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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대사 색깔: 희서 현서 라희 채희 수지 / 모두
지금까지는 아동기획단 회의를 화, 수, 목에 해왔습니다. 잔칫날이 점점 다가오다 보니 월요일인 오늘도 회의를 잡게 되었습니다. 건이는 캠프 일정으로, 수민이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만나지 못했습니다. 수민이도 회의에 80% 이상의 출석률을 달성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오늘은 마을을 돌아다녀야 하는 날입니다. 아동기획단 5회기 회의에서, ‘수박 수영장’을 향한 마을 주민분들의 응원의 한마디를 찍어서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어 잔치 시작에 앞서 어르신들께 보여드리자는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바자회 포스터를 붙였던 가게나 단골 가게 등 부탁드릴 만한 분들의 리스트도 만들었습니다.
아침에 은희 선생님께서 동장님께 미리 양해를 구해주셔서 3시쯤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월요일은 교회가 열지 않아 아이들과는 새들 놀이터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얼음 물을 인원 수에 맞게 챙겨주셔서 보냉 가방에 넣어 출발하였습니다. 실습 초기에는 버스 타고 신림동까지 꽤 간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금방 가는 것 같습니다.
놀이터에 도착하니, 신림동 ‘마을 선생님’ 팀인 채희와 수지가 있었습니다. 반갑게 인사하자 아이들이 쪼르르 들려와 "오늘 뭐 해요?" 물어보었습니다. 수박 수영장 활동하러 마을 여기 저기 돌아다닐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채희가 “저희도 따라가도 돼요?”라고 물었습니다. 그 초롱초롱한 눈빛에 머리가 생각할 틈도 없이 입이 먼저 “그래!”라고 답했습니다. 동행 친구들이 늘어나니 수박 수영장의 기획단이 된 은찬이, 유찬이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이런 즉흥적인 에너지는 항상 놀랍고 신기하면서도 아이들과의 만남을 설레게 만들어줍니다.
희서, 현서, 라희가 도착했습니다. 수지가 다이소에서 산 눈 스프에이를 뿌리자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같이 놀기 시작했습니다. 라희는 어머님께서 데려다 주셔서 오늘 무슨 활동을 하는지 물어보셨는데, 말씀을 드리니 "엇, 오늘 떡볶이집 닫았어요. 월요일에 문 닫는 곳 몇 군데 있을 거예요."라며 걱정해주셨습니다. 그때만 해도 가벼운 아쉬움만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오늘 벌어질 당황스러운 일들의 징조였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저번 회의 시간에 리스트도 적었던 곳들 돌아다니며 응원 영상을 담아올거라고 말했습니다. 희서와 현서가 “아 근데 동장님께도 갈거면, 건이가 있어야 했는데..” “건이 오빠가 왔으면 딱인데!” 라며 건이를 떠올렸습니다. 아쉽지만 우리끼리도 할 수 있다고 화이팅을 해보았습니다. 어디를 먼저 갈지, 가서 무슨 얘기를 할지, 누가 얘기하고 누가 촬영을 할지 논의했습니다. 우선 리스트 중 가장 멀리 있는 주민센터에 가서 동장님과 도서관 선생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가게 하나씩 들리기로 했습니다. 또 현서가 동장님께 말씀드리고, 희서가 촬영을 맡기로 했습니다.
주민 센터로 출발했습니다. 저는 채희와 수지와 손을 잡고 갔는데, 작은 손이 너무 오랜만이라 귀여웠습니다. 채희와 수지가 “저희도 오늘 만났어요! 오늘 어디 어디 갔냐면···" 하며 마을 선생님 활동에 대해 자랑해줬습니다. 다음 시간엔 어떤 활동도 하기로 했다며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활동을 무척 즐기는 것 같아 다행이었습니다. 또 보라매 공원에서 물놀이 하는 건 언제 하는 건지, 수박수영장은 정확히 무슨 활동인지 등 복지관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며 걸었습니다.
주민 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우선 가방도 잠시 놓을 겸 도서관에 들렸는데, 이용 중이신 주민 분들도 몇몇 계셨고, 익숙한 얼굴의 사서 선생님들은 안 계셨습니다. 그래서 바로 동장실로 가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해야 할 말들과 아까 정한 역할을 다시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동장실 바로 앞에 서서 발을 동동 거리며 ’어떡하지, 어떡하지‘ ‘노크 누가 할거야 얼른 해’ 라고 속삭였습니다. 현서와 라희가 용기 내어 노크를 했습니다.
동장님께서 ”네~ 어서와~“ 하며 반겨주셨습니다. 5초 정도의 인사 후 아이들이 머뭇 머뭇 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희서가 “현서야, 얼른 질문 드려” 라고 말했습니다. 현서가 작은 목소리로 “저희가 수박 수영장인데요. 동장님 인터뷰 촬영해도 될까요?“ 라고 동장님게 여쭈었습니다. 현서의 말에 덧붙여서 수박 수영장의 취지와 잔칫날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오늘의 용건을 말씀드렸습니다. 동장님께서 ”음, 그래요. 앉아서 할까요? 어디 보고 하면 될까?“ 라고 하셨습니다. 희서도 부리나케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아이들과 어설프게 부탁을 드렸기 때문에 분명 당황스러우셨을텐데도 동장님께서는 멋지게 응원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거듭 말씀을 드리고 아이들과 나왔습니다.
주민센터 1층에서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어디서 온 누구이고 무엇을 부탁드리러 왔는지 정확히 표현하지 않으면 어른들이 당황하실 수 있다고, 어떻게 말을 할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상상해보고 출발하자고 했습니다. 아이들도 아까 당황했었는지 ”그래요, 그래요!“라며 동의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에서 주민분들의 응원을 담고 싶은건지 다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눈을 위로 요리조리 굴리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다음 타자인 라희에게 아이들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음.. 떡집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희는 수박 수영장이라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수박 수영장은 경로당 어르신들과 시원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 저희가 직접 기획하는 거예요. 날짜는 8월 13일 9시 반이고요, 소리동화도 있고, 재밌는 게임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거예요! 시간 되시면 꼭 놀러오세요!” 앗, 라희의 오해를 발견했습니다. 희서가 바로 “라희야, 초대하는 게 아니야. 응원 영상 찍을 수 있냐고 질문하는 거야!” 라고 말해주었습니다. 희서는 잘 이해하고 있긴 했지만, 오늘 활동을 시작하며 아이들에게 설명할 때 ’인터뷰‘ ’질문‘ 이라는 단어가 나왔었는데, 그게 아이들의 머리에 잘 꽂혔던 것 같습니다. “얘들아, 우리 인터뷰 하러 가는 게 아니라 부탁하러 가는거야, 알았지?“라고 정정해보았습니다.
떡집으로 출발하려고 하는데 비가 쏟아졌습니다. 사람은 7명, 우산은 하나였습니다. 현서가 ”선생님, 제가 우산 바로 가지고 올게요! 집에 세 개 정도 있어요!“라고 했습니다. 현서와 번호를 교환하고 현서가 출동했습니다. 많이 더워하던 라희와 채희, 수지는 잠시 도서관에 있게 했습니다. 희서와 잠시 중단되었던 회의를 이어서 했습니다. 희서가 이디야 점장님과 아는 사이라고 하며, 조금 더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면 부탁하기 쉽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현서가 돌아오고, 우산을 둘둘씩 나눠 쓰며 떡집으로 출발했습니다.
비가 점점 거세졌습니다. 신발도 양말도 바지도 젖기 시작했습니다. 떡집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이 가장 뒤에 있던 라희를 향해 길을 비켜주었습니다. 이어서 현서와 채희, 수지가 들어가고 희서는 촬영을 하겠다고 가장 늦게 들어왔습니다. 라희와 사장님께 용건을 자세히 말씀드렸습니다. 사장님이 민망하신듯 허허 웃으시며, "나같이 말 못 하는 사람들한테 하라고 하면, 멘트를 정확히 정해서 보여줘야 돼~. 난 못해" 라고 하셨습니다. 저희도 허허 웃으며, "그러게요, 다음에는 조금 더 준비해서 오겠습니다! 근데 '수박 수영장 화이팅!' 이 한 마디만 해주셔도 돼요!"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수박 수영장 화이팅?"라고 하시더니 카메라를 들고 있던 현서가 촬영 버튼을 누리기 전에 "수박 수영장 화이팅! 화이팅!"이라고 해주셨습니다. 다시 촬영하는 김에 라희도 옆에 가서 화이팅을 같이 외치기로 했습니다. "수박 수영장 화이팅!" "화이팅!!" 상황을 이해해주신 사장님 덕분에 밝은 분위기에 마무리하며 감사 인사를 드리고 나왔습니다.
다음 장소는 까치 김밥이었습니다. 천둥 번개가 치고 비바람이 불었습니다. 까치 김밥집 앞 작은 천막 아래에 아이들이 쭈르륵 섰습니다. 그런데 가게 내부도 크지 않고 손님들도 꽉 차 계셔서 부탁을 드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였습니다. 그 잠깐 사이 희서는 이디야를 살펴보았는데, 점장님이 안 계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고민 끝에 결국 건너편에 새들 경로당으로 가서 비를 피하기로 했습니다. 다들 몸도 짐도 많이 젖어 있어서 조금 더 무겁고 죄송한 마음으로 들어섰습니다. "회장님! 오늘 기획단 활동하러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비가 갑자기 너무 많이 와서 잠깐 들렸어요." "어~ 비가 많이 오더라. 그려, 잘했어, 잘했어." 발이 젖어 현관에서 머뭇거리던 아이들 보고 괜찮다고 얼른 들어오라고 하시며 친절히 반겨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이들과 둘러 앉아 몸을 녹이면서, 어르신께 오늘 있었던 일들과 바자회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습니다. 바자회 사진도 함께 보고, 아이들 나이와 이름도 다시 물어봐주셔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회장님께서 "그 이쁘장한 남자애는 어디 갔어?"라고 하시며 건이를 찾으셨습니다. 또 저희 뒤에 오신 어르신도 두 분 계셨는데 모두 건이는 안 왔냐고 물어보셨습니다. 건이가 참 똑똑한 아이라고, 아는 것도 많고 말도 예쁘게 잘하고 얼굴도 잘생겼다고, 강점 노트를 펼쳐야겠다 싶을 정도로 건이를 많이 칭찬해주셨습니다.
슈퍼바이저 선생님들께서 비 소식을 듣고 데리러 와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오늘 이왕 경로당에 온 김에 콩국수와 화채를 위한 장보기 리스트를 위한 살펴보았습니다. 희서가 회장님 옆에 붙어 앉아 하시는 말씀을 잘 받아 적었습니다.
3. 실습 일정 평가
1) 배운 점
- 전화위복을 배웠습니다. 경로당에 급하게 들어가면서 예상치 못하게 신세를 지게 되어서 죄송한 마음이 있었는데, 오히려 아이들도 밖에서 고생하다가 따뜻하게 맞이해주신 어르신들을 뵈어서 그런지, 어르신들께 마음을 더 열면서 먼저 대화도 하고, 오늘을 계기로 어르신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진 것 같았습니다.
2) 보완점
- 오늘 아이들이 주민분들께 활기차게 말도 잘 하고 날씨도 상황도 여유로웠더라고 해도, 사실 촬영을 부탁하는 것 자체가 주민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거나 불편한 요청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잘 준비하고 멘트도 고민해서 깔끔하게 말씀드렸다면 좋았을텐데, 그런 점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활동 후 슈퍼비전을 받으며 희서가 평소 사회자 역할도 잘 하고 어른과의 대화를 어려워하지 않은 친구였는데, 오늘은 조금 피하려고 했던 순간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오늘 활동의 목적, 의미가 아이들에게 충분히 전달이 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모두 동의해서 시작한 활동이긴 했지만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직접 생각해낸건 아니였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주민분들을 찾아뵙기 전에 아이들과 충분히 논의를 하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주민분들의 입장이 되어 상상을 해보며, 어떤 정보를 드려야할지 어떻게 표현해드려야할지를 같이 고민해보겠습니다. 또 나의 의견이 아닌 아이들의 의견에 더 잘 경청하겠습니다.
2) 슈퍼비전 요청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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