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축제에 대학정신이 없다.’공동체 정신과 사회 비판의 혼 도 찾기 어렵다. 취업난에 시달린 탓일까. 파편화하고 개인주의 적 성향을 부추기는 대중문화 행사만 크게 늘었다. 연예인 초청 행사도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를 두고 80~90년대 이념축 제를 극복하는 새로운 대학문화 정립이 아직까지 제대로 이뤄지 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대학문화 정체성의 혼돈 시대로 부르는 전문가들도 있다.
19일 저녁 8시~10시30분. “날씬한 자들은 가라, 뚱뚱한 자들의 세상이 오리니….” ‘뚱뚱교’ 교주 ‘출산드라’ 김현숙이 관 중석을 돌아다니며 뚱뚱한 이들을 지목, 조롱을 일삼는다. 헐렁 한 몸빼 바지를 입고 머리에 삐죽한 모자를 뒤집어쓴 ‘옥동자’ 정종철이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부채춤을 선보인다. 관람석에서 는 연방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성균관대 캠퍼스 금잔디 중앙무대에서 열린 대동제 행사중 하나. 한 공중파 TV의 인기 개그 프로그램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무대였다. 대학생 2000여명과 동네주민이 관람했고, 호응은 대단 했다. 한 학생은 “웃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이어서 좋다”고 했다 . 대학 총학생회가 주체한 이 행사 비용은 1000만원.
대학축제가 최근 수년간 크게 바뀌었다. 90년대 후반까지 젊은이 들의 이념과 대학문화 표출의 장(場)이었던 축제가 이제는 ‘대 중문화’ 일색으로 바뀐 것이다. 대학마다 인기가수와 개그맨을 초청해 벌이는 행사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환영받고 있다.
한국외대는 20일 축제 폐막식 행사에 개그맨 김시덕과 가수 이소 은, 리아, 휘성을 초청했다. 전체 축제비용의 70%가 연예인 섭외 비용으로 들어갔다. 서강대도 이날 김장훈과 싸이를 초청해 놨 다. 지난해 축제때 연예인을 초청하지 않아 ‘흥행’에 실패했다 는 이화여대도 올 축제엔 가수 성시경을 불렀다. 대학축제 섭외 1순위로 꼽히는 가수 서문탁의 매니저가 “5월 한달 동안 대학 3 1군데서 노래를 했다. 하루에 행사 4곳을 뛴 적도 있다”고 할 정도다.
‘연예 행사’의 다른 한편에선 장터가 널려 있다. 돈을 벌고, 술마시며 흥청망청 노는 주점행사는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 결과 축제가 끝나는 저녁에는 넘쳐나는 쓰레기로 대학 캠퍼 스가 몸살을 앓을 정도다.
한국외대 문월호(영어과) 총학 문화팀장은 “대학축제가 중심을 잃고, 학생이 주체가 되는 축제가 아닌 연예인 축제가 돼가고 있 다”고 했다. 서강대 김태진(신방) 총학생회장은 “총학 중심의 축제는 학생들이 노골적으로 싫어한다”며 “학우들의 참여를 위 해 궁여지책으로 짜낸 방법이 연예인 초청”이라고 했다.
이런 ‘혼돈의 축제’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대학축제를 향한 시도가 각 대학에서 싹트고 있어 시선을 모은다. 서울대에서는 지난 2003년 대학 축제를 준비하는 모임 ‘축제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졌다. 서강대도 올해부터 축제 준비위원회가 공식 발족됐 다. 이런 가운데 각종 문화공연과 명사 초청 특강, 영화제 등 새 로운 문화가 속속 모습을 갖춰나가고 있다. 지난주 열린 서울대 축제는 차별된 다양한 기획으로 학생들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평 가를 받았다. 캠퍼스 곳곳의 학생들을 직접 찾아 공연을 벌이는 ‘LPG(Live Perfomance Guerrilla) 트럭’과 설치미술 ‘오, 월( Oh Wall)’행사가 호평을 받았다.
서강대는 광고전시회, 이화여대는 외국인문화축제, 한국외대는 불우이웃에게 각종 물품을 전달하는 ‘아름다운 가게’등 행사로 눈길을 끌었다.
‘축제하는 사람들’이광욱(국문과) 대표는 “각 대학들은 앞으 로 여성문제나 장애인권 등 사회 참여적 행사는 물론, 대학 문화 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대학축제 문화를 가꿔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우리네 기독교 학교들은 어떤가? 난 솔직히 지난 3일간(5월 11-13일) 있었던 총신의 축제에 대해서도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마다 그것이 그것이고...세상과 문화르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나 독창성이 도대체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CCM 가수들의 공연과 마라톤, 그리고 좁은 학교 캠퍼스를 거의 다 차지하고 벌어지는 각 학과의 음식 판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이유도 따져 물어야 하겠지만....그것이 바로 대학의 정체성 상실을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하기에....이제는 정말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우리 대학의 형편이 더 좋지 않았던 그 시절, 내가 대학에 다니고 있었던 그 시절 최소한 총신은 달랐다. 개교 기념 행사 자체는 초라했을지 몰라도 정신이 없지는 않았다. 여기서 학생들의 젊음을 발산하며 이루어지는 행사 자체를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체육이나 음악 행사도 다 좋다. 그러나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지 않은가? 말은 많되 아무런 결과물도 내어 놓지 못한다면....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의 말이 삶과 문화로 결과되어질 때만이 우리는 영향력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총신을 비롯한 기독교 학교가 그 나름의 특징을 갖고 내어놓은 문화가 없다면 교회의 미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모든 대학의 축제가 알맹이 없는 놀이에 그친다면 젊은이들이 이끌고 갈 이 민족의 미래는 또 어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