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선도 사업의 대부 서재필 목사’

국민일보 수색지국 당시의 서재필 관장과 지국 직원들
제6화
새로운 도전과 또 다른 희생
“한 알의 밀알이 되다”
87년 4월,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서 관장은 모든 것을 용서해 주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불의한 자들(법조 브로커 윤 모 씨, 천당)의 계속되는 타협은 거부한다. 알량한 한줌의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피 묻은 그들의 돈이 지금까지의 삶을 지탱해 준 정신을 좀 먹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부와 명예, 두 자녀를 잃게 하고 서 관장을 벼랑 끝까지 밀어 붙었던 그들 두 사람은 청계천 세운상가의 이권을 두고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였다. 서로 서 관장의 힘을 빌려 상대를 치기 위해 계속해서 회유를 했다. 그런 회유에 마음을 줄 서 관장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증산동으로 이사한 서 관장에게 생소하지만 의미 있는 일이 찾아 왔다.
퇴원 후 여의도 순복음 교회를 다니며 최우수 구역장과 전도왕을 하던 그는 89년도에 국민일보 수색지국장으로 임명된다. 서 관장에서 서 지국장으로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한번 일에 몰두하면 혼신을 다하는 서 관장의 성품이 지국 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 지국장은 “6살, 7살이던 딸아이들이 아빠 일을 돕겠다고 배달을 하며 거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약속했습니다. 어느 누구 부럽지 않은 아빠가 되겠다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고사리 손으로 신문을 돌리고 “신문팔이”라는 놀림을 받으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모님 말씀에 순종하며 밝고 씩씩하게 자라났다.
이렇게 6년 동안 죽기 살기로 노력한 결과 수색지국은 두 번이나 전국 540여 지국 중 최우수 지국으로 선정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또 한 번의 희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94년도의 국민일보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지국들이 지대 연체가 증가하고 고질적인 장기 연체 지국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었다. 당시 국민일보 이경택 차장은 묘안을 찾아야 했다. 지대 연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그에게 서 지국장이 떠올랐다. 서 지국장의 수색지국은 전국 지국 중에서 모범적으로 운영이 되었던 곳이다.
그리고 서 지국장은 지국장들을 대신해서 본사에 의견을 제시하는 등 실질적인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이 차장이 찾는다.
“서 지국장님께서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주십시오”
진지한 이 차장의 제안은 쉽게 받아들일 사안이 아니었다. 전국 지국에 경각심을 주고 분발하게 할 희생양이 필요했던 이 차장이 서 지국장에게 지대 연체 지국을 대신해 해임을 제안하면서 “그렇게 해준다면 10년 안에 서 지국장님의 명예를 다시 회복 시켜드리겠습니다”라고 개인적인 약속을 했다.
서 지국장은 이 차장을 믿고 며칠을 기도하며 고심한 끝에 국민일보를 살리고 한 알의 밀알이 되기로 결심한다. 서 지국장은 당시 2,500여만 원에 이르는 권리금도 포기하고 함께 지국을 꾸려 나갔던 이정희 부장과 강정심 부장에게 수색지국과 상암지국 둘로 나눠 운영을 맡겼다.
1994년 4월 지국장 파면의 후폭풍은 거셌다.
교인들로 부터의 외면은 당연한 것이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다시 시작 되었지만 자신에게 또 다른 소명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텨 나갔다. 그리곤 국민일보로 부터의 명예 회복을 기다렸다.
지국의 고질적인 지대 연체는 일순간에 해결됐다. 잘 나가고 쉽게 보기 어려웠던 수색 지국이 정리 되었다는 소문은 전국 지국에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 차장은 지대 연체 문제를 해결한 후 부장으로 승진하게 된다. 그러나 서 지국장이 고대하던 명예 회복은 없었다.
“서 지국장님은 참 고마운 분입니다. 서 지국장님이 아니었으면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회사에 여러 차례 건의를 했음에도 서 지국장님의 실추된 명예와 수색지국을 회복시키지 못했습니다. 저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마음이 무척 괴로웠습니다.”
이 부장은 그 죄책감에 사표를 내고 미련 없이 국민일보를 떠나고 만다. 그 후 서 지국장을 피해왔던 이 부장은 16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서 지국장과 마주치게 되었지만 오히려 서 지국장으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받는다. 지금 두 사람은 당시를 회상하며 친분을 돈독히 쌓아가고 있다.
죽음의 순간에 큰 깨달음을 얻어 새 삶을 살아가는 서 지국장이기에 이 사건에서도 자신을 한 알의 밀알로 삼아 국민일보를 지키신 섭리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