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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사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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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았을 땐, 책 제목에서 오는 궁금증이 컸습니다. 핵사곤이 과연 무엇일까,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원래 영어로 헥사곤(hexagon)은 육각형이랍니다. 책을 접하고 육각형을 뜻하는 영어 단어를 처음 알았습니다. 육각형의 벌집모양처럼 다양한 사람이 어울리는 관계망, 그리고 여섯 저자를 뜻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핵개인화 된 사람들을 곤경에서 이겨내게 거든다는 의미로 ‘핵’사곤이라는 제목이 붙었다고 했습니다. 머리로는 납득했습니다. 좋은 의미를 내포한 제목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책 첫 장을 펼치고, 금세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핵사곤. 육각형을 복원하고 만드는 일.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의 선이 되어 육각형을 이루어가는 우리들의 세상살이. 그래서 핵사곤이구나. 머리로만 이해할 수 없는 가슴 뛰는 울림. 이 울림을 바탕으로 다시 본 핵사곤이라는 제목은 달랐습니다. 단지 ‘좋은 의미’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핵사곤은 우리 삶 속 좋은 경험 하나, 좋은 둘레 사람 한 명, 좋은 취미 하나가 이어져 만들어진 삶의 지지대 그 자체였습니다.
강민지 선생님의 ‘샘물 님 이야기’는 일상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둘레 사람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강민지 선생님 글의 서두에서 알 수 있듯, 정신적 고생을 하는 당사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만나지 않으니 마음의 벽은 점점 두꺼워집니다. 사회복지사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강민지 선생님이 처음 샘물 님을 만난 날부터, 샘물 님에게 “제가 이렇게도 살 수 있군요”라는 한마디를 들을 때까지. 샘물 님 육각형의 한 선을 이루어준 장미 어르신과 동아리 구성원들의 이야기는 핵사곤을 이루는 것이 한 사람에게 어떤 변화를 이루어내는지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문은선 선생님의 ‘신사 김사장님 이야기’는 단연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에는 주민들과 갈등을 겪었던 김사장님이 점점 지역사회에 녹아드는 이야기. “여기서 지내면 좋지” 말씀하시게 되기까지, 김사장님의 마음과 문은선 선생님의 사려 깊은 도움이 느껴졌던 이야기입니다. 요리모임 ‘맛선사’ 편에서 본 김주영 선생님의 글도 잊히지 않습니다. “지금은 제 삶에 열매를 맺게 도움을 주신 소중한 선생님에게”, “모임 덕분에 내 남은 삶에 애착과 애정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더불어 살아가게 하는 사회사업의 힘이구나. 가슴 속 작지만 뜨거운 열망이 솟았습니다. 사회사업은 한 사람의 육각형을 되살리는 일, 그 사람을 살게 하는 힘입니다.
박은희 선생님의 ‘신림동 프레드릭 이야기’는 ‘더불어’의 힘, 신림동이 핵사곤의 여섯 선을 이뤄가는 모습을 따스한 시선으로 보여줍니다. 우리 각자의 육각형이 모이고 모여 더 커다랗고 안정감있게 변하는 모습, 신림동의 육각형이 커져가는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주신 글을 읽으며 제 마음도 함께 따스해졌습니다.
윤명지 선생님의 ‘강 선생님 이야기’는 육각형을 복원하는 데는 복잡하고 큰 일이 아닌, “잔소리하는 것, 전화 자주 하는 것”과 같은 소박한 일이라는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사회사업을 하며 저도 당사자에게 ‘무언가 더 해줄 것이 없을까’ 고민한 날이 많습니다. 그럴 때 강 선생이 하신 말이 자주 떠오를 것 같습니다. “저한테 잔소리 좀 해주세요. 저한테 전화 좀 자주 해주세요” 그거면 됩니다. 선생님께 그런 말 해줄 사람이 생기도록 도우면 됩니다. 제가 그 일을 해도 됩니다. 이렇게 소박한 일로 강 선생님의 육각형을 날이 갈수록 튼튼해질 겁니다.
이주희 선생님의 ‘정 선생님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정 선생님이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책 모임 회원들의 관계.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있다는 안정감. 모임하며 느끼는 즐거움과 만족감. 정 선생님이 다시 찾아온 위기에도 굳건히 서 계실 수 있었던 이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곧 둘레 사람과의 관계였습니다. 정 선생님의 육각형은 책 모임 사람들의 선 하나하나로 이전보다 더 튼튼한 육각형이 되었습니다.
윤정아 선생님의 ‘은천동 핵사곤 이야기’는 영웅 님의 발돋움으로 시작된 은천동 이웃들의 사람사는 이야기입니다. 사회적 고립가구 당사자로 처음 만났던 영웅 님이 은천동 정다운 이웃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영웅 님의 육각형이 단단해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은천동 핵사곤 멤버들이 서로의 완충지대가 되어 육각형을 메워줍니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살피는 은천동 핵사곤 멤버들. 누구보다 소중한 육각형 멤버들입니다.
사소한 모임 하나가 무엇을 바꿀 수 있느냐고, 그 일이 세상을 바꾸는 데 과연 어떤 도움이 되냐고. 다그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소함의 미학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모든 것은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정의도 사랑도 믿음도 평화도 모두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원대한 꿈은, 사소한 생각에서 시작되는 것이지요. 우리네 관계도 그렇습니다. 작은 관심 하나가 모이고, 작은 손길이 모이고, 작고 사소했던 연결고리가 이어져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모든 일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게 의미를 찾아갑니다.
사회사업이란, 한 사람의 육각형을 복원하는 일입니다. 어려움을 겪고 어느샌가 무너진 육각형을 발견했을 때 이를 다시 잇는 역할을 하는 것. 그게 바로 사회사업가의 일입니다. 한 사람을 지지하고 살리는 일, 사소한 일을 사소하게 해낼 기회를 주어 큰 일도 할 수 있게 해주는 힘. 사회사업이 가진 작지만 커다란 힘입니다.
핵사곤 프로젝트에 실린 당사자 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때로는 뭉클하고 때로는 미소 지었습니다. 우리 삶도, 우리 주변의 모든 삶도 그렇겠지요.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는 그 삶 한 가운데에, 이들을 지탱하는 육각형이 있을 겁니다. 사회사업가는 이 육각형을 유심히 바라보아야 합니다. 한 사람의 육각형을 바로 세우다 보면, 언젠가는 한 사람을 넘어 우리 사회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육각형으로 더욱 안전하고 평안해질 테니 말입니다. 한쪽이 허물어져도 금방 붙어 육각형을 이뤄내는 사회, 무너진 이전보다 훨씬 더 튼튼한 육각형을 이루는 사회. 이런 사회를 꿈꾸며 살아가라고 핵사곤 프로젝트를 만났나 봅니다. 핵사곤 프로젝트는 제 안의 육각형을, 우리 사회의 육각형을 다시 바라보게 해주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온전한 육각형으로 가득 채워지는 그날까지, 사회사업의 의미를 되새기며 나아가겠습니다.
[일상생활기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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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일상에서 어떤 것을 가장 보람차게 할까요? 아이들이 일상에서 보람을 느낄 기회는 과연 충분할까요?
선행 연구에서 언급하듯,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직접 성취할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학원 뺑뺑이에 숙제에... 아이들은 어떤 의미도 찾지 못한 채 늘 지쳐 있기만 하죠.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가장 친숙하고 쉽게, 책임감과 성취감 느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일상에서 꼭 필요한 기술들을 배우고 활용하는 겁니다. 신발을 빨고, 먹을 음식을 만드는 일상에서의 그런 활동들 말입니다. 이런 활동을 배우고 스스로 하게 되면, 책임감과 성취감은 물론이고 100년 살아가는 동안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한 순간도 없는 기술을 평생 사용할 수 있게 되죠.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좋은 기회입니다. 기술을 배우기 위해선 주위의 도움이 필수적이지요. 바늘에 실 끼우기도 못하는 아이가 단숨에 바느질을 잘 할 수는 없습니다. 주위 어른들이 찬찬히 알려주어야 합니다. 아이들도 포기하지 않고 차분히 배워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그 나이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웁니다. 단어 몇 개 더 아는 것보다 중요한, 삶을 배우게 됩니다. 일상생활기술학교는 그 가치를 담아낸 사업입니다. 사회사업가의 시선에서, 아이들이 일상생활기술학교를 어떻게 대하는지, 아이들이 그곳에서 무엇을 배우고 느끼는지 적은 책은 예비 사회사업가에게 보물 같습니다. 선행 연구, 참가자 모집부터 감사 인사와 인터뷰까지. 한 사업의 모든 것을 기록해주신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아이들의 활동이니 계획부터 아이들이 합니다. 아이들이 역할을 분담하고, 규칙을 정합니다. 아이들이 직접 선생님들께 부탁합니다. 모든 것은 아이들의 손으로 이루어집니다. 밥 짓기와 라면 끓이기, 감자와 옥수수 찌기, 부침개 부치기와 같은 요리부터, 셔츠 실내화 인형 빨래, 손수건과 수세미 만들기 등 아이들이 일상에 필요한 기술을 어른들께 직접 배웠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친해지고, 수료장을 서로 써주었습니다.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도 드렸습니다. 마을에 활기가 돌고, 둘레 이웃 사이가 더 돈독해집니다.
제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집에 어른들이 없어 혼자 밥을 해야 하는데, 물을 어디까지 넣어야 하는지 난감했던 기억, 옷이 찢어져 바느질을 해야 하는데 바늘을 어디로 넣어 어디로 뺄지 고민했던 기억, 그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수 없어 속상했던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갑니다. 내가 내 삶을 유지하는 데 정말 필요한 기술은 이런 것들입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는 일상에서의 경험과 배움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 어린 시절의 서러움이 책을 읽으며 많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일상생활기술학교를 졸업한 우리 아이들은 저와 같은 서러움을 느끼지는 않겠지요. 그것만으로도 큰 위안이었습니다.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일상 속의 경험은 이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누군가 해주는 것보다 이제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내 일은 내가 해결한다는 책임감, 둘레 어른들께 배우며 싹트는 관계의 즐거움.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삶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은 더 커다랗고 중요한 일을 관리할 수 있게 될 힘을 얻었습니다. 아이들의 경험이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이 과정을 스스로 해낸 아이들이 대견합니다.
책을 읽다 보니 우리 기획단 아이들도 생각납니다. 벌써 몇 년째 스스로 활동을 기획하고 해내는 아이들. 누구보다 대견하고 기특한 신림동의 보물들입니다. 아이들은 기획단 활동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으며, 기획단 활동에서 무엇을 배우고 느끼는지 일지를 쓰며 돌아보곤 합니다. 일상생활기술학교 책에서 선생님들이 그러하듯, 저도 아이들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며 사회사업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기획단 아이들은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들이 대다수고, 이미 중학생이 된 아이들도 있습니다. 점점 학업으로 삶이 바빠집니다. 그 가운데 기획단 활동을 아이들에게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활동입니다. “이런 데 또 오고 싶어요!”, “오늘 너무 재밌었어요. 또 하고 싶어요.”와 같은 아이들의 말은 기획단 활동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줍니다. 일상의 기술을 배워 삶을 배우는 아이들과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기획단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모든 것은, 앞으로의 아이들의 삶과 맞닿아 있습니다. 친구들과 논의하고 고민하며 답을 찾아내는 과정, 맡은 역할과 일을 잘 해내겠다는 책임감, 활동을 잘 마쳤을 때의 성취감, 둘레 어른들과 함께하며 전하는 감사함. 이 모든 것들은 아이들의 삶을 구성하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일상생활기술학교에서 그랬듯 말입니다.
책에서 아이들은 일을 배우며 어른이 되는 과정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자신감, 그리고 친구와 이웃이 생겼다고도 합니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 곧 아이들의 자주성을 살리는 과정이고, 아이들의 자주성을 살리다 보니 곧 지역 사회의 공생성도 살릴 수 있게 됩니다. 바람직하고 훌륭한 일입니다. 일상생활기술학교에서 사회사업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합니다. 복지요결에 드러난 사회사업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사회사업가로서 아이들이 자주성을 살리는 과정을 돕고, 자연스레 지역 사회의 복지 우물이 살아나도록 돕습니다. 이것보다 뿌듯한 일이 없습니다. 책에는 사회사업가 선생님들의 조언과 생각도 풍부합니다. 사회사업을 할 때 어려울 수 있는 점을 상세하게 밝혀 도움을 주십니다. 사회사업 바르게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작은 것으로부터 큰 것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일상생활기술학교에 참여한 아이들은 이미 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이어지는 작은 일이 곧 아이들의 인생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합니다. 사회사업을 경험하는 학생으로서, 일상에서의 작은 배움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앞으로 만날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의미를 알게 해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옆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기회의 시간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그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늘 노력하는 사회사업가가 되어야겠습니다. 아이들이 보고 듣고 경험하는 그 과정에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일상생활기술학교의 어른들처럼, 우리 기획단 아이들에게도 그런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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