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리 성당 생명평화미사 이용훈 주교님 강론
오늘 이곳에 오셔서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무분별한 4대강 개발의 허구성을 심히 염려하시면서 최적의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기도와 희생을 바쳐주고 계시는 분들게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리며 하시는 모든 일에 주님께서 강복하여 주시기를 빕니다. 오늘 제1독서의 말씀은 우리에게 올바르지 않은 권력의 행사와 그로인한 무죄한 이들의 희생에 대한 내용입니다. 즉 아합왕이 소박하고 평범하게 도덕과 윤리를 성실히 지키며 살아가는 힘없는 서민 나붓의 포도밭, 유일하게 조상들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그 포도밭을 빼앗는 과정에서 우리는 권력의 횡포가 얼마나 무자비한지를 보았습니다. 가난한 자, 없는 자, 억압받는 자의 것을 빼앗아 권력가의 배를 채우려는 행태와 그의 허황된 욕망을 성취하기 위한 권모술수, 협잡, 사기, 불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았습니다. 우리는 사람의 목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오직 자신의 탐욕과 이익만을 채우려고 했던 아합왕과 주변인물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예언자들이 전하는 하느님의 가르침을 무시했던 아합왕의 죽음과, 그 왕의 측근에서 권력을 휘둘렀던 이제벨 왕후의 비참한 최후와 죽음, 그리고 아합왕의 후손들에게 내려진 끔찍한 재앙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안타깝고 비통한 과거의 역사는 오늘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교훈과 진실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 동안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는 전국의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를 중심으로 수도회 및 여러 환경단체와 연대하여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 사업의 부당성, 위법성과 비윤리성, 탈법적 행태를 고발하고 지적해 왔습니다. 또한 학계와 법조계, 타종교와의 긴밀한 협조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4대강 사업의 중지를 호소하여 왔습니다.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의 성직자들의 단식기도가 이 나라 도처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불교의 성직자인 문수스님은 자신의 몸을 불태우며 4대강 사업의 중지를 호소하며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바쳤습니다.
천주교회는 전국 여러 곳에서 미사와 기도, 순례, 음악회, 사진전,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한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천주교회와 성직자들의 정당한 행위를 대화와 소통, 홍보의 부족으로 일축하며, 4대강을 무자비하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지난 6.2 지방선거의 결과를 통하여 4대강 사업에 대하여 반대하는 국민의 의지와 소리를 듣고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4대강 사업을 지속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으니 선의의 국민들은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오늘 우리는 다시 한번 분명하게 하느님께서 가르치시는 자연보호와 환경에 대한 뜻과 정신을 표명하고자 합니다.
영적이고 신앙적 차원에서 4대강 사업의 중지를 요청합니다. 우리는 대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감탄하며,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 찬양과 감사의 마음을 일깨울 수 있기에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존하는 것은 지극히 영적이며 신앙적인 일일 뿐만 아니라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사항이라고 호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대자연을 통하여 드러나는 하느님의 모습을 후손들에게 올바로 전하기 위하여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의 중지를 요청합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2010년 평화의 날 메시지를 통하여 ‘교회는 창조주 하느님께서 모두에게 주신 선물인 땅과 물과 공기를 보호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류를 자멸에서 구해내기 위하여 공공생활에서 그 책임을 행사하는 것이 자신의 의미’라고 언급하신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은 정치에 참여하거나 간섭하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정착시키고, 모든 이의 선익을 담보하는 공동선 실현의 중대하고 본질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일련의 행위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기본적인 의무이며, 교회의 대사회적 예언직을 수행하는 일입니다. 동시에 이는 사회복음화의 한 부분이기도 하기에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사안입니다.
4대강 사업은 그 시작부터 국민들의 귀와 입을 막고 자행되었습니다. 홍수가 없는 곳에서 홍수를 방지하는 일이라고 광고하였고 오염된 윗물은 그대로 둔 채 아랫물을 깨끗이 하겠다는 수질개선을 내세웠고, 물의 사용량을 과도하게 계산하여 물부족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온갖 거짓된 홍보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6.2 지방선거를 통하여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국민의 의사를 분명하게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민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적 틀을 흔들고 부수는 행위입니다.
정부는 이미 4조원의 예산이 투입되었고 공정이 30%나 진척된 상황이라 되돌리기엔 때나 늦었다며 반성하지 않고 강행하려고 합니다.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토건 만능주의적 태도이며 비민주주의적인 궤변입니다. 강행할 경우 앞으로 투입될 국민의 혈세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며 예상되는 사회적, 정치적 대립과 갈등의 사회적 비용으로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잘못된 국책사업을 중도에 포기할 수 없으니 강행해야 한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전국가적 재앙과 피해를 부르게 될 것입니다. 현재 전문가, 학계, 시민단체, 종교계가 거세게 저항하고 있으며,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의견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당장 4대강 사업을 중지하고 전문가들과의 합의와 충분한 대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올바른 방향을 재정립해야 할 것입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우리나라에 풍성한 은혜를 베푸시어, 우리 국민들이, 모든 계층이 평화와 화해,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참 행복과 번영을 구가하며 살 수 있도록 주 성모님께 간절하게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