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풍 이근희 남매시집 『행복이 꽃피는 집』 발간
* 책 소개
시집『행복이 꽃피는 집』(오늘의문학 시인선 408)은 이근풍 시인과 이근희 시인 남매가 펴낸 ‘2인 시집’이다. 이근풍 시인은 16권의 시집을 발간한 원로 시인이다. 경찰 공무원 재직시부터 문학 창작에 나섰으며, 80대에 이르기까지 시와 함께 살아온 향토 시인이다. 전북 전주에서 조용히 자신을 지키며 시 창작을 하기 때문에 그의 문명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삶의 진실과 인간관계의 성실성으로 신뢰받는 시인이다.
어느 날 70대의 여동생으로부터 놀랄 만한 고백을 듣는다. 초등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자신이지만, 오빠가 보내준 시집을 읽으며 시에 심취하였다는 것이다. 누이가 창작한 작품이 50여 편에 이르자, 누이의 뜻을 따라 자신과 공동으로 2인 시집을 발간하기로 한 것이다. 자신에게는 17시집이 될 터이고, 누이에게는 첫 시집이 될 2인 시집을 발간하려 할 때, 미리 작품을 감상한 이목윤 시인이 누이의 등단과정을 권한다.
이에 문학전문지에 작품을 응모하였고, 그 중 5편이 신인작품상을 수상하여 70대의 누이는 시인으로 등단한다. 이 시집에는 이근희 시인의 작품, 신인작품상 심사평, 당선소감, 그리고 80대 오빠 이근풍 시인의 시 등으로 편집되어 있다. 80대 오빠와 70대 누이의 순정한 우애가 담긴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시집이 바로 『행복이 꽃피는 집』이다.
(오늘의문학사, 136쪽, 정가 9,000원)
* 서평
이근풍 이근희 남매 시인이 공동으로 발간한 시집이 바로 『행복이 꽃피는 집』이다. 이 책에는 동생을 사랑하는 80대 오빠의 진실한 사랑, 오빠를 존경하고 따르는 70대 누이의 순정한 사랑을 서문과 작품에서 읽을 수 있다.
경찰 재직 때부터 발간한 오빠의 시집 10여 권을 읽어온 누이동생은 그 시를 통하여 문학에 심취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생활을 오빠의 작품 형태로 창작하기에 이른다. 전북의 시골 마을에서 다른 책은 대하지도 못한 채, 오빠의 작품을 모델로 하여 시 공부를 한 것이다. 표현하는 기교가 뛰어나지는 못 하지만, 진실의 투영이라는 명제에 부합하는 작품들이다.
70대에 등단한 이근희 시인의 신인작품상 심사평 「끈질긴 생명력을 지향하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생전 어머님께서는
집안 우물에서
찰랑찰랑
넘치는 물을 길으셨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두레박으로
해와 달 별을
건져 올리셨다.
– 「어머니의 우물」 중에서
이와 같은 형상화를 할 수 있는 사람, 어머니의 우물에서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찾아내는 사람,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시로 빚어낼 수 있는 사람은 자주 만나지는 게 아니다. 이근희 시인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고 한다. 공부도 많이 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지금도 고향집 찾아가는/ 날이면// 텃밭에서/ 김매시던 어머니// 하얀 앞치마가/ 눈앞에 펼쳐지네.>라고 노래한다. 고향의 텃밭에 들어서면 어머니의 치맛자락이 눈에 삼삼 살아난다. 이러한 정서, 그리고 이를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이근희 시인의 진실이 감동의 울림을 생성하리라 확신한다.
이렇게 등단과정을 거친 이근희 시인의 작품과 오빠 이근풍 시인의 작품을 모아 시집을 발간한다. 이근풍 시인에게는 17권째의 시집이고, 이근희 시인에게는 첫 시집이다. 이 시집에서 독자들은 시 내용의 진실성, 시 표현의 진정성, 그리고 한국 전통 정서인 ‘남매의 우애’를 체험할 것이다. 이런 시집은 보기 드문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남매라 하더라도 사회적 갈등, 재산의 문제, 또 다른 가족의 정서적 불일치 등으로 가족과 가정이 사라지는 시대에 아름다운 문학의 금자탑을 세운 것이다. 우애의 참다운 모습을 시집에 담아낸 것이다. 이런 시집이어서 대한민국 어느 누가 읽어도 좋을 시집이다.
- 리헌석(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