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름에 더위를 호소하는 사람에게는 “여름은 더워야 해!” 또는 “더워야 여름이지!” 하곤 했습니다.
또 여름에 메일을 보낼 때는 ‘낙서!’라는 말로 끝을 맺곤 했습니다.
‘낙서’는 ‘落書’가 아니고, 제가 만든 신조어인 ‘樂暑’로, ‘더위를 즐기자!’는 뜻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그런 말들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랬다가는 “잘났어, 정말!” 소리 듣기 딱 좋은 폭염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주> 가족 여러분, 더위 가운데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깨어진 평화
충청북도 보은군(報恩郡)은 속리산이 있어서 찾는 발길이 많은 곳입니다.
보은군 신외면에는 길탕리(吉湯里)가 있습니다.
달천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평화로운 느낌을 주는 마을인데, 왼쪽에 절벽이 있어서 경치도 뛰어난 편입니다.
이 길탕리가 최근 매스컴에 몇 번 이름이 오르내린 일이 있습니다.
지난 7월 초에는 한 일간지에 현지 탐방기사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전능신교’(전능하신하나님교회)라는 사이비종파 때문입니다.
전능신교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에서 1990년대에 자오웨이산(趙維山)에 의해 생겨났는데 양샹빈(楊向彬)이라는 중국여성을 여자 그리스도로 추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능신교는 2000년대에 한국에 진출하기 시작해서 이미 서울, 대구, 대전, 안산, 횡성에 거점을 마련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횡성의 거점은 여러 번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16년 「이데일리」는 “中 신흥종교 '전능신교' 횡성 잠입…주민 반발”이라는 제목으로 그 문제를 다뤘습니다.
길탕리 탕동(湯洞)에는 열림원 유스호스텔이 있었는데 전능신교는 작년 11월에 이 유스호스텔을 정상가격보다 훨씬 많은 돈을 주고 매입해서 합숙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능신교에서는 이 건물이 기도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지 2만4887㎡(7541평), 연면적 3167㎡(959평), 지상 3층이라니 적지 않은 규모인 셈입니다.
전능신교는 이 건물뿐만 아니라 주변에 이미 상당한 면적의 토지를 사들였고 계속해서 인근의 농지 매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이 시설 때문에 평온하던 마을이 혼란에 빠졌다고 합니다.
부녀자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있고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7월에 현지를 취재한 「국민일보」 기자에게 고추와 참깨 농사를 짓는 60대의 여자 주민은, “45인승 버스가 많이 올 때는 하루에 8대씩 온다. 저들은 말도 안 통하는 데다 마을경제에 도움도 안 된다.”면서 “문제는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하고, 이어. “밤에는 무서워 집 밖에 나가지 않고 문단속도 철저히 한다”고 하소연 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주민은 “지역에서 전능신교 시설 때문에 동네 평판이 나빠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행정기관에서 대처해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합니다.(「국민일보」 7월 8일 “마을에 터 잡은 中 이단 합숙소… 주민들은 초긴장, 충북 보은 전능신교 난민신청자 집단합숙소를 가다”)
종교는 주변에 평화를 주는 피스 메이커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가 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 참, 전능신교는 정당한 의미의 종교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으니까 피스 메이커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겠네요.
앞에서 잔능신교는 국내 여러 곳에 거점을 확보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곳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염려됩니다.
전능신교 문제, 의외로 심각하네요.
선한 뜻이 이렇게 이용되어도 되나?
전능신교에 빠진 중국인들은 일단 무비자협정이 체결된 제주도로 입국해, 이미 와 있던 신자와 한국인들의 도움을 받아 제주도를 벗어나 육지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종교적인 이유를 들어 난민신청을 하는데 변호사를 선임해 기일을 연장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제주도의 무사증 입국 제도가 시행된 후 난민신청을 한 중국인은 2013년에는 11명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 후로는 매년 수백 명으로 대폭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도 무비자입국 협정은 여러 모로 좋은 뜻으로 마련된 것인데, 이 모양으로 잘못 이용되고 있다니 참 화가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난민법을 개정했습니다.
난민심사를 신청하면 그 순간부터는 강제송환이 금지됩니다.
난민자격 심사는, 법무부가 사실조사 등을 하는데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고, 6개월이 연장돼 보통 1년 이상이 걸립니다.
이러한 절차를 거쳤는데도 난민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면 이의신청을 해 1년의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여기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1심이 대략 1년 6개월, 2심도 1년에서 1년 6개월이 소요되고 3심도 6개월 정도가 걸립니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난민 여부가 결정되는데 보통 5년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법무부 이민특수조사대는 지난 7월 3일, 브로커를 동원해 난민 신청을 대규모로 알선하며 외국인들의 체류 기간을 불법적으로 늘려온 변호사 3명을 적발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전능신교 등 종교적 이유로 본국에서 박해를 받았다는 사유를 만들어 거짓으로 난민 신청을 대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법무부는 또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난민 브로커’ 39명과 난민 허위신청자 1447명을 적발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대법관 후보 한 분이 전능신교 신도들의 난민신청 소송 대리인이었던 것이 밝혀져 문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이에 대해 당사자는 “소속해 있는 법무법인에서 관련 사건의 소송대리를 했지만 실제로 관련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전능신교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러 저런 일들 때문에 난민신청자가 전능신교 때문에 중국에서 정말 박해를 받았는지, 난민으로 인정 받지 못해 중국으로 돌아갔을 때 박해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지, 여부를 따져야 하고, 난민여부를 가리는 기간도 대폭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선한 뜻으로 개정한 이민법이 이렇게 악용되어도 좋은 것인지, 또 가장 순수하고 선해야 할 종교를 이런 일에 핑겟거리로 이용해도 되는 것인지, 우것도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전능신교 문제, 더 심각하네요.
시한부종말론
전능신교는 시한부 종말론을 믿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1992년에 시한부 종말론이 때문에 호된 홍역을 겪은 일이 있습니다.
다미선교회가 1992년 10월 28일에 휴거가 일어난다고 주장했는데 추종자들이 많이 생기고 사회적으로도 혼란이 컸었지요.
저는 당시 언론기관에 재직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휴거일로 주장하는 10월 28일 밤에 다미선교회 본부가 있던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현장 취재를 했습니다.
경찰병력과 국내외 취재진이 다수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건물 안에서는 흰 가운을 입은 추종자들이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고 빙빙 돌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밤 11시 50분이 넘자 경찰과 기자들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약간 감도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 일도 없이 자정이 넘어가자 건물밖에서는 “피~” 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들렸고 잠시 후에 추종자들이 얼굴을 들지 못하고 건물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쥐구멍 저기에 있어요!” 하더군요.
그때 시한부종말론은 중국과 러시아의 동포 사이에도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러시아에서 전도집회를 인도하고 온 한 목사님이 “극장을 빌려서 은혜롭게 집회를 마쳤는데 극장밖으로 나오니까 시한부종말론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전도지를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단에 대한 분별력이 없는 현지인들은 저희가 애써 전한 복음과 시한부종말론이 같은 것으로 여기며 전도지를 받더군요. 애써 죽쒀서 개 준 꼴이 되고 말았지요.”라고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시한부종말론을 ‘시월복음파’라고 불렀는데 그 위세가 대단했었습니다.
지금 중국의 여러 정황은 시한부종말론이 퍼져나가기 딱 좋다고 여겨집니다.
전능신교 문제, 정말 간단하지가 않네요.
이번 호에는 8월호는 대만과 홍콩 권역의 글을 여러 편 올렸습니다.
모두 지난 6월에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열렸던 제7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 Ⅶ)에서 발표된 글들입니다.
도움이 될 줄로 믿습니다.
시작 부분에서 더위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요즘 쉘리의 시를 차용하여 “여름이 깊으면 가을도 멀지 않으리”라며 더위에 지친 분들을 위로 하고 있습니다.
<중주> 가족 여러분, 더위 잘 이기시며 강건의 복을 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