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5년 3월 3일 조르주 비제의 〈카르멘〉이 파리 코미크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대단한 미모에 현란한 노래와 고혹적 춤 솜씨까지 뽐내는 ‘카르멘’ 뒤에는 남자들이 줄을 지어 따라다닌다. 남주인공 ‘호세’도 평범한 인물이 아니다. 호세는 건전한 양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언행을 일삼는 인물이다.
현행범 카르멘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면 그때 당신은 나를 조심하세요!”라며 호세를 유혹한다. 공직자인 호세는 카르멘을 풀어주는 불법을 저지른다. 공직 유지가 불가능해진 호세는 카르멘을 따라 범죄 집단에 들어가 기거한다. 그러나 카르멘은 호세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사귄다. 호세가 그녀를 죽인다.
1923년 3월 3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창간되었다. 1973년 3월 3일에는 한국방송공사가 창립되었다. 갑자기 신문 ‧ 방송 이야기를 하는 것은 1756년 3월 3일 작가이자 언론인인 윌리엄 고드윈이 출생했기 때문이다.
아나키즘의 시초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고드윈은 평소 프랑스혁명을 폭군에 대한 저항권의 자연권적 발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에드먼드 버크가 〈프랑스 혁명에 관한 고찰〉을 통해 “프랑스 혁명은 천부적 인권 등 추상적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현실과 전통을 파괴하고 있다”라고 비난하자 큰 호응이 일어났다. 고드윈은 그에 반격으로 〈정치적 정의〉를 집필했다.
‘대기자’ 한 사람이 소속 신문사 지면을 통해 “국민은 정권교체가 절실해서, 국민의힘이 제1 야당이어서, 그 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이어서 지지하는 것이지 당신들이 예뻐서가 아니다.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선 후보 단일화가 필수다. 윤석열은 한밤중 안철수를 보쌈이라도 해 와서 정치개혁에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좋은 나라 만드는 압도적 정권교체에 함께 나아가기 바란다. 이제는 제발 정치인이 국민들 마음 편하게 해줄 때도 되지 않았는가.”라며 ‘한국 언론인’답게 ‘불편부당’한 주장을 펼쳤다.
그에게 되묻는다. 이제는 제발 언론인이 국민들 마음 편하게 해줄 때도 되지 않았는가? 고드윈과 버크는 누가 옳든 모두 실존의 과제를 진중하게 인식하며 글을 썼다. 건전한 양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윤석열은 안철수를 보쌈이라도 해오라’ 식 천박한 문장은 카르멘의 노래 “사랑은 제멋대로인 한 마리 새, 누구도 길들일 수 없어∼”를 연상시킨다. 비제와 동시대의 영국 비평가 해즐릿의 “자유를 사랑하는 것은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고, 권력을 사랑하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라는 명언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