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로부터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말 중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제잉? 해서리 말은 조심해서 하고 가능하면 좋은 말을 골라 써야 구설수에 오르지 않고 편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르침을 격언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뭐 북한에도 '혀뿌리를 함부로 내두르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더만 우리네 삶에서 구설수(口舌數)에 오르내리는 걸 횡액(橫厄) 중의 하나로 기피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니 지각있는 사람들은 세상 현상들을 보며 두루뭉수리하게 퉁치고 넘어가는 걸 으뜸가는 처세술로 여기는 것이라 보지만...
나야 뭐 무식하니까 부산에서 배운 바 생각나는 대로 씨부리는 습관대로 기면 기고 아님 말고의 쾌도난마(快刀亂麻)식으로 혓바닥을 놀리다 보니까, 옆에서 보는 우리의 주인님은 내가 뭔 큰 실수라도 저지를까 봐 늘 조마조마하다나 뭐래나. 하튼 주인님의 과잉반응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만 쪼매 짜증이 날 때도 있는 건 사실이제잉.
이와 같은 맥락에서 주인님은 노래를 불러도 밝고 신나는 노래를 불러야 복이 들어온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뭐 대중가요도 송대관씨의 '쨍 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나 남진씨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와 같은 노래를 불러야 복이 저절로 굴러 들어온다는 식이다. 뭐 고대 그리스의 비극들이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론이 우리 주인님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면서 주인님이 복을 불러오지 못하게 하는 슬픈 노래를 부른 대중가요 가수의 사례로 '산장의 여인'을 부른 고(故) 권혜경님을 소환한다. 권혜경님은 가수 생활 10년도 채 되지 않아 중병을 앓으면서 가수의 길을 접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는데, 그의 삶은 자신의 노래 '산장의 여인'의 가사에 쓰인 그대로였다는 거다.
뭐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도 아니고...기럼 그녀가 부른 다른 노래 '첫 사랑 화원'은 대단히 명랑하고 발랄한 맬로디에다, 아름답고 화사한 꽃밭을 묘사하는 가사를 담고 있는 건 또 어떻게 해석할꼬? 가정이 평화로우려면 무엇보다 안주인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니 뭐 더 이상 토를 달 생각없지만, 쩝...권혜경의 명복을 빌며 내가 좋아하는 그녀의 노래 '호반의 벤치'를 몇 사람의 음성으로 들어본다. 사진은 아름다운 연꽃 찾아 꼭두 새벽부터 남도 이곳저곳 다녀보지 않은 곳 없다던 나의 절친 윤작가의 작품 차용했음을 고백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