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어떻게 났어?" 유치원생쯤만 되어도 곧잘 이런 질문을 해서 부모를 난처하게 만든다. 이러한 질문은 바로 자기 탄생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이럴 때 그저 "배꼽으로 나왔단다"라고 대부분 얼버무리기가 일쑤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이런데 배꼽 학설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이럴 때 우리는 "아직 몰라도 돼! 나중에 크면 알게 돼"라고 대답하고는 끝내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스스로 터득하도록 하든지 눈치채도록 내버려 두는게 오늘날 우리들의 현실이다.
이런 방식으로 생명 탄생의 대하여 터부시 한 결과 간혹 성적 비관으로 자살소동까지 버리게 된다. 사회의 모든 문제의 근원도 어쩌면 내 자신이 어떤 과정으로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즉 생명탄생의 신비를 모르는 데서 비롯되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온갖 역경과 어려움을 겪는데, 현대 과학이 그 과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만큼 복잡하다. 어쩌면 엄마 뱃속에서에 10개월 동안이 태어난 후 60년 아니 1백년인생 보다 더 파란만장한 인생 경로를 겪는다고 하면 지나친 편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오히려 그 이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생명의 탄생 과정은 그저 밀가루에 물을 조금 붓고 이리저리 이겨 주무르고 눌러서 만든 반죽을 펄펄 끓는 물에 대충 잡히는 대로 뜯어 넣어 삶는 수제비처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과학자들이 다 동원돼 각종 슈퍼 컴퓨터를 사용 한다고 해도 그 베일을 다 벗길수 없는 정말 신비스러운 과정이다. 이렇게 오묘하며 완벽한 설계에 의해 우리가 탄생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오늘날 매일같이 신문 사회면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살인 강도 등과 같은 생명경시풍조의 사회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한 생명의 탄생은 한 마리의 정자와 한 개의 난자와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 한 번에 나오는 정자의 수는 약 3억 마리 정도 된다. 결국 이 중에서 최종 한 마리만이 생명으로 발전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상식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 왜 그렇게 많은 정자가 만들어지는가? 누구나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얻지 못하고 있다.
최근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생물학자 로빈 베이커와 마크 벨리 박사는 많은 정자들이 동료 정자가 성공을 거두도록 가미가제식 특공작전을 수행하기 때문이라는 재미있는 학설을 제시했다. 이들의 학설에 따르면 각 정자들이 개개적으로 경쟁 하는게 아니라 고도의 팀워크를 이뤄 마치 콘크리트의 철근처럼 얼기설기 엉켜 난자 주위에 장벽을 만들어 선택되지 못한 정자의 침입을 맞고 정자 머리부에 장착되어 있는 효소를 발사해서 다른 정자를 파괴하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수의 정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설명이다.
사실 정자의 구조를 면밀히 관찰해 보면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즉 개체의 특성을 나타내는 각종 유전정보를 함유하고 있는 머리 부분과 용수철 모양으로 되어 있는 꼬리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특히 머리 부분 끝부분에는 난자 벽을 뚫고 들어갈 때 난자 벽을 용해 시킬 수 있는 효소를 갖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정자를 "화학무기 탄두를 장착하고 인공지능을 갖춘 가공할만한 초현대적인 0.006mm짜리 미사일"이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사실 전자현미경으로 정자의 미세구조를 살펴보아도 아직 그 기능을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그 정교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성경 시편 139편 16절에서 기자는 "내 형질이 이루기 전에 주위에 눈이 보셨으며 나를 위하여 정한 날이 하나도 되기 전에 주의 책에 다 기록이 되었나이다" 라고 노래한다.
그림 1 한 마리에 정자가 1백만 대 1의 경쟁에서 드디어 난자 벽에 뚫고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들어간 즉시 난자 벽에 화학적 성분변화가 일어나 두꺼운 장벽이 형성돼 다른 정자는 일체 침입 하지 못한다.
그림2 건강한 남자의 경우 1초에 1천 마리 1년에 3백억 마리의 정자가 생산되지만 난자와 결합하는 것은 한 마리뿐이다.
그림 3 난자 주위를 확대한 모습. 1백여 마리의 정자가 난자 벽을 뚫고 들어가려 하고 있다.
그림4 정자 머리가 일단 난자 내벽으로 들어가게 되면 꼬리 부분은 잘려지게 된다.
그림 5 마치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인공위성처럼 방금 나팔관으로 배란 된 난자의 모습이다. 정자보다 약 9만 배가 크다.
이 말씀은 우리가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이미 예정된 선택된 것임을 시사 해주는 깊은 뜻이 담겨져 있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한 번에 수많은 정자가 생산되느냐 하는 의문도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바로 여기에 선택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생명의 존엄성과 귀중함도 갖게 되는게 아닐지. 물론 생리학적으로 또는 생화학적인 이유도 분명해지겠지만...
정자의 경우 1초에 1천마리 (1년에 300억 마리) 라는 경이적인 숫자가 생산되는 것 과는 달리 난자의 형성은 출생 전 7개월부터 시작되어 출생시 평생 사용할 난자 (정확하게는 난모세포) 약 2백만 개를 갖고 태어난다. 성의 성숙, 사춘기가 되면 약 40만 개로 줄어들고, 폐경기가 되어 배란이 중단될 때까지 한 달에 1개의 성숙한 난자를 배출하게 된다. 그러니까 실제 배란되는 숫자는 5백~ 1천개 정도 밖에 안 되며 이 중에서 생명으로 발전 하는 것은 2~3개라고 할때 1백만대 1의 높은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한달에 1개씩의 난자만 배출되며, 미성숙 난모 세포가 어떻게 성숙한 난자로 성장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를 진척시켜 어느정도는 그 베일이 벗겨졌지만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난자 형성 과정은 한마디로 호르몬이라는 화학 물질 의해서 조절 된다고 할 수 있다. 호르몬에 관한 학문을 내분비학이라 하며 이것은 생명과학의 매우 중요한 학문의 한 영역이다.
이 부분에 관해서 후에 이야기 하기로 하고 여기선 배란에 관련되는 호르몬에 관해서만 간략히 기술하기로 하자.
여자가 적당한시기 즉 사춘기에 이르게 되면 뇌의 시상하부에서 배출되는 GnRH라는 호르몬의 자극을 받아 뇌하수체에서 여포자극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이라는 성선자극호르몬의 분비되어 난포를 자극하게 되고, 난포에서는 에스트라디올(E2)이라는 스테로이드계 여성 호르몬이 분비된다.
호르몬은 대게 생체 내에 극미량으로 존재하면서 갖가지 생리 기능을 연출해 내는 특성을 갖는데 특히 E2라는 호르몬은 월경이 시작된 후 12~ 15일 경에 가장 많은 양이 분비되며 이 때 농도는 겨우 200 pg/ml(1pg=1조 분의 1g)로써 길이가 200m, 폭 100m, 깊이가 2m 나 되는 그 모습에 두 숟가락에 설탕을 풀었을 때의 농도와 같은 것이다. 올림픽 수영장의 크기가 5m × 25 미터 × 1.5m인 것을 감안할 때 이 호르몬의 농도가 어느 정도 미량인가는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없으면 여자는 여성 답지 못하고 턱에 수염이 날 수도 있고 남자와 같이 굵은 목소리를 내며 아기도 낳을 수 없게 된다. 정말 오며하기 이를데 없다. 이 호르몬이 방출되면 다시 시상하부와 뇌하수체를 자극, 여포자극호르몬 이라는 호르몬을 더 많이 분비케 한다. 이곳의 영향으로 난포파열이 일어나게 되어 난자가 나팔관 상부로 떨어진다. 이것을 우리는 배란이라고 한다.
만약 이와 같은 과정이 연속적으로 계속 일어난다면 끊임없이 난자가 배출되어 갖고 있던 난자를 한꺼번에 다 사용 해 버리는 일이 일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게 될까? 굳이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짐작이 갈 것이라 생각된다. 정상적으로 한 달 후에 또 다른 난자가 배란될 때까지 난포가 더 이상 성숙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배란후 난포의 벽은 붕괴돼 주름이 형성되고 황색을 띠는 황체가 생성된다.
여기서 프로제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때가 월경후 약 20일 경이다. 이 호르몬은 피드백작용으로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에 신호를 보내 난포발달을 촉진하는 성선자극호르몬을 더 이상 분비하지 못하도록 제어할 뿐만 아니라 자궁내막을 쟁기질하고 비료를 뿌려 씨앗인 수정란이 잘 착상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림 1 제1감수분열 직전의 수정란
그림2 20시간 후 2개로 분할된 세포
그림 3 8개의 세포로 분할된 모습
그림 4 활발하게 세포 분할하면서 수정막이 자궁벽에 착상 한다
그림 5 수정후 8일째쯤 (배반포라 함) 되는 배가 마치 달 착륙선처럼 사뿐히 내려앉은 모습의 착상과정
만약 수정이 일어나지 않으면 서서히 황체가 퇴축하면서 프로제스테론 분비도 줄어들게 돼 억제 피드백 작용이 풀려 다시 새로운 난포를 성숙시킴으로써 새로운 주기로 들어가게 된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은 누가 시켜서 되는 것이 아니고 하기 싫다고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이런 과정을 밟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불임이 된다는 것은 결국 이런 고도로 분화된 기계에 이상이 생길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시계의 복잡한 톱니바퀴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돌아가듯 어쩌면 이것보다 더 정교한 기계가 움직이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마디로 신비롭다는 말로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1백 년도 더 전에 사무엘 콜리지라는 시인이 "탄생의 앞선 9개월의 인생이 탄생 이후 70년의 인생보다도 훨씬 흥미롭고 위대한 일들로 채색 되어 있으리라"라고 상상의 노래를 했지만 고도로 발달된 현대의학에 의해 수정란이 어떤 모습으로 발달 변모해 가는지 밝혀짐으로써 수정에서 탄생까지의 38 주간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파란 넘치는 변화무쌍한 일의 연속으로 채색 되어 있음을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아들을 돌잔치 때 보고 세돌이 지난 요즈음에 보는 사람들은 "아이구 많이 컸구나! 이젠 몰라보겠는걸!" 하고 감탄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 간 키는 2배밖에 자라지 않았는데... 그러나 눈에 보이는 이 성장은 엄마의 뱃속에서 지내는 최초 2개월간의 변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사람은 어떤 과정과 모습을 거쳐 태어났을까? 이젠 결코 비밀이 아닌 비밀의 뚜껑을 열어 보자.
최후의 승리자가 된 정자가 난자에 골인 하는 순간부터 난자에는 바쁘고 놀라운 변화가 시작된다. 이와 같이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는 과정을 수정 이라한다. 그러나 질에 사정 된 정자가 어떻게 난관 팽대부의 난자까지 찾아가는지 그 기전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또한 이와 같은 수정의 과정은 종 특이성을 보이는데, 즉 토끼의 정자는 사람 난자의 외막투명대를 자연적으로 통과하지 못한다. 단 효소처리를 하거나 기계적으로 투명대를 제거하면 동물의 종에 따라 이종정자의 침입시 난자의 활성화가 일어나기도 하나 더 이상의 발달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바로 종의 특성을 유지하고 보존하려는 법칙이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하겠다. 만약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진화론이 옳다면 종간의 수정이 가능했을런지도 모른다.
오늘 날이 지구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이 존재한다. 초파리 종류만해도 600여 가지, 조개 종류도 256가지나 되며 사람도 60여 인종이나 되지만 초파리는 항상 초파리, 개는 개, 조개는 조개로 1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 종간의 번식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이 이종간의 번식이 일어난다면 매일 같이 새로운 종의 동물이 수 없이 생겨나서 그야말로 상상할 수도 없는 혼돈의 시대가 초래될 것이다. 야생동물을 자연상태로 내버려두면 자기 종 내에서 만 번식해가고 간혹 잡종이 생길 수 있으나 그 당대로 끝나고 더 번식을 못한다. 한 예로써 말과 당나귀는 서로 다른 종이지만 인공적으로 교배시켜 노새라는 잡종을 만들 수 있으나 요새는 번식력이 없다. 생물이 그 종류대로 처음부터 창조되었다는 성경 창세기의 말씀을 수정 현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의 수정란 크기는 모래알보다도 작고 문장 끝에 찍는 마침표보다도, 또한 바늘끝으로 찍은 자국보다도 작다. 그러나 이 속에는 결코 원숭이가 아닌 사람이 되게 하는 모든 정보가 입력 되어 있다는 것은 오늘날 분자생물학이 발달하면서 이미 명확히 밝혀진 사실이다. 눈썹은 항상 눈위에, 콧구멍은 머리위가 아닌 코에 한개가 아닌 두개, 손가락은 다섯 개씩 제위치에 생기게 하는 모든 정보가 이 작은 한 개의 수정란 속에 입력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제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컴퓨터의 칩 하나에 수만 자를 입력 시킬 수 있다고 현대과학이 자랑하고 있지만 육안으로 쉽게 볼 수 없는 작은 수정란 하나에는 수만 자가 아닌 수억권에 해당하는 아니 계산할 수 없을 만큼의 정보가 입력되어 있다니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