악 활동을 했습니다. 이 곡은 바로 그의 초기 교회 음악 활동 시기에 작곡된 작품이며, 제목 그대로 “참된 몸이신 주님께 드리는 찬미”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기도문을 바탕으로 작곡된 성체 성가입니다.
중세부터 전해 내려온 이 기도문은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깊이 묵상하며, 십자가의 희생과 구원의 신비를 고요히 바라보는 신앙 고백입니다.
엘가는 이 작품에서 화려함보다 단순하고 따뜻한 화성을 사용해 성체 앞에서의 경건함과 내적 평화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이 곡은 기교를 드러내기보다, 기도하듯 부를 때 가장 아름답게 울리는 음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주와 준비 과정
이를 위해 저희들은 성량을 줄이고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여 작고 부드러운 소리로 불렀습니다.
특히 지휘자 선생님께서 매 연습마다 발성과 발음을 매우 강조하시는데 성가는 기도문을 노래로 드리는 것이기에 의미 전달을 위해 발음이 매우 중요합니다. 작년 3월에 새 지휘자 선생님 오시고 발성연습 시간을 매우 길게 하기도 했는데요, 저희가 가톨릭성가 특히 라틴어 성가 창법에 필요한 발성훈련이 거의 안되어 있어서 초반에 몇달동안은 매우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라틴어는 우리말보다 발음이 어렵고 노래로 표현하기는 더욱 까다로워 더 많은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반면 후술하겠지만 라틴어는 모음의 공명이 커서, 발성만 제대로 하면 그 자체로 좋은 울림을 만드는 음악적으로 매우 적합한 언어이고, 성당 건축물의 잔향발생 구조와 잘 조화가 됩니다.
음정 자체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파트 간 호흡을 맞추어 하나의 울림으로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현대 생활성가형 묵상곡에 비해 전통 라틴어 성가는 준비 과정이 더 어렵고 연습도 많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앞으로도 가끔씩 라틴어 묵상곡을 봉헌할 예정이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라틴어 성가를 부르는 이유
라틴어는 오늘날 일상 전례 언어는 아니지만 오랜 세월 교회의 공통 전례 언어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전 세계 어디서나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공동체이며 라틴어 성가는 시간과 문화, 국가를 넘어 “하나의 교회”라는 감각을 체험하게 합니다.
물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자국어 미사가 권장되면서 신자들의 전례에 대한 이해와 참여는 크게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전례가 너무 익숙해질 때 거룩함에 대한 감각이 약해질 위험도 있습니다.
자국에서 사용하는 일상 언어로 이루어진 기도문, 성가로 구성된 전례는 이해는 쉽고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1년 365일 계속해서 자국어로만 이루어진 전례곡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전례 자체가 너무 쉽고 익숙해져서 신자들로 하여금
“전례자체가 늘상 벌어지는 그냥 평범한 모임”처럼 느껴질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례에는 변경할수 없는 요소와 변경이 가능한 혹은 발전시켜야 하는 요소가 구분되어 있고, 라틴어는 전례의 생동성을 부여해주는 표현방식 중 하나이며, 자국어 중심의 전례 하에서, 초기 교회의 연속성과 일치감을 줌과 동시에 전례의 생동감을 주는 양념같은 요소로서 활용되는 것입니다.
(앞 게시물에 이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참조 : https://cafe.daum.net/dorim-catholic/t2dW/10)
그래서 교회는 주요 대축일이나 간간히 묵상 등에서는 라틴어 성가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전통의 연속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성가대도 이러한 의미 안에서 주요 축일에는 라틴어 전례곡을 봉헌하고 있습니다.
라틴어의 음악적·음향적 의미
라틴어는 유음 중심 언어로 모음 공명이 크고 레가토 연결이 자연스러워 성당의 잔향과 어우러질 때 맑고 깊은 울림을 만듭니다. 이러한 음향적 특성은 묵상과 기도 분위기를 더욱 깊게 만들어 주며 이는 국내외 라틴어 전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내용입니다.
다만 가사의 의미 전달이 제대로 안되어 묵상에 필요한 “말씀의 힘”이 작용되지 못하는 단점이 있죠, 그래서 너무 자주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성체 후 묵상곡에 쓰이는 생활성가들의 가사가 대부분 기도문 혹은 신앙에 대한 다짐의 내용이 많은 것도 “말씀의 힘”을 통한 공동체의 지향성을 일치시키기 위함입니다.
(앞 게시물에 묵상곡을 듣고 부르는 이유와 묵상곡에서 전달하는 말씀의 힘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참조 : https://cafe.daum.net/dorim-catholic/t2dW/7)
이 성가는 우리에게 성체성사의 신비는 큰 감정보다 고요한 믿음 속에서 깊어지는 은총임을 일깨워 줍니다.
잠시 멈추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님의 현존 안에 머무르게 하는 음악, 그것이 바로 Ave Verum Corpus가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참고로 이 곡은 보컬 중심이라
오르간과 바이올린 반주가 크게 들리지 않지만, 2월 15일 교중미사에 타 본당 봉사자께서 바이올린 반주로 함께 봉사해 주셨습니다.
자세히 들으면 은은하게 들리실 것입니다.
기도와 함께 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라틴어기도 원문
Ave verum corpus, natum de Maria Virgine,
vere passum, immolatum in cruce pro homine,
cuius latus perforatum fluxit aqua et sanguine:
esto nobis praegustatum in mortis examine.
※ 이 기도문은 중세에 형성된 것으로 정확한 작자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후대에 여러 작곡가들이 음악을 붙여 다양한 전례 성가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 한국어 번역
참된 몸이신 주님, 동정 마리아에게 나시어
참으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서 희생되셨나이다.
그 옆구리에서 물과 피가 흘러나왔으니
저희가 죽음의 순간에 미리 맛보게 하소서
l 2월15일 묵상곡 Ave Verum Corpus 듣기
첫댓글 저희 성가대 단원이신 토마스 형제님의 게시글에 위의 아베베룸코르푸스의 다른 버젼의 기도문과 번역문이 있습니다.
https://cafe.daum.net/dorim-catholic/t2dW/13
기도문의 내용이나 번역은 토마스형제님의 글 내용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참고로 Ave verum corpus 기도문은 중세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작자 미상의 전통 기도문입니다. 따라서 오랜 필사 전승 과정과 지역 전례 관습의 차이로 인해 가사에 약간씩 다른 버전들이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