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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제임스 성경 팩트 체크!
"킹제임스 성경이 만들어지고 400여 년을 지내오다가 1850년쯤에 와서 시내산 사본, 바티칸 사본 등이 발견됨에 따라 성경에 칼질을 하기 시작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하반절이 떨어져나간 것입니다."
참 대단한 분이지요! 어떻게 목회자도 아닌데 이런 것을 다 아실까요? 그러나 이것은 킹제임스 성경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의 견해와 일치합니다.
오래전, 제가 다른 두 분과 함께 킹제임스 성경을 추종하는 인천의 한 유명한 교수 겸 목사님과 만난 일이 있습니다. 그때 그 목사님이 성경 진리를 굉장히 강조하면서 방언과 은사들을 터부시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초면이지만 정면으로 "성경에 나오는 복음과 가르침만 진리냐? 방언과 예언과 기적들도 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그것들을 무시하고 터부시하면서 어찌 자신이 성경적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질타했습니다. 그 만남은 저에게 킹제임스 성경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다분히 교리적이고 진짜 성경적이지 않다는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저는 클라우드(David Cloud) 외 다수가 쓴 『칼빈주의 비평』이라는 매우 두꺼운 책을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 이상해서 자세히 살펴보니, 인천의 그 목사님이 첫 단락과 상당한 부분을 쓴 책이었습니다. 한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책을 출판하면서 왜 자기 이름을 감추고 외국인의 이름을 내세웁니까? 그래서 저는 책을 판매하려는 꼼수고 부정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분의 판단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만약 주저자가 그 목사님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책을 구입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덮었고 돈만 날린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책에서 개역개정 성경에 빠지고 없는 많은 구절들이 킹제임스 성경에 있다는 것을 읽었습니다. 그 순간, 잠시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왜냐하면 '만약에 킹제임스 성경이 옳고 개역 성경에 없는 구절이 많다면 ... 와~ 그러면 지금까지 평생을 개역 성경과 개역개정 성경을 가지고 성경연구를 했는는 판이 흔들리는 것 아니야? 만일 그렇다면 그동안 성경을 연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데 킹제임스 성경을 가지고 성경연구를 완전히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물밀듯 몰려왔습니다. 그러다가, 그 책 맨 뒤에 수록되어 있는 표를 보고 다시 안정을 찾았습니다.
※ 개역 성경에서 삭제된 구절들
1. 성경 구절: (마17:21) - 없음(개역 성경)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종류는 기도와 금식에 의하지 않고서는 나가지 아니하느니라, 하시니라.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
2. 성경 구절: (마18:11) - 없음(개역 성경), 사람의 아들은 잃어버린 것을 구원하려고 왔느니라.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
3. 성경 구절: (마23:14) - 없음(개역 성경),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 위선자들아, 너희에게 화가 있을지어다! 너희가 과부들의 집을 삼키고 위장하려고 길게 기도하니 그러므로 너희가 더 큰 정죄를 받으리라.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
4. 성경 구절: (막9:44) - 없음(개역 성경), 거기서는 그들의 벌레도 죽지 아니하고 불도 꺼지지 하나하느니라.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
5. 성경 구절: (막9:46) - 없음(개역 성경), 거기서는 그들의 벌레도 죽지 아니하고 불도 꺼지지 아니하느니라.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
6. 성경 구절: (막11:26) - 없음(개역 성경), 그러나 너희가 용서하지 아니하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범법들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 하시니라.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
7. 성경 구절: (막15:28) - 없음(개역 성경), 이로써, 그는 범법자들과 함께 계수되었도다, 하고 말하는 성경기록이 성취되었더라.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
8. 성경 구절:(눅17:36) - 없음(개역 성경), 두 남자가 들에 있을 터인데 하나는 붙잡혀가고 다른 하나는 남겨지리라, 하시니라.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
9. 성경 구절: (눅23:17) - 없음(개역 성경), (이는 그 명절이 되면 필히 발라도가 반드시 한 사람을 그들에게 놓아주어야 하기 때문이더라.)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
10. 성경 구절: (행8:37) - 없음(개역성경), 빌립이 이르되, 만일 그대가 마음을 다하여 믿으면 받을 수 있느니라, 하매 내시가 응답하여 이르되,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내가 믿노라, 하고는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
11. 성경 구절: (행15:34) - 없음(개역 성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라는 거기에 그대로 머무는 것을 기뻐하였으며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
12. 성경 구절: (행28:29) - 없음(개역 성경), 그가 이 말을 하매 유대인들이 떠나 자기들끼리 큰 논쟁을 벌이더라.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
13. 성경 구절: (롬16:24) - 없음(개역 성경),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너희 모두와 함께 있기를 원하노라. 아멘.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
14. 성경 구절: (요일5:6-7) - 6 ... 물과 피로 임하셨고 7 증거하는 이는 성령이시니 성령은 진리니라, 6 이분은 물과 피로 오신 분이시니 곧 예수 그리스도시니라. ... 증언하시는 분은 성령이시니 이는 성령께서 진리이시기 때문이라. 7 하늘에 증언하는 세 분이 계시니 곧 아버지와 말씀과 성령이시라. 또 이 세 분은 하나이시니라. (개역 성경은 7절을 빼고 원래 6절 전반부는 6절에, 후반부는 7절에 넣음.)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
표준새번역, 공동번역, NIV, NASB 등도 위의 구절들을 빼거나 또는 원래 없는 것처럼 괄호나 각주 처리함.
저는 이 표를 보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빠지고 없다는 구절들이 거의 다 다른 구절들에 있고 근처에 있는 구절을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성경에 나오는 복음과 진리를 옳게 이해하는 데 변수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킹제임스, 킹제임스" 하고 호들갑을 떠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한 구절 예외가 있었습니다. 삼위일체에 대한 요한일서 5장 7-8절이 그것입니다. 영어 흠정역(King James Version)은 이 구절을 이렇게 번역했습니다.
"하늘에 기록되어 있는 것이 셋인데, 이는 성부와 말씀과 성령이다: 그리고 이 셋은 하나이다. 그리고 땅에서 증거하고 있는 것이 셋인데, 이는 영과 물과 피이다."([NKJV]요일 5:7 For there are three that bear witness in heaven: the Father, the Word, and the Holy Spirit; and these three are one. 요일 5:8 And there are three that bear witness on earth: the Spirit, the water, and the blood; and these three agree as one.)
저는 과거에 이 구절들에 대한 주석을 읽고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성경 원본에 나오는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확성을 위해, 다시 모든 주석을 읽으며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주석가들이 이구동성을 킹제임스 성경에 나오는 내용이 원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첨가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스테핀 S. 스말리는 『WBC 요한 1, 2, 3서』 주석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비록 그 증거가 충분하지는 못하지만, 이 문단은 8세기 이전에는 이런 본문들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이 부분은 분명 제롬의 Vg(circa a.d.404)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 미미한 사본들의 증명이 Vg의 판본들에 약간 남아 있고, 또한 AV 안에 살아남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현대 번역자들은 이 단어들을 본문에서 빼내버린다.
어쨌거나 이 문단의 사상적 흐름을 방해하는 이 단락은 분명 써넣은 부분이다. 어쩌면 이 부분은 3세기와 4세기에 삼위일체 교리에 대해 이해하고 있던 사람들이 이 본문을 삼위일체적인 방식으로 설명하기 위해 시도한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로버트 야브루는 『BECNT 요한서신』 주석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5장 7-8절에서는 KJV가 번역한 헬라어 본문과 NIV가 번역한 NA 독법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 KJV에 추가된 자료는 고딕체로 표시했다.
'하늘에서 증언하는 이가 셋이니 아버지와 말씀과 성령이라. 이 셋은 하나이다. 또한 땅에서 증언하는 이가 셋이니, 성령과 물과 피라. 또한 이 셋은 하나로 일치한다.'
... 고딕으로 표시한 부분에 해당하는 헬라어 본문('요한의 코마'로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코마'는 '절(節)'을 가리키는 라틴어다[참고, 헬라어 '코마', '구절'])은 요한이 쓴 것이 아니다(Carson and Moo 2005: 682.) 이것들이 중요한 진리를 담고 있어도 원독법은 아니다."
또한, 캐런 H. 좁스는 『강해로 푸는 요한일·이·삼서』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성부, 성자, 성령의 세 인격의 참여를 삼위일체 교리로 인정하게 되자 라틴어 본문에는 나타나지만, 14세기 이전에 나온 헬라어 본문에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 삽입되었을 것이다. 곧, 오늘날 '요한의 콤마'(Johannine comma, 요한의 삽입 어구)로 알려진 글이 삽입되었을 것이다. ... 여기서 '요한의 콤마'는 5:7과 5:8 사이에 추가로 삽입된 어구이다. ... 요한이 추가로 삽입된 어구를 편지에 쓰지 않은 것은 거의 확실하지만, 요한의 본문은 성육신하신 아들의 지상 생애에 반영된 구원에 관한 신격의 연합과 인간의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성령의 지속적인 사역을 포착하는 해석을 대변한다."
마지막으로, 월터 카이저 외 다수가 쓴 『IVP 성경난제주석』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KJV를 읽는 이들은 NIV 및 다른 현대 역본에서 요한일서 5:7에 '하늘에서 증언하시는' 세 분 곧 '아버지와 말씀과 성령이 나오지 않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이렇게 생략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이 현대 역본들이 생략한 구절은 라틴어역 불가타의 후대 사본들에는 있으나, 초기 사본들에는 나오지 않는다. 또 헬라어 사본을 보아도 16세기 이전에는 그런 절이 나오지 않는다. 그 결과, 학자들은 한 목소리로 요한일서 원문에는 이 말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단 한 권 『현대성서주석 요한 1, 2, 3서』는 처음에는 요한이 개역개정처럼 썼다가 다시 킹제임스 성경에 나오는 것처럼 바꿨을 수도 있다는 희한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그 책의 저자 D.무디 스미스도 이것이 추가된 것이라는 것을 부정하진 못했습니다.
"서신의 내용이 교회에서 전승되면서 확실하게 추가된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본들은 좀 더 적절한 종결부를 만들기 위해 끝에 '아멘'을 추가하였다(5:21). 더 잘 알려진 '첨가는 5:7~8에 있는 이른바 '요한의 쉼표'('Johannine Comma')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뒤 이렇게 썼습니다.
"요한 1서의 문서사가 암시하는 바에 따르면, 본문에 대한 수정이 더 일찍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래 저자라면 이러한 수정을 가하는 데 있어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같은 편지를 각기 다른 경우에,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기 위해 조금씩 상황에 맞게 변화를 주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부딪친 몇몇 해석상의 어려움들은 그와 같은 과정을 반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안들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는 길은 없다."
그러나 이것은 추론일 뿐입니다. 또,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요한일서가 두 권이 되어버립니다. 현대성서주석은 신신학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이것은 신신학적인 성향이 농후한 주장입니다. 사람의 책은 제 책처럼 수정 보완이 있을 수 있지만, 전지하신 하나님의 말씀에 어떻게 수정 보완이 있을 수 있습니까? 이것은 성경의 절대적인 권위에 대한 경외심이 결여된 말이고 바른 것이 아닙니다.
또, 둘 다 요한이 쓴 것이라도 킹제임스 성경을 신봉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틀린 것이 됩니다. 왜냐하면 그들 중 심지어 킹제임스 성경만이 참 성경이고 나머지는 가짜 성경이라는 식의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는 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교부들이 삼위일체에 대한 이단과 싸우면서 이 구절들을 인용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데이비드 잭맨은 『BST 요한서신』 주석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그와 같은 본문 삽입을 반대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아마도 초대 교회 교부들 중에서 단 한 사람도 그 본문을 인용한 적이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만약 그 본문이 있었더라면, 교부들은 이단들과의 싸움에서 주저 없이 그 본문을 삼위일체에 대한 명확한 성경적 증거로서 제시했을 것이다."
또한, 스테핀 S. 스말리도 『WBC 요한 1, 2, 3서』 주석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이 단락에 대한 지식을 보여주는 성경 이외의 가장 오래된 저자는 스페인 이단 프리스킬리안(Priscillian, circa a.d. 385에 사망)인데, 그가 요한의 이 부분을 자신의 라틴어 책인 'Book of Apology'(Liber Apologeticus)에서 인용했을 때이다. 헬라어 교부들 중 그 누구도 이 단어들을 인용하지 않았다."
이는 킹제임스 성경에 나온 내용이 성경 본래의 내용이 아니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저는 킹제임스 성경을 지나치게 높이고 신봉하는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당시 제가 킹제임스 성경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혹 성령신학원 원장인 이동기 목사님은 더 아는 것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전화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주효했습니다. 이동기 목사님은 전에 박사과정 밟을 때 특별히 사본학을 배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킹제임스 성경에 대해 줄줄이 설명하기에 듣다가 정리해서 저에게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다음은 이동기 목사님이 정리해서 저에게 보내준 글입니다.
♣ 킹제임스 성경의 모판이 된 비잔틴 사본들에 대한 사본학적 입장
성경 원문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성경의 기록은 당시 파피루스나 양피지에 기록되었는데, 이러한 재질은 시간이 지나면서 낡고 소멸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경을 보존하고 전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많은 필사본들이 생겨났습니다. 즉, 필사본들이 성경 원문을 베끼면서 수많은 사본이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필사자들이 사람이기에 실수도 발생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당대에 어려워 보이는 표현들을 고치고 개선하기도 하면서 사본들이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사본학의 필요성이 대두되는데 사본학은 사본학적인 원리와 규칙에 따라 여러 사본들을 정밀하게 비교하면서 원문을 복원하는 학문입니다.
1. 비잔틴 사본의 역사적 배경과 사본학적 입장
사본학에 무지한 일부 사람들은 킹제임스 성경의 근거가 된 비잔틴 사본들(공인 본문, 또는 다수 본문)이 신약의 사본들 중에 가장 많기 때문에 권위가 있고 가장 옳다고 주장합니다. 오늘날까지 보존된 신약 사본 중에 대부분이 비잔틴 사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본 학자들은 사본의 숫자가 아니라 사본의 질이 중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왜냐하면 사본의 보존은 역사적 상황에 따라 변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초대교회의 사본들은 로마의 핍박으로 많이 유실되었습니다. 특히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안(Diocletian)이 성경을 불태우도록 명하여 이때 강제 수거된 많은 초기 사본들이 파괴되었습니다. 그리고 7세기에는 이슬람 세력의 확장으로 북아프리카, 이집트, 팔레스타인, 시리아와 메소포타미아 등지에서의 기독교 쇠퇴로 사본이 적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반해 동로마의 비잔틴 지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1453년에 무너지기 전까지 외부의 방해 없이 성경의 필사가 활발할 수 있었기 때문에 비잔틴 사본들이 다수가 된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또, 1453년 동로마가 망하면서 유럽으로 넘어온 학자들이 이러한 필사본들을 가져왔습니다. 이것은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가 입수해 공인 본문(혹 다수 본문)을 근거해 장삿속으로 급히 헬라어 성서를 출판했는데 영국의 킹제임스 역본은 바로 에라스무스의 성서를 영어로 번역한 것입니다(영국왕 제임스 1세의 명으로 1611년 번역본 출판).
이처럼 신약성경 사본의 필사오 보존은 통계학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급변하는 역사의 비정상적 상황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신약 사본학에서는 사본의 다수성을 원문성의 증거로 사요할 수 없다고 봅니다. 20세기 사본 학자들은 사본의 양보다는 질을 더 중요하게 판단합니다.
이러한 원칙 때문에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비잔틴 사본들의 권위가 무너지고 극소수인 고대 알렉산드리아 사본들[4세기 사본인 시내산 사본(א), 바티칸 사본(B)과 이들보다 오래된 주후 200년에서 3세기에 필사된 것으로 파피루스들인 P46, P66, P75 등]이 품질의 우수성을 표방할 수 있었습니다. 이 원칙은 '사본들은 저울질되어야 하며, 세어져서는 안 된다'라는 말로 압축됩니다.
2. 비잔틴 사본들보다 더 오래된 사본들
오래된 사본은 원본으로부터의 전승 기간이 짧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류를 덜 포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2-3세기의 파피루스들이나 4세기에 필사된 시내산 사본이나 바티칸 사본이 더 선호됩니다. 비잔틴 사본의 본문 유형은 후기 시대(5세기 이후)에 속해 있습니다. 물론 오래된 사본이라도 불량 사본일 수 있으므로 이러한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니이보다 사본들 안에 담긴 본문 유형들의 나이를 고려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고대 알렉산드리아 본문 유형은 시내산 사본과 바티칸 사본, 그리고 서방 본문 유형에 속하는 베자 사본과 라틴어 역본들이 그 가치를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사본학에서 원문을 복원하는 데 가장 강력한 외적 증거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않은 독립적인 본문 유형의 대표적 사본들이 모두 일치할 때입니다. 따라서 시내산 사본(א), 바티칸 사본(B), 베자 사본(D), 고대 라틴어 역본(it)이 서로 일치하는 경우 그것은 다중 증거를 받는 것으로서 성경 원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3. 로마서 8:1에 대한 사본학적인 판단
[개역개정] 롬 8:1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킹제임스] 롬 8:1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 있는 자들에게는 정죄함이 없나니 그들은 육신을 따라 걷지 아니하고 성령을 따라 걷느니라."
개역개정이나 새번역, 그리고 공동번역은 동일하지만, 킹제임스는 뒤에 "그들은 육신을 따라 걷지 아니하고 성령을 따라 걷느니라"가 덧붙여져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몇몇 사본들에는 그렇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느 것이 원문에 가까운 것인지 사본학적인 판단과 분별이 요구됩니다. 로마서 8장 1절에 관한 사본들의 독법은 다음 세 가지로 나뉩니다.
(1) "육신을 따라 행하지 않고", [사본: A D1 ψ 81. 365. 629]
(2) 위의 (1)에 첨가, "그러나 영을 따라" , [사본: a2 D2 33vid גכד]
(3) 첨가 없음(개역개정) [사본: a* B D* F G 6. 1506. 1739. 1881]
(1)의 독법만 기록된 경우는 대표적인 비잔틴 사본(A)을 비롯해 후대 서방 본문 유형(D1)과 비잔틴 일부 사본들이 지지합니다.
(2)는 비잔틴 사본, 즉 다수 사본과 후대 알렉산드리아 사본(a2D2)이 지지합니다.
(3)은 앞서 사본학적 증거에서 설명한 것처럼, 고대 알렉산드리아 본문 유형에 속하는 시내산 사본(a)과 바티칸 사본(B), 그리고 서방의 베자 사본(D)의 지지로 독립적인 본문 유형의 대표적인 사본들의 강력한 다중 증거를 보여주고 있씁니다. 게다가 4세기 교부 암브로시에스터의 글에 당시 성경에서 로마서 8장 1절을 인용한 것에서도 (3)의 독법을 지지합니다. 그러므로 외적인 증거는 (3)이 가장 원문에 가까운 독법(표현)으로 인정됩니다. 따라서 외적 증거는 개역개정(새번역, 공동번역)의 번역을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지금까지 외적 증거를 살펴보았고 이제 내적 증거를 살펴보겠습니다. 킹제임스가 따르는 비잔틴 사본은 로마서 8장 1절 뒤에 "그들은 육신을 따라 걷지 아니하고 성령을 따라 걷느니라"를 기록했습니다. 만일 이것은 원문이라면 필사자들이 이 문장을 제거할 이유가 없습니다. 원문을 보존해야 한다는 필사의 원칙에 의거해 합당한 설명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사본학의 '설명 가능성의 원리'에 반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3)의 독법이 원래의 원문이라면 (1)과 (2)는 다른 사본과 비교할 때 긴 표현을 선호하는 비잔틴 사본들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본들보다 더 긴 표현이 있다는 것은 필사자들이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기 위해 개선해서 필사한 것으로 설명됩니다. 즉 이해를 돕기 위해 1절에 4절의 표현("육신을 따르지 않고 그 영을 따라 행하는")을 첨가시킨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사본학에서는 더 짧은 표현이 원문에 가까운 것으로 봅니다. 거칠고 어려운 표현을 쉽게 부드럽게 풀어서 필사하는 것이 필사자들의 경향이기 때문입니다. 필사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조금 더 긴 표현을 짧게 표현해서 더 어렵게 만들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결론입니다. 사본학적 관점에서 외적 증거나 내적 증거 모두 킹제임스 번역을 반대합니다. 이런 이유로 영어 성경 중에서 킹제임스 외에 다른 영어 성경들은 개역개정과 동일하게 첨가된 부분들이 없습니다(찾아본 영어 성경들 참고, ASV, ESV, NAS, NAU, NET, NIV, NLT, NRS, RSV 등). 이런 배경에서 킹제임스 성경만이 진정한 성경이라 하고 다른 성경을 마귀 성경이라 주장하는 말씀보존학회의 주장은 극단적이고 사본학적 관점에서 뒷받침이 되지 않는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