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했던 장마가 걷히고 저수지 물빛이 다시금 잦아들 때, 이미 뜨거워진 태양은 한 여름의 숨막히는 더위를 예고한다. 한 낮의 저수지 수온은 수면에서 한없이 상승하고, 붕어들은 얕은 수초가를 떠나 수온이 낮은 깊은 곳으로 이동한다.
이맘 때가 되면 사람도 붕어도 한낮에 활동하기가 부담스러워 지는데 이 때가 바로 밤낚시의 적기이다. 붕어는 낮과 밤, 낚시터 지형과 물 속의 여건, 날씨 등에 따라 같은 시기일지라도 얼마든지 포인트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저수지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특히 작년에 조황이 좋았던 곳, 잡지, 신문, 근처 낚시점에서 추천하는 곳 등을 참고해 잘 선택해야 한다.
초여름 밤낚시 포인트는 안정된 수위를 보인다면 어로를 찾아 꾸준히 밑밥을 주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밤에는 얕은 쪽을 포인트로 잡도록 한다. 밤은 조심스런 붕어의 경계심을 약화시켜 먹이가 많은 물가쪽으로 붕어가 올라오기 때문에 중상류 정도가 무난하다.
30℃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이 지속되면 붕어들은 수온이 낮은 깊은 수심대로 활동반경을 옮긴다. 물론 비가 오거나 밤의 온도가 갑자기 낮아진다거나 하는 기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겠지만, 일반적으로 무척 덥다는 생각이 든다면 좀더 깊은 수심을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햇빛에 노출되지 않은 큰 나무나 돌 등의 그늘 아래, 시원한 물이 내려오는 개울 입구 근처의 적당한 수심도 좋은 포인트가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비가 오거나 그믐밤 또는 물이 차고 수심이 깊은 계곡형 저수지의 경우, 밤낚시에 짧은 대를 놓아두면 의외의 조황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장마철엔 일기의 변화가 심한 만큼 쉽게 변하는 환경에 지속적으로 적응해 나가야 한다. 큰 비가 하루 정도 꾸준히 내렸다면 보통 저수지 수위가 부쩍 오르게 되고, 물빛은 연한 흙탕으로 바뀐다. 그리고 대부분 어종의 입질이 아주 약해 지는데, 이는 물고기들이 흙탕물을 많이 들이키지 않으려고 흡입을 약하게 하기 때문이다.
수심이 깊은 곳은 진흙이 더 두껍게 침전돼 있으므로 입질 받기가 더욱 어렵다. 하지만 갈수기 동안 깊은 수심에 있던 붕어들이 장마비로 오랜만에 수위도 늘어나고 먹이가 섞인 새 물이 들어오므로 오름붕어가 되어 산란철 낚시 호황기에 버금가는 포인트가 형성된다.
장마 초기에는 크고 작은 계곡에서 모인 빗물이 저수지로 일시에 쏟아져 들어오게 되는데, 흘러 들어오는 물이 비록 심한 황토물이라도 저수지 상류쪽 연안의 유입구에 가능한 근접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더구나 씨알에 관계없이 모든 붕어들이 일시에 유입구 쪽으로 몰리는데, 빠른 유속과 심한 탁도에도 불구하고 던져준 미끼에 활발한 입질을 한다. 더욱이 깊은 수심대 보다 낮은 수심대가 물이 더 맑으므로 유입구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 때 저수지 주변 토질이 모래인 곳은 다량의 빗물이 유입되더라도 침전 속도가 빨라 이내 낚시하기에 적당한 탁도를 회복한다. 이런 저수지는 대체로 고도가 높은 산간 계곡에 위치하고 있으며, 평균 수온도 낮아 장마철에 평지의 황토질 저수지에 비해 낚시하기에 좋다.
계곡형 저수지 붕어도 장마철에는 탁한 물이 저수지의 깊은 바닥으로 먼저 깔리므로 얕은 곳까지 올라오게 된다. 비가 그치고 하루쯤 지나면 붕어들은 그 동안 침전으로 맑아져 몸을 감추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탁도를 유지하는 깊은 수심대로 후퇴한다. 그렇다고 비 오기 전의 깊은 수심대까지 되돌아가는 것은 아니고 멀지 않은 곳에서 서성인다.
이 때 상류와 바닥이 모래인 저수지에서는 포인트의 변화 양상이 황토질 평지형 저수지와 크게 다르진 않지만, 물가로 다가올 때 어느 정도 수심이 유지되는 선까지만 접근한다. 물이 맑아지고 유입 수량이 줄어 물러설 때도 평지형 저수지보다 훨씬 깊은 수심까지 후퇴한다. 그래서 모래 바닥으로 된 계곡지에서 장마비로 유입 수량이 많은 날의 포인트는 적어도 수심이 2m 이상은 되어야 굵은 붕어를 만날 수 있다. 이틀 정도 뒤부터는 3m이상 깊은 곳으로 포인트가 옮겨진다. 평지형 기준으로 얕은 곳에 포인트를 잡으면 잔챙이 입질만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