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얼굴이 그렇게 하얀 사람을 보지들 못해서 신기해하는 걸세.
피곤할 텐데 옷부터 벗고 거기,
그래, 거기서 이불 꺼내서 덮고 자게나.
어! 이제 살살 이야기 하라고, 잠자는 사람이 있으니까
자! 다음에는 어떻게 한다고?
말 보다는 천천히 시범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데.”
“아까도 말했지만 발 쓰는 사람들이 무서운 거야.
그러니까 상대방 발이 이런 식으로 앞에 한 발이 나와 있을 때,
요렇게 살그머니 우편이나 좌편으로 붙어서는 거야.
그럼 팔꿈치로 가격할 장소가 양쪽 관자놀이,
맞아, 여기와 여기 목 부분은 여기와, 여기
또 손목이 약간 들려있을 때에,
겨드랑이나 명치가 보인다면 키가 큰 놈에게는 약간 높이 뛰면서,
비슷할 경우에는 약간 앉으면서 공격할 수 있지.
하여간 접근할 때에 원을 그리듯이,
춤을 추듯이 돈다는 것 하고, 정면으로 맞섰을 때에는,
오른 손이나 왼 손으로 목울대를 이런 식으로 손을 뒤집어서 꽉 쥔 후에,
업어치기를 하거나,
목울대를 잡은 손에 한 손을 더 보태 잡은 후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뒤로 넘겨버리면 상황 끝이 되는 거야,
제일 중요한 것은 삼 칠 이라고!
첫째 세 번 공격에 안 떨어지면,
일곱 걸음이상 비켜서서 상황을 파악하고는
아까 여럿과 붙을때 가르쳐 준 것을 쓸 준비를 하라 그 말이야.
아니면 삼십육계하든가 하고.”
“그런데 당한 놈의 목이 괜찮을까?
목뼈가 부러져서 혹시 꼴 가 닥 하는 것 아니야?”
“사람 몸이란 것은 자기 방어능력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발휘되기 때문에,
받은 충격은 클지언정 그 정도로는 절대 죽지 않는 거야.”
‘이 사람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지?
사람 죽이는 시범을 보이는 건가.
아니면 때리는 방법을 말하는 건가? 잠이 확 달아나네.’
설핏 잠이 들었던 정길이 잠이 도망갈 수밖에 없는,
강렬한 남자들만의 싸움의 언어에 귀를 쫑긋 세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송탄 쑥 고개에도 힘쓰기를 좋아하는
깡패 비슷한 사람들이 있어서,
저녁 즈음에 배달을 다니다보면 지나는 사람에게
괜한 시비를 걸어, 때리고, 돈을 뺏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보던 바라,
그 때마다 자신이 힘이 있으면 그 놈들을 혼내주고 싶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또래들과 투 닥 거린 적은 몇 번 있어도,
싸움이라할만한 싸움은 해 본적이 없지만,
태권도 유단자나, 권투도장에 다니는 사람들을 부러워한 적이 꽤 있었다.
깡패들도 그런 사람들은 건드리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태권도장이나 권투도장에 음식 배달을 가서 그들의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한참씩
정신을 놓고 구경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그렇게 운동을 중점적으로 배우지 않고도
몸을 보호할 수 있고,
오히려 이길 수 있다니 너무 신기한 것이다.
방향을 바꿔 누워,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들으며,
듣는 대로 상상 속에서 따라해 본다.
“발 잘 쓰는 놈같이 이쪽도 발이 빨라야 되는 거네?
조금이라도 더 말이지,
무엇보다 눈은 더 빨라야 하고.”
“몸을 회전하면 저절로 빨라지고,
상대방도 눈이 헷갈리기 때문에 요긴하게 써 먹을 수 있는 거야.”
“아휴! 그렇게 신경 쓰이는 것보다 박치기를 배우는 것이 훨씬 쉽겠네.
공격할 부분도 많고 그렇게 몸이 빠르지 않아도 되고,
파괴력이 강해서 한 방이면 되니 말이지, 그렇지 않아?”
“잘못 들었군, 박치기 섣불리 했다가는 병신 되기 십상이라네.
적어도 한 일 년 이상 연습해야 쓸 수 있을 걸세.
머리 단련이 쉬운 것이 아니야.
또 발이 따라주어야 되는 것이고.”
“아휴! 난 포기,
그냥 때리면 맞을래.
만년필이나 책이나 나무 조각으로
여러 명 상대 할 때 하는 것이나 다시 한 번 가르쳐 줘.
급하면 써 먹고 나 살려라 하고,
삼십육계로 튀어야지.”
“그게 사실 더 위험한 거야.
타격 강도를 잘못 조절하면 병신 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여러 명 상대 할 때만 쓰라고 한 거야.
그래야 나중에 잘못 되어도 정당방위가 인정되니까.”
“하여튼 김 형에게 정말 놀랬어.
회사에서 정라 진으로 회식 갔을 때에,
작정하고 시비를 거는 깡패들을 해치우는 김 형의 그 놀라운 기술에,
그래도 놀아 봤다는 그놈들이,
그것도 여섯 명이 순식간에 나가떨어지는데,
액션영화의 박 노식은 저리 가라였어.
정말 멋있었어.”
“한 놈이 칼을 빼드는 통에 아주 큰 사단이 났구나,
큰일이다. 잘못하면 멀쩡한 사람 하나 죽는구나! 했었지.”
“김 형이 노상 남에게 숙이고 살 길래,
나도 사실은 늘 깔보고 함부로 막 대했었는데,
이 봐! 지금 내 목이 제 자리에 붙어 있는 거지?
하하하 나 같은 건 저 친구가 훅 불면 날아갈 거야.”
“그 놈들이 대형으로 모신다고 했다면서?
아예, 건달 길로 들어서는 건 어때?
우리가 보기에는 멋있고 좋을 것 같은데.”
‘저렇게 몸도 작은 사람이 여섯 명이나 되는 깡패들을 때려 누였다고?
대단한 아저씨네.
생기기도 순해 터지게 보이는데,
겉만 봐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더니,
어! 저 아저씨가 시범 보인 것이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르네.
그래! 그럴 때 이렇게 하면 되는 거구나.
잘만 하면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는 않겠구나.
아! 아 흠 이제 졸려 졸리지만 않으면 더 듣고 싶은데,
아함! 그만 좀 했으면 좋겠네, 잠 좀 자게.’
“그런데 그것은 무술이야? 무슨 특별한 비법이야?
액션 영화에서도 못 보던 건데 어디서 배운 거지?
싸움의 고수한테야, 아니면 무슨 도사한테 배운 거야?”
“여기 입사하기 전에 잠깐 배를 탔는데,
그 때 그 배에 함께 타고 일하던 창 우련 이라는 중국 선원에게 배웠지.
보기에도 그렇지만 내가 본래 겁도 많고 약해서,
남에게 얕보이고는 했는데, 그래서 아버지가 배를 타보라고 하시더군.
뱃놈 밑에서 지내다 보면 달라지겠지 하시는 마음에서 적극 권 하셨고,
마침 시멘트를 수출하는 배가 있어서, 그 배를 타게 됐지.
그 때 그 무술을 가르쳐 준 창이라는 선원이 한국말이 서툴렀는데,
약골같이 보이는 내가 만만 했는지 나에게 한글을 좀 가르쳐 달라고 하더군.
그러다 보니 친해졌지,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일찍 배 위에서 수련하고 있던 모습을 봤는데,
그 모습이 정말 너무 멋있더군.
그 친구에게 졸라서 배우게 되었어.
지금 생각하면 굉장한 고수인 것 같아.
실제 그 배에서 내노라 하던 몇 명은 창에게 당해서 선원들이 창 앞에서는 설설 기더라고,
그 때 대련하며 배운 무술이 손에 익어서 제대로 써 먹은 거지.
그 중국인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지,
찾는 다면?
글쎄 조금 더 배우고 싶어,
사실 그 때는 내가 너무 약해서 조금이라도ㅜ약골이나 면하려는
갈급한 마음에 배우려 했던 거였는데,
얼마나 수련을 시키는지
중간에 그만 둔다는 소리를 몇 번이나 했나 몰라.
이 년 정도 배웠는데,
그 친구가 그 후에 홍콩에 간다고 해서 헤어졌어.
배운 것을 하루도 쉬지 말고 연습해야 한다고 당부 했었는데,
나도 바로 배에서 내려와 좀 쉬다 전기업무 기술 시험 준비를 했고,
시험에 합격해 여기로 발령받아 오게 되었지.
그간 소홀하던 무술을 그제야 다시 시작했어.
건강을 위해서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때의 대련 모습을 되새기며,
뜻을 풀어가며 하는 덕에, 배울 때 보다 세 배는 강해졌지.
그 친구가 고급 기술을 몇 가지,
시범 보인 것을 기억해 내려고 하는데, 오래 되어서 생각이 잘 안나.”
‘아! 조금 더 듣고 싶은데, 몸이 땅으로 꺼지네. 눈이 저절로 감겨, 아 하 암~
잠아 조금만 있다 와라.’
성숙
정길의 아버지는 따로 살림을 차려 살고 있었다.
그것도 여자의 친정에서, 그 새
아이도 하나 낳아 기르고 있었고,
남들이 보면 별 다를 것이 없는 부부의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
정길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러니 어쩌랴,
그 문제보다 시급한 것이 송탄의 배고픈 식구들인 것을,
부글부글 끓는 것을 참는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찾은 것이 다행이라 걱정하고 있을 모친을 생각해 집으로 편지를 쓴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에 써내려 간다.
~어머니! 엄마라고 만 하다가 어머니라고 쓰니까 웬 지, 내가 어른이 된 것 같네요.
아버지를 이곳에 오자마자 만났고,
오늘이 이곳에 온지 벌써 보름이 되었네요.
바로 편지를 쓴다고 한 것이 아버지에게 무슨 말이든지 들은 연후에 써야 하겠기에,
하루하루 보내다 보니 늦어졌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집에 가서 하겠지만,
아버지가 삼 년간은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하네요.
이제 빚 갈이가 웬만큼 되었다 하네요.
아버지의 기술이 냉난방 기술이라, 그
기술을 알아주는 아버지 고향 사람이 마침 그 시멘트 공장에 간부로 있어,
그 소개로 취직했다 하는 군요.
어머니와 동생들의 이야기를 하니까
그렇지 않아도 집에 돈을 좀 붙이려고 준비했는데 잘 됐다고 하면서,
열흘만 있다 집에 다녀오라고 하니까
편지 받은 지 오 일 후이면 집에 도착할 거예요.
아버지가 미안한 마음에 돈 좀 많이 만들어서 보내려고 하니까
어머니와 동생들의 고생도 이제는 그만 하셔도 되겠어요.
금방 갈게요. 정길 올림~
편지를 써서 봉투에 넣은 후,
허공을 쳐다보며 지금의 처한 상황을 생각해 보자,
답답한 마음이 어깨를 짓누른다.
사실을 어머니께 밝힐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혼자 삭이기에는 너무 마음이 괴롭다.
진혁이, 아버지가 아니고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고
이렇게라도 살아가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며 비참해 진다.
첫댓글 새로운글 잘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
저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