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에 머리카락까지 `나눈' 자매 "골수도 줬는데 머리카락이라고 못 주겠어요?"
8년 전 골수를 나눈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머리카락까지 나눠가진 자매가 있어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대전에 사는 김수영(27.가명).수경(22.가명)씨 자매. `딸 부잣집' 세 자매 중 첫째, 셋째 딸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들 자매에게 병마가 찾아온 것은 지난 1996년 여름이었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수경씨는 급성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았다.
수경씨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골수를 이식받는 것. 기증자를 간절히 찾던 중 `기적처럼' 언니 수영씨와
골수가 일치한다는 검사결과를 받고 그해 가을 이들 자매는 이식 수술을 받았다. 언니의 사랑이 하늘에 전해졌는지 수술결과는 성공이었다. 수경씨는 언니 수영씨의 골수로 백혈병을 깨끗이 씻어내고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됐다.
그러나 수경씨에게 항암치료로 인해 탈모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뒤쪽 머리카락은 남아있는데 앞쪽 머리카락은 대부분 빠져버려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을 나이인 사춘기 소녀 수경씨에게는 탈모 증세는 또 다른 고통이었다. 할 수 없이 그 때부터 수경씨는 가발을 맞춰 쓰고 다녀야 했다.
수영씨는 "예민한 여학생이었던 수경이에게 탈모는 엄청난 스트레스였고, 가발을 벗어야 하는 수학여행은 아예 가지도 않았다"면서 "늘 그런 동생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자매에게는 또 다른 `희망의 빛'이 드리워졌다.
지난해 대학생이 된 수경씨는 인터넷으로 모발이식에 대해 알아보다 마라토너이봉주 선수의 모발이식 수술로 널리 알려진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를 알게 됐고 지난해 8월 이들 자매는 황성주 원장을 찾았다.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을 옮겨 심으면 안 되겠느냐는 수경씨의 질문에 황성주 원장은 처음에 고개를 저었다. 아직 국내에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을 옮겨 심은 전례가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황 원장은 수영씨가 수경씨에게 골수를 줬다는 얘길 듣고 `혹시' 하는기대에
지난해 8월12일 시험적으로 수영씨의 모발 50개를 수경씨 머리에 이식해 보니 예상밖의 좋은 결과를 얻었다.
황 원장은 이들 자매의 사연을 듣고 무료 이식수술을 해주기로 하고 지난 12일 언니 수영씨의 뒷머리카락 3천여개를 수경씨에게 이식하는 5시간에 걸친 수술을 했다. 이 머리카락은 2주후 빠졌다가 3~4개월 뒤 모근이 만들어져 다시 자라나게 된다.
수술 후 언니 수영씨는 "동생일인데 뭐든 못하겠느냐"며 "가족이기 때문"이라고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