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고 비 왔던 전날과 달리 다음날은 해가 쨍쨍했다. 살짝 더워졌나 싶어서 나가봤더니 계곡에서는 벌써 물놀이가 시작되고 있었다. 맑은 하늘에 계곡은 보기만 해도 시원해진다. 계곡에서 놀 때는 물이 갑자기 불어나 고립되거나 사고가 나지 않도록 안전한 곳에 텐트를 쳐야 될 것이다. 2호기도 발을 살짝 담가 줬다. 차가운가 보다. 맑은 공기에 하루를 잘 보낸 산하루 펜션 간판은 보너스로 한 컷. 연락처랑 숙박료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날짜마다 차이가 있는듯해서 직접 연락을 해보시는 게 확실할 듯하다. 펜션 사장님께서 근처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해 주신 삼성궁. 갤럭시나 무풍 에어컨 모아둔 전자랜드의 삼성이 아니고 환인 환웅 단군의 삼성을 뜻하는 곳이다. 펜션에서 30분 정도 운전했던 거 같다. 청학동 근처라 서당이 많이 있었다. 텔레비에서 자주 보는 훈장아저씨가 운영하는 서당도 매우 가까웠다. 자 그럼 삼성궁을 돌아보자. 입장료는 7천 원. 제법 비싸다. 입구에 나무 지팡이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필요하면 하나 가지고 올라가자. 물이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폭포는 보는 걸로도 시원했다. 사람들도 엄청 많았다. 한 명당 7천 원씩으로 보이니 주인아저씨가 겁나게 부러웠다. 폭포를 지나면서 거대한 돌무더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근데 계속 이런 돌무더기다. ㅎㅎ. 2호기를 아가띠해서 메고 물집에 염증 생긴 새끼발가락 때문에 슬리퍼 신고 마이씬 먹은 상태로 흙길 자갈길 올라가니 론서바이벌이 따로 없었다. 파슈튠왈리 정신으로 계속 올랐다. 저 돌굴을 지나서 좀 더 가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오르는 중에 화장실도 두 개 있었다. 파란 하늘을 찌르고 있는 돌탑. 이쪽 근처에서 1호기 뛰다가 자빠링해서 양쪽 무릎을 깨 먹어서 피 철철.... 진짜로 론서바이벌 촬영이 시작되었다. 가지고 있던 대일밴드 붙여주고 다독거려서 다시 길을 나섰다. 일부 구간 바닥이 미끄러우니 뛰지 말고 조심히 다니시길... 큼직한 호수가 나타났다. 낮에는 오래된 목선을 봐도 무섭지 않았지만. 밤에 혼자서 여길 온다면.... 저승사자가 쥐여주는 요단강 편도표을 받아 목선에 올라 물을 건너면 이승으로 다신 못 올듯한 무서움이 스쳐 지나간다. 석기시대 영화 촬영 세트장처럼 보인다. 울창한 숲에 흙길을 기대한다면 이곳은 아닐 듯. 나도 휴양림에나 가고 싶었는데 한번 와봤으니 다음에는 휴양림으로 꼭 갈 것이다. 양쪽 무릎 깨먹고 그래도 기념 촬영. 손바닥과 정강이도 긁어먹었다. 재생력이 좋아서 그런지 금방 딱지가 앉았다. 오르막은 괜찮은데 내리막을 특히 조심하자. 이 돌벽 길을 지나면 제일 멋진 경치가 펼쳐진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제일 멋졌던 거 같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반쯤 온 것이다. 내리막이 펼쳐지고 계속 공사하는 구간이 나왔다. 큰 창고 건물로 보이는 게 있던데 그게 삼성궁이었지 싶다. 지름길을 선택해서 내려왔다. 지름길을 선택하면 저기 뒤에 보이는 사람들이 오는 길만큼 돌지 않고 바로 내려갈 수 있다. 내려오는 길은 흙길에 아직 돌이 덜 발라져서 숲 속 산책하는 기분이 난다. 아기띠 메고서 무사히 임무를 완수했다. 삼성궁에 대한 설명은 따로 붙여 놓았다. 우스갯소리로 해운대나 광안리 같은 경치 좋은 곳 다 버리고 요즘이야 네비로 찾아온다지만 옛날에서는 gps도 없이 청학동 간다면서 걷다가 쭉 걷다보면 목포 유달산 나오고 했을 건데 꼭 이 깊은 곳에 이렇게 만들어야 됐나 싶기도 하다,,,, 모자란 생각에 옛날에도 해운대 쪽에 비해서 여기가 땅값이 싸서 온 건가 싶기도 하다. ㅋㅋㅋ. 여기까지 새끼발가락 심한 염증에 마이씬 먹어가며 힘들게 구경한 이야기였습니다. |
출처: 하치일의 맛있는 대한민국 / 맛있는 Cebu 원문보기 글쓴이: 하치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