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즈 인 대창 27탄 ‘5학년4반, 특별반의 추억’
우리 대창학교 59기는 입학부터 졸업까지 네 개 반으로 운영됐다. 한 반 학생은 60명 내외였고.
그런데 딱 한 번 우리 학년에 5반까지 있었던 적이 있었다. 바로 우리가 5학년에 올라갔을 때였다.
난데없이 우리 학년에 끼어 든 그 반은 특별반이었다. 말 그대로 아주 특별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모아서 특별하게 지도하기 위해 만든 반이었다.
무슨 재능이었냐고? 뭐 이런 거였다. 시험에서 반평균 떨어뜨리기, 글자 많은 책 안 읽기, 구구셈 같은 단순암기 포기하기, 성적에 초연해서 살기 등에 뛰어난 학생들….
이건 우리가 보는 가입조건이었고, 학교가 내세운 특별반 신설 취지는 ‘공부에 재능이 없고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따로 모아 가르쳐 학력을 올린다’ 였다.
그 특별반은 5학년 4반이었다.(라고 나는 기억한다. 맞나?). 그 외 우리 5학년에는 1, 2, 3, 5반의 네 개 반이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이 4반에는 4학년부터 6학년까지 ‘스페셜 재능’이 있던 학생 십여 명(?)이 편성됐고, 지금 기억으로는 남녀합반이었던 것 같다.(부럽부럽). 담임은 우리 동기인 닥터 표, 표강정의 어머니셨던 심정순 선생이 맡았다.
이 특별반이 일년 내내 운영됐던 것 같지는 않았다. 2학기쯤엔가 반이 해체되고 학생들은 원래 자신의 반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공부’라는 것도 있었다. 구구셈 같은 걸 못 외거나 숙제를 안해 온 애들을 방과후에 남겨 강제로 공부를 시키는 거였다. 그 애들은 친구들이 다 집으로 돌아간 후 쓸쓸한 교실에 남아 뒤늦게 구구셈 암기나 숙제를 한 후, 선생한테 검사를 받고서야 돌아갈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다른 일 때문에 늦게 집에 돌아가게 됐는데 마을 친구들한테 “공부 못해서 남았더나?”라는 얘기를 듣는 경우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방금 떠오른 기억 한토막. 5학년때 원복(태욱)이가 나머지 공부를 해야했던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사연이다. 담임이던 이구지선생이 국어 숙제로 몇개 문장을 열번인가 스무번 인가 공책에 써오라고 했다. 우리의 호프 복이는 이날 공책에 한시간 걸릴 것을 5분만에 해치우는 신공을 발휘했다. 그 문장을 한번 쓰고 그 밑에는 동일한 내용을 뜻하는 작대기 두개(") 를 9번씩 쳤던 거다. 이구지 선생이 숙제 검사를 하다 어이가 없어서 "에라이 미친 @$@%%^*"라는 말과 함께 허허허 웃었던 기억난다.
스마트해도 너무 스마트했던 복이는 시대에 앞서갔던 죄로, 그 날 남아서 지우개로 작대기들을 다 지우고 그 자리에 제대로 글자를 다 써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복아 기억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