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스캔.56
- 파면 이후
배수진 친 국회에서 웃음꽃이 피었는데
할 말 잃은 기왓장이 새파랗게 질린 저녁
호랑이
등에 매달려
납작 엎드린 여의도
불씨는 더욱 번져 낙엽은 재가 되고
절집 기둥 교회당 종탑 거리의 동상까지
환하다
말씀의 촛불
꺼질 줄을 모른다
이참에 헐어버릴 무허가 건축들이
자비에 눈 감고서 과녁을 노려본다
차가운
사랑의 온도탑이
올라갈 줄 모른다.
여의도 스캔.57
- 쪼개지는 보수
콩가루 집안 싸움 지켜보는 눈웃음들
묻은 재 털어낸다고 본색이 달라질까
우화 속
까마귀 깃털
풀풀 나는 여의도
폐차장 드나들며 재사용 감 찾던 이도
멀쩡한 앞 뒤 바퀴 이리저리 굴려본다
꿰맞춘
자동차들이
줄지어선 출발선
굉음은 요란하고 매연도 한창이다
겨울비 추적대는 섣달그믐 코앞인데
축 처진
태극기 아래
무궁화가 더 춥다
여의도 스캔.58
- 잠룡들의 꿈
누구나 꿈을 꾼다, 뜻대로 바꾸는 일
호랑이 등을 타고 한 세월 누린 흔적
되짚어 견주다 보니
필부여도 할 만 하다
대중 입맛 맞추면서 시의에 올라타면
지지율 상승하고 추임새가 따라온다
그까짓 5년 용틀임
접시물인들 어떠랴
촛불은 혼자 켜고 횃불은 입구에 걸자
법으로 세운 깃발 법대로 휘젓다가
기우는 홍익의 큰 뜻
펼칠 때가 언제던가
누구도 묻지 않는 과거의 행적이고
시즌이 끝날 때는 제값도 흥정이다
우르르 몰려다니다
때 놓치면 헐값인데...
여의도 스캔.59
- 탄핵 인용
다시 찾은 청와대를 쫓기듯 빠져나와
스무 해 꿈을 꾸던 사저를 들어설 때
아직은
할 말이 없어
웃음기도 얼었다
삶이 끝 허무하단 그 말이 맴돌아서
웃어도 웃는 게 아닌 발걸음이 무겁듯이
그 입만
쳐다보고 있을
뭇 시선이 따가웠다
끝까지 끌려가는 모양새가 싫었겠지
무성한 잎 다 떨군 나무 밑을 지나치며
싸늘한
기록을 향해
말줄임표 찍었다
-2017.03.12. 저녁
여의도 스캔.60
- 장미대선
5월은 가정의 달 장미가 피는 계절
꽃보다 붉은 열정 투표로 매듭짓는
용트림
구름을 걷는
소나기가 내릴까
이기고 지는 게임 그 끝은 어디일지
잡자는 손 뿌리치는 저 결기를 눌러놓고
장미꽃
무리지어서
짙은 향기 뿌릴까
가시는 어쩌려나 꽃다발은 누가 받나
내 편 네 편 따지다가 어깨동무 하는 날에
무지개
어디에 떠서
팔도강산 받칠지
여의도 스캔.61
- 괴담 국회
소문에 휘둘리고 정략에 몸 맡기니
뿌리 없는 꽃도 피고 실체 모를 숲도 뜬다
우기다 아니면 말고
검색어에 매달렸다
입법도 그 심사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돋아난 새 의혹에 휩쓸리며 노 젓다가
쑥스런 입을 다물고
뒷머리를 긁는다
입만 열면 애국이고 정의라며 깃발 든다
내 편 네 편 가르면서 손익계산 따지다가
우르르 몰려가면서
괴담 하나 심는다
여의도 스캔.62
- 협치라는 이름 아래
맞드는 백짓장이 왜 이리 무거울까
핵우산 그늘 밑에 틈이 번 담장이니
스스로
금칠을 한들
고갯길이 험하다
도둑 하나 막으려고 열 경비 세우려도
품삯은 누가 내며 언제까지 품으려나
어차피
단임 뿐인데
달도 차면 기우는데
내세운 얼굴 보면 두껍기 그지없고
장갑 낀 두 손 모두 뒤춤에 꽂아두고
출구가
너무 멀다고
억지웃음 헤프다
여의도 스캔.63
- 상전벽해
개구리 올챙잇적 생각 못해 요란하다
보다 높이 보다 멀리
뛸 수 있단 자신감에
의사당
배흘림기둥
제집인줄 아나보다
불과 반세기 전 쓸모없는 땅이었네
지금은 기세 등등 온갖 특혜 누리지만
계약은
5년뿐인데
제집인양 나댄다
오디는 검붉어서 먹은 자취 오래 간다
뽕잎을 덖어두고 찻물을 끓인다면
유권자
마음을 얻어
실핏줄도 데우련만
여의도 스캔.64
- 정치적 결단
생각지 못했던 일 터뜨려야 대접받는
개혁이고 청산이며 변화이자 발전인데
혼자서
끙끙 앓다가
애드벌룬 띄운다.
누구는 결단이고 누구는 독재란다
유신도 그러했고 탄핵도 그러했다
공론을
거치지 않는
탈원전도 마찬가지
수입이 있는 곳에 세금도 있다는 것
이런저런 이유 들어 면세점 높여놓고
갑질이
괘씸하다고
없던 명예 만든다.
여의도 스캔.65
- 시소게임
답답한 사람들은 하늘을 우러른다
아무리 간절해도 가뭄은 이어지고
비지땀
흘려가면서
굽은 물길 뚫는다
진실은 뒤로 숨고 거짓이 고개 든다
입으로 세운 탑은 비바람에 쓰러지고
뒤바뀐
몸무게 때문에
붕 떠버린 시소다
적폐는 70%고 청산은 절반이다
누구의 공功이던가 그 누구의 과過이던가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양반탈이 웃었다
카페 게시글
최상호 시인방
여의도 스캔 56-65
어안
추천 0
조회 39
23.08.17 20:57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