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서예의 입문에는 대개 먼저 글씨를 배움과 동시에 집필법(執筆法:붓 잡는법)을 겸하여 기본적인 운필법(運筆法)을 익힌다. 주로 예서(隸書)나 해서(楷書)로 시작하여 결구자법(結構字法:점획의 구성 방법)을 중심으로 일정기간 학습을 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 장법(章法)에 대하여는 특별히 배우지 못한 채 서예활동(작품)을 한다. 이후에 간혹 행서나 초서 등으로 나아가기도 하지만 행 초서로 진행하지 않으면 장법(章法)은 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예서나 해서,전서의 경우에는 일정한 자법(字法)에 따라 글씨를 정형화 된 지면에 쓰는 것이라 종이의 형태나 크기에 따라 글자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 외에 장법을 고려할 여지가 별로 없다. 하지만 행 초서로 작품을 쓸 때는 자법(字法)과 장법(章法)이 한층 다양하고 복잡하다. 한 글자의 점획간에도 호응(呼應)과 비수(肥瘦) 강약(强弱) 등 음양의 조화가 있고, 문장에도 필묵의 농담(濃淡)과 영송(迎送) 연면(延綿), 태세(太細)강약(强弱), 지속(遲速) 완급(緩急), 전절(轉折)과 굴신(屈伸) 등 파격(破格:險絶,參差)과 정격(正格:有情,悠然)을 오가며 생동감을 추구한다. 또한 소밀장단(疏密長短)으로 적절한 행간(行間)의 여백도 작품의 공간을 대비하는 주요한 구성요소로 인식하며 한폭의 그림을 스케치하듯 내용에 적합한 서체로 성죽(成竹:작품을 구상하고 계획함)해 보고, 정해진 공식은 없지만 몇가지 기피형상(봉요,학슬..)을 유의하며 선행글자의 형상에 따라 다음 글씨의 크기(강약..)와 모양을 정하고 선행 문장의 형태에 따라 다음 행의 자형(字形:體勢)과 여백을 조율해 가며 또한 전체적인 균형(首尾相應)도 생각하며 행필(行筆)하여야 한다. 마치 시문(詩文)에 특정한 운율이 있듯이, 문장마다 작가의 고유한 작곡으로 노래를 완성하듯 창작을 하는 것이 행 초서의 장법(章法)이다. 초서의 경우 특히 더 장법을 고려하여야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 이처럼 장법을 구현함에는 악보에 따라 노래하듯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듯 다양한 필법과 운필의 변화가 결합되어 있다. 초서작에는 가히 서법의 총합이라 할 다양한 필법(字法과 章法)이 어우러진 자유로운 창작으로 작가의 개성이 내재 한다. 일찌기 옥동선생(玉洞:李漵)은 '필결'(筆訣)에서 '서(書)의 근본은 역(易)으로 부터(書本於易)'라 하여 '만물은 변한다'는 역(易)의 원리를 서법(書法)에 적용하여 서법의 기본원리(陰陽)와 다양한 서론(書論)을 독창적으로 역설하였다. '서법자연'(書法自然)이라 해야 할 만큼 대자연의 원리를 필법(筆法)에 접목한 종합이론서로 서법(書法)의 역작이다. 모든 서예인의 필독서('옥동 필결')로 권장할 만하다. 고래(古來)로 초서에 능한 자는 많지 않았고 오늘날에는 행서(行書)를 쓰는 서예가 조차도 점점 더 줄어들어, 서예의 장법(章法)은 그 존재감마져 거의 사라져 버린 것 같아 참 애석한 일이다... <초우>
[출처] 서예의 장법(章法) 유감|작성자 현완직필 초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