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클 합창단] 근황109번째 기록입니다. 연습은 [사운드 오브 뮤직]과 [맘마미아]로 이루
어졌습니다. 오늘은 인원도 20명 안팎으로 모이었고, 새로 참여한 인원도 있었고, 먹거리도
풍부하고 해서 일견 참 풍성한 연습시간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는 법. 제 개인적으로나 합창단에도 이래저래 어려운 일도 많았습
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런 방면으로 좀 적어볼까 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뮤클 합창단이 문화회관 중강당을 대관하는 데에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
았더랬습니다. 두 번의 공연도 훌륭하게 치러내었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대관에는 별 문제
가 없으리라 여겼더랬는데... 이번에 문화회관 대극장과 중극장에 리모델링 계획이 잡혔고,
그러다 보니 대관 계획 전체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전반기 지원
에서 탈락했는데, 이번 후반기 대관도 형편이 너무나 좋지 않아, 섣불리 뛰어들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7월 3일, 4일을 오락가락하던 대관 계획을 9월 25일까지 밀어
서 잡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것도 어찌 될지 지금 장담할 수가 없네요. 워낙 지금 문화회관
대관 일정이 빡빡해져 있어서 말이죠. 이것이 합창단이 당면한 어려움인데, 어려움은 제 개
인에게도 있었습니다.
오늘 연습 전에 단장에게서 전화가 오기를 CD 플레이어가 필요하다더군요. 그래서 학교
의 휴대용 CD 카세트를 준비했는데, 아무래도 음질이 좋지 않을 것 같아 집에 있는 미니
콤포넌트를 가지고 갔습니다. 악보에, 오디오에 짐이 잔뜩 되어 할 수 없이 택시를 집어 탔
습니다. 다음부터는 승용차에 미리 짐을 실어두고 운반해야겠습니다. 우리 뮤클 합창단에
전용 오디오 기기를 갖춘 연습실이 하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ㅋㅋㅋ 내 꿈일 뿐인가?
오늘의 연습은 처음에는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 상황이 이렇습니
다. 나는 예전에 이곡으로 공연을 한번 해 보았는데요. 그때 완벽한 상태로 이루어진 공연
이 아니었기 때문에 부분부분 불안정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지휘자가 연주를 하면서
곡 부르기 방식을 조금씩 조금씩 고쳐 놓았기 때문에 그곳에도 완전히 숙달되지 못한 상태
입니다. 베이스 파트로만 본다면 아직 이 곡에 대해 숙달되지 못한 인원이 상당수 됩니다.
본래 뮤지컬곡들은 음악적 원칙을 착실하게 구현하기 이전에 곡의 분위기를 잘 살려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모든 면에서 완전히 숙달되지 못한 이런 상태는 이무래도 노래를 자
연스럽게 완벽하게 불러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나중에 1부가 끝나고 휴식 시간에 지휘자는
베이스 파트에 아직 음정이나 모든 면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듯 하다고 걱정을 하시던데,
저도 지금 좀 난감하네요. 공연이 9월로 밀리는 모앙인데, 벌써부터 파트 연습을 시작하기
도 그렇고, 그렇다고 하지 않고 이대로 전체 연습을 하기도 그렇고... 아무래도 베이스들끼
리 단합대회겸 한번 만나 소리를 맞추어 보는 기회를 가져야겠습니다.
[맘마미아]로 들어가면 문제는 좀 복잡해집니다. 나는 평소 이런 형태의 ‘버블검 뮤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이 곡은 현장성이 너무 강해서 악보를 들고 보면서 부를만한 곡
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들고 있는 악보도 상당히 많이 편집행위를 하면서 읽
어야 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영어발음을 그 연음현상까지 충분히 구현하면서 아주 자연스럽
게 분위기를 타며 불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레퀴엠]류의 고도의 예술적
행위하고는 무관한 그냥 흥겨운 놀이기분으로 분위기를 타면서 불러야 하는 곡이고, 문자
그대로 가볍고 편안한 기분으로 즐김 그 자체만으로 불러야 하는 곡인데, 곡의 즐거움과 흥
겨움을 충분히 즐길 만 하기에는 아직 이 곡이 나에게 밀착된 느낌이 들지 않고 자꾸만 더
듬거린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내가 그냥 이 곡을 흥얼거리면서 듣기만 할 줄 알았더니, 곡
을 완전히 외어야 할 정도로 공부를 해야 하는 지경에 빠진 것입니다. 뭐 별도로 치밀한 악
곡분석이 필요한 곡도 아니고, 예술적인 정교함도 없는 곡이니, 어쨌든 곡의 분위기를 살리
기 위하여 그 흥겨운 리듬과 숨가쁘게 주워섬기는 가사를 유창하게 받아넘기기까지의 훈련
과 더불어. 현장성이 강한 작품이니 만큼, 그냥 가수가 부르는 것을 흉내내는 도리 밖에 없
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MR과 CD를 틀어놓고 곡을 외울 때까지 듣고 따라 부르고
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도리 밖에 없을 듯 합니다.
고도의 예술행위인 포레의 [레퀴엠]부르기, 어느 정도의 고전적 품격과 친근함을 동시에
갖춘 [사운드 오브 뮤직] 부르기, 완전히 편안한 마음으로 흥겹게 즐기는 기분을 향유할 수
있는 지극히 대중적인 [맘마미아] 부르기, 세 곡은 각자 자기 나름의 문법과 격식을 갖춘
부르기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이 되겠네요. 아마도 이번 연주회가 끝나면 음악의 보다
다양한 면모를 직접 경험하는 기회가 되리라 여겨지며 기대되는 바가 큽니다. 그것이 지금
당면하고 있는 합창단의 어려움이나 저의 개인적인 어려움을 덮을 만큼 크다는 점만을 지적
하며 이 후기를 닫겠습니다. 그 다양한 음악적 경험의 자리 그 자리에 뮤클러 여러분들을
초대하면서 끝없는 성원을 기대합니다.
좋은 공연 & 소중한 만남은, 언제나 [뮤클]과 함께 ^^ http://cafe.daum.net/mukle
첫댓글 오....심히 걱정이 되긴 하네요..ㅠ
그래도 재미있다. 저번에는 일이 있었던 모양이네? 다음 주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