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과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다른 듯 닮은’ 행보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6.13지방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출마의 문턱에서 멈춰선 두 사람의 정치 행보가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우선 박 전 대변인은 불공정 공천 의혹과 전처 폭로 등으로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예비후보직을 중도 사퇴한 뒤 양승조 도지사 후보 캠프가 아닌 독자 선거지원에 나서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박 전 대변인과 양 후보 사이에 ‘감정의 골’이 생각보다 깊다는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박 전 대변인의 공천개입 의혹 폭로 배후설을 놓고 생긴 앙금이 남았기 때문이란 전언이다.
양 후보는 당내 경선 경쟁을 벌인 복기왕 전 아산시장을 도지사 선거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박 전 대변인과는 일정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나 홀로’ 선거 지원..지방선거 이후 활로 찾기 ‘포석’
실제 양 후보는 최근 경선 상대자들의 역할론에 대한 본보 질문에 “복기왕 전 시장은 캠프에 합류하기로 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변인 합류 여부에 대해서는 “그건 나 혼자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충남도당에서 어떤 직책을 맡는 것은 모르겠지만, 저희 후보 캠프와 지지자들 사이에선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박 전 대변인과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이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전 대변인 역시 경선 과정에서 빚어진 양 후보 측 배후설에 내심 서운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변인은 지난 달 말 천안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이른바 ‘원팀’ 결의 만찬에도 불참했다. 이날 만찬에는 양 후보와 복 전 시장을 비롯해 박완주 충남도당위원장(천안을), 강훈식 의원(아산을), 어기구 의원(당진)이 우의를 다지며 필승을 결의했다.
박 전 대변인 측 관계자는 지난 8일 “당시 만찬 자리에는 피치 못할 사유로 참석을 하지 못한 것”이라며 “양 후보 측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부분은 아니다. 도당에서 ‘원팀본부’를 맡아 선거 승리를 위해 힘을 보탤 계획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완구-당권 도전 이후 '충청대망론'..박수현-차기 총선 출마
이런 가운데 천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이완구 전 총리 역시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새로운 리더십 창출을 위한 비상(飛上)을 꿈꾸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총리 불출마 배경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거란 의구심이 짙게 깔려져 있다. 이 전 총리 역시 이를 의식한 듯 홍 대표와 거리두기와 견제를 하는 동시에 측근들 선거운동을 도우며 후일을 도모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9일 <디트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 전 총리는 지방선거 이후 당권 도전, 박 전 대변인은 2년 뒤 총선 출마를 위한 숨 고르기로 보여 지방선거 이후 두 사람의 행보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공교롭게 두 사람은 공주와 청양 출신으로 국회의원 선거구가 겹친다. 차기 총선에서 두 사람의 ‘빅 매치’가 성사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을 끄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