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자하니 영어가 한국에서 꽤나 고생하는 듯 싶다.
이리 저리 굴러다니며 이 사람한테 채이고 저 사람한테 채이고, 정말 고생을 많이 하는 거 같다.
영어만이 살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개 언어 교육에 정부가 나서고 대통령이 나섰다.
학교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고 영어 학원이 문전성시라고 한다.
여기는 인도다. 인도에서는 우리나라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칼리지 이상에서는 거의 영어로 수업을 한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여기 인도엔 헌법에서 보장하는 지방 언어만도 18개가 있다. 이 말은
학교수업을 받는데 있어 서로 다른 주에서 온 학생들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더욱이 칼리지 이상은 거의 여러주에서 학생들이 몰린다. 그러기에 영어 수업은 불가피하다.
국가 언어인 힌두어로도 수업이 안 되니 말이다.
그리고 인도는 수 백년을 영국 식민지로 살아오면서 영어가 제 2의 국어처럼 일상화 되었다.
물론 하층민들이나 천민들의 경우는 또 다르겠지만 어지간한 사람들은 그래도 영어를 곧잘한다.
하지만 우리는 인도와 비교가 안된다. 인도의 상황과는 전혀 비교 될 수가 없다.
영어의 구조부터 발음까지 우리 말, 우리 글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어느 하루 아침에 학교수업을
영어로 한다니, 도대체 그런 발상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일상대화만 능숙하게 하려해도 적어도 수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전문적인 학교 수업을 영어로 하기
위해서는 일상 영어회화 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내 딴에도 영어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영국이나 미국인들과
전문적인 대화를 하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물며 이제 초등학생들이 아니면 중고생들이
영어로 수업하는 것을 얼마나 숙지할까?
어제 인터넷 뉴스를 보니 현재 미국에 유학중인 학생이 대한민국이 10만명으로 가장 많다. 13억의 중국보다
11억의 인도보다 몇 만명씩이나 더 많다. 내 생각으로는 이미 미국이나 영국 기타 영어권 나라에서 유학을
하고 있거나 또 그것에 일찌감치 이민을 가서 자란 아이들도 수없이 많을테니 그 아이들을 잘 키우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영어 능통자들은 해결이 될 거 같다.
국제 관계에서 영어는 필수적이다. 나도 인정한다. 그러나 과연 능통한 영어를 요구하는 곳이 얼마나 될까?
지금 우리나라 대학에 영문학과나 영어학과가 없는 대학이 있는가? 외고도 많다. 뿐만 아니라 앞서 말했듯이
유학생, 재외한국인, 모두 합치면 수 십만명은 된다. 영어가 필요하고 영어에 능통한 사람들은 그 사람들 중에
선택해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들을 잘 교육하면 우리가 요구하는 영어 인재는 충분하다. 모든 국민이 영어를 다
잘해야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허구며 모순이다.
영어를 제2의 국어로 쓰는 필리핀도 영어를 다 잘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민이 영어에 매달릴 필요가 있겠는가?
물론 영어를 잘 하면 좋다. 한마디를 하더라도 멋있게 정식으로 구사한다면 오죽 좋겠는가?
하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영어에만 매달릴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인가?
그렇지 않다. 치솟는 물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경제불황, 이미 곪을 대로 곪아 있는 우리의 경제는
이명박 대통령도 인정했듯이 최악의 상태다. 이런 싯점을 영어 하나로 타개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영어가 되었든 일어가 되었든 잘 하는 것은 좋겠지만 지금 우리는 영어에만 매달릴 수 없다.
가장 시급한 것은 언어가 아니라 기술이다. 사실 우리는 기술 하나로 먹고 살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좁아터진 땅덩어리에 인구는 많고 그렇다고 경제 인프라가 그렇게 잘 구축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만큼 살아 온 것은 기술 하나로 살아왔다고 나는 본다. 아니 또 하나가 있다면 성실이다.
하지만 이젠 좀 다르다. 성실과 얇팍한 기술만으로는 살 수 없다. 이미 한국과 중국의 기술 차이가 3.6년으로
좁혀졌다. 그런데 앞선 일본과 우리의 차이는 여전히 멀다. 이 말은 머지 않아, 우리가 일본을 따라 잡기 전에
중국이 우리를 따라 잡는다는 말이다.
잘 알겠지만 중국, 무서운 놈들이다. 우선 그들에게는 자원이 많다. 우리와는 상대도 안 될 만큼 넉넉하다.
우리가 중국을 깔보았던 것은 오직 기술하나였는데 이젠 그것마져도 바닥이 났다.이런 상황에서도
영어 타령만 할 것인가?
아주 쉽게 생각해 보자. 영어로 먹고 사는 것과 기술로 먹고 사는 것이 어느 분야가 더 많은 고용창출이
되는지를......그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일본이나 러시아 기타 나라에서도 여전히 기술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장기적인 설계를 하고 있는거다.
그 다음 영어만큼 중요한 것이 과학이다.
과학이야 말로 자원 없는 나라, 자본 없는 나라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이다. 비근한 예로
황우석 교수 사태를 보자. 지금이야 없던 일로 결말이 났지만......그의 연구가 가짜라는 판명이 나기 전에
과연 그를 어떻게 보았던가?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그에게 연구비를 주지 않았던가? 그것은 그 한 사람에게
부여된 가치가 수 조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 몇 명만 있으면 삼성전자나 현대 자동차 보다 더
좋은 경제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도 과학을 외면하겠는가?
그래 좋다, 영어를 열심히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영어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겠는가?
영어도 소중하고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선결되어야 할 것은 기술이며 과학교육이다.
기초과학은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어쩌다가 반도체 하나로 먹고 사는 우리인데 영어만이 살길이라고?
정말 어이 없다.
국가로부터 어마어마하게 지원을 받아가며 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하는 카이스트 학생들이
중도에 의대로 다시 가고, 머리 좋다고 하는 과학고 아이들이 서울대 의대로 몰리는 상황에서 영어만
잘 한다고 경제가 살아날까? 글쎄......명박이 대통령이야 나 보다 더 독똑하겠지만 글쎄, 영어만으로는
역부족일거다. 어느 한 가지만으로 살아날 경제나 국가 경쟁력이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되어야 할 것은
과학이며 기술이다. 그러므로 영어를 교육하되 과학과 기술 교육에도 그만한 무게를 두어야 한다.
대통령이 영어 교육에만 앞설 것이 아니라 기술과 과학 교육에도 그만큼의 비중을 둬야 한다.
첫댓글 영어 교사를 꿈으로 품고 있는 청년입니다. 저 또한 영어를 공부하고는 있지만 국가적으로 영어를 맹목적인 우상화하려는 움직임에 적지 않은 우려감이 듭니다. 과학과 기술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아무쪼록 거대한 양이아닌 실속있는 영어 교육이 실천되었으면하고 바램해 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무엇이든 골고루 먹읍시다. 영어, 기술, 과학만 먹지말고요. 그것만 먹는다면 그야말로 편식 아니겠습니까?
동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