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카씨도 그다지 신경쓰지 마세요.
이제부터 살 곳도 친척인 미야자와의 아저씨의 셋집으로
정해두었기 때문에 보내온 짐은 전부,
새 셋집에 넣어두었어요.
미야자와의 아저씨와 지로가 계약해두면 좋을 것같아요.
이 아저씨는 좀 이상한 부분이 있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항상 집안 이름만 말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지로라면 좋을 것이예요.
지금까지의 집세는 내가 일단 내고 있어요,
그것은 걱정하지 마세요.
나의 책임으로 빌렸기 때문에 2층 건물로 70평의 부지예요.
1층의 다다미 8장 크기의 거실, 6장 크기의 서양식 방,
3장 크기의 부엌, 목욕탕으로 되어 있어요.
그쪽으로 안내하죠. 여기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걸려요.”
라고 형 에이이치는 지로와 레이카에게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듯했다.
“그럼, 성묘는 내일로 하고, 같이 갑시다.”
라고 했으나 지로는 레이카와 함께 어머니에게 인사드린 다음에,
라고 하고 옆의 복도를 칸막이한 방에 들어갔다.
“어머니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에이이치 형과 함께 가겠습니다.”
“내가 알 바가 아니다.
내 가문을 생각하면 그다지 이쪽에 폐를 끼치지 말라.
인종이 다른 인간을 배우자로 들이지 말라.
세상에 대한 체면이라는 것이 있어,
미타무라씨의 둘째 아들이 중국인이라고 말하면
나는 밖에 나갈 수가 없다.
이 이상 가문의 이름에 똥칠을 하지 말라.
올 거면 너 혼자 와라.
중국인만은 집 근처에도 오지 말아라.”
레이카는 슬펐다. 그때 키요시는
“할머니 어머니는 좋은 사람이예요.
너무 괴롭히지 마세요.
할머니 심술쟁이--, 할머니 바보”
키요시는 울면서 할머니한테 항의했다.
“중국인의 자식은 할머니를 바보라고 부르는구나.
교육이 잘못됐다.
그래서 인종이 다른 것을 싫어하는 것이야.
빨리 나가라. 얼굴도 보기 싫다.”
침착한 지로는 분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레이카, 자- 가자. 키요시 가자”
라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레이카를 부드럽게 재촉해서
키요시와 레이카의 손을 잡고 방을 나갔다.
“흥, 나잇살이나 먹고,
부모가 부모다워야 아이도 아이다운 거야.
여봐란 듯이 행동하네.
두 번 다시 문지방을 넘지 마라”
고 할머니는 입이 걸게 욕을 하고 떠들었다.
돔 속의 키요시는
(어머니는, 얼마나 지독한 체험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어머니는 견디고 있다.
정말 불쌍한 어머니다.
이와 반대로 아버지 지로의 태도는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개되고 있는 드라마 속에서,
증오하는 마음으로 입이 걸게 욕하며 떠드는 시어머니의 주변은,
어둑어둑하게 시뻘건 불꽃같은 것이 덮고 있었다.
할머니의 모습을 본 키요시는,
자신의 과거에 비교해서,
자신에게도 저런 마귀할멈같은 마음이 있었다.
자비도 사랑도 없다.
돈의 노예가 되었을 때의 마음은
오히려 저 이상은 아니었나 하고,
자신의 마음속의 나쁜 면을, 확실하게 반성하는 것이었다.
그때 돔의 위쪽에서
“키요시,
되돌아본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구나.
좋은 일이다.
반성은 스스로 모르고 만든
어두운 마음의 먹구름을 제거하는 좋은 약이다.
마음의 먹구름이 걷히면,
신(神)의 빛에 의해 가득 채워지는 것이다.
마음의 먹구름은 스스로의 마음과 행동이 만드는 것이다.
확실히 자신의 과거의 드라마를 보는 것이 좋구나”
라고 키요시의 마음속에 울려 오는 것이었다.
(수호령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처럼 기회를 주셔서....)
라고 생각한 순간.
“알면 되는 것이다. 사양할 필요는 없다.
자각이 중요한 것이다.
반성하면 같은 실수를 하는 게 아니다.”
라고 또 목소리가 났다.
수호령의 가르치는 말씀은
무언가 키요시의 마음에 따뜻함을 주고,
용기의 샘같은 것이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드라마는 새로운 셋집에서의 생활의 상태가 전개되어 간다.
아버지는 자전거로 실공장에 가고
다시 안정된 가정생활이 돌아오는 것이었다.
대만에서의 생활과는 문제가 되지 않는 환경이었지만,
어머니 레이카가 항상 웃는 얼굴로 즐거운 듯한 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마음을 달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공장에서, 작은 틀에 가는 견사가 감겨진 것이 온다.
그것을 큰 틀에 다시 감고,
그 위에 그 견사를 큰 틀로부터 벗겨내서 한 다발로 만드는 일이었다.
큰 차를 손으로 돌리면서 자주 야근도 계속했다.
덜그럭 덜그럭 하는 소리가 키요시의 자장가가 되기도 하고
레이카의 곁에서 하루 종일 놀다가
피곤해서 잠들어 버리는 일이 자주 있었다.
“레이카, 피곤하니까 그만 하세요.
너무 무리하면 몸에 나빠요”
아버지 지로는 레이카를 걱정해서 말했다.
레이카는 무엇인가 열심히 일해서 남편을 도우려고
그리고 시어머니로부터 남편이 싫어하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자신의 일은 전혀 생각지 않고 일했다.
조금이라도 남편에게 도움이 된다면 레이카는 몸을 다해서 열심히 했다.
일본인이 되기 위해서도
남편 지로에게 일본 요리나 관습 등을 책을 사서 잘 공부했다.
지로의 친가에 얼굴을 내미는 데도
훌륭한 일본인 부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시어머니에게 인정받는 지름길이고
그것에는 남편의 아내로서 일본여성이 되기 위한
일상의 예절 등의 습관을 빨리 몸에 익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편 지로는
“레이카, 너는 중국인이라도, 대만인이라도, 상관없잖아.
그런 작은 마음으로는 안돼.
너는 일본인보다 일본인다운 마음씨 좋은 중국인이다.
나는 너를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있고,
사랑에는 국경 따위는 없어.
너는 그런 것을 버리고 세상 인간이 어떤 것을 말해도 신경 쓰지 마.
어머니가 뭐라고 해도,
우리 부자가 이해하고 있으면, 항상 밝은 생활이 가능하니까...”
레이카는 남편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잘 이해했지만,
그것은 밖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좋은 며느리라고 불리지 않아도,
평범한 인간 취급을 받고 싶은 기분을 아무래도 마음속에서 없앨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해 여름의 일이었다.
대만의 친정에서 사탕수수의 줄기와 바나나를 보내왔다.
레이카는 키요시를 데리고
사탕수수 줄기를 3센치씩 잘라서 4-5센치씩 굵은 것 10개와
바나나 한 송이를 갖고 지로의 친가에 왔다.
귀한 것이라서 뭔가 시어머니의 기분을 온화하게 하고 싶어서
대만의 선물을 맛보시게 하려고 신경썼다.
사탕수수는 어떤 과일보다도 맛있다.
그 즙의 맛을 아니 맛이 아니고 키요시도 아주 좋아하는 것이다.
현관의 문을 열고
“실례합니다. 저 레이카예요. 지로의 처입니다.”
그러자 장남 에이이치의 처 히데가 큰 몸을 내밀었다.
히데는 “아아”하면서 귀찮은 듯한 얼굴을 했다.
“잠시 기다려”
라고 인사도 안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시어머니가 나왔다.
“어머님 전에는 실례했습니다.
제 친정에서 사탕수수와 바나나가 와서 갖고 왔습니다.
좀 드셔보세요”
라고 하면서 보자기에서 내놓은 사탕수수와 바나나를
신문지에 싼 채로 다다미 위에 두었다.
사탕수수는 길기 때문에
신문지의 끝에서 다갈색의 늘어뜨린 파란 줄기가 엿보였다.
시어머니는 현관의 다다미 3장의 거리에 정좌해서 어떤 인사도 안하고
레이카의 선물을 바라보며 얼굴을 아주 붉히며
“타인이니까, 어머니라고 불릴 이유가 없다.
지로의 처라고--,
너같은 인종이 다른 여자를 며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집안의 문지방을 넘으면 안된다고 전에도 말했는데도,
지로도 지로다. 선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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