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퇴근한 후 후 방안에 들어서는데 우지끈 소리가 났습니다.
발밑을 내려다 보니 우그러지고깨진 안경이 있었습니다. 발 아픈건 둘째치고 조금 비싸게 맞춘 안경이었는데 박살났습니다. 난시라서 또 노안이라서 등등 안경을 15개 넘게 가지고 있었는데 주로 잃어버리지 않으면 밟아서 깨지거나 했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아도 안경하나를 올려놓는 제작기만 있을뿐 안경 여러 개를 올려 놓는 거치대를 만드는 글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제품으로 만들어진 것을 사려하다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해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전원에 사시는 분들이나 도심에 사시는 분들 모두 조금 시간내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므로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인테리어로도 좋고 정말 편리합니다. 요즘은 안경을 쓰는 가족들이 많은데 하나씩 만들어 책상이나 거실에 올려 놓으면 아주 편리하게 쓸 수 있으며 안경의 스크래치등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1)
준비물- 충전드릴/목재용 비트/껍질 벗겨낼 낫이나 칼/톱/ 나사/부탄가스 토치
(공구가 없으면 전동드릴 + 부엌칼 + 작은톱 세개만 있어도 충분)
2)
우선 안경거치대의 재료가 될 나무를 선정하고 어떤 형태로 만들지 구상합니다. 꼼꼼한 분은 도면을 그리시고 그냥 생각대로 하시는 분은 하나씩 닥치는대로 해도 꽤 괜찮은게 나옵니다.
3)
저는 가지치기 하고 남은 소나무중에서 잘라서 만들기로 했습니다. 여러 개를 만들어본 결과 얇은것도 괜찮고 굵은 것도 괜찮은데 가장 좋은 굵기가 있습니다. 기둥과 안경이 걸쳐질 날개와 코걸이가 되는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날개와 앞부분 굵기는 더 이상 아버지와 목욕을 같이 하지 않으려는 나이가 된 초등학교 고추 굵기 정도가 가장 적당합니다. 어른의 굵은 엄지손가락 정도입니다.
본체기둥의 굵기는 이 녀석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다시 목욕을 같이 다니는데 그때 본 놀라운 그 굵기를 예상하면 됩니다.박카스병 굵기나 좀더 큰 홍삼드링크 정도의 굵기가 좋습니다. (혹시 어떤 회원님들은 “그럼 부탄가스통 굵기로 해야 하나”라고 하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건 늠름한 아들을 두신 것 뿐이고 안경거치대로는 다를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물론 만들고자 하는 형태에 따라 어떤 굵기나 크기도 상관없을 수 있습니다.
4)
소나무를 잘라냈습니다. 여기서중요한 것은 길이가 안경을 폈을 때 길이와 비슷해야 합니다. 자신의 안경을 미리 대보고 오래쓰면 안경날개가좀 벌어지는 것까지 감안해서 크기를 만드세요. 다리가 걸쳐지는 양쪽 날개는 총 길이가 18~20센티 / 코가 걸쳐지는 부분은 약 8~10센티 정도가 적당합니다.
5)
나무 껍질을 벗겨냅니다.
6)
껍질을 벗겨낸후 안경거치대 코걸이 부분이 받쳐질 쪽의 안쪽에 목재용 비트를 충전드릴에 끼운후 구멍을내놓습니다. 이것을 하는 이유는 그냥 나사를 박을 경우 나무가 갈라지기 때문입니다. 양 날개가 되는부분도 미리 구멍을 내놓습니다.
7)만약 나사를 쓰지 않고 무나사 공법으로 나무를 체결하는 방법을 쓴다면어른 손목 굵기의 본체 기둥에 둘째 손가락 크기의 비트를 써서 양 옆을 관통하고 앞부분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하면 됩니다
8)다음은 바닥을 어떻게 해야 할것을 고려해야합니다. 저는 몇가지 방법으로 각각 다르게 하였습니다.
-아주 굵은 것은 안정되게 서있으므로 받침대 없음
-아주 굵기는 굵은 나무를 얇게 베어낸 후 그것을 바닥에서 나사로 박음
-재질이 딱딱한 나무재로는 구멍을 뚫어서 얇은 기둥 본체에 끼워넣어 사용
-회전형으로 만든 것은 십자형태로 체결한후 밑에서 나사를 끼운후 회전사용
9)
나사를 체결하는 경우 이런식으로 합니다.
10)
바닥을 나사로 체결하는 경우 이런식으로 합니다. 나사의 머리 때문에바른 형태로 서있는데 기우뚱할 수 있으니 머리가 들어갈 부분을 조금만 파고 끼우면 됩니다.
**바닥은 이 사진처럼 베어낸 나무의 밑둥을 얇게 잘라서 썼습니다. 작은것은 작은대로 큰것은 큰대로.. 다만 지금 20센티 이상 크기는 톱으로만 자르려니 참 힘이 듭니다.
11)
다 만든후에는 부탄가스 토치로 한번 구워주면 좀더 자연스럽고 끈적한 진이 묻지 않습니다.
12)
얼굴에 닿는 안경을 올려놓는 부분이므로 나무를 선정할때는 신경 쓰는게 좋습니다. 알레르기나 기타 피부에 안좋은 나무인지 살펴보는것이 필요합니다. 옻나무 같은것으로 만들면 안되니까요.
사무실에도 몇 개 만들어서 가져다 놓았습니다. 각 모니터를 보는 일도 많은데 피곤하면 안경을 쓰고 보아야 하고 출력한 문서를 볼대는 노안 때문에 돋보기를꺼내보야야 합니다.특히 깨알 같은 엑셀자료를 볼때는 더 돗수가 높은걸로 바꿔서 보는데 이 거치대를 만들고 돗수별로 거치해 놓은 후에 정말 편리해졌습니다
작은 필요에 의해서 시작한 일인데 어느날 주말에는 재미삼아 하루에 열댓개를 만들었습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것 같은 그 날 만들었던 그것 중 세개는 나 스스로 “ 목공을 직업으로 삼았어야 되는거 아닐까” 라는 택도 없이 생각이들 정도로 작품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
뭐랄까.. 마치 화가인 앤디워홀과 건축가인 훈데르트바서와 이곳의 회원인 혼자 집짓기의 달인 효세농장님 셋이 모여 오미자 차를 마시면서 통나무 벤치에 스텐오일을 바른 후의 카오스적 문양에 대한 영감을 얻은것과 비슷한 것이라고나 할까… (저도 제가 말해놓고 무슨뜻인지 모릅니다. 좌우간 스스로도 굉장히 멋지게 보였다는 뜻입니다)
언젠가 시간되면 좀더 자연스럽고 더 업그레이된것으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올린 이 제작기 경험이 그냥 DIY가 아니라 좀 더 자연친화적인 것을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해서 올려보았습니다.
부록 : 이 과정에서 경험한 정보
1)
손으로 나사 구멍을 뚫다가 필요해서 살펴보니 3만원짜리 드릴스탠드가 있어서 샀습니다. 사용하는 충전드릴을 꽂아서 구멍을 낼때 쓰는 작업대입니다. 많은걸 할할 때 좋더군요.
2)
또 다른것으로 아직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탁상용 바이스가 참 유용해 보였습니다. 뭔가를 연마하거나 갈아낼 때 쓰는 것입니다. 가격은9천원이었습니다.
[출처] 주변에 널린 나무가지로 편리한 다중 안경거치대 만들기 (지성아빠의 나눔세상 - 전원 & 귀농 -) |작성자 국스
첫댓글 손재주가 보통이 아니십니다
많은 지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