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91만 공무원들의 눈과 귀가 온통 행정자치부로 쏠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단행한 인사 때문이다.
행자부는 720명에 대한 중·하위직 인사에서 4급 서기관 1명과 5급 사무관 5명을 무보직 대기발령했다.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으라는 것이다. 대부분 50대지만 40대도 한 명 포함됐다. 한 직원은 “무보직 발령은 퇴출 통보나 다름없다”고 했다.
공무원들이 받은 충격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행자부의 변화는 곧 다른 기관으로 파급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행자부는 이미 지난달 24일 국·과장제도를 폐지되고 팀제를 도입하면서 국·과장급 7명에 대해 무보직 발령을 낸 적이 있다. 이들은 곧 지방자치단체나 행자부 산하 단체로 움직일 예정이어서 공직 사회에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이들 무보직자들은 집에서 쉬다가 이달에 ‘본부 아카데미’로 배치된다. 본부 아카데미 운영 원칙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별도의 사무실에서 개인별로 정기 보고서를 만들든지, 외부 교육기관에 위탁하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직책이 없어 호봉에 따른 봉급은 받되 업무추진비 수십만원을 덜 받는다. 올 12월 인사 때까지는 꼼짝없이 이 상태로 지내야 한다. 사기업체에서 책상 하나만 달랑 내주며 나가라고 통보하는 것과 다를 게 뭐냐는 소리가 나온다.
행자부 직원들은 변화의 물결은 인정하지만 당사자에겐 너무 큰 고통이라는 심정이 혼재돼 있다. 한 간부는 “공무원도 변해야 한다는 점은 찬성이지만 퇴출 기준이 모호해 시비가 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이들이 능력이 없어서 무보직 인사발령을 받았다고만 볼 수 없다”고 했다. 팀장이 팀원을 고르는 과정에서 35명 정도가 아무한테도 추천을 받지 못했고 이 중 끝까지 자리를 못 얻는 6명이 대기발령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한다. 다음번엔 대기발령이 아니라 더 강력한 퇴출 방안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으로도 실적평가를 통해 직위해제나 직권면직이 가능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 정년을 5급 이상이 60세, 6급 이하가 57세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직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공무원을 직위해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위해제 후 3개월이 지나면 직권면직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