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의 사자성어(79)>
교토삼굴(狡免三窟)
날랠 교(狡). 토끼 토(兎), 교토(狡免)라 함은 ‘날랜 토끼’를 뜻하고, 석 삼(三), 구멍 굴(窟), 삼굴(三窟)이라 함은 ‘세 개의 굴’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토삼굴(狡免三窟)이라함은 “날래고 교활한 토끼는 3개의 굴을 가지고 있다”라는 의미이다. 위기에 대비해 다방면의 방책을 세워 놓은 것을 말한다.
금년이 계묘년(癸卯年), 토끼의 해이다. 어느덧 금년도 반이 지나고, 7월로 접어들었다. 세월은 마치 날랜 토끼처럼 빨리도 지나가고 있다.
토끼는 눈치가 빠르고 영리한 짐승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토끼는 용왕 앞에 가서도 재치 있게 위기를 넘긴다. 중병에 걸린 용왕의 치료에 토끼의 간이 필요했다. 용궁으로 잡혀온 토끼는 “자기는 소중한 간을 집에 보관하고 다니므로 집에 돌아가서 간을 가지고 오겠다.고 말하고, 용궁을 빠져나온다. 꾀가 많은 토끼는 이처럼 목숨을 구하는 대비책을 강구해 놓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교(狡)는 ‘날쌔고 교활하다’는 뜻이고, 굴(窟)은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은신처인 동굴’을 의미한다. 날쌔고 영리한 토끼는 세 개의 은신처를 가지고 산다는 뜻이다.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맹상군(孟嘗君)의 식객이었던 풍환(馮驩)은 자신이 모시는 군주를 위하여 세 개의 은신처를 확보해 두었다. 맹상군이 어려운 일을 당할 때 마다 위기를 넘겨서 피신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다가올 위기에 대비해 피할 수 있는 구멍 세 개는 항상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교토삼굴이라는 고사성어가 만들어 졌다.
시험 공부할 때에도 교토삼굴이 전략을 사용할 수가 있다. 종래 고시 2차 시험에서는 과목당 주관식 두 문제 가 출제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따라서 어떤 문제가 출제되는가가 당락의 판가름이 된다.
평소에 잘 익혀두고 암기했던 문제가 출제되면 고득점을 올릴 수가 있다. 그러나 요즘 이야기 되고 있는 것과 같은 ‘킬러문항’이 나오면 쓴 잔을 마셔야한다. 필자는 2차 시험 막바지에는 과목당 60문제를 추출해서, A급 20개는 토씨까지 암기하고, B급 20개는 전체내용을 암송하고, C급 20개문항은 대강 줄거리 정도를 암기하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완전히 암기한 A급 문제가 나오면 대박이고, B급문제가 출제되면 그런대로 좋은 점수를 획득하게 된다, 만일 두 군데서 나오지 아니하고, C급에서 출제되면 보통의 답안을 작성하고 결과를 기다려 보아야한다. 이처럼 세 개의 문제전략을 가지고 시험에 임했다. 마치 토끼가 굴을 세 개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두 번 떨어지고, 운이 좋아 세 번째에 행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었다. 오십년의 전의 일이라 오늘에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나 인생의 위기와 고난을 당하기 마련이다. 현명한 사람도 위기를 비켜가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위기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 “똑똑한 토끼는 위기에 대비한 세 개의 굴을 파고 산다”는 의미의 교토삼굴(狡免三窟)이라는 사자성어이다.
위기에 대한 대비책은 국가도 필요하고 기업도 필요하다. 그래서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이 회자(膾炙)되는 것이다.
개인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에는 안전하게 은신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한다.
부동산, 주식, 현금, 권력 등은 위기에 안전한 은신처가 될 수 없다. 언젠가 모두 잃을 수가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믿을 수 있는 인생의 은신처는 가정일 것이다. 힘들 때 나를 언제든지 받아줄 수 있는 가정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믿을만한 곳이다. 세상을 배회하던 탕아(蕩兒)도 나중에는 최종적으로 고향의 가족을 찾아가게 마련이다. 가정은 세상의 모든 고난을 어루만져 줄 수 있다. 그러니 평소에 가족들에게 잘 해야 한다.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는 것이 미래에 대한 가장 확실한 준비이고 대비책일 것이다.
이해관계에 얽혀매여 있는 인간관계는 이해득실(利害得失)이 엇갈리면 얼마든지 멀어질 수가 있다. 그토록 가깝던 사람도 가차없이 발길을 돌리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다. 그러나 가정은 세상일에 실패하고 모든 사람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하드라도 끝까지 나를 기다려 주고 보듬어 주는 안식처이다. 평소에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다면 위기 앞에 후회하게 될 것이다. 과연 나는 위기에 대비해 몇 개의 굴을 마련하고 있는 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202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