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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워] 26
씬 1 고모의 가게 앞, 낮.
고모, 고모부(고개 숙이고 있는) 의자에 앉아있는.
고 모 : (하늘 보며) 오늘 볕이 참 좋으네. 따뜻한 게.. 나른하고..
여보, 우리언제 날잡아서 언니네 식구들하고 봄소풍 한번 가자. 김밥도 싸고,계란도 삶아서..
(고모부 보며) 어?
고모부 : (고개 숙이고 눈뜨고, 입가에 작게 미소 진) ...
고 모 : 여보, 내말 들었어?
고모부 : ...(고개 숙이고, 히죽이고 있는)
고 모 : (고모부의 얼굴에 제 얼굴을 들이대고 유심히 보다, 툭 치며) 자기 웃어?
고모부 : (미소짓고, 조금 놀란) 어?
고 모 : (어이없게 작게 웃으며) 아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재미나게 하길래, 사람 말도 못듣고 실실거려.
재밌는 일 있음 나도 같이 웃자. 혼자만웃지 말고.
고모부 : (어색하게 웃으며) 어..그게 ..엄마 생각했어.
고 모 : (맘 짠한) 어머니 생각?
고모부 : (작게 웃으며) 어....옛날에 나 어려서 엄마가 나 혼내던 생각을 하는데
이렇게 자꾸 실실 웃음이 나네..
고 모 : 칭찬을 들었던 때도 아니고, 혼났을 때 생각하면서 웃는 사람은 내보다 첨 보네.
고모부 : 우식아, 너 울엄마가 어려서 나한테 혼내면서 젤 많이 하던 욕이 뭐였는 줄 아니?
고 모 : 글세 뭐였을까? 썩을 놈? 아님 빌러먹을 놈?
고모부 : (웃음 띤 채) 아니, 이 천하에 잘될 놈.
고 모 : (어이없이 웃으며) 뭐?
고모부 : 내가 어려서 씻기를 정말 싫어했거든, 그래서 안씻을라고 엄마 피해서 동네방넬 뛰어다니면,
엄마가 빗자룰 들고 날쫓아다니며 그랬어. 야, 이천하에 잘될 놈아! 야, 이천하에 효자 될 놈아!
야, 이 돈이썩어날 만큼 벌어들일 놈아! 거기 서!
그럼 그 말들은 동네 사람들이 막 배를 잡고 웃고 그랬는데..
고 모 : 정말?
고모부 : 그럼, 정말이지... (하고, 맘 짠해지는) 울엄마가 건강하실 땐 참 유머가 있는 분이셨다. 강하고.
고 모 : (맘 짠해지는) 당신 내가 어머니한테 못해서 싫었지?
고모부 : (보면)
고 모 : 미안해. 그리고 당신 정말 효자였어. 어머니 당신 같은 아들 만나서 행복하셨을거야. 진짜로.
고모부 : (맘 짠해서, 농담처럼) 당연히 그러셨겠지, 솔직히 나 같은 아들이 하늘 아래 어딧냐?
고 모 : 맞어.
고모부 : 에이, 니가 그렇게 맞장구치니까 재미없다, 야.
그때, 손님 오고,
손 님 : 아저씨, 나 우유 좀 줘요.
고모부 : 네. (하고, 가게로 들어가는)
고 모 : (고모부 보며, 안쓰런)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니까, 저 사람이 왜 저렇게 안됐냐, 고아같이...
하긴 나이가 먹어도 부모 없음 고아지 뭐.
창가로 보면, 고모부 웃으며 손님에게 우유를 계산해주는.
씬 2 빈 아파트 안.
재수, 앞치마하고 대걸레질을 하며 핸드폰 받고 있는,
재 수 : (짜증스럽고, 어이없는) 민우형한테는 아직 전화못했어. 전활하긴했었지, 근데 전활 안받드라고.
(사이, 일하는 것 멈추고) 근데 꽃사슴형 솔직히 나는 민우형이랑 인철이형이 관계가 있다는 게
진짜 진짜 솔직히 안믿긴다. 내가 형을 못믿어서가 아니라..(귀찮은, 사이) 알았어, 내가 일하고
민우형 가게에 가볼게. 알았다니까, 나두 찝찝하니까, 가본다고, 알았다고요. (하고, 전화 끊고,
주머니에 핸드폰 넣고) 이 형두 성격 이상해. 일을 이렇게 끈질기게 하지.
그럼 성공을해두 벌써 했겠네. (하고, 대걸레질하다가, 멈추고, 핸드폰 꺼내 문자보내는)
인써트 - 문자내용.
민우형, 재수야. 밤에 가게로 갈게, 좀 보자.
재수, 문자 보내고, 일하는.
씬 3 마트 안.
미옥, 장부 보며 제인과 진우를 혼내고 있는,
미 옥 : (버럭) 니들 장사를 왜 이따위로 해?
제인, 진우 : ...
미 옥 : 야, 자식들아, 생태를 팔면 생태를 팔았다고 써놓고, 고등얼 팔았으면 고등얼 팔았다고,
가자밀 팔았음 가자밀 팔았다고 장부에 제대로써놔야 할거 가냐?
진 우 : 무슨 말이야, 다 그렇게 써 놨는데..
미 옥 : 그럼 이건 누가 썼어? (장부 보며) 13일은 생선 쫌만 팔았음, 14일은생선 많이 팔았음.
이건 누가 썼냐고?
제 인 : (웃으며) 그게, 언니 제가 썼는데, 제가 장부 정리가 첨이라, 잘 몰라가지고,
미 옥 : (어이없는, 소리치는) 너 그걸 변명이라고 하냐, 지금? 첨 해봐서, 모르면 진우한테든 나한테든
물어봐야 할거 아냐, 기집애야! 대체 넌 입 나뒀다 뭐하니,
입 나뒀다 모르는 거 안묻고 뭐하냐고, 어?
제 인 : (웃으며) 립스틱 발라요.
진 우 : (웃는)
미 옥 : (어이없는, 기운 빠지는)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니... 내가 졌다. 내가 졌어.
유 윈이다, 유 윈이야, 이 기집애야!
제 인 : (웃고) 청소할까요?
미 옥 : 하든지 말든지.. 니 맘대로 해! (하고, 장부 보는)
제 인 : (웃고, 비 잡으며) 참 근데 언니, 재수 요즘 어떻게 지내요?
미 옥 : (장부 보고, 옆에 과자 먹으며) 어떻게 지내긴 밥 먹고 잘 지내지.
제 인 : 인철이 오빠 문젠 어떻게 해결됐대요?
미 옥 : (보면) ?
제 인 : (순간 아차 싶은, 비질하며) 야, 참 드럽네, 여기. 왜 이렇게 드럽냐,여기가. 참 드럽네, 여기.
미 옥 : (제인 보다가, 진우 보며, 작게) 야, 김진우 내가 진심으로 충고하는데, 너 쟤 차버려,
쟤 아무래도 이상해, 야.
진 우 : (웃으며, 작게) 일해. (하고, 가고)
미 옥 : (제인 보고, 맘에 안들게 고개 젖고, 장부 보는)
제 인 : (비질하며, 미옥 보며) 큰일 날 뻔했네.. 휴. (하고, 일하고)
씬 4 미수의 집안.
사장, 미수를 걱정스레 보고 있는,
미수, 차를 가져와 사장 앞에 놓고 앉는,
미 수 : (안보고, 차 마시며, 차분한) 차 마셔요.
사 장 : (주머니에서 사직서 꺼내 놓으며) 나 출장간 사이에 내 책상 위에 이게 놓여있던데, 이게 뭐야?
미 수 : ..미안해, 선배. 나 쉬고 싶어.
사 장 : 임마, 쉬고 싶으면 쉬고 싶다고 말을 하면 되지, 사직설 왜 내!
미 수 : 잠깐 쉬고 싶으면 그러겠는데, 오래 쉬어야 할 거 같아서 그래.
사 장 : (답답한, 한숨쉬고, 사직서 찢는)
미 수 : 선배.
사 장 : 쉬고 싶음 일주일만 쉬어. 그리고, 다시 회사 나와.
그 다음에 니가 벌려놓은 일 다 처리하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
미 수 : (말꼬리 자르며) 내가 벌일 일은 선배 출장간 사이에 대충 정리했어요. 나머지 처리 못한 일은,
정현씨한테 인수인계 했고. 그래도 내가필요하다면, 내가 시간 나는 대로 회사 나가서,
사 장 : (일어나는)
미 수 : 선배.
사 장 : 내가 여기 올 땐 당장이라도 널 끌고 가야겠다는 맘으로 왔는데,
니얼굴 보니까 니가 힘든 거 같아서 못그러겠다. 일주일 후에 보자. (하고, 나가는)
미 수 : (답답한, 얼굴을 두 손으로 부비는)
그때, 엄마(반찬거리와 장가방 들고 오는) 들어오며.
엄 마 : 누구 안에 있어요?
미 수 : (그 소리에 엄마 보는)
엄 마 : 미수 있었구나.. 나는 문이 열려 있어서, 내가 집을 잘못 찾았나 싶었다야.
미 수 : (엄마 외면하는)
엄 마 : 근데 미수야, 너 이 시간에 왜 집에 있어? 회사 안가고?
미 수 : (안보고) 그냥. (하고, 일어나 침대로 가는)
엄 마 : (걱정스런, 손에 든 것 놓고, 침대로 가며) 미수야, 너 어디 아퍼?
씬 5 미수의 침대.
미수, 침대에 눕는, 엄마 옆에 와 앉으며,
엄 마 : (눈치보며, 걱정스런) 미수야?
미 수 : ... (안보고, 덤덤하게) 엄마 나 말하기 싫거든. 그러니까 말시키지마.
엄 마 : (눈치보며) 알았어. 말 안시킬게. 근데 엄마가 니 머리는 좀 짚어봐두 되지?
미 수 : ...
엄 마 : (미수의 머리 짚는) 열은 없는데.. 감기도 아닌 거 같고, 미수야, 너생리통 해?
미 수 : 아냐. (하고, 이불 뒤집어쓰는)
엄 마 : (걱정스런) 잠자고 싶은가보네.. 그럼 자야지... 미수야, 엄마 조용히일할게, 신경 쓰지 말고 자.
(하고, 이불 잘 덮어주고, 나가는)
미 수 : (이불 들추고, 천장보고, 눈가 붉어지는)
씬 6 미수의 주방.
엄마, 냉장고에 반찬 넣으며 미수의 침실 쪽 보며 걱정스런 혼잣말,
엄 마 : 쟤가 몸은 말라도 강단이 있는 앤데.. 왜 저런가... 인철이랑 싸웠나.. (하고, 일하는)
씬 7 인철의 회사, 밤.
인철, 창가를 보며 막막하게 있는.
인써트 - 회상.
25부에서 미수가 재식과 인철의 사진을 보고, 눈가 그렁한 채 넋이 나간 듯 앉아있던 모습.
현실.
인철, 창가 보다가 핸드폰 보고 미수에게 전화하려다 다시 놓는,
그때, 핸드폰 오는,
인철, 천천히 핸드폰 받는.
인 철 : 네.
엄 마 : (E) 인철이야, 나 미수엄마야.
인 철 : ?
씬 8 미수의 화장실.
엄마, 조심스레 핸드폰하며 화장실 문열고 들어오는.
엄 마 : 내가 일하는데 방해했지?
인 철 : (E) 아닙니다.
엄 마 : (쪼그려 앉으며, 문 쪽 보고) 내가 원래 일하는 사람한텐 전화를 잘안하는데...
이렇게 전활한 건 있잖아.. 내가 오늘 미수네 치워줄라고왔거든, 근데 미수가 회사도 안나가고
기분이 안좋아보여서.. 혹시, 인철이랑 미수가 다퉜나 싶어 가지고 ..
씬 9 인철의 회사.
인 철 : (막막한)
엄 마 : (E) 미수가 어디 아픈 거 같진 않은데, 통 얼굴빛이 안 밝아가지고..
인 철 : (맘 아픈, 가라앉은) ...
엄 마 : (E) 인철이, 내 말 들어?
인 철 : 네, 어머니.
씬 10 미수의 화장실 안.
엄 마 : (걱정스런) 내가 지레짐작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미수가 인철이 일 아니면 저렇게 안좋을 일이
없는데 싶어서... 내가 주제넘지, 두 사람문제에, 이렇게 전화까지 하고,
인 철 : (E) 아닙니다, 어머니.
엄 마 : 그렇게 말해주니, 내가 고마우네. 근데, 인철이랑 미수가 안싸웠으면 우리 미수가 왜 저럴까?
씬 11 인철의 회사.
인 철 : 어머니..
엄 마 : (E) 어, 말해.
인 철 : 저.. 미수 좀... 바꿔주시겠어요?
씬 12 미수의 화장실 안.
엄 마 : (사이, 밝게) 그래, 그럴래? 둘이 통화할래? 그래, 그래줘라, 좀. 연애하는 딸내미한테
에미가 무슨 필요야, 애인이 최고지. 그래 잠깐 있어봐, 내가 미수 바꿔줄게.
내가 실은 미수 무서워 갖고 걔 피해서화장실에서 전활 하고 있었거든. 그러니까 좀만 기다려.
인철이 전화왔다 그럼 미수 좋아하겠다. 좀만 기다려. (하고, 나가는)
씬 13 미수의 침대.
미수, 앉아있는,
엄마, 핸드폰 수화기를 손으로 가리고 핸드폰 미수에게 내밀며, 말하는.
엄 마 : 왜 인철이 전활 안받어? 어?
미 수 : ...
엄 마 : 받어 봐. 인철이가 너한테 할말 있대. 어서, 엄마 팔 떨어진다, 야.
미 수 : (작게 한숨쉬고, 핸드폰 받아, 전화기 닫아버리는)
엄 마 : ?!
미 수 : 집에 가요, 바래다줄게. (하고, 나가는)
엄 마 : (나간 미수 보며) 쏘가지도 참 못됐네, 정말.
(하고, 전화기 열어서, 받으며)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런 끊겼네.
씬 14 인철의 회사.
인철, 핸드폰을 보며 막막한.
씬 15 달리는 미수의 차안.
‘보고싶은 여인아’ 가 흐르는.
씬 16 달리는 미수의 차안.
엄 마 : (조수석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미 수 : (맘 아프게, 운전만 해서 가는)
엄 마 : (노래부르다, 미수 눈치보며, 작게 웃으며)
야, 라디오에서 이 노래듣기 힘든데 용케 이 노랠 듣는다, 그지, 미수야?
미 수 : ....
엄 마 : 미수야, 너 이 노래 좀 불러봐. 너두 이 노래 알잖어. 불러 봐봐, 어?
엄마 니가 부르는 거 듣고 싶은데, 어?
미 수 : (운전만 하는)
엄 마 : 미수야, 노래 좀 불러봐봐라. 어?
미 수 : 엄마, 나 지금 머리 아프거든. 라디오 끌게. (하고, 끄는)
엄 마 : 나 그 노래 좋아하는데...
그때, 미수의 핸드폰 오는.
엄 마 : 전화 오네.
미 수 : ...
엄 마 : 인철이 전환 거 같은데.. 전화 받어, 전화가 계속 울리잖어.
미 수 : (맘 아픈, 차를 한쪽에 거칠게 세우는)
씬 17 세워지는 미수의 차.
씬 18 차안.
엄마, 급정거하는 바람에 몸을 움찔하는, 미수 보며, 왜 이런가 싶은,
핸드폰 계속 울리고,
미수, 심호흡하고, 작심하고 전화 받는.
미 수 : 장인철씨, 잠깐만 있어요. (하고, 엄마에게) 엄마 여기 있어. (하고, 나가는)
엄 마 : (나가는 미수 보며, 이상한) 웬 장인철씨. 어고, 내 딸이지만, 무섭네.
아무리 싸웠다고 좋아하는 사람한테 남 대하듯, 씨, 씨하고.. 왜 저런대.
(하고, 미수를 무심한 눈으로 계속 쫓는, 걱정하는 눈빛은 아니다)
씬 19 차 밖.
미수, 차에서 좀 떨어져 엄마에게 등을 보이고 전화하는.
미 수 : (눈가 붉어져, 맘 아프지만, 짐짓 모질게 또박또박 말하는)
왜 자꾸전화해요? 나한테 무슨 말이 듣고 싶어서, 전화하는 거예요?
씬 20 인철의 집안.
인 철 : (눈가 붉어져, 가라앉은, 천천히 말하는) 너한테 듣고 싶은 말이 뭐냐구.. 그건 나두 몰라.
근데, 이렇게 아무 말 없이, 너랑 끝낼 순 없단 생각이 들어... 그래서, 전화 한 거야.
씬 21 차 밖.
미 수 : (맘 아프지만, 짐짓 모질게) 물론 나두 내 오빨 다치게 한 당신하고,
아무 일도 없단 듯 이렇게 끝내진 않을 거예요, 다만 지금은, 내가... 너무 힘들구 정리가 안돼서.
씬 22 인철의 집안.
인 철 : (눈가 그렁해, 말꼬리 자르며) 니가.. 정리할 건 아무것도 없어.. 넌 날원망만 하면 돼.
그러다, 그게 모자라면.. 날 욕하고, 그러다 또 그게 모자라면... 떠나면 돼.
씬 23 차 밖.
미 수 : (맘 아픈, 속상한) 지금.. 마지막에 뭐랬어? 내가.. 떠나면 된다 그랬어?
씬 24 인철의 집안.
인 철 : ....
씬 25 차 밖.
미 수 : (울지 않으려 애쓰며, 맘 아픈) 넌 참 쉽다. 그런 거야? 내가 떠나면되는 거야?
너 욕하다, 미워하다, 그러다 지치면, 나는 가면 되니? 그렇게 우리가 끝나면 다 되는 거니?
씬 26 인철의 집안.
인 철 : (맘 아픈, 가라앉은) 미수야.
씬 27 차 밖.
미 수 : (눈물 닦고, 크게 한숨쉬고) ..나, 지금 엄마랑 있어. 그래서 더는 말못해.
내가 그쪽 울지 않고 볼 수 있을 때, 그쪽 말대로 그쪽 욕하고미워하고, 끝낼 수 있을 때,
전화할게... 밥 잘 챙겨먹고, 있어. (하고, 전화 끊고, 맘 아픈, 눈물 닦는)
그때, 엄마 차에서 나오며, 걱정스런,
엄 마 : 미수야.
미 수 : (안보고, 눈가 닦고) 미안, 엄마. 가자. (하고, 차 타는)
엄 마 : (미수 걱정스런)
씬 28 인철의 집안.
인 철 : (전화기 내려놓고, 눈물 흐르는, 멍하니 있는)
씬 29 차안.
미수, 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는,
엄마, 미수 걱정스레 보며,
엄 마 : 둘이 많이 싸웠구나.
미 수 : 어.
엄 마 : 인철이가 잘못했어, 니가 잘못했어?
미 수 : ...
엄 마 : 니가 잘못했음 먼저 잘못했다 그러고,
인철이가 잘못했음 인철이보고 미안하다고 말하라 그러지. 왜 울어?
미 수 : ... (안보고) 엄마.
엄 마 : 어.
미 수 : 나 외국 가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엄 마 : 별안간 외국은 왜?
미 수 : ...
엄 마 : 일 때문에? 아님 인철이가 나가재?
미 수 : 그런 거 아니고, 혼자.. 그냥..
엄 마 : (가만 보다) 가지마.
미 수 : (보면)
엄 마 : 너 인철이랑 싸워서 그런 생각하는 거 같은데.. 그러면 안돼. 사람이싸울 일도 있고 그런 거지,
잘 지내다 한번 왁하고 싸웠다고 헤어질생각으로 어디 가고 그럼 돼? 안되지.
미 수 : (안보고, 맘 아픈) 용서가 안돼.
엄 마 : (답답한) 왜 인철이가 너 속이고 딴 여자 만났어?
미 수 : ..
엄 마 : 그럼 그 집에서 너보고 살라마라 뭐라 그래?
미 수 : ...
엄 마 : 말해봐봐, 왜 인철이가 자꾸 약속 같은 거 하고 안지켜?
미 수 : 아냐, 그런 거.
엄 마 : 이것도 저것도 아님 니들 사이에 용서 못할 큰일이 뭐 있어?
미 수 : ...
엄 마 : (답답한) 미수야, 세상에 용서 못할 일은 없어. 용설 안할라 그러니까, 그게 안되지,
용설 할라 그래봐, 왜 안돼, 그게. 되지.
(창가 보며,심드렁하게) 에우... 참 다들 왜 그렇게 헤어지고 만나는 걸 쉽게 생각하는지.. 에우..
미 수 : 가요. (하고, 운전해 가는)
엄 마 : (미수 보고, 걱정스런)
미 수 : ...
씬 30 엄마의 거실.
엄마, 앉아있고,
미옥, 영민의 다리를 배고 누워 있고,
영민, 미옥의 새치를 뽑고 있고,
민이, 한쪽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엄마, 과일을 먹으며 심드렁하게 두사람 보고,
미 옥 : (아무렇지 않게, 무심히 말하는) 별거 아닐 거예요, 걱정하지마.
연애할 땐 다들 그렇게 울고불고 하는 게 일이야. 약속시간 5분 10분만늦어도
이 사람이 날 사랑하는 게 거짓말이 아닐까 싶어서, 하늘이무너지는 거 같은 게 연애라구.
엄 마 : 그거야, 나두 알지, 근데 울어도 너무 많이 울드라고. 눈이 퉁퉁 붓게.
미 옥 : (작게 웃고) 그래도 전화 오니까, 받드래며?
엄 마 : 그거야, 그랬지.
미 옥 : (작게 웃고) 그럼 된 거야. 에우... 미수가 이번엔 아주 사랑을 해도제대로 하나보네. 다행이다.
엄 마 : 뭔 말이야?
미 옥 : 걔가 전에 그러드라고, 자긴 쿨한 사랑이 좋다고, 근데 그 말이 얼핏들으면 멋있는거 같은데
난 걱정되드라구. 사랑하면서 맨날 좋고, 쿨하고 멋있고 그럴 수만은 없잖어.
그런데 미수가 너무 그걸 바라는거 같아서... 근데, 엄마 말 듣고 나니까, 지두 가슴 아프게
사랑을 배우나 싶은 게 되려 안심이 돼, 나는. 사랑이 좋을 때도 있지만,
아플때도 있다는 걸 걔도 알아야 하거든. (순간) 아야! (하며, 일어나는)
영 민 : (미안한) 미안해요. 내가 검은 머릴 뽑았네.
미 옥 : (머리카락 잡으며) 어머, 이거 아까워서 어떡해. 어떡해. 나도 영민씨만큼 숱 없단 말이에요.
이거 아까워 어떡하냐? 풀로 붙일 수도 없고, 어떻게 이거!
영 민 : 어쩌냐, 미안해서.. 미옥씨,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
미 옥 : 미안하긴 해요?
영 민 : 그럼요.
엄 마 : (두 사람 하는 양을 조금 맘에 안들게 보는)
미 옥 : 정말 정말 미안하죠?
영 민 : 그럼 정말 미안하죠. 머리숱 없는 사람한텐 머리카락 한올이 천금같은건데..
미 옥 : 그럼 좋아요. 영민씨가 나한테 분명히 미안한 짓을 한 거니까, 꿀밤한 대 맞아요.
영 민 : 엊저녁에도 설거지 깨끗이 못했다고 때려놓고 또 때려요?
미 옥 : 맞을 짓을 했음 맞아야죠?
영 민 : 알았어요. (하고, 머리를 대는)
미 옥 : 민이야, 이리 와서 아빠 이마 좀 까.
민 이 : 어. (하고, 영민 뒤로 가서 영민의 이마가 잘 보이게 머리를 올리는)
영 민 : 민이야. 아빠 그러면 아픈데, 머리 좀 내려라.
미 옥 : 민이 너 엄마 말 들어야 하는 거 알지?
민 이 : 어.
영 민 : 두 모녀가 맨날 한편 되가지고 날 때리고 밉다, 정말. 어머니 제가 이러고 삽니다.
엄 마 : (부럽고, 조금은 샘 나, 세 사람을 보는)
미 옥 : 조용, 조용. 맞을 땐 조용해야죠. (하고, 손가락에 입김을 후후 분 다음 꿀밤을 때리는)
영 민 : 어우! (하며, 몸을 뒹굴며, 아파하고)
미 옥 : 오호호호.. (하며, 발을 구르며, 좋아하는)
민 이 : (웃고)
엄 마 : (그런 세 사람을 보며, 심드렁하게 혼잣말하는) 재미나게들도 노네.
(하고, 엄마의 방으로 들어가는)
민 이 : (엄마의 방 쪽에 대고) 할머니 왜 방에 가.
영 민 : 미옥씨, 어머니가 화나셨나봐요, 우리끼리만 놀아가지고..
미 옥 : (어이없이 웃으며) 진짜.. 내가... 잠깐만 있어요. (하고, 엄마 방에 들어가는)
영 민 : (미안한) ..
씬 31 엄마의 방안.
엄마, 방에 앉아있는,
미옥, 들어와 앉으며.
미 옥 : 엄마 화났어? 말해봐, 화났어?
엄 마 : (보며) 니들 이제 놀라면 니들 방에 가서 놀아.
미 옥 : ?
엄 마 : 너는 어떻게 그렇게 생각이 없냐? 재수가 있든, 내가 있든 아무 상관없이 그저 지하고 싶은 대로.
내가 이핼할라고 아무리 그래도, 너좀 심해.
미 옥 : (엄마를 아이 보듯 보고, 웃으며) 그래? 내가 심해? 그럼 안 심하게할라면 어떻게 해야되나.
엄 마 : (보면)
미 옥 : 내가 엄마가 거실에 혼자 있어도, 안면 딱 까고,
영민씨랑 민이랑 내방에 들어가 문 딱 걸어 잠그고 그 안에서 히히닥거리면 되나?
엄 마 : 내 말은,
미 옥 : (말꼬리 자르며) 엄마 나는 엄마가 정말 편해. 그래서 엄마 앞에서이런 행동은 하지 않아야지,
저런 행동은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그렇게 잔머리 굴리고 싶지가 않어. 영민씨도 그렇다그러고.
엄 마 : (미안한) ..
미 옥 : 솔직히 좁은 집에 살면서 사위네, 장모네 하며 서로 어려워하다 보면 서로 거북하기만 하고
안편하잖어. 그냥 한 식구니까, 맘 편하게하고 싶은 대로 다들 그냥 그렇게 사는 게.. 좋지 않냐?
엄 마 : 그거야, 그런데...
미 옥 : (보면)
엄 마 : 자꾸... 니들끼리만 노는 거 같잖어, 나만 빼놓고. 나도 심심한데.
미 옥 : (귀엽다는 듯 웃으며, 엄마 안으며) 으이그, 그랬구나. 울엄마가 심심했구나. 안 놀아줘서.
(몸 떼고 보며) 그럼 말하지, 같이 놀자구.
엄 마 : 쪽 팔리잖어.
미 옥 : 쪽은 무슨, 식구끼리 ...(엄마 손잡아, 끌고) 나와. 같이 놀게.
엄 마 : (좋은) 화투치자.
미 옥 : 알았어, 근데 점 백이다. 점 십은 안친다.
엄 마 : (웃으며) 어. (하고, 일어나는)
미 옥 : (엄마 볼을 양손으로 잡고, 볼에 입맞추고) 으이고, 귀여워.
씬 32 거실.
엄마, 영민, 미옥 화투치는.
민이, 한쪽에서 자는,
엄마, 화투가 잘되는.
미 옥 : (화투치며) 이거를 하고, 요걸 먹으면.. 고도린데 (하고, 화투를 들어, 쪼는)
영 민 : 미옥씨, 지금도 점수 많은데 고도리까지 하면 심하죠.. 미옥씨, 고도린하지 마세요. 예?
엄 마 : 그래, 미옥아, 고도리까지 하면 심해. 지금도 십 점은 되누만.
미 옥 : (엄마 보고, 웃으며) 그지, 심하지.. 고도리까지 하는 건 근데 어쩌나.. 고도리 떴는데..
(하고, 화투치고, 좋은, 춤추듯) 울라 울라 울라.
영 민 : 너무 잘된다..
엄 마 : (실망스런)
미 옥 : 자 이제 스톱이다. 점수 셀 게, 잘 봐. (하고, 점수를 열심히 세는) 일, 이, 삼점에 홍단을 더하면
육인데.. 고도리도 했으니까.. 몇이냐. 이게 아이구, 내가 이렇게 점수가 많이 나고..
잠깐 육에 5를 더하면은십일점에.. 광도 있으니까...
영 민 : (엄마에게 귓속말하는) 어머니, 저 돔 좀 빌려주세요. 제가 아까 판에 완전히 개털이 되가지고..
엄 마 : (작게) 가만있어 봐봐. 내가 좋은 수가 있으니까.
영 민 : 무슨 수요?
엄 마 : 미옥이한테 배운 건데.. 이렇게 하는 거야. (하고, 담요를 확 뒤집는)
미 옥 : (황당하게 엄마 보고) 엄마?
엄 마 : 호호호.. 너한테 배웠지롱. (하며, 돈을 손에 집는)
미 옥 : 아우.. 정말.. (엄마에게 달려들며) 에이, 돈 내놔, 돈!
엄 마 : 싫어, 돈 없어.
영 민 : (웃으며) 어머니 미옥씨한테 절대 돈 뺏기지 마세요. 절대.
미옥, 엄마에게 ‘돈 줘, 돈’ 하며 돈 뺏으려하고, 엄마 ‘많이 땄잖어, 싫어’ 하며 안뺏기려 하는.
영 민 : (두 사람 보고, 웃으며, 박수치며) 이겨라, 우리 어머니 이겨라!
씬 33 엄마의 방안.
엄마, 전화기 들고 있는. 걱정스런,
미 수 : (E) 왜.. 전화했어, 안자고..
엄 마 : (걱정스런) 그냥 잠이 안와서.. 근데 너는 왜 안자고 전활받어, 자지?
씬 34 미수의 주방.
미수, 찻잔 앞에 놓고, 눈가 붉은 채 막막한.
미 수 : (걱정할까 싶어, 거짓말하는) 그냥.. 책 읽다가...
씬 35 엄마의 방안.
엄 마 : (조심스레, 안쓰러운) 미수야..언니가.. 그러는데, 연애할 땐 그렇게힘든게..원래 많다드라.
그러니까 ..그러려니 하고, 자, 어? ...아니면 미수야, 너 엄마한테 올래,
엄마가 니 등 토닥이 해줄게. 너 잘 때까지.
씬 36 미수의 주방.
미 수 : 싫어..그냥 여기서 잘래요...엄마 나 혼자 있고 싶거든, 전화 끊자..미안. 어, 끊을게.
(하고, 전화 끊고, 맘 아픈, 가만있는)
씬 37 엄마의 방안.
엄 마 : (전화기 내려놓고, 전화기 보며, 서글픈) 내가 해줄게 하나도 없네.
어째 그리 니들은 사랑이 힘이 드냐.. 에우.. 근데 우리 재수는 왜 안오나.
씬 38 통닭집밖.
민우, 손님에게 ‘또 오세요’ 하고 인사하고 안으로 들어가는.
씬 39 통닭집안.
재수, 앉아있고,
민우, 재수에게,
민 우 : 생맥주 한잔 줄까?
재 수 : 그럼 좋고.
민 우 : (맥주를 따라 가지고 와서 앉는)
재 수 : (맥주 마시고, 어려운) ...
민 우 : (안쓰러운, 미안한) 또 왜 왔냐?
재 수 : ...
민 우 : 또 전번처럼 무슨 화나는 일이 있어서 화풀이 할라고 왔냐?
재 수 : (생각 많은)
민 우 : 재수야. 내가 너한테 지금껏 말 한마디 곱게 안했지만, 나 진짜 너한테 많이 미안해하고 있다.
그러니까 부탁이다. 우리 그만 하자. 내가 너 보는 게 싫어서 이런 말하는 거 아냐.
그냥, 니 인생이 안됐어서...
재 수 : ...
민 우 : 니 형 하나 때문에..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이게 뭐냐.. 젊은 놈들인생이..
(작게 한숨쉬고, 재수 보는)
재 수 : 나도 ..그만하고 싶어, 형.
민 우 : (보면)
재 수 : 그래서 형 사고난 업소 일도 때려치고, 일자리도 바꾸고...그랬는데.
민 우 : 그랬는데, 또 뭐야?
재 수 : (보는)
민 우 : (보는)
재 수 : 형, 정말 한가지만 묻고.. 나 여기 다신 안올게.
민 우 : 몇 번을 말하니, 난 니가 뭘 묻든 대답할 말이 없어.
재 수 : (묻기가 두려운) 형...혹시, 장..인..철이라고 알어?
민 우 : (굳는) ?
재 수 : (민우를 물끄러미 보며, 가슴이 떨리는) 키가 한 백팔십정도.. 형만 하고, 몸집은.. 좋은 편이고..
머리색은 갈색인데.
민 우 : (일어나, 재수 안보고, 주방으로 가며) 몰라. (하며, 일하는) 나 문 닫아야 한다. 가라.
(일하는, 손끝이 떨리는)
재 수 : (민우를 물끄러미 보며, 눈가 붉어지는) 형..왜 손을 떠냐?
민 우 :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재수 안보고) 가, 어서.
재 수 : (눈가 그렁해, 기운 없는) 형.. 장인철 아는구나.
민 우 : (버럭, 재수 안보고) 가, 어서!
재 수 : (기운 없는, 맘 아픈, 가라앉은) 가라고만 하지말고.. 말해봐. 내가 찾던 사람이.. 장인철 맞어?
민 우 : ...
재 수 : (벌떡 일어나, 민우의 멱살을 잡고, 눈가 그렁해 보는)
민 우 : (맘 아프게 보는)
재 수 : (눈가 그렁해, 맘 아픈, 가라앉은) 내가 그 사람하고 아주 아주 친하거든.. 그래서 하는 말인데..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
민 우 : (눈가 그렁해 보는, 안쓰럽고, 맘 아픈)
재 수 : 내가.. 그 사람하고.. 정말 친해, 형. 그래서 형형하고 맨날 부르고 좋아하고...
내가 그 사람한테 물어볼까?
민 우 : (맘 아픈, 가라앉은) 인철이 잘못이 아니었어. 정말 인철이만 잘못한건 아니었어.
재 수 : (순간 이를 앙다물고, 맘 아퍼, 주먹으로 민우를 치는)
민 우 : (넘어져, 재수를 보면)
재 수 : (넋이 나간 듯한, 어쩔 줄을 모르겠는, 주먹을 털고, 가방 들고 나가는)
민 우 : ...
씬 40 거리.
재수, 눈가 그렁해 넋 놓고 터덜터덜 걷다가 한쪽 가로수에 기대는,
인써트 - 회상.
1, 14부 스키장에서 리프트 타며 미수와 웃던 인철.
2, 2부에서 미수가 재수 다치는 거 싫다고 하던 부분과 돈주며 웃던 부분.
3, 14부 스키장 카페에서 미수와 다정히 있던 인철.
4, 16부 일식집에서 인철을 보고 웃던 미수.
5, 1부 엔딩에서 식구들과 노래하며 웃던 미수.
현실.
재수, 가로수에 기대 주르륵 내려앉으며, 눈가 그렁해 멍한. 혼잣말처럼 하는.
재 수 : 미친 누나... 그런 놈을.. 미친 누나야.. 미친 누나야... 미친 누나.. 미친 누나. (눈감는)
씬 41 제인의 집, 전경.
진 우 : (E) 재수야, 니네 집에 가서 니가 시키는 대로 했다.
씬 42 제인의 집안.
재수, 누워 한쪽에 있는 지니 사진을 보고있고,
제인, 앉아 있고, 진우 들어와 웃옷 벗으며.
제 인 : 뭐라고?
진 우 : 뭐라고는. 재수가 시키는 대로 했지. 우리끼리 너희집에서 술 한잔하기로 했다고.
제 인 : 아줌마가 뭐라고 안해?
진 우 : 재수 몸 말랐는데 술 많이 마시게 하지말고, 넌 꼭 다른 방에서 재우라고 하시드라.
제 인 : 미옥이 언니?
진 우 : 길길이 뛰지, 외박하는 못된 버릇 들어서 큰일이라고. (재수에게) 야, 누나가 너 낼 꼭 일은
나가라고 하드라, 그리고 밤엔 반드시 들어오래, 안그럼 잡으러 온대.
재 수 : ....
진 우 : 재수야, 너 내말 듣냐?
재 수 : (누워, 지니 사진만 보며) 들었어.
진 우 : 근데 재수야, 너 왜 그러는 거냐? 술도 안마신 거 같고, 술 마실 생각도 없다며,
집엘 왜 안들어 가겠단 거야? 지니씨 보고싶어서 그래?
제 인 : 당근이지. 참 지니 오늘 나한테 전화 왔었다, 재수야.
진 우 : 뭐라구? (하다가, 재수 보며) 야, 너 지니씨 전화 왔다는데, 안궁금해, 뭐라고 전화 왔는지?
재 수 : (막막하게) ...나한테도 왔었어.. 거기 생활이 힘들다고 오고 싶다고...
진 우 : 그 말 뿐이야?
재 수 : 보고 싶다드라. 그래서 나두 그렇다고 했어.
제 인 : 걔네 엄마가 글세 지닐 법대에 다시 보낸다고 했다드라. 지니 법대싫어하잖아.
근데도 자식은 아빠랑 같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막무가내로 가라고 하나 보드라고.
그뿐이 아니라, 집 밖엔 나가지도 못하게 한 대. 어처구니없어, 정말.
야, 김재수 아무래도 지니네 엄만무슨 자식을 지 맘대로 하는 장난감으로 아는 거 같지 않냐?
(하고, 재수 보며) 야, 김재수 왜 암말 않고 가만있어, (발로 툭툭 치며)
내가 임마 지금 너한테 질문을 하잖어? 그럼 답을 해야지.
재 수 : (먹먹한) 제인아, 진우형..
제인, 진우 : 왜?
재 수 : 나...미치겠다. 나 미치겠어... (눈감는, 눈물 흐르는)
제인, 진우 : (걱정스런) 야, 너 울어? 왜 울어, 임마, 어?
재 수 : (눈감은 채 가만있는, 맘 아픈) 제인아.. 꽃사슴형이 인철이 형을 제대로 알아봤드라..
아니길 바랬는데, 정말 아니길 바랬.... (하고, 눈물흐르는)
제 인 : (먹먹한)
진 우 : (걱정스런, 제인에게) 무슨 소리야?
재 수 : (눈감고, 울지 않으려 애써도, 눈물나는)
F. O.
씬 43 인철의 동네, 낮.
미수, 차오고, 한쪽에 세워지고, 미수 차에서 내려 인철의 집 쪽 보고 잠시 생각하다가, 들어가는.
씬 44 인철의 집안.
인철, 문을 여는, 미수, 인철을 눈가 붉은 채, 담담해서 보는.
인 철 : (미수가 안쓰러운) 들어와.
미 수 : (거실로 가서, 소파에 앉는)
인 철 : (미수에게로 와서, 미수 안쓰럽게 보며)
오늘도 너한테 연락이 안오면 내가 찾아갈려고 했는데.. 왔네.
미 수 : ...
인 철 : (미수를 안쓰럽게 보는)
씬 45 아버지의 방안.
재건모, 청소하고 있는, 잠시 후 아버지 들어와서 앉는,
아버지 : 무슨 누무 청솔 너는 낮이나 밤이나 하냐?
재건모 : (웃으며) 청소가 내 취미잖어. 근데 당신 어디 갔다와?
아버지 : (주머니에서 서류 꺼내 보는)
재건모 : 그건 뭐야?
아버지 : (서류 보며) 미옥에미랑 서류 정리할라고.
재건모 : ?
아버지 : (서글프게 웃으며) 뭘 그렇게 놀래?
재건모 : 여보.. 그러지마. 형님이 원하지 않는데... 그리고 아직 미수, 재수 결혼도 안했잖어..
아버지 : 재수 결혼은 뭐 남자니까, 나 필요 없고.. 미수도 미옥이처럼 신랑 손잡고 식장 들어간다고
하고.. 미옥에민.. 사실 뭐 내가 안해줘서 그렇지, 해준다고만 하면 얼씨구나 할텐데, 뭐.
재건모 : 그래도,
아버지 : (말꼬리 끊으며, 어렵게) 재건아, 내가 말이다... 애들한테도 미옥에미한테도 이렇게 해주는 게
좋은 거 같애. 그리고 너한테도, 재건이한테도.
재건모 : 여보.
아버지 : (서글프게 웃으며) 내가 오늘 서류 떼고 바로 미옥에밀 찾아갈까 싶었는데..너한텐 미안하지만,
내가 선뜻 용기가 안나서... 그게 그렇잖냐? 그래도 나랑 삼십년 넘게 산 여잔데...
재건모 : 여보, 서둘지마. 그러다 괜히 미옥이 미수, 재수한테 오해사면 더 힘들어지잖아.
아버지 : 이제 걔들한테 오해 사는 건 두렵지도 않다. 그리고, 장담하는데, 걔들은 내가 지 엄마랑
이혼한다고 하면 오해는커녕 아마 춤추면서 좋아할 거다.
재건모 : 그건 모르지.
아버지 : (서글프게 웃으며) 재건아, 너 나 많이 늙어도 버리지 마라.
니가 나버리면 나 갈데 없는 거 알지?
재건모 : 쓸데없는 소리한다. 점심 차릴게, 쉬고 있어요. (하고, 나가는)
아버지 : (서류 보며, 서글픈 웃음 지으며) 참 내 이 종이 쪼가리가 뭐라고.. 이걸 법원에 갔다내면
이영자랑 나랑 사이가 끝나나.. 참.. (하고, 서류옆에 놓고, 눕는)
씬 46 마트 밖.
엄마, 앞서서 걷고, 제인, 뻘쭘하게 뒤쳐져 가는.
엄마, 벤치에 앉아, 제인 보며,
엄 마 : 이리와, 앉어.
제 인 : (답답한, 옆에 앉는)
엄 마 : (물끄러미 제인을 보는)
제 인 : (불편한, 엄마 눈치를 자꾸 보는)
엄 마 : (가만 보기만 하는)
제 인 : (답답한, 못참고, 엄마 보며) 아줌마, 전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거든요,
그러니까, 저한테 아무 것도 물어보지 마실래요, 네?
엄 마 : (물끄러미 보며) 내가 너한테 뭘 물어볼라고 하는지도 모르면서,
내가 그렇게 말하는 건 좀 이상하다, 야.
제 인 : 재수가 왜 집에 안가고 이틀씩이나 우리집에서 죽치고 있는지, 그거 물어보실라는 거잖아요?
엄 마 : (물끄러미 보며, 담담하게) ..재수, 왜 그런대니?
제 인 : 몰라요. 진짜, 저는.
엄 마 : 내가 재수가 이러는 게 첨이라 그래. 친구집에서 하루이틀 잘 수야있긴 하지만,
파출부회사도 안나가고.. 그래서 거기서도 전화가 오고.. 또 내 전화도 안받고...
너두 알지만, 재수가 그런 애가 아니잖어.
제 인 : (어려운)
엄 마 : 혹시.. 미국에 있는 지니가 맘 변했다디?
제 인 : ..
엄 마 : 그런 거야? 지니가 맘 변한 거야? 어?
그때, 미옥 오며,
미 옥 : 제인이 너 앞장 서!
엄마, 제인 : (미옥 보면)
미 옥 : (씩씩대며, 오고)
진 우 : (미옥의 뒤에서 오며) 누나, 누나... (하고, 미옥의 팔 잡는)
미 옥 : (팔 뿌리치며, 진우에게) 넌 가서 일해.
(하고, 제인에게) 제인이 너니네 집이 어딘지, 앞장 서, 재수 잡으러 가게.
제 인 : 언니..
미 옥 : 언니고 나발이고, 지금 나 재수 때문에 뚜껑 왕창 열렸어. 그러니까말시키지마.
이 자식이 말이야, 하루도 아니고 이틀씩이나 연락도 없이 어디서 집을 안와?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서 뿔난다드니, 이게 어디서 못된 버릇만 배워 가지고, 이 나쁜 놈의 자식!
제인이 너 내 손에 아작 안날라면 입 닫고 당장 앞장 서, 어서!
제 인 : (속상한, 어쩔 줄 모르겠는)
진 우 : 누나 그게 있잖아, 재수가 지금 힘들어.
엄 마 : (진우 보면)
미 옥 : (진우에게) 그 자식이가 힘들게 뭐 있어?
왜 그 자식이 파출부 며칠나갔다고 힘들어 못살겠다고 그러디?
진 우 : 그게 아니고.
미 옥 : 지랄들해, 정말, 이것들이.. 힘들면 집에 와 쳐자빠져 자면 되지, 집을왜 나가!
(크게 한숨쉬고) 나 바쁜 사람이야, 니들하고 긴말 할 시간없어, 제인이 너 앞장 서.
그리고 진운 넌 들어가 가게 보고. (하고, 엄마 보며) 엄만 집에 가 있어.
내가 재수 자식 끌고 집으로 갈테니까. (하고, 제인이 끌며) 넌 앞장서라니까, 뭐해! 기집애야!
제 인 : (끌며가며) 언니. 언니..
미 옥 : 이게 왜 이렇게 말을 안들어, 어서 앞장 안서? 어서 앞장서서 가, 어서! (하고, 끌고 가는)
제 인 : 언니... (하며, 끌려가고)
진 우 : 아참, 진짜로.. 누나.. (하며, 가고)
엄 마 : (걱정스런) 재수 얘가 왜 그런다냐, 진짜로... (하고, 가는)
씬 47 고모의 가게집안.
고모, 고모부 라면 먹는,
고모부, 라면을 급하게 먹고,
고모, 라면 먹다가 고모부 보며,
고 모 : 아, 좀 천천히 먹어, 체해.
고모부 : 빨리 먹고 가게 내려 가봐야지.
고 모 : 천천히 먹어도 5분이면 먹는데, 천천히 좀 먹어라, 좀!
고모부 : 너나 천천히 먹어. 난 가게 불안해서 빨리 먹고 내려가 볼라니까. (하고, 먹는)
고 모 : 에우, 진짜.. 성격두, 일 못해 환장한 사람처럼 왜 저래, 정말... (하고,라면 먹는)
그때, 엄마 들어서며.
엄 마 : 라면 먹어요?
고 모 : 언니 왔구나.
고모부 : 점심 드셨어요?
엄 마 : (쪼그려 앉으며) 아니, 나는 입맛이 없어서.. 어서들 먹어요.
고 모 : 그러지 말고 한 젓가락만 떠요. 나이 들어, 배곯으면 못써. 내가 젓갈 가져다 줄게.
(하고, 일어나려 하면)
엄 마 : (고모 팔 잡으며) 아니에요, 어서들 식사해요. 난 할머니 잠깐 보고갈 거니까.
(하고, 일어나려 하는)
고 모 : ?
고모부 : (이상한) 처남댁.
엄 마 : 네.
고 모 : 언니 무슨 말해, 우리 어머닐 보러오다니?
엄 마 : (순간 아차 싶은, 어색하게 웃고) 참.. 할머니 없지..
고모, 고무부 : (엄마 이상하게 보는)
엄 마 : 내가 가끔 깜박깜박 왜 이러나.. (하고, 고모 젓갈 집으며) 고모 나 라면 한 젓갈만 먹을게.
(하고, 라면 먹는)
고모, 고모부 : (엄마 보는) ?
엄 마 : 라면이 고들거리는 게 맛있네..
씬 48 제인의 집 앞.
제인, 문을 두드리는.
미옥, 그런 제인 보며, 화나는 것 참고 있는.
제 인 : (문 두드리며, 마지못해 억지로 부르는) 재수야.. 재수야...
미 옥 : ...
제 인 : 재수야.. 나야, 제인이.. 미옥이 언니랑 나 왔어.. 재수야, 문 열어.
미 옥 : 그만.
제 인 : (보면)
미 옥 : 문 따.
제 인 : 열쇠가...
미 옥 : (눈 부라리는)
제 인 : 언닌 참 눈도 크네요.. (속상한, 주머니 뒤져 열쇠 따고, 미옥 보며) 열렸어, 언니.
미 옥 : (제인 밀치고, 문 열고, 들어가는)
제 인 : (답답한, 하늘 보는)
씬 49 제인의 집안.
미옥, 신발 벗고 들어와 재수를 부르는.
미 옥 : (거실에서) 야, 김재수! 너 어딧어! (방 앞에 쳐진 커튼을 열고) 야,김재수!
인써트 - 방안.
아무도 없는.
미 옥 : 이게 정말... (하고, 커튼 그대로 놔두고, 화장실을 앞에 가서, 노크하며) 야, 김재수! 너 여깃니?
말해봐, 여깃어? 이게.. (하고, 열고 안을보고, 문 닫고, 조금 이상한) 이게 어디로 날렀어?
(하고, 밖으로 나가는)
씬 50 제인의 옥탑방 앞.
제인, 벽 난간에 서서 생각 많은데,
미옥, 문 열고 나와 제인 보며,
미 옥 : 야, 제인아.
제 인 : (돌아보면)
미 옥 : 재수 얘 방에 없는데, 어디 간 거니?
씬 51 인철의 집 앞.
재수, 인철의 집 앞으로 가다가, 순간 멈춰 서서, 미수의 차를 보는.
재수, 눈가 그렁해지며, 맘 아픈,
그때, 민우의 목소리 들리는.
민 우 : 재수야.
재 수 : (뒤돌아보는)
민 우 : ..
재 수 : ...
씬 52 인철의 집안, 거실.
미수, 소파에 앉아 눈가 그렁해 맘 아프게 앉아있는, 울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다.
인철, 차를 타서 미수의 앞에 놓고, 맞은 편 자리에 앉는.
인 철 : (미수를 눈가 붉은 채, 애써 담담하게 말하는) 마셔.
미 수 : (인철 안보고, 가만있는)
인 철 : (맘 아프게 보며) 마셔, 미수야.
미 수 : (고개 들어, 보는, 울지 않으려 애쓰며, 이를 앙다물고, 보는)
인 철 : (눈가 그렁해, 애써 담담하게) 보고.. 싶었다.
미 수 : (울지 않으려 애쓰며, 또박또박 짐짓 사무적으로 묻는 듯한) 누가 먼저 쳤어.
인 철 : (맘 아프게 보는)
미 수 : 우리 오빠가 먼저 쳤어, 그쪽이 먼저 쳤어.
인 철 : (미수의 눈만 안쓰럽게 보는)
미 수 : 대답해.
인 철 : (미수만 안쓰러운, 미수의 눈만 보며) 몰라. 기억이 안나.
미 수 : 기억해봐. 기억이 가물가물하면, 이를 악물고 기억할려고 해봐. 난 알아야겠으니까.
인 철 : (눈만 보며) 그게.. 중요해?
미 수 : 나는 중요해.
인 철 : (눈가 그렁해, 창가를 보는)
미 수 : 내 눈 피하지 말고, 나 봐.
인 철 : (보는, 미수가 안쓰런)
미 수 : 첨부터 다시 시작할게. 우리 오빠랑 싸운 이유가 뭐야? 친한 사이였다며?
근데 왜 그렇게 큰 싸움이 난 거야?
인 철 : (보는)
미 수 : 대답해.
인 철 : (눈가그렁해, 미수안보고, 담담하게, 천천히) 내가 재식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입학식 때였어.
그때부터 재식이랑 나.. 친구들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아주 친했어. 담배도 술도.. 같이 배우고..
선생님한테 혼날 일이 있어도 같이 혼나고...
미 수 : (울지 않으려 애쓰며, 인철을 보는)
인 철 : 그렇게 지내다 난 대학을 갔어. 재식인 못갔지. 그래도 우린 가끔 만났어.
서로 입장이 다르니까, 전처럼 친할 순 없었지만.. 난 재식이가 좋았어.
미 수 : ...
인 철 : 재식이가 사고난 업소....전엔 우리 아버지꺼였어. 재식인 그때 그일대 업소일을 봐주고있었는데,
어느날 내가 아버지 업소에서 고등학교 동창들이랑 술을 마시고 있는데 날 찾아왔드라고...
그리곤 우리 아버지업소를 자기가 맡게 해달라고 했어. 난 싫다고 했어.
친한친구가 주먹 쓰며 사는 게 싫어서.. 그래서 안해준다고 했는데.. 그러다.. 싸움이 난 거야.
미 수 : 누가 먼저 쳤어?
인 철 : (눈물 흐르는, 미수 안보고, 담담하게) 내가 먼저 ...쳤을 거야.
미 수 : 누가 더 많이 맞았어?
인 철 : 재식이가 ..더 많이 ..맞았을 거야.
미 수 : 왜 친구들만 형을 살고, 그쪽은 빠졌어.
인 철 : 아버지가... (눈감고) 변명이다. 내가 비겁했어.
미 수 :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어. 사실만 말해. 그쪽 아버지가 돈 써서, 그쪽만 형을 받지 않게 했다는
것 정도는, 당시에 사람들 말 들어서도 알고, 짐작을 해도 남음이 있으니까.
인 철 : (눈물 흐르는 채, 눈감고 가만있는) ...
미 수 : 그쪽 불면증있는 거, 희영씨하고 헤어진 거, 다 우리 오빠 때문이지.
인 철 : ....
미 수 : (맘 아픈) 말해. 그렇게 입 닫고 있지 말고.
인 철 : (눈감은 채, 맘 아픈, 가라앉은) 미수야, 부탁할게... 그만 하자.
미 수 : 아직도 그쪽 우리 오빠 일로 친구들한테 시달리지? 내가 전에 그쪽집 앞에서 본 사람,
우리 오빠 일하고 관계 있는 사람이었지?
인 철 : (눈떠서, 미수 안쓰럽게 보는) 미수야.
미 수 : (울음 참지 못하고, 옆에 있는 쿠션을 집어 던지며) 변명해!
인 철 : (맘 아프게 보는)
미 수 : (울먹이며, 인철 보며, 소리치는) 나를 위해서, 니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변명해!
울오빠만 맞은 게 아니었잖아! 너도 맞았잖아! 니가 때린 주먹에 우리오빠가 잘못된 게 아니라,
서로 실랑이하다 난 사고였잖아! 너도 지난 칠년간 아플 만큼 아팠잖아!
너도아플 만큼 아팠는데, 왜 그렇게 암말도 못해, 너는!
인 철 : (눈물 흐르는, 미수 안쓰럽게 보는) 미수야.
미 수 : (소리치는) 부탁이야, 실수라고 말해, 실수라고 말해!
인 철 : (미수 옆에 와, 미수를 안아주는)
미 수 : (소리치는) 제발 장인철 부탁이야! 실수라고 말해! 너도 아플 만큼아팠다고 말해!
우리 엄마가, 언니가 재수가 내가 힘들었던 만큼 제발 너두 힘들었다고, 변명해, 제발!
나는 너를 알잖아, 니가 어떤 사람인 줄 나는 알잖아! 내가 사랑에 눈멀어서 이러는 게 아니잖아,
나는 너를 아는데.. 장인철, 나를 위해서 제발 한번만 한번만 변명해주라, 자기야!
제발 나를 위해서 변명해! (하고, 엉엉 우는)
인 철 : (미수 안고, 막막한, 눈물만 흐르는)
그런 두 사람 한 화면에 보이는.
씬 53 카페 안.
재수, 눈가 그렁해 민우를 보고 있고,
민우, 맘 아프게 재수를 보고 있는.
재 수 : (눈가 붉어져, 맘 아픈, 넋 나간 듯 가라앉은) 그래서, 우리형이 먼저친 거니까,
나보고 장인철을 봐주라고?
민 우 : (눈가 붉어진, 맘 아픈) 재수야, 인철이 당할 만큼 당했어.
재 수 : 그 인간이 뭘 당하긴 뭘 당해? 빵에도 안갔는데?
민 우 : 그건 인철이 뜻이 아니었어. 걔네 아버지가 우겨서 어쩔 수 없이.
재 수 : (말꼬리 자르며, 맘 아픈 것 참고) 형은, 형은 형네 아버지가 시키면
그게 쥐약 먹는 일이래도 먹냐?
민 우 : 재수야.
재 수 : 형 인철이, 그 인간 변호사 같다? 왜 돈 받았어?
민 우 : 나도 한땐 너처럼 인철일 오해한 적이 있었어. 그런데 지금은.. 난 걔가 너무 안됐다.
나랑 같이 빵에 갔다온 친구들, 아직도 인철이 등골 빼먹고 살어.
재 수 : ...
민 우 : 재수야, 사고였어. 정말 어쩔 수 없는.. 인철이가 의도적으로 살의를 가지고 주먹으로 친 게
아니라, 달려드는 재식일 민다는 게 그만 그렇게,
재 수 : 그래도.
민 우 : ..
재 수 : 사람을 죽게 만든 건 잘못이야. 안그래, 형? (하고, 일어나 나가는)
민 우 : ....(맘 아픈, 가만있는)
씬 54 인철의 집 앞.
미수, 인철 나오는.
미수, 차 문 따고, 인철을 보며.
미 수 : (눈가 붉은 채) 들어가.
인 철 : (보는, 눈가 붉은 채, 가라앉은) 미수야, 나 혼자.. 떠나게 해줘. 부탁할게.
미 수 : (눈가 그렁해 보며, 따뜻하게) 아무 말도 하지말고.. 들어 가.
인 철 : 나 너 데리고, 못가.
미 수 : (잠시 인철을 보다가) ... 나.. 지금 피곤해, 집에 가서 잘래. 그러니까 그만 말해라.
인 철 : ...
미 수 : (맘 아프게, 인철의 손을 잡아주며) 오늘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자. 얼굴이 많이 안됐다.
인 철 : ...(맘 아픈, 눈가 그렁해 보는)
미 수 : 갈게. (하고, 차 타고, 가는)
인 철 : (가는 미수의 차를 물끄러미 보는)
미수의 차 가는 뒷모습 보여주고.
인철, 미수의 가는 차 보다가, 돌아서다 순간 굳는.
재수, 오다가 멈춰서서 느낌 이상해 고개 들어 보면, 인철이 서있는,
두사람, 그렇게 서로를 보고 있는.
재 수 : 내가 왜 왔는지, 알지?
인 철 : ..
재 수 : 따라와. (하고, 가고)
인 철 : (재수를 안쓰럽게 보다가, 따라가는)
씬 55 달리는 미수의 차안.
미수, 맘 아픈, 눈가 그렁해 가는.
씬 56 골목.
재수, 인철의 얼굴을 치는.
인철, 넘어지고, 입가에 피가 흐르는,
재수, 맘 아프지만 그런 인철을 일으켜 세워 보며, 눈가 그렁해 소리치는.
재 수 : 내가 너를 왜 때리냐, 지금! 내가 어제까지만 해도 너를 형이라고 불렀는데,
내가 지금 너를 왜 때리냐?!
인 철 : ...
재 수 : (주먹으로 치고) 말해봐! 내가 널 왜 때리는 거야! 말해봐? 내가 널.. 내 누나가,
내가 미치게 사랑하는 내 누나가 사랑하는 널 내가 지금 내가 왜 때리는지 말해봐! 말해봐!
(하고, 주먹으로 계속치는)
인 철 : (눈가 그렁해, 넋 놓고, 맞고만 있는)
재 수 : 말해봐, 말해봐, 말해봐! (하며, 계속 때리는)
시간경과.
인철(얼굴에 온통 피멍이 든, 넋 나간 듯 멍한 채 누워있고),
재수(눈물 흘리며 힘없이) 골목 벽에 기대 앉아있는.
재 수 : (눈물 흐르는, 짐짓 차분하게) 니가 아니었으면 했어, 정말.. 니가 아니었으면..
너 나한테 우리형이 어떤 형이었는 줄 알어? 아버지보다더 아버지 같은 사람이었던 거 모르지....
나는 글도 형한테 배우고, 숫자도 형한테 배우고... 그런 형이 어느 날 갑자기
친구 손에 맞아죽었다고 했을 때, 내 맘이 어땠는 줄.. 넌 아마 상상도 못할 거야.
인 철 : (눈가 그렁해, 하늘만 보는)
재 수 : 둘이 맨날 한방에 누워, 온갖 장난 다 치다가, 어느날 그 방에 나 혼자 누워있게 됐을 때,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너는 모를 거야, (인철을 보며) 그지?
인 철 : ...(넋 놓고, 누워있는)
재 수 : ...너를 찾아서 형이 맞은 만큼 반드시 패주겠다, 내가 얼마나 벼르고별렀는데...
그러면 시원하겠다, 기대하고 기대했었는데..
인 철 : ....
재 수 : ...우리 누나 ..모르게, 꺼져. (하고, 일어나는)
인 철 : 재수야.
재 수 : (보면)
인 철 : (넋 나간 듯, 하늘만 보며) 정신차리고.. 조심해 가라.
재 수 : (가만 보다가, 비틀거리며, 가는)
인 철 : ......
씬 57 미옥의 방안.
미옥, 침대에 앉아 눈가 붉어져 생각하는. 영민 그 뒤에서 안쓰럽게 미옥을 안고 있는.
민이, 자는.
미 옥 : (E) 확실해?
제 인 : (E) 네. 재수가 재식이형 사고 낸 민우형한테 직접 가서 확인했는데.. 맞다 그랬대요.
인철이오빠가 관련돼 있는 거.
미 옥 : (눈가 닦는)
영 민 : (눈가 그렁해, 다독이며) 미옥씨, 진정해요... 정신차리고 진정하자, 우리.
미 옥 : .....
씬 58 아파트 집 앞, 복도.
엄마, 난간에 서서 아무것도 모르고 혼자 중얼중얼 트롯을 부르며 있는, 그러다 복도 쪽 보며,
엄 마 : 미영이 엄마 뭐 사 가지고 와?
아줌마 : 왜 댁에 안들어가시고 여기 계세요?
엄 마 : 그게 우리 아들 기다리느라고, 근데, 뭐 샀어, 냄새가 구수하네.
아줌마 : (손에 든 봉지 들어 보이며) 미영이가 닭이 먹고 싶다 그래가지고. 튀김닭 좀 샀어요.
엄 마 : 어디서 샀어, 냄새가 너무 좋다.
아줌마 : 조아래 새로 생긴 닭집에서 샀는데, 그 집이 아주 잘하네요.
엄 마 : 어, 그래. 그럼 나두 우리 재수 오면 그 집에 가서, 닭 먹자 그래야겠다.
아줌마 : 그러세요. 그럼 전.. (하고, 들어가는)
엄 마 : (가는 아줌마 웃으며 보다가 하늘 보며, 다시 노래 흥얼거리다가, 복도 입구 쪽 보며, 환해지는)
재수야!
재 수 : (걸어오다가 멈춰 서서, 엄마 보는, 눈가 붉은, 가라앉은)
엄 마 : (재수 팔짱끼고,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말하는) 야, 너무 했다. 아무리 지니랑 통화가 안돼서
속상하다고 해도, 이틀씩이나 엄마한테 연락도 안하고, 집에 안들어오고.. 밉다, 야.
재 수 : ..(가려하면)
엄 마 : (잡아끌며) 안돼, 집에 가지마, 재수야.
재 수 : (보면)
엄 마 : 니네 누나 화났어. 너 지금 가면 혼나. 그러니까 엄마랑 조아래서 닭 먹고 누나 자면 들어가자,
어? (웃으며) 엄마가 사줄게. 어서.
재 수 : (엄마를 원망스레 보는)
엄 마 : (재수의 팔을 끌며, 조르듯) 빨리 가자, 야. 닭 집 문닫기 전에, 어, 어서, 재수야.
재 수 : (팔을 빼고, 엄마 보는, 맘 아픈)
엄 마 : (아무것도 모르고) 왜 그래? 엄마 팔 잡는 거 싫어? 그럼 엄마가 너 업고 갈까? 어?
어부바해줘, 어?
재 수 : (눈가 그렁해) 나 왜 났냐?
엄 마 : ?
재 수 : (맘 아픈) 말해봐, 날 이 개 같은 세상에 ..(소리치는) 날 왜 났냐? 왜 났어!
엄 마 : (멍하니, 재수를 보는)
재 수 : 내가 나달라고도 안했는데, 날 왜 났냐구! 왜?!
엄 마 : (눈가 붉어져, 눈치보며) 재수야.. 왜 그래? 너 엄마한테..
하는 엄마의 얼굴에서 엔딩.
미 옥 : (N) 상처를 주는 사람은 모르는 남이 아니라,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했든가.
우리자식들은 늘 엄마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늘 그렇게 모든 원망을 엄마에게 풀어내고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지쳐가고 있는지 까맣게 알지 못한 채.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