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인라인스케이트

[엘엘(이종범)]

[리뷰] 아주 특별한 인라인스케이트 - 살로몬 Chill LX

2007.05.03.목요일.레저사관학교

지난 주말 인라인사관학교의 첫 번째 강습을 맞아서 오랜만에 올림픽공원을 방문했다. 겨울시즌동안은 주로 한강시민공원에서 로드런을 했었기 때문에, 근 6개월만에 올림픽공원을 다시 찾은 셈이 된다. 그렇다보니 어딘가 생소한 듯 하면서도 굉장히 반가운 느낌이 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랜만에 찾은 올림픽공원은 사뭇 달라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일단 주위에 건물들이 새로 공사를 하느라 어수선했고, 광장에 모인 사람들도 인라이너들 일색이 아니라 자전거에서부터 축구를 하는 아이들까지 아주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을 보니 마치 예전 인라인을 처음 시작하던 2000년 경의 올림픽공원을 다시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때만해도 인라이너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였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그냥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거나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정도였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라이너들에게 점령당하다시피 했던 올림픽공원이 마냥 좋아보이지만은 않았었는데, 오랜만에 방문한 자리에서 좀 달라진 모습을 보니 예전 생각이 나는게 웬지 더 좋아 보이기도 한다.

Chill LX                                                                       Irony LX

기왕 예전 생각이 나는 김에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준 장비 하나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바로 살로몬에서 작년에 소개한 Chill LX 와 Irony LX 라는 독특한 장비들이다.

2002년대 초반만 해도 인라이너들의 장비를 보면 아주 다양한 종류가 뒤섞여 있었다. 대부분 휘트니스 스케이트를 사용하고 있었고, 약간의 트레이닝급 스케이트와 어그레시브 스케이트를 볼 수 있던게 그당시의 모습이었다. 그때는 휘트니스와 어그레시브 스케이터가 함께 모여서 로드런을 하던 시절이니 말이다.

또하나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것은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가 전성기를 누리던 것이 바로 그 즈음이라는 것이다. 요즘에는 거의 볼 수 없지만 당시만해도 프레임과 부츠가 분리되는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가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 스케이팅을 하다가 언제든 프레임을 분리해서 신발처럼 걸어다닐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신기하면서도 편리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레이싱의 바람이 불면서 스케이트로서의 기능이 떨어지는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를 좋아하던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었는데, 생각지도 않던 곳에서 그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가 부활하고 말았다. 바로 그것이 위에서 본 살로몬의 Chill LX 와 Irony LX 라는 장비들인 것이다.

기존의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에 대한 지식이 있는 인라이너라면 저 장비들을 보고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의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와는 전혀 다른 구조와 개념을 가진 장비들이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것이 다르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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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l LX

장비명	Chill LX
브랜드명	살로몬 ( Salomon )
홈페이지	살로몬 쇼핑몰 홈페이지
특징	분리형 인라인스케이트, 스니커즈형 이너 신발, 275mm 텐션아치 프레임, ILQ7 트윈캠 베어링, 84mm/80A 바퀴,
소비자가격	230,000원

살로몬의 췰 LX 는 아주 특별한 인라인스케이트다. 이미 위에서도 간단히 소개를 했듯이 그냥 인라인스케이트가 아니라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반 착탈식 인라인스케트와는 다른 아주 특별한 착탈식 인라인 스케이트 말이다.

일반적으로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라는 것은 부츠와 프레임을 분리할 수 있는 스케이트를 말한다. 그냥 트레이닝이나 레이싱 스케이트처럼 부츠와 프레임이 단순하게 분리만 되는 것이 아니라, 프레임을 분리하면 부츠 자체를 신발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게 큰 특징이다. 아래의 예를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하이프노 스텔스

위 사진은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하이프노의 스텔스라는 장비다. 스텔스의 부츠를 보면 일반 인라인스케이트와는 달리 신발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프레임의 길이도 약간 짧으며, 프레임과 부츠의 뒤에는 커다란 지렛대 같은 장치가 달려 있다.

스텔스의 부츠는 그 생김새만 신발과 닮은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신발과 거의 동일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부츠 뒤쪽에 있는 지렛대는 프레임과 부츠를 연결하는 장치이며, 간단한 동작으로 프레임을 분리하면 신발처럼 걸어 다닐 수 있게 된다.

          롤러블레이드 더비 그레이                                                    로시뇰 SIS 아스팔트

하이프노와 동시대에는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의 종류가 여러개 있었다. 롤러블레이드의 더비 시리즈와 로시뇰의 SIS 시리즈가 그 주인공들이다. 롤러블레이드의 더비 시리즈는 가장 신발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부츠였다는 것이 특징이고, 로시뇰의 SIS 는 프레임과 부츠를 연결하고 분리하는 방법이 가장 간편했었다.

하이프노의 스텔스와 SIS 아스팔트를 직접 사용해봤던 느낌을 가지고 비교해 보자면, 스텔스는 스케이트로서의 주행감이 더 좋았고 SIS 아스팔트는 간편한 결합 방식이 좋았었다. 그래도 굳이 손을 들어주자면 하이프노의 스텔스가 조금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롤러블레이드의 더비 그레이와 하이프노의 스텔스를 사용해봤던 코스모레포츠의 정소영씨에 의하면 더비 그레이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하이프노 스텔스는 부츠가 좀 단단한데다가 바닥에 프레임 결합을 위한 연결장치 때문에 걷는데 불편함이 있는 반면에, 더비 그레이의 부츠는 부드럽고 편안한데다 바닥에 연결장치가 아예 없기 때문에 신발로서의 기능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본 교관이 더비 그레이를 사용해 보지 못해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기회가 있다면  하나 꼭 가지고 싶었던 스케이트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은 더 이상 생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불가능한 소원이 되고 말았다.

이렇듯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는 언제든지 신발과 스케이트로 변신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한때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었다. 하지만 신발로서는 운동화 보다 불편하고 스케이트로서도 일반 휘트니스 스케이트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화석처럼 되어 버리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이런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틀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살로몬에서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를 내놓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도 기존의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와는 전혀 다른 개념과 구조를 가진채로 말이다. 바로 그것이 오늘의 주인공인 Chill LX 와 Irony LX 다.

살로몬 Irony LX (여성용)

Chill LX 와 Irony LX를 보면  기존의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와는 상당히 다르고, 오히려 일반적인 인라인스케이트와 거의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솔직히 본 교관도 처음에 얼핏 봤을 때는 좀 모양이 특이한 휘트니스 스케이트인줄로만 알았다가, 실제 이 제품의 구조를 보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지금부터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특징 및 구조

일단 부츠 부분을 보면 앞서 말한 것처럼 일반적인 휘트니스 스케이트의 부츠와 거의 동일하다. 살로몬 특유의 에너자이저에, 발목 버클, 스피드레이스 등은 흔히 볼 수 있는 그대로이기 때문인데, 조금 자세히 보면 옆면에 두 개의 특이한 장치가 달려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보다 자세한 설명과 이해를 돕기위해서 Chill LX 의 핵심적인 기능들을 세부적으로 보기로 하자. 우선 부츠의 각 부분과 그 각각의 확대사진들을 잘 보시기 바란다.

1번에 해당하는 것은 발목의 버클과 스피드레이스 부분이다.

처음에 얘기한 것처럼 Chill LX 는 일반적인 휘트니스 스케이트와 동일한 발목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발목 부분에는 커다란 버클 스트랩이 달려 있고, 그 사이로 스피드레이스의 끈이 살짝 보인다.

끈을 풀고 조이기에 편리하도록 된 스피드레이스는 발목 스트랩 아래에 보이는 둥근 고정장치로 고정시키며, 길 게 남는 부분은 부츠혀 앞쪽에 있는 주머니에 넣음으로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살로몬의 여타 휘트니스 스케이트와 동일하다.

그럼 좀 건너 뛰어서 4번을 보자. 4번은 살로몬 특유의 에너자이저 시스템을 보여주고 있다. 살로몬의 에너자이저 시스템이란 부츠의 힘 전달력 및 움직임을 규정하는 구조를 말하는데, 장비의 종류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휘트니스 스케이트의 경우에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 처럼 하드 재질의 커프와 뒤꿈치 부위를 고정시키는 나사가 달려있다.

저 나사를 풀면 커프와 뒤꿈치 부위가 분리되면서, 발목을 앞으로 훨씬 깊게 구부릴 수 있게 된다. 반대로 그만큼 안정감은 좀 떨어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냥 사용하는 것이 낫다.

5번을 보면 좀 이상한 생각이 들 것이다.

하드부츠는 완전히 부츠 전체가 통짜로 되어 있지만, 소프트부츠는 부드러운 재질의 부츠와 단단한 바닥 부분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다.

바닥 부분까지 부드러우면 힘의 전달력에도 문제가 있고 프레임을 버티기도 어렵기 때문에, 바닥 부분 만큼은 단단한 재질을 사용하는 것이다.

4번 그림에서 본 뒤꿈치와 커프 부분도 마찬가지 이유다.

그런데 5번 사진을 보면 소프트 부츠의 아래쪽이 좀 특이하게 생겼다. 그냥 부츠의 바닥이라기 보다는 어째 꼭 운동화 바닥 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운동화의 밑창과 그 바닥에 있는 홈까지 말이다. 이쯤 되면 이 Chill LX 라는 제품의 정체성에 대해서 감을 잡았을 수도 있겠다.

  

그럼 가장 하이라이트인 2번과 3번 사진을 보기로 하자. 처음에는 그냥 장식 정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세히 보면 두 개 모두 버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체 왜 이 부분에 버클이 필요한 것일까? 그 해답은 아래에 나온다.

  

3번 부분의 버클을 아래로 당기고 뒤쪽의 연결고리에서 빼면, 이렇게 완전히 분리가 가능하다. 2번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분리할 수 있다.

자, 이것이 바로 Chill LX 의 정체다. 버클을 풀면 발등 덮개 부분이 열리고, 사진에서는 안보이지만 부츠혀도 덮개에 붙어 있는 형태다. 그러면 그 아래에는 완벽한 스니커즈 형태의 이너 부츠가 나타난다. 아직도 무슨 얘기인지 이해가 잘 안가신다고?

살포시 저 신발처럼 생긴 부분을 꺼내들면, 놀랍게도 이런 완전한 하나의 스니커즈로 변신한다. 분명히 이것도 이너부츠의 한 부분이지만, 이렇게 분리한 상태에서의 형태와 기능은 일반적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스니커즈와 동일하다.

옆을 봐고 바닥을 봐도 영락없는 신발이요 스니커즈다. 이 정도면 그냥 신고 다녀도 아무도 인라인스케이트의 부츠라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느낌도 정말 스니커즈와 똑같고 말이다. 솔직히 본 교관이 현재 신고 있는 스니커즈보다 편하더라.

스니커즈형 이너부츠를 빼내고 남은 Chill LX 의 모습이다. 속이 비었기는 하지만 인라인스케이트의 형태를 그대로 갖추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츠혀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에서도 발등의 덮개와 함께 붙어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이제 왜 본 교관이 이 Chill LX를 정말 특별한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라고 했는지 이해가 가시는가? Chill LX 는 기존의 하이프노와 같은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과 구조를 가지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이프노나 롤러블레이드 더비, 로시뇰 SIS 는 공통적으로 부츠를 좀 단단한 신발처럼 만들고, 그 바닥에 프레임을 붙였다 떼었다 하도록 된 구조다. 인라인스케이트로서의 기능을 중시했기 때문에 주행 성능은 괜찮지만, 부츠가 단단하기 때문에 프레임을 떼어내고 걷기에는 좀 불편하다는게 단점이었다.

하지만 Chill LX 는 그 반대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예 신발을 기초로 그 위에다 스케이트의 구조를 덮어 씌운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발로서의 기능이 아주 뛰어나다는게 장점이다. 물론 스케이트로서의 기능이 문제인데, 요 부분은 아직 직접 사용해 보지 않아서 딱히 뭐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무래도 신발 부분과 부츠 부분이 분리되어 있는 구조기 때문에, 스케이트로서의 기능성은 하이프노의 형태에 비해서 좀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본다.

아무튼 아직 그 성능에 대한 평가를 하기는 이르지만, 그 아이디어 만큼은 대단히 참신하고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실제로 보지 않았다면 전혀 상상도 못했을 정도의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Chill LX 는 부츠 부분을 제외하면 일반 인라인스케이트의 구조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만큼, 프레임과 바퀴, 힐브레이크 부분은 휘트니스 스케이트와 동일하다.

Chill LX 의 프레임은 알루미늄 재질의 텐션 아치 (Tenshion Arch) DR 120 으로 모션 7.0 의 프레임과 동일한 모델이다. 최대 84mm 크기의 바퀴를 사용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84mm/80A 의 바퀴가 달려 있고, 베어링은 ILQ 7 트윈캠 베어링을 사용한다.

마무리 한판

지금까지 살펴본대로 살로몬의 Chill LX 와 Irony LX 는 참으로 특별한 인라인스케이트다. 기본적으로는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의 개념이면서도, 기존의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와는 전혀 다른 구조와 개념을 가지고 있는 장비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가 스케이팅에 중점을 두고 편안함을 희생한 편이라면, 이 Chill LX 는 스케이팅 보다는 신발로서의 기능과 편안함에 보다 중점을 두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의도대로 신발로서의 기능은 매우 훌륭하다. 신발과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스니커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스케이트로서의 기능성과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로서의 편의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리뷰에서는 장단점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 다음에 있을 사용기편에서 함께 올릴 예정이다.

실제로 테스트를 해봐야 알겠지만, 어차피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인 만큼 전용 인라인스케이트와 비교했을 때 부족함이 있으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착탈식 인라인스케이트인 만큼 같은 종류의 하이프노 시리즈와 비교해야 공정할 것이다.

그래서 본 교관에 맞는 사이즈의 장비가 도착하는대로 직접 사용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하이프노 스텔스와 비교해 볼 예정이다. 그 비교가 끝나는대로 자세한 사용기와 비교평가가 올라갈 테니 기대하시기 바란다.

그리고 그 평가의 결과가 어떻든 이런 특별한 장비가 다시 세상에 나왔다는 것에 대하여 무궁한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그동안 인라인스케이트가 너무 전문성과 기능성에만 치우쳐 왔었는데, 이로서 다시금 생활레저로서의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더 넓게 가져갈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다. 앞으로도 이런 특별하고 재미있는 장비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이번 리뷰를 마친다.

딴지레저 인라인사관학교 (inline@ddan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