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의 뒤죽박죽 추석연휴 일기
머저리 인간 (콩트)
용달이는 그동안 머저리 같은짓을 여러번 해서
당분간 자신을 머저리로 격을 낮춰서 부르기로했다.
"오늘 일요일은 쉬는 날이지만 빨간 날이 연속으로
네 개나 되니까 오늘은 일을 해보자!"
"용달이 아저씨 일 나가세요."
"네~, 추석에는 차례도 지내야 하고 일이 없을 테니
오늘은 일요일이지만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네~, 잘 다녀오세요!"
이웃집 아저씨가 인사를 건네왔다.
"띵똥, 옳거니!
내 나와바리, 포천 왕복이라!
요금 좋고 거리도 좋고 가보세 머저리!"
머저리는 신나게 달려 목적지로 가고 있었다.
목적지에 거의 다 갔을 때였다.
"띵똥,
고객의 요청에 의해 오더가 취소되었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웬일로 일요일에 포천 왕복이 떴더라 했지!"
그 이후로 1시간이 넘도록 콜이 없었다.
"그러면 그렇지!
어이, 머저리, 쉬는 날은 쉬는 게 정석이야!"
머저리는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야, 머저리!
원래가 쉬는 날이었으니 차 점검이나 하고
이참에 세차나 하자!"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동생,
아들이 제사에 쓸 쇠고기 가져왔으니 가져가게!"
"네~, 알겠습니다 누나!"
누나 집 조카가 제육 가공공장을 하고 있어서
명절 때마다 최상급 불고기와 국거리를 가지고 온다.
머저리는 일을 포기하고 누나네 집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누나!"
"응, 동생!
아들이 추석 때 쓸 고기를 가지고 왔네?
가지고 가서 쓰도록 해!"
"네, 고맙습니다 누나!
조카에게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머저리는 집으로 돌아와 세차를 마쳤다.
"오늘도 9시 뉴스나 보며 막걸리나 한잔 해볼까?"
머저리는 습관처럼 두부김치를 대충 만들어
술잔을 기울였다.
"어이, 머저리!
내일 또 시장 가서 까먹지 말고 제수용품 살 것
휴대폰에 미리 메모해 둬라!"
머저리는 휴대폰 메모장에 메모를 했다
"자~,
빼먹은 것 없이 저장했으니 술이나 마시게 머저리!"
머저리는 두부김치 안주로 막걸리 한 병을 비웠다.
"아이고, 벌써 자정이 넘었구먼!
이 닦고 한대 피우고 뒤비자자 머저리야!'
머저리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들었다.
이튿날 아침 머저리는 아침을 먹고 시장으로
나갔다.
오전에는 과일과 케잌 등 가공식품을 사고
오후엔 나물과 떡과 전을 사기로 했다.
머저리는 단골 과일가게를 두군데나 다녀도
단감이 없었다.
"아니, 사장님!
왜, 단감이 안 보이는 겁니까?"
"아~, 그게요!
올해는 날짜상 추석이 빠르고 무더위 때문에
아직 맛도 안 들고 너무 비싸서 안 가져왔답니다."
"네~, 그렇군요 사장님!
그래도 조, 율, 이, 시, 구색은 맞춰서 차례상에
올려야지요!"
"그러게요! 저희 가게는 없으니 다른데 한번
가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머저리는 시장을 몇 바퀴를 돌아도 단감을
사지 못해 이번에는 대형마트로 갔다.
"아니, 애기 주먹만 한 단감 한 개에 삼천윈?
그리고 제사상엔 일, 삼, 오, 칠, 구, 홀수가 원칙인데
4개, 6개 포장은 또 뭐야?
이 사람들은 조율이시 홍동육서도 모르나?"
머저리는 중얼거리며 할 수 없이 낱개로 다섯 개를
만 오천 원에 구입했다.
"나원참, 단감을 사러 오전 내내 헤매었구먼!"
대형마트를 나오던 머저리의 눈에 쇼킹한
코너가 있었다.
그것은 오징어 파전, 버섯 전 등 반조리 식품으로
집에 가서 프라이팬에 가열하면 되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동그랑땡 반죽도 집에 가서 계란 옷만
입혀서 프라이팬에 부치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 덕뎀은 했구먼!
전집에 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내가
푸짐하게 차려도 되니 그것 참 좋구먼 그래!"
머저리는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대충 챙겨 먹고
다시 시장으로 나가서 나물과 떡을 사 왔다.
"자~, 머저리 씨!"
어디 한번 실력발휘를 해볼까?"
머저리는 계란을 물과 일대일로 풀어서
밀가루를 넣고 묽게 밀가루 반죽을 했다.
"오~, 예!
기가 막힌 전 작품이 되는구먼 그래!"
머저리는 25년 솥뚜껑 운전수 실력을 발휘했다.
"아참, 냉장고에 어제 고기쌈 먹던 깻잎이 있었지!
깻잎전도 응용해서 부쳐봐야겠다. ㅎㅎㅎ
머저리는 깻잎에 밀가루 반죽을 발라서 속에
동그랑땡 반죽을 넣고 깻잎 전을 만들었다.
"캬~, 머저리 양반!
깻잎 전이 멋지게 만들어졌구먼 그래!"
머저리는 자화자찬에 기분이 흐뭇했다.
"자~,
그러면 어디 막걸리에다 부침개 맛이나 한번 볼까?"
머저리는 자화자찬에 들떠서 막걸리 한 병을
개눈 감추듯 비워버렸다.
"허허 참,
내가 만들었지만 맛이 기가 막히구먼 그래!
내일은 차례를 지내려면 6시에 일어나서 쌀을
씻고 탕국과 조기를 구워야겠지?"
머저리는 습관처럼 술이 취해서 휴대폰 알람을
맞춰놓고 잠이 들었다.
머저리는 부지런을 떨어 차례 음식을 준비해서
상을 차렸다.
캥거루 늦둥이는 밤새 컴퓨터를 했는지 아직도
한방 중이다.
머저리는 늦둥이를 깨워봤자 도움도 안 될 것이
뻔하기에 그냥 자도록 내버려 두었다.
"자~, 조율이시, 홍동육서, 두동미서라!"
머저리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늦둥이를 깨웠다.
그래도 늦둥이는 한 가지 술 따르는 것은 잘했다.
마지막으로 생전에 애연가 아버지 자리에
담배 한 개비 불을 붙이는 것으로 차례는 끝났다.
"캬~,
술 중에 제일 맛있는 술은 바로 음복주여 음복주!"
머저리는 언제나 백화수복으로 제사를 지내고
반 병은 음복주로 마셨다.
백화수복 반 병을 음복주로 비운 머저리는
대충 상을 치우고 졸려서 잠이 들었다.
두 시간쯤 자고 잠에서 깬 머저리는 음식들을
냉장고에 넣고 한대 피우고
또 설거지를 끝내면 옥상으로 가서 한대 피우고
잠에서 깨어나마자 또 정신없이 바쁘다.
"아니, 언제 빨래가 이렇게 쌓였었나?"
머저리는 세탁기에 빨래를 돌리고 샤워를 하러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아니, 내가 분명히 저번주에 목욕탕 대청소를
했는데 언제 이렇게 때가 끼었을까?"
머저리는 비닐장갑을 끼고 욕실청소제에 샴푸
두 방울에 락스를 비율에 맞춰 특별 세정제를
만들어 열심히 욕실 대청소를 하다가 힘들어
천장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니, 세상에...
언제 천장을 곰팡이가 저렇게 생겼을까?"
긴 여름날 높은 습도로 인해 욕실 천장에 온통
곰팡이가 있었다.
머저리는 투덜거리며 돋움 발로 천장을 세정제로
깨끗하게 닦아냈다.
"휴~,
목 빠지는 줄 알았네 빌어먹을!
그래도 내가 조금 키라도 컸으니 망정이다."
어쨌거나 머저리는 추석 날이 평시보다 훨씬
더 바쁜 날이었다.
"아이고, 쉬는 날이 일하는 날이고 일하는 날이
쉬는 날이지!
일복 터진 팔자가 빨간 글씨라고 뭐 특별히
다르겠나 안 그런가 머저리?'
일과를 마친 머저리는 짬을 내서 페이스북으로,
유튜브로, 카페로 점검을 한다.
"모든 것을 포기한 마당에 다 부질없는 일이지!
그저 거미줄 안치면 다행이지!
안 그런가 머저리 씨?"
머저리는 술시가 되자마자 낮에 먹다만 백화수복
반 병을 꺼내어 차례음식을 곁들여 마셔버렸다
"그래, 술은 술술 넘어가서 술이고 담배는 빨리
피워서 없애라는 게 담배지 허허 참!"
머저리는 무심코 벽에 걸린 달력을 쳐다보았다.
"벌써 빨간 날이 삼일이나 지나간 거야?
쉬는 날이 더 바쁘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니 그런데 왜 이렇게 무기력할까?
아이고, 피곤해! 아무것도 하기 싫다."
"야, 머저리!
그래도 일기는 써야지!"
"그래 그래, 알았다 알았어!
그러면 일기나 쓰고 뒤집어 자야겠다."
이튿날은 마지막 빨간 날이다.
"아이고, 내 팔자야!
노는 날도 힘들다 힘들어!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구나!
차라리 일을 하는 게 낫겠다
에라, 일이나 해야겠다."
머저리는 추석연휴 4일을 마저 쉬지도 못하고
결국 일터로 나갔다.
어쩐 일로 아침에 가까운 오더가 하나 떨어져서
운행을 마치고 난 이후로는 콜이 전혀 없었다.
콜이 있어도 먼 곳이라 갈 수가 없는 곳이었다.
"에라, 추석연휴라 콜도 없는데 누님집이나
들려 봐야겠다."
머저리는 추석 차례를 지낸 송편과 깐 밤,
대추를 싸들고 누나네 집으로 갔다.
"동생, 어서 와!"
"네~, 추석 때 쓴 대추와 밤 그리고 송편을
조금 가져왔으니 맛이나 보세요!"
"그래, 고맙네 동생!
그나저나 꽁지머리 하고 다니면 늙어 보이고
할베 취급받으니 머리나 좀 자르고 염색도 좀
하게!"
"예~,
안 그래도 생각 중이에요!
에이, 콜도 없는데 이참에 머리나 자를까요?"
"아이고 동생, 잘 생각했네!
아까 지나다 보니 단골 미용실에 문 열렸으니
가서 자르도록 해!
예전에 나하고 같이 가서 펌을 해봤잖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올게요!"
머저리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미용실로 향했다.
"아이고, 오랜만에 오셨네요?
머리가 엄청나게 길었네요!
꼭 자연인에 나오는 사람 같아요 호호호!"
"네~, 안 그래도 노인네 취급을 받아서 좀 잘라야
할 것 같아요!
남들이 멋있다고 길러라 해서 길렀지만 몇 번을
망설이다 자르기로 했어요!
처음 펌 했을 때처럼 잘라주세요!"
머저리는 처음 펌 했을 때 사진을 보여주었다.
"네~, 알겠습니다.
예전처럼 잘라서 펌을 하고 연하게 염색도
해드릴게요!"
머저리는 3년을 기른 꽁지머리를 자르는 것이
서운해서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아버렸다.
머저리는 펌을 하고 수다스러운 아주머니 들과 같이
앉아있기가 민망해서 수건을 뒤집어쓴 채 차에서
1시간을 기다리다 드디어 머리를 감았다.
"아이고, 아저씨 멋져부러요!
뒤에서 보면 아주머니로 착각하겠어요 호호호!"
수대쟁이 아주머니가 멋있다고 훈수를 뒀다.
"아저씨, 머리를 기르다가 오랜만에 잘라서
처음만 이상하게 느껴질 거예요!
이삼일 지나서 머리를 감고 매만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껴질 겁니다."
미용실 사장님이 위로의 말씀을 해주셨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머리가 길면 다시 오겠습니다."
머저리는 몇 달간 망설인 끝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결국 결단을 내려 머리를 잘랐다.
머저리는 단발머리가 이상해서 거울을 수십번
쳐다보았고
머저리의 꽁지머리 고집이 결국은 여론에 밀려
단발머리가 되었다.ㅁ
*추석 차례음식과 차례상 사진*
*삼 년 전 펌을 하고 머리를 기를 때 필자 사진*
첫댓글 헉!!
드뎌 머리를 자르셨나요?
"아참, 냉장고에 어제 고기쌈 먹던 깻잎이 있었지!
깻잎전도 응용해서 부쳐봐야겠다. ㅎㅎㅎ
머저리는 깻잎에 밀가루 반죽을 발라서 속에
동그랑땡 반죽을 넣고 깻잎 전을 만들었다.
"캬~, 머저리 양반!
깻잎 전이 멋지게 만들어졌구먼 그래!"
머저리는 자화자찬에 기분이 흐뭇했다.
"자~,
그러면 어디 막걸리에다 부침개 맛이나 한번 볼까?"
막걸리에다
부침개 맛이나 한번 볼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박현환 작가
그러게요~~~!!! ㅎㅎㅎ 머저리의
추석연휴 일기는 사실에 근거한것입니당
관심과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꾸벅^.^
"자~,
그러면 어디 막걸리에다 부침개 맛이나 한번 볼까?"
머저리는 자화자찬에 들떠서 막걸리 한 병을
개눈 감추듯 비워버렸다.
"허허 참,
내가 만들었지만 맛이 기가 막히구먼 그래!
@젬마김영미
-{문예빛단 문인회}의
- '白華 文 相熙' 작가 카페지기님!
대단하십니다!
힘 찬 박수를 보냅니다! 팟팅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