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가 한 인터뷰에서도 말했듯이 은퇴 무대는 한국도 일본도 아닌 유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에는 처음으로 프로 선수로 뛰었던 일본 교토 퍼플상가로 돌아가 선수 생활의 처음과 마지막을 한곳에서 마무리할 계획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유럽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만큼 유럽에서 은퇴하는 게 지성이한테 바람직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성이와 나는 대표팀 은퇴 시기를 놓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 서로 공통적으로 생각한 부분은 ‘박수 칠 때 떠나자’는 것이다.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아쉬워할 때, 더 있어 주길 바랄 때, 스스로 태극 마크를 반납하는 게 가장 보기 좋은 모습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대표팀 은퇴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지성이가 완전히 선수 생활을 접었을 때, 과연 무슨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얘기가 흘러나왔다.
“아빠, 전 지도자는 못할 것 같아요. 현장에서 직접 뛰기보다는 행정 쪽 일에 관심이 있어요. 축구 협회나 FIFA와 관련된 국제 업무를 담당하면서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된다면 어떨까요.”
지성이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던 것 같다. 나 역시 지성이가 지도자 생활을 하지 않을 거라곤 오래전부터 예상했었다. 어쩌면 지성이가 지도자를 한다고 했다면 내가 나서서 말리지 않았을까.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루과이전이 끝난 뒤 침통해하는 박지성을 허정무 감독이 위로하는 장면. (사진=연합)
지성이는 그동안 열심히 한 만큼 힘들었고, 또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은퇴 후에는 팀 성적이나 수익 창출, 이런 것보다는 지금까지 받은 사랑과 명예, 부 등을 사회에 되돌려줄 수 있는 보람된 일을 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지성이의 남은 인생이 훨씬 더 풍요롭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2010년 7월 수원에 준공되는 ‘박지성 축구센터(JSFC)’도 지성이의 미래를 위한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오랜 외국 생활을 통해 배운 축구 문화를 유소년들에게 전수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 만든 것이다.
또한 지성이는 은퇴 무렵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지성이를 좋아하는 나라와 친선 경기를 갖고, 그로 인해 얻어지는 수익금을 그 나라의 불우한 아이들을 위한 기금으로 내놓을 계획도 갖고 있다.
방문하는 나라의 축구팀에 지성이가 선수로 들어가고, 상대 팀에는 절친한 에브라, 이청용 선수 등이 합류해 게임을 벌인다면, 현지 축구 팬들의 많은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한편 축구 클리닉 등을 통해 축구 문화가 뒤떨어져 있는 나라의 유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면, 지성이가 바라는 봉사 활동이 제 모습을 찾아갈 것이다. 지성이가 할 줄 아는 게 축구밖에 없으니, 축구로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미래를 꿈꾸게 해주는 일이야말로 지성이가 꼭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단, 그 나라에 가서 쓰게 되는 모든 경비는 지성이가 부담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지성이와 함께 가는 선수나 스태프들의 항공권이나 숙박비 등 모든 비용을 지성이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온전한 봉사 활동이 될 수 있다는 게 지성이와 우리 부부의 생각이다.
첫댓글 멋진 박지성 선수와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