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간 유학길인데도 부모님을 뵈오면 얼마나 반갑고 헤어지면 얼마나 슬펐던지 생전 부모님의 귀함을 모르고 살았던 사람 같았습니다.
어쩌면 그런지도 모릅니다..
항상 교회일로 바쁘셨던 두분이기에 동네에 나가 놀다 넘어져도 옆에서 일으켜 주실 수 있는 거리에 계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나 혼자 하는 일에 익숙하지만 스스로 에너지를 업그레이드 하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주로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잠깐 현실을 떠나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돌아오면
아직도 여전히 내가 그 경험을 시험해 볼 현실이 있다는 것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곤 했던 것 같습니다.
정리정돈의 두번째 단계는 Upgrade 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어려서 걸음마를 배울 때 넘어져 울면서 다시 일어나지 못하면 부모님께서 잡아 일으켜 주시며 그 에너지로 다시 걸을 수 있도록 우리에게 힘을 실어 주신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일상이 내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방해가 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할 때 다시 도전하고 시도해보기 위한 에너지 Upgrade 가 필요합니다.
로맨틱 관계에서는 에너지 충전이라는 말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다운되는 에너지를 끌어올리기도 합니다.
존재 확인..
Upgrade 의 첫번째 단계이며 어쩌면 가장 어려운 단계이기도 합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와상으로 누워계신 어머니께서 가지고 계셨던 물건들을 정리하며 자료와 사료를 구분하고 지원과 자원을 나누며 저는 저를 일으켜 세워 주실 수 있었던 그리고 다 자란 제가 스스로 서기를 도와주셨던 두 분의 존재를 뒤늦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령이 되어서야 비로소 청소와 식사준비가 누구나 하는 일상이며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제가 설겆이하며 미끄러 떨어지는 그릇을 주울 힘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두 분의 존재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돌봄을 받아 본 자만이 돌봄을 할 수 있다는 너무나 평범한 진리에서
돌봄의 형식은 달랐지만 제가 그 미끄러진 그릇을 다시 줍는 일을 망설일 아무런 이유도 없다는 사실을 비로소 확인하면서
다치지 않았냐고 물으시는 돌봄의 거리에는 안 계셨지만
그렇다고 아시면서도 그릇 깨뜨린다고 야단 한 번 치지도 않으셨던
두 분이 사실 제게는 저를 방해하는 두려움의 존재라기보다는 제가 오히려 입장을 봐드려야하는 존재였다는 것을 알고 나니
그 믿음의 결과로 어쩌면 오늘의 제가 있게 된 것이라는 정말 기쁜 소식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주변에 있다면 그것들을 하나씩 들고 존재확인을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사실은 나를 방해하는 것은 그것들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깨달음을 얻게 되면 내 안의 족쇄가 하나씩 풀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내가 보내야 할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구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바르게 비우기와 보내기가 이루어지면서 에너지가 한 단계씩 올라갑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은 우리와 인연이 있어 그 자리에 있는 것이며 어쩌면 정말 큰 에너지로 우리 생명의 지속가능성을 지켜 온 것들인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그런 에너지들을 쓸어 버리기보다는 오히려 풀어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영원한 생명의 길을 약속하신
하나님의 크신 에너지를 받으려면
이렇게 먼저 그 분의 곁으로 가신 부모님의 에너지를 풀어내듯이
내가 움켜쥐고 있는 방해물들을 내려 놓고
그 에너지를 풀어내야 합니다.
60 은 정리정돈을 꼬옥 시작해야 하는 나이이며
80 은 정리정돈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나이입니다.
영원으로 지속가능성을 이어갈 오늘의 삶을 만드는 것입니다.
혼자 또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