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서재필 선생에게도 돌을 던질 것인가 -김대호-

[고운(김영진)]

서재필 선생에게도 돌을 던질 것인가 -김대호-

2005-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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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중국적자 국적포기 제한에 대한 현지의 반응과 득실-

유학시절 여름 방학을 맞아 테네시 주의 내슈빌을 방문한 적이 있다.

컨츄리 뮤직의 본고장인 그 곳에 대학동기인 장호연(경제77)이란 친구가 있었다.

행시출신으로 재경부에 근무하고 있는 장서기관은 공무원 연수 프로그램으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친구 찾아 왕복 2000킬로 넘는 먼 여행에 나선 것.

그 부인이 끓여준 김치찌개의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햄버거로 연명하다가 훈훈한 정이 담긴 고국의 맛을 대하니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 때 아내가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오랫만에 느끼는 향수쯤으로만 알았다.

돌아오는 차에서 아내의 이상 증세는 더욱 심해졌다.

뒤늦게 임신인 것을 알아차렸다.

아내는 한국 음식만 찾았다.

그러나 길거리에서는 한식집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컬럼비아로 돌아왔지만 그곳 또한 아내에게는 쓸슬한 객지였다.

평소 양식을 그토록 좋아했던 아내였지만 임신을 한 후에는 서양 음식만 보면 구토를 했다.

늦깎이 유학을 나와 있던 한국경제신문의 박영배 논설위원(법72), 육군의 김종찬 대령, 공군의 공진구 대령의 부인 등이 육개장 곰탕 등을 끓여주어 간신히 연명을 했다.

유달리 입덧이 심했던 아내는 급기야 한국으로 귀국해 버렸다.

‘역원정 출산’이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산모의 건강이 최우선이었다.

이후 특파원 시절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패어팩스 병원에서 둘째를 출산했다.

미국은 속지주의의 국적 체계를 갖고 있다.

미국 땅 안에서 태어난 사람은 자동으로 미국 시민이 된다.

병원에서 출생 일자를 주정부에 통보하는 것으로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된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과 주재원 그리고 현지 영주동포들은 대부분 한국영사관에도 출생신고를 한다.

혈통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의 법체계에 따르면서 자식을 한국인으로 키우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2중국적자가 생겨난다. 그 때 미국서 낳은 우리 집의 딸아이도 이런 메커니즘으로 2중국적자가 됐다.

17세가 되면 자신의 뜻에 따라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가 앞으로는 확 바뀔 것으로 보인다.

군 복무를 마치지 않으면 국적을 포기할 수 없다는 법안이 새로 발효됐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병역의 의무를 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법이다.

부유층의 원정출산에 대한 국민감정을 생각할 때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문제는 이 법으로 원정출산이 없어질까라는 점이다.

그에 대한 답은 한마디로 ‘NO’이다 미국에서 출산하고도 한국에 별도로 신고만하지 않으면 병역은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다.

이미 이중국적자로 등재된 사람도 35세까지 한국 땅을 밟지 않으면 그만이다.

부모재산은 해외투자를 한 다음 현지에서 미국인 신분의 자녀에게 넘길 수 있다.

한국서 내야할 상속세만 미국정부 수입으로 돌아가는 꼴이다.

이 법은 우리나라의 국제화에 기여할 미국태생 한국인들의 모국과의 끈을 아예 끊어버리는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한 쪽으로는 세계화와 국제화를 부르짖으면서도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발생한 이중국적자를 군기피자로 몰아가는 이 나라를 세계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새 병역법을 만든 국회의원의 상당수가 병역을 필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법을 제안한 홍준표 의원도 병역의무를 완전히 마무리 하지 않았다.

여권 한 실세의원은 군에 가지 않기 위해 손을 잘랐다는 보도가 나와 있는 상태이다.

군에 가는 것을 명예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주는 일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길이다.

우선 모든 예비역들에게 세금을 감면하고 아파트 청약의 우선권을 주며 한평생 금융기관의 금리도 싸게 해주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주적이 없어진 상황에서 모병제로 전환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병역회피를 해놓고 본인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2중국적자가 된 2세들을 속죄양으로 삼아 자신의 인기만 끄는 포퓰리즘 정치에 우리의 국제화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애국지사인 서재필 선생은 24살에 미국 시민권을 따 한평생을 ‘필립 제이슨’이란 미국인으로 살았다.

그에게도 돌을 던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