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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맛집 스크랩 [괜春한 나들이] 춘남춘녀의 한 끼 식사
해나 추천 0 조회 41 11.03.23 16:2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혀에 마비가 온 것도 아닌데 좀처럼 입맛이 돌지 않는다. 계절 탓인지 그 맛이 그 맛이다. 입맛 살릴 무언가를 찾아보고자 애꿎은 키보드만 괴롭힌다. 그래봐야 거기서 거기. 수많은 검색어로 찾아보아도 이색 음식은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 파랑새는 집에 있지 않았던가. 멀리서 찾지 말자. 봄 입맛을 돌게 할 그 녀석. 보릿고개 몸소 체험하신 어르신에게는 추억의 맛이요, 젊은 층에게는 웰빙음식으로 각광받는 보리밥.

 

한 술 떠서 입안에 넣으면 고슬고슬 퍼지던 알갱이들. 어금니 사이로 몰아넣고 매몰차게 씹어대면 톡톡 터지던 식감. 제철에 나는 나물 넣고 고추장 한 술 퍼서 쓱쓱 비며 입에 물면 그 맛이 밥도둑. 게장만 도둑이란 법 있나.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게 어디 전어뿐이겠느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보리밥.

 

가난한 시절 신물 나도록 먹었던 그 녀석이 질릴 법도 한데, 쌀밥이 물릴 때쯤 그리움 때문인지 보리밥을 찾게 된다. 세월이 변하니 맛도 변한다고, 쌀이 이런 대우 받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집 좀 살아야 흰쌀밥에 숟가락 꽂아 봤다고 뻐기던 이야기는 이제 옛말. 흔해빠진 쌀밥대신 식당에 찾아가야 먹을 수 있는 별식. 이번에 소개할 음식은 보리밥이다.

 

 


<새 옷 입은 서울중앙시장의 웅장한 자태>

 

 

물가가 워낙 비싸 외식하기 두렵다면 중앙시장으로 가라! 오천 원을 가지고 싸고 맛있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은 곳이다. 중앙통로를 기준으로 양 옆에 빼곡하게 들어선 상점과 각 종 주전부리까지 없는 게 없다는 그곳.

 

 


<향긋한 봄나물 부터, 김이 모락모락나는 만두까지. 츄읍~>

 

 

험난한 인생살이 하면서 누구나 하나쯤의 사연 갖고 있듯, 중앙시장도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중앙시장은 동대문, 남대문시장과 함께 서울의 3대 재래시장으로 불릴 만큼 규모가 컸다. 한때 서울시민의 전체 양곡소비량 가운데 70% 이상이 이곳에서 거래될 만큼 번성했다. 하지만 낙후된 시설과 하나 둘 생겨난 거대 할인상점 덕분에 상권이 흔들렸다. 이로 인해 2005년 리모델링을 시작해 다음 해인 2006년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임-아트,집+,놋대에서 느낄 수 없는 정겨움>

 

 

그 후 2009년 10월. 시장 지하에 공방이 들어섰다. 상권회복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신당창작아케이드’. 이 프로젝트는 예술작가들에게 공방을 대여해 주고 방문객의 발길을 유도해 상권에 이바지 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하상가에 들어가면 줄지어 늘어선 횟집과 작가들의 공방이 뒤 섞여 있어 재밌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색 구경거리 한 가득 - 신당창작아케이드 입구>

 

 

 

 

어쨌건 시장이야기는 접고, 보리밥타령 했으니 보리밥을 봐야겠지. 중앙시장 입구에 들어서 10m 정도 걸으면 오른쪽 상단에 보리밥이라는 간판을 볼 수 있다. 그 골목으로 들어서면 대여섯 군데의 보리밥 집이 있다.

 

 


<이 골목에서 좀 더 들어가면 우리가 갈 목적지가 나와요>

 

 

10년 이상 된 집들로 메뉴는 비슷하지만 제 각기 다른 맛을 자랑한다. 우리가 간 곳은 ‘토속보리밥’이다. 주변 상인들의 입을 통해 맛집으로 검증된 곳으로 입구에 보이는 때깔고운 나물들은 오고가는 이들을 유혹한다. 게다가 칼국수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장님의 손길을 보니 시장에서 유명한 이유를 알겠다.

 

 


<짜잔. 바로 이곳>

 


<칼국수 면 뽑는 사장님>

 

 

출입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꼬리꼬리한 향이 코를 찌른다. 바로 청국장 냄새. 실내는 주위 식당보다 넓다. 좌식과 입식이 모두 가능한 형태여서 편할 대로 앉으면 된다.

 

 


<저기 끝에 방도 있다>

 


<친절한 원산지 표시!>

 

 

메뉴는 다양한 편이다. 생수대신 앙증맞은 주전자에 숭늉이 나와 꽃샘추위로 차가워진 몸을 데울 수 있었다. 대접에 따르니 그 색이 막걸리를 닮았다. 구수한 숭늉을 한 모금씩 마시다 보면 보리밥이 나온다.

 

 


<구수해 구수해>

 

 

미리 준비된 그릇에 보리밥을 담고 나물만 얹으면 되니 주문 후 바로 맛 볼 수 있다. 청국장은 넉넉한 두부 때문에 먹음직스럽고, 다양한 쌈 채소들은 시장에서 공수 돼 싱싱하기 그지없다. 쌈장과 이집만의 비법 장까지 한 상 가득하다.

 

 


<보리밥 기본 세팅>

 

 

밑반찬부터 살펴보자.
배추 겉절이, 열무김치, 고구마줄기 볶음, 버섯볶음이 나왔다. 연신 사진을 찍어 대는 우리를 본 아줌마가 말을 시작했다.

“열무김치랑 겉절이에 들어간 고춧가루는 전라도에서 농사 진 고추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저희 김치에는 과일을 갈아 넣어요. 될 수 있으면 조미료를 안 쓰려고...”

 

 

 

 

이 눈치 빠른 아줌마의 설명을 듣고 맛을 보니 과일 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건 빛깔한번 죽여줬던 겉절이. 쩌리짱은 정준하가 아니라 여기에 있었다.

 

 


<잘 비벼진 보리밥. 아~>

 

 

대접에 담긴 밥의 향부터 맡으니 참기름 냄새가 진했다. 보리밥 위에는 도라지, 호박, 콩나물, 고사리, 무채 그리고 유채까지. 제주도에서나 볼법한 그 귀한 몸 유채. 줄기를 삶아 무친 것으로 냉이나 달래처럼 향이 있기보다 첨가된 참기름 맛이 강했다. 이곳 보리밥의 특징은 쌈을 싸 먹는 일이다. 상추 대신 양배추 삶은 것에 다시마 한 장 깔고 그 위에 잘 비빈 보리밥을 올려 먹어보라. 양배추의 달달함과 다미사의 쫀득함을 느낄 수 있다.

 

 


<한쌈 하실래예?>

 

 

한 참을 기다린 후에 칼국수가 나왔다. “시장 인심이란 게 이런 거다.”라고 알려주기라도 하듯 대접 가득 나왔다. 그렇다면 칼국수는 언제부터 먹었을까? 요즘이야 흔히 먹을 수 있지만 고려나 조선시대에는 특별한날에만 먹었다. 귀하디귀한 식재료가 밀가루였으니 아마 궁중이나 목 빳빳하게 들던 양반들만 먹지 않았을까? 공식적으로 밀로 만든 칼국수를 먹은 때는 바로 보리와 밀 수확이 끝났을 때인 유두(음력6월15일)로 갓나온 햇밀로 칼국수와 밀가루부침을 부쳐 먹던 기록이 있다.

 

 


<후덜덜. 양이 살인적이다>

 


<역시 칼국수에는 쩌리짱!>

 

국물부터 시식하니 걸쭉하면서 개운하다. 칼국수에는 홍합, 바지락, 미더덕, 보리새우가 들어가 있어 감칠맛이 난다. 면발 속 까지 간이 깊숙이 배있어 맛이 좋다. 다만 조리 시간이 길었던지 면발이 쫄깃하지 못한 단점이 있었다. (꼬들꼬들한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비추) 칼국수는 주문이 들어 온 후 바로바로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죽은 미리 돼 있지만 밀고 썰고 끓이는 시간이 있어 성격 급한 사람에게 명상은 필수다.

 

 

총평
보리밥 : 꽃샘추위에 눈까지 내렸던 이날, 중앙시장의 후덕했던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명확한 원산지 표기와 주인아주머니의 고집으로 만들어진 음식들은 깔끔했다. 다만 유동인구가 많은 시장에 위치하고 있어 외부에 진열 된 나물들의 위생상태가 걱정된다.
칼국수 : 면발의 쫄깃함이 부족하다는 것 빼고는양도 왕, 국물도 왕.

식사 후 옷에 청국장 냄새가 밸 수 있으니 이점 유의하자. 집에 가는 내내 신경쓰임.

 

 

<위치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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