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 중에]
자신이 속한 사파리 회사를 홍보하거나, 자신이 그린 그림, 탄자나이트라 불리는 보석, 마사이들의 장식품인 팔찌와 목걸이를 팔기 위해, 혹은 아프리칸 특유의 별 목적없이 건내는 느끼하고 다소 귀찮은 말들도, 뜨거운 날씨도, 쿠션이 다 닳아 엉덩이가 아픈 버스가 빈 좌석이 다 채워지기를 기다리느라 버스 정류장 주변만 한 시간 이상 맴돈다 하더라도, 견디어진다. 나는 지금 마음을 흔드는 여행 중에 있으므로ㅡ
그러나 이 뜨겁고 넉넉한 여행 중에도, 예상치 않은 일들은 일어난다. 일어났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잘 작동되던 디지털 카메라가 세렝게티의 대평원에서는 사진이 저장되지도, 지워지지도, 포맷되지도 않는다. 베이징 갔을 때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도둑 맞은 기억을 떠올리며 카메라를 만지작 만지작 거리다, 결국 가방 속에 완전히 넣어버렸다. 어차피, 무수한 동물들, 그 무수함에도 불구하고 빈 공간이 훨씬 더 많은 넓음이 주는 감동과 그 넓은 공간의 낮고 끝없는 수평선이 주는 평온, 밝고 맑은 봄의 빛깔을 띤 풀들, 그 사이사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희끗하고 부드러운 작은 꽃들, 선명하고 진한 한여름색의 나무들을 나는 카메라에 제대로 담을 재간이 없다.
[세렝게티, 5일간의 사파리 http://www.serengeti.org/]
고운 눈을 가진 드라이버 히메디,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 프레디, 독일에서 온 개구쟁이 올드맨 후버트, 프랑스에서 온 친절하고 쾌활한 엘라, 스위스에서 온 지적이고 까칠한 폴, 한국에서 온 잠탱이 쟁, 6명은 토요타의 랜드크루저에 식량과 탠트 등등을 싣고 4박 5일 세렝게티 일대를 달렸다.
아름다움을 소유하고 싶은 본능은, 찍지 못하는 나를 그리게 했다.
[캠프사이트, 4박]
고등학생 때 야영장에서 캠핑을 한 후, 처음이었다.
DIKDIK CAMPSITE, 2박 : 전기와는 멀지만 코끼리 혹은 사자와는 매우 가깝다. 폴은 탠트에서 혼자 자면 사자에게 잡아먹힌다며, 자기 탠트에서 자도 된다고 농담을 한다. 해가 지면 사자 때문에 화장실도 못가는 그 곳에서 실제로 사자의 울부짖음과 코끼리가 내는 소리를 들으며 곤히 잠들었다. 동트기 전 새벽, 탠트 속에서 그물창 너머로 북두칠성을 봤다. 고개를 들지 않고 그냥 돌리기만 해도 별을 볼 수가 있다. 평원이 만들어내는 시야각이 경이롭다.
SIMBA-A CAMPSITE, 1박 : 전기도 약간, 애매하게 더운 물도 약간, 높은 지대라 매우 춥다. 엘라는 동물들의 마른 똥을 피해 탠트를 치고 싶어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SUNBRIGHT CAMPSITE, 1박 : 코끼리와 사자로부터 멀어졌지만 전기와 매우 가깝다. 후버트 아저씨는 시원한 맥주가 있어서 좋아했고, 나는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할 수 있음을 감사해했다. Sony TV에선 박지성이 뛰고 있다.
[세렝게티에서 내가 보고 싶었던 동물 ; 기린, 얼룩말, 달리는 치타]
기린을 처음 보고, 하도 좋아서, 내가 얼마나 꽥꽥거렸는지! 한 두 마리를 보는 것도 신기했지만, 12마리의 기린 가족들이 한 줄로 서서 아프리칸답게 천천히 천천히 걸어가는 걸 보는 게 참 재미있었다.
나는 수백만마리라는 양을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내가 본 얼룩말들이 대략 수백만마리쯤 된다고 생각한다. 얼룩말은 말에 비해 너무 못생겼다. 머리는 크고 다리는 짧다. 그러나 그 희고 검은 무늬는 사람 기분을 묘하게 좋아지게 한다.
참을성이 필요하다. 그냥 치타가 아니라 달리는 치타가 보고 싶었다. 사파리의 넷째날, 달리는 치타를 봤다!! 토요타사의 랜드크루저는 치타를 따라 잡을 수 없었고, 어린 임팔라 역시 치타보다 빠르지 못했다. 치타 한 마리에 스무 대 이상의 사파리 차량들, 희고 큰 새들, 임팔라들, 그중 임팔라 한 마리가 유난히 오래도록 치타와 치타의 아침식사를 바라본다. 슬프게, 슬프게ㅡ 저 멀리서는 하이에나가 슬금슬금ㅡ
[마사이 스쿨]
세렝게티 국립공원 내에는 마사이가 살지 못하지만, 세렝게티를 오가는 길과 응고롱고로에서는 차를 잠시라도 세워두면 항상 마사이들이 튀어나온다. 내가 마사이 마을 입장료를 지불한건, 그들의 삶이 궁금해서라기 보다 그저 차에서 내려 좀 걷고 싶어서였다. 한 마사이의 집에 들어가서 소 열 마리당 한 명의 부인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사람 얼굴에 뻔뻔하게 너무 잘 앉아서는 좀처럼 달아나지 않는 파리들과 함께 듣는 것은 사실 힘들었다. 그러나, 마을의 제일 안쪽에 위치한 마사이의 학교는 참 매력적이었다. 나무 그늘 아래 32명의 작은 아이들이 종종종종 모여서, 쟁쟁쟁쟁 선생님의 말을 따라한다.
[2GB 메모리카드]
사파리의 마지막 날, 후버트가 자신의 핸드폰 심카드를 꺼내다가, 핸드폰 속에 있던 2GB의 메모리카드를 보구선, 머리를 굴린다. 후버트는 나에게 의사를 물은 후, 자신의 랩탑을 꺼내서 핸드폰 메모리 자료를 랩탑에 넘긴다. 그리고 랩탑에 들어있던 사파리 사진들을 메모리카드로 옮겨서 나에게 건낸다. 환하게 웃는 나를 보며 후버트는 당당하게 외친다. "나는 한국인을 기쁘게 한 사람이고, 한 한국인에게 영원히 기억될 사람이야!!"
후버트는 사진을 넘기며 나에게 인터넷에 올리지 말 것을 요구했다. 또 그의 사진들은 실제로 내가 본 것에 비해 시각적으로 많이 시시하지만, 내가 찍었다고 해도 마찬가지 였을거라는 걸 안다. 그의 사진들은 여행의 순간순간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며, 그의 재치와 친절은 나를 즐겁게 한다. 나는, 웃는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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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먹자ㅡ
소열마리에 마누라 하나 ㅋㅋ 아마존의 눈물에서는 생선 많이 잡으면 글타는데,예방주사 맞은 자리는 이제다 아물었겠어요,웰컴백~~
아, 맞다 주사 맞은 날 뵈었었죠ㅡ 다정하셔라 :) 감사를!!
우리 사파리 팀에 마사이의 생활을 안내해 준 기억할 수 없는 이름의 마사이는 아내가 한 명이래요ㅡ
아~ 너무 멋있으세요!!
정말 부럽네요
저두 꼭 경험해보고 싶은데 살면서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꺄아~ 정말 잼있었습니다!!
재미있으셨다니, 좋으네요 :) 고맙습니다ㅡ
돌아오셨네요..얖으론 아프리카의 계속적인 연작을 기대해도 되남요..
귀환을 축하드리고요
잠시동안 여독을 푸시느라 여념이 없을 것 같습니다,,
감사해요, 넵, 이야기는 남아있어요 :)
잘 다녀왔군요~ 방가방가~~ 아프리카의 사진을 고대하고 있었는데...잉~~~하지만 동화책같은 그림으로도 충분히 아프리카의 향기가 전해지는군요. 얼굴색도 살짝 그을렸을까??? 궁금~~^^*
아, 탄자니아 세렝게티 사진은 없지만, 메모리카드가 말썽을 피우기 전 에티오피아의 사진들과 사파리 마지막날 후버트에세 메모리카드를 받은 이후의 사진은 있어요. 차차 정리해서 올리려구요ㅡ / 얼굴색, 친구가 얼굴 보고는 원래 까마니까 뭐, 그러더니 손을 보더니 너무 많이 탔다고 하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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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인쇄 :)
환영파티, 하하 그 마음 감사합니다ㅡ 제가 오프에 출동하는 날이 환영파티 날 아니겠어요 :)
잘 다녀오셨죠?....얼굴이나 손이 좀 탔으면 뭐 어때요.......마음이 넓어지고 좋은 기억을 많이 품고 오셨을텐데......부럽네요.....나중에 사진 많이 더 보여주세요.....^-^
넵 잘 다녀왔구요, 피부가 타도 괜찮은거 맞아요 :)
더 꺼내고 싶은 사진이 아직 남아 있으니, 또 다시!!
와우~ 잘 다녀오셨군요. ^^ 무사귀환을 환영합니다..ㅎ 사진도 좋을 것 같지만 드로잉 좋네요. 아니..이거 초보가 아니자나~~ ㅎ간혹 숫자를 왜 옆에다 쓰셨는지....랑 ^ ^ ㅎ 그곳 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마구마구 궁금하네요.
미숙한 손이지만, 떨리는 마음, 저도 제가 그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two는 지브라가 두 마리가 있다는 의미, 굳이 쓸 필요가 없지만, 여러마리가 함께 있을때 무늬가 섞여서 몇 마리인지 혼돈되는게 재미있어서 :) / 32라는 숫자는 제가 아이들의 숫자를 세어봤더니 32명이길래 걍, 적었어요ㅡ
아프리카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세렝게티' 란 가수도 정작 가보지 못했다는 그곳!! 누나가 해냈네!!ㅋㅋㅋ
들어봐야겠어, 역시ㅡ
사진기 없이 다니니 스케치를 할 수 있군요. 이 대신 잇몸이라지만 잇몸이 더 좋을 수도 있지요. 일본 여행 후 내게 준 소실점이 보이던, 가로수가 죽 늘어섰던 길 스케치가 생각나요. 짧지만 강하게 유혹하는 기행문, 여행만큼 멋져요. 아, 기린, 보고 싶어라! 내 이름 가운데 자가 기린 <린>
그 스케치를 정작 저 자신은 잊어버렸네요 >_< 다음에 놀러가면 보여주세요, 몇월며칠의 그 카페와 함께ㅡ
음, 기린 보러 가요. 생전 처음으로 세렝게티의 대평원을 보며, 미래에 대한 욕심이 하나 생겨버려서, 당분간은 무리겠지만, 휴식이 필요한 때에 세렝게티 가요. 제가 거들면 아프리카도 움직일 만 하실거예요!! 상상해보세요, 맨하튼을 걸었던 것처럼, 세렝게티를 달리는, 상상ㅡ 눈 앞엔 당신 이름의 가운데 자를 이름으로 지닌 기묘한, 동물이!!
와!!! 진짜 대단하세요!! 진~짜진~짜 가보고싶은곳인데 너무너무 부럽습니다!ㅠㅠ 저도 언젠간 꼭 가고 말꺼에요!ㅋㅋ
드로잉은 완전 프로급이시네요!ㅎ 감동받았습니다ㅎㅎ
응 언젠가!!
프로급이라는 말에는 부끄럽지만, 어쨌거나 드로잉에 감동 받았다고 하니, 뻔뻔하게 기쁘다 :) 고마워!!
아~~~ 부럽.............ㅜ.ㅜ
...
인제서야 봤습니다. 쥐님 사진하고 그림만 잘 그리시는게 아니라 글도 잘 쓰시네요. 저까지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하는, 세렝게티를 묘사하는 글에 새삼스럽게 그런 마음이 듭니다. 오프에서 그 사진 볼 수 있는 행운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