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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림산 산행記(09-14)
-전남보성군 웅치면, 회천면 일림山을 다녀와서-
철쭉꽃 축제가 시작되었다니 올봄도 막바지에 도달한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立夏)도 4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합천에 황매산, 남원의 바래峰 철쭉은 언제 다 구경한단 말인가?
가는 봄과 오는 여름이 서로 교차하기도전에 꽃은 피어있고, 피어있는 꽃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으리라.
바쁜 것은 덧없는 세월이요, 허무한 것은 부질없는 인생일 뿐이다.
신록의 계절이요,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이 시작되는 첫날이자 근로자의 날인 노동절이다.
노동절은 메이데이(May Day) 또는 워커스데이(Workers' Day)라고도하며.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무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국제적 휴일로서, 매년 5월 1일이다.
오늘 산행할 山은, 철쭉꽃으로 유명한 전남 보성군 웅치면과 회천면 사이에 있는 일림산(日林山)으로 높이는 664m이다.
철쭉꽃의 꽃말은 “사랑의 즐거움” 인데, 아름다운 신라 향가(鄕歌)에 얽힌 전설로-
신라 성덕왕 때 강릉 태수로 부임하는 순정公을 따라 임지로 동행하던 수로婦人은 인물이 절세미인이고
꽃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들 일행이 바닷가에서 쉬고 있었을 때 그 주위는 온통 바위가 병풍처럼 둘려 쳐있었다.
마침 철쭉꽃이 몇 길이나 되는 절벽위에 한창 피어 있는 것을 본 수로부인은 시종들을 보고
“누가 저 꽃을 꺾어 올 자 없느냐”고 물으니 아무도 하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때마침 소를 몰고 지나가던 한 노인이 그 말을 듣고, 꽃을 꺾어다 수로부인에게 바칠 때,
헌화가(獻花歌)의 가사도 함께 바쳤다 한다.
“부인이 나를 부끄러워 아니 한다면, 저 꽃을 꺾어다가 바치겠습니다.”
아름다운 여인의 말 한마디가 노인으로 하여금 험준한 절벽위의 꽃을 꺾어오게 했다는 것은
그 매력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하고 미워한다는 것은 모두가 사람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고,
나이의 많고 적음도 세월이 정하는 것은 아닐 터인데, 한번쯤 남몰래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인생을 정서적으로 윤택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철쭉 -나무이름은 걸음을 머뭇거리게 한다는 뜻의 “척촉(擲燭)”이 변해서 생긴 이름으로, 비슷한 나무로는,
잎 나기 전에 꽃이 피는 진달래와 흰색 꽃이 피는 흰 철쭉, 바소 모양으로 잎이 나며 자홍색 꽃이 피는 산철쭉,
일본이 原産으로 여러 품종이 개발되어 있는 영산홍, 한라산에서 자라는 참꽃나무가 있다.
철쭉은 진달래 과의 낙엽관목식물로. 분포지역은 한국, 중국, 우수리지역으로 주로 山地에서 자라며,
키 높이는 2∼5m정도, 꽃은 5월에 피고 연분홍색이다.
진달래를 먹을 수 있는 꽃이라 하여 ‘참꽃’이라 하지만, 철쭉은 먹을 수 없으므로 “개 꽃”이라한다.
오늘 산행코스는 한치고개에서 시작 -아미峰 -일림山 -골치재 -용추계곡 -용추폭포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약4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다.
회천면과 웅치면의 경계가 되는 한치에서 시작하는 등산길은 단조로운 편으로 능선은 완만하고 그렇게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계절이 교차하는 계절의 와중에서 오늘따라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가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철쭉은 아직 만개하지 못하고 머문 꽃이 많았으니, 우리가 너무 서둘러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가뭄 탓인지 꽃과 나무가 너무나 지쳐있었다.
산행路 주변에는 山竹이 말라 죽은 곳이 많았고,
어떤 곳에는 산죽을 이기고 한 뼘 위로 피어난 철쭉꽃이 대견해 보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땅따먹기로 잘살고 못사는 것을 가리지만, 나무는 하늘 따먹기로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데,
우리들은 그 살벌한 생존의 길을 즐겁다고 웃고 걸어간다.
일림산은 호남정맥이 제암산(779m)과 사자산(666m)을 거쳐 남해로 들어가기 직전에 불끈 솟은 山인데,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 또한 빼어났고, 北西쪽으로 사자산에서 제암山으로 뻗은 호남정맥을 비롯해
장흥 천관산(723m)과 멀리 무등산(1,187)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南東쪽 山 아래로는 득량만에서 율포해수욕장을 거쳐 장흥군 안양面 해안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와 보성만 일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보이는 기분좋은날이다.
보성군에서는 삼비산(664m)위치에 “일림山 표석과 제단”을 설치하고, 2001년부터 “일림山 철쭉제”를 열고 있는데,
안양사람들은 664봉을 삼비山으로 부른다.
일림山은 삼비山에서 북동쪽으로 1500m가량 떨어진 626,8m 峰이지만, 일림산에서 삼비산 화룡峰까지 이어지는
이 일대 18만평이 4월말에서 5월초까지 온산이 철쭉꽃으로 붉고 아름답게 물들고 있어 山 어디를 둘러보아도
天上화원으로 보이는 대 장관을 이루고 있다.
봉우리마다 분홍빛으로 얼룩진 모습이 어머니의 가슴처럼 아름다워 보는 이의 마음을 빼앗아 가버려,
두 번 이상 보아야 빼앗긴 마음을 되찾을 수 있다고 하니, 장흥, 보성군에서는 이 철쭉名山의 명칭을
“일림산”으로 통일해 부르기로 결정했다 한다.
일림산 자락에는 봉수대, 보성강 발원지, 수많은 전설을 간직한 용추폭포, 광활한 산철쭉군락지와 산죽, 억새밭 등이 있다.
山의 8부 능선에 형성된 무릎높이의 산죽 밭과 정상부근의 억새밭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제암山과 봉수대를 연결하는 등산로가 있었지만. 능력에 맞는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山아래 도강과 영천 마을에서는 서편제소리로 유명한 판소리 명창인 정응민 조상현등 명창들이 많이 배출되었는데.
서편제는 남성적판소리인 동편제와는 달리 한 맺힌 여성의소리가 특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山 일대에는 차밭이 많아 이곳에서 생산되는 녹차가 전국적으로 그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데,
보성은 우리나라 제일의 차(茶)의 명산지로, 활성山 기슭 봇재 일대에 1940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해,
현재 약 400ha의 다원에서 300t의 차를 생산, 우리나라 녹차생산량의 40%를 점하고 있으며,
매년 5월 초순에 다향제가 열리고 있다.
강우량이 많고 1년 내내 안개가 많이 끼어 습기가 많으며, 토심이 깊어 차나무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차 잎은 5∼6월에 따는데 곡우 절(4월20일경)이전에 딴 차를 “우전 차”라 하여 최상품으로 치고,
5월 중순까지 딴 차를 첫 물차, 6월 중순까지를 두 물차, 6월 하순까지 딴 차를 세 물차(막차)로 구분한다.
녹차(綠茶)는 발효시키지 않은 찻잎[茶葉]을 사용해서 만든 차로, 차의 잎을 藥用화한 것으로
각성작용, 이뇨작용, 해독작용, 소염작용, 살균작용 등에 효능이 있다.
녹차를 처음 생산하여 사용하기 시작한 곳은 중국과 인도이지만, 그 후 일본, 실론, 자바, 수마트라 등
아시아 각 지역으로 전파되었고, 오늘날에는 중국에 이어 일본이 최대 녹차 생산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차는 제조과정에서 발효여부에 따라 녹차, 홍차, 우룽차로 나뉘는데, 어떤 차를 제조하든 차나무의 잎을 원료로 사용한다.
새로 돋은 가지에서 딴 어린잎을 차 제조용으로 사용하며, 대개 5월, 7월, 8월의 3차례에 걸쳐 잎을 따는데,
5월에 딴 것이 가장 좋은 차가 된다.
차나무는 상록수로 비교적 따뜻하고 강우량이 많은 지역에서 잘 자란다.
녹차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딴 잎은 즉시 가열하여 산화효소를 파괴시켜 녹색을 그대로 유지하는 동시에,
수분을 증발시켜 잎을 흐늘흐늘하게 말기 좋은 상태로 말린다.
예전에는 사람이 가마솥에서 직접 잎을 손으로 비벼 말렸으며,
그 후 계속 가열하여 대부분의 수분을 제거하고 어느 정도 바삭바삭하게 만드는 수(手)작업이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증열기, 조유기(粗揉機), 유염기(揉捻機), 재건기(再乾機), 정유기(精揉機), 건조기 등을 사용하여
차를 제조하고 있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소나무그늘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22명의 회원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서 식사를 하게 된 것을 산행이사가 기분 좋은 일이라고 한마디 했다.
비록 개개인들이 싸온 도시락이지만 벌려 논 반찬을 보니까, 이건 두당 5만 원짜리 한정식이 무색할 지경이다.
보성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산행도 일찍 끝이 나서,
산행이사의 강력한 추천으로 보성군 벌교읍 회정里에 있는 태백산맥문학관을 관람하기로 했다.
소설(태백산맥)은 여순사건이 있었던 1948년 늦가을 벌교포구를 배경으로,
제석산자락에 자리 잡은 현부자네 제각부근에서부터 시작하여 빨치산 토벌작전이 끝나가던
1953년 늦은 가을 어느 날까지 우리민족이 겪었던 아픈 과거를 반추해 내고 있는 작품이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흔히 “민족사의 매몰시대” 또는 “현대사의 실종시대”라고 일컬어지는
여수·순천사건에서 6·25전쟁이 끝날 때까지의 약 5년 동안이다.
작가는 그동안 국내에서 금기시되어온 이 시기의 좌익 빨치산 문제를 민족의 불행한 역사의 출발점으로 보고,
당시의 시대적 혼란을 “이데올로기 대리전”이라는 상투적 관념으로 해석하는 대신 민족 내부의 “계층 간 갈등‘에서
원인과 결과의 맥락을 찾아 소설로 형상화했다.
특히 사건 자체에 얽매이지 않고 분단 상황에 놓인 각계각층의 인물群을 사실적으로 조명하는 등
민족의 수난사를 객관적으로 묘사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 작품이다.
전체4부 전10권으로 구성된 장편대하소설이다.
작가 조정래 선생은 1943년 전남 승주출생으로, 광주서중, 서울보성고, 동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 현대문학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1991년 단재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동국대 국어국문학 석좌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대한민국문학상외 여러 상(賞)을 수상하였고,
작품으로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외 다수의 중, 단편소설이 있다.
돌아오는 길에 벌교 매일시장에 들려 이름난 벌교꼬막을 회원들이 구입할 수 있도록 최기사가 배려를 해주었고,
주암댐 상류에 있는 서재필박사기념관 부근에서 하산酒를 했다.
오늘 하산酒 메뉴는 연한 애호박을 썰어 넣은 칼국수로 다른 사람들은 어쨌는지 모르지만
내 입맛에 딱 맡는 최상의 음식이었다. (제공해주신 분께 깊이깊이 감사를 드린다)
내일이 불기2553년 부처님오신 날인 초팔일이기 때문에 보이는 山寺마다 도로주변부터 사찰까지 봉축연등이
길게 장식되어있었다.
석가는 BC 563년 4월 8일(음력) 해 뜰 무렵,
북인도 카필라 왕국(지금의 네팔 지방)의 王 슈도다나와 마야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석가는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일곱 발짝을 걸어가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게(偈)를 외쳤다고 한다.
즉 이 우주만물 중에서는 내가 가장 존엄한 존재라는 뜻인데, 이것은 인간의 존귀한 실존성을 상징하는 말이며,
석가의 탄생이 속세로부터 성스러운 세계로의 초탈을 상징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지금에 와서는 “천하에 자기만큼 잘난 사람은 없다”고 자부하거나
또는 그런 아집(我執)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되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9년 5월 1일)
첫댓글 동물들은 땅따먹기를 하면서 제 영역을 넓히듯이, 식물들은 하늘 따먹기로 일조권을 확보한다. 이것은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니, 처절한 생존경쟁의 장(場)이 되고 있다.
산행후기라기 보다는 교과서를 보는 느낌입니다. 정말 모르시는게 없군요. 나중에 꼭 책 내셔야 되겠습니다
금광산악회 1년 6개월동안 등산화 뒷축만 보고 따라 다녔더니, 이제는 주변 경치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네요.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