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손은 신체발부 중 기능면에서 머리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손은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확연히 보여주고 있는 신체다. 물론 인간의 손과 비슷한 것을 사용하는 동물 중에는 인간을 가장 많이 닮았다는 유인원이 있다. 칸트는 손을 가리켜 ‘눈에 보이는 뇌의 일부’라고 했을 정도이다. 우리 몸이 뇌의 명령으로 행하는 역할 중에 손이 가장 다양하고 많은 일을 처리한다고 할 수 있다. 손은 사물을 만짐으로서 알아보기도 한다. 때론 눈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손짓으로 표현하면서 입을 대신하기도 한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손은 몸의 한 기관 이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현재의 문명을 이룩한 것도 직립보행으로 손을 자유롭게 쓰면서부터라고 한다. 과학과 예술의 근본 구도는 머리에서 나오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손이다. 문명의 발달은 손과 뇌의 합작품이다. 우리의 손이 이처럼 ‘또 다른 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근본적 사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손으로 무엇을 잘 다루거나 무엇을 잘 만드는 사람을 가리켜 손재주가 많다고 표현 한다.
손은 사람의 신체중에서 가장 많은 뼈를 가지고 있다. 사람 몸의 뼈 가운데 25%가 손에 집중해서 들어있다. 비근한 예가 될지 모르지만 정교한 기술을 요하는 기계의 부속품이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유자재로 만들고 끼우고 깎고 조이고 두드리고 굽힐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이 손끝에서 나온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무엇보다 손은 움직일 수 있는 각도가 다양하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별칭을 듣는 것은 ‘손과 뇌’의 조화 때문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손은 우리의 신체 가운데 가장 감각이 발달한 기관이다. 감각은 사람의 손가락 끝에 집중해서 분포되어있는데 이 때문에 우리는 손끝으로 미묘한 사물의 차이를 감지해 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손이 기능을 상실해 간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언제 부터인가 손이 저리고 아파 왔다. 집 근처의 한의원을 찾아 침도 맞고 뜸 치료도 받았으나 효과가 없다. 견디기 어려운 통증으로 용하다는 병·의원을 샅샅이 찾아 다녀도 차도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손을 가지고 인류는 수많은 문명을 탄생시키고 발전시켰는데 손이 점점 마비되어가니 실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치료를 포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원인을 찾기 위해 현대 의학 기술로 치료할 수 있는 모두를 경험해 보고자 했다. 다행히 병명은 알 수 있었다. 손목터널증후군 이란다. 이는 의학적 용어로 수근관의 단면을 감소시킬 수 있는 모든 것이 원인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손목 근관 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종합 병원을 찾았다. 정중 신경을 압박하는 인대를 잘라야 한다고 했다.
“수술 소요 시간은 대개 30분 이내입니다.”
“과거에는 손목 전체의 피부를 절개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관절 손을 가지고 관절경이나 특수 기구 등을 이용하여 아주 작은 피부 절개만으로도 수술이 가능해졌습니다. "
원인과 치료법이 진단되었으니 마음이 개운할 줄 알았는데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수술 하면 통증의 발생 빈도가 감소할 것 입니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 됨은 뇌의 역할이 가장 크겠지만, 제 2의 뇌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손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말은 참으로 슬프게 다가 왔다. 젊은 날에 손을 너무 혹사시킨 것은 아닐까?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왔다. 힘자랑 하듯 무거운 물건들을 준비 없이 번쩍 번쩍 든 것이 원인일 수 있다는 말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효경의 “身신體체髮발膚부 受수之지父부母모 不불敢감毁훼傷상 孝효之지始시也야” 는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이발과 면도도 하지 않고 손톱과 발톱도 깎지 말라는 고루한 말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면 자녀가 몸을 온전하게 보존하여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옛날이나 오늘날을 떠나서 모든 부모가 자식에게서 바라는 가장 큰 마음일 것이다. "자신의 몸을 함부로 다루거나 해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하여보면 시대를 넘어 효의 본뜻을 짧은 문장에 함축해서 담아 놓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손이 불편하니 불효의 마음보다 불편함이 너무 많다.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한비수필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