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내려와 아궁이만을 고치고 불을 때니 지반이 내려 앉거나 쥐가 구멍을 뚫어 놓아 사방에서 연기가 새어 방치해 오던 구들방을 이번 겨울에 손을 보려고 한다.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자료들을 모으고 관련 책자들을 구해 읽기도 하면서 생소한 용어들을 익힌다. 1. 규모 측정 방의 치수를 재서 소요되는 재료들과 소요 비용을 뽑아 보았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작업을 진행하면서 무수히 수정을 해야 겠지만 미리 이런 과정을 진행하면서 예측을 해보는 것도 즐겁다. 80년이 넘은 낡은 농가주택을 고쳐가며 살면서 이전에 사시던 분으로부터 이어서 살아가기로 했다. 시골스러움이, 자연스러움이 좋아 내려왔으니 급할 것도 없다.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조금씩 고쳐가면서 이런 과정을 즐기자니 매사 흥겹다. 힘들면 쉬고 기운나면 다시 시작이다. 2010년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을 공사기간으로 잡았다. 완공이 목표가 아니기에 하나하나의 공정을 즐길 뿐이다.
2. 철거 작업 그동안 사용하지 않는다해서 이런저런 잡동사니들을 넣어 두자니 창고가 되고 말았다. 내부 집기나 재료들을 정리하여 아여 보관할 곳으로 옮겨야 겠다. 급한 마음에 우선 적재하다보면 언젠가는 다시 정리해야 하겠기에 건축, 농사, 생활 등의 구분에 따라 창고에 가지런히 수납하면 공간 활용도도 높아지고 필요할 때 쉬 찾을 수가 있다. 천정과 벽체의 벽지는 여러 번의 덧바르기로 두툼하다. 뜯어내고 보니 석가래 사이가 갈라져 틈이 생겨있고 쥐가 구멍을 뚫어 저만 다니지 않고 바람까지 함께 드나든다. 벽의 목재와 흙의 틈새도 갈라져 겨울철 차가운 북서풍이 거친 숨소리를 내며 들어온다. 15센치의 한계를 가진 바람벽은 뜨끈한 아랫목에 등을 지지면서도 입김이 나오는 어릴적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이 참에 오래된 전선들도 모두 걷어 내고 새로 설치해야겠다. 낡은 농가의 화재 원인으로 낡은 전선의 누전이 으뜸이라고 하지 않는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환풍기를 임시로 달았다. 오래된 먼지들이 목을 메케하게 하기 때문이다. 바람부는 날에는 창과 문을 열어 맞바람이 지나게 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어쩔수가 없다.
바닥의 장판을 걷어 둥그렇게 말아 보려니 어지간히 경화가 되어 툭툭 부러진다. 마감재인 시멘트 몰탈을 철거하는데 불에 익어 균열이 간 구들장이 힘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재활용한다고 해도 30% 정도는 새로 사서 보충해야할 모양이다. 아랫목이 시커멓게 탄 흔적이 있는데 이 곳을 두툼하게 하지않아 웃목까지 데울려면 탈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벽면과 접한 부분은 1센치 정도 틈이 벌어져 연기가 방안으로 새어 들어온 시커먼 흔적이 보인다.
철거재들은 마땅히 버릴 데가 없어서 뒷뜰 경사면 무너진 곳에 게비온으로 돌망태 축대를 만들어 쌓았다. 구들방 수리 일정이 길어지겠지만 이 곳은 돌이 귀한 지역이라 게비온 내 돌들을 장독대로 이전하여 장독대 수리를 겸하면서, 4인치 시멘트블록을 가에 쌓고 철거와 터파기 흙을 채워 두번 옮기는 일없이 일을 마무리 한다. 축대는 콘크리트 옹벽, 석축, 보강토블럭, 게비온(돌망태) 등의 형태가 있는데 조금씩 홀로 만들어 나가기 용이하고 가격이 가장 저렴할 뿐만 아니라 마음이 바뀌면 고치기 쉬워서 돌망태를 주로 쓴다. 구들의 두둑과 받침돌 형태는 사진을 촬영하여 후에 고래를 만들 때 참고하려 한다. 구들과 받침돌은 구분하여 마당에 적재한 후 천막을 씌운다. 비를 맞거나 햇볕을 쪼이면 구들장이 부서질 수도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
출처: 서툰 시골살이 원문보기 글쓴이: 금복주
첫댓글 그럼 요즘 구들방공사에 바쁘시겟네요?? 놀러가두 되죠?? 힘내세요..!!
언제든 환영합니다.
게비온(돌망테) ...........처음 알게되었고............요즘 도로경사면에 이쁘게 단장된 모습자주 보이던데....
우리집 지을때만해도 황토몰탈1포에 2,500원 기억나는데..........많이 인상되었네요!
역시 전문가 수준입니다!
너무 비싼걸 사서 쓰고 있나봅니다. 황토몰탈 사러 가야 하는데 어디서 사셨는지요.
하참~ 이거 읽으며 울 금복주님 참 세심하고 완벽하구나.. 느꼈네요. 역시 회장 잘 뽑았어요^^
절케 고치는데 백만원도 안 든다니... 저런 꼼꼼함이 있었기에 나온 액수겠지요.
저거 만들어 놓음 허리 지지러 가야지...^^ㅋ(아참 구들장 남는걸로 구이판 맹글어 놔요^^)
다 맹글어지면 초청하여 구들방 잔치 열어볼까 합니다.
쇠주 사 들고,, 위문공연 가겠습니다^^;
3월에 완공 예정이니 그때 초청하겠습니다.
공적 사적으로 쉴 틈이 없어보입니다. 한파경보에 폭설 경보까지 내렸졌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세요. 실내라 얼진 않겠지만 그래도 소금물로 시멘트 몰탈을 풀어
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김치저리듯 소금을 왕창 물에 풀어 넣었는데 괜찮을런지요.
여러모로 많이 배웁니다. 기회 만들어 잘 활용하겠습니다.
저도 인터넷에서 여러 정보를 얻어 구들방 고칠 염두를 내었답니다. 보답하는 뜻에서 과정을 연재할 생각입니다.
회장님의 털털한 성격에 안맞는 꼼꼼한 자료입니다 ㅎㅎ
저 원래 소심하고 꼼꼼하답니다. ㅋㅋㅋㅋ
정말 수고가 많으셨네요 저도 구들이랑 집을 고쳐야하는데 엄두가 안납니다 근데 이제 조금 용기를 얻었읍니다 감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