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남 신안군 흑산면 대장도 산 중턱에 자리잡은‘장도습지’. 섬에서 발견된 최초의 산지습지로, 이탄층이 발달돼 있어 수자원 저장 및 수질정화기능이 뛰어나며,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2005년 국내 3번째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습지 건너편으로 쪽빛 바다가 보인다. 장도(신안)=김성현 기자 sh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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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층 발달…식생 다양매년 4차례 벌이는 정기 모니터링을 위해 동행한 영산강환경유역청 습지 담당 정광훈(42) 씨는 습지로 오르는 길에서부터 연신 셔터를 눌렀다. 콩짜개덩굴과 털머위·부처손·미역취 등 화초류에서부터 동백·구실잣밤나무·갯버들 등 수목, 노랑턱멧새·흑비둘기 등 조류, 산짐승의 배설물과 매에 잡혀 먹힌 것으로 보이는 산비둘기 사체에 이르기까지 습지 구석구석이 카메라에 담겼다.
긴 가뭄 탓에 습지는 메말라 있었다. 남쪽에서는 물기를 찾기 힘들었으나, 북쪽으로 완만한 경사를 오르자 죽은 식물이 썩지 않고 쌓여 만들어진 이탄층(泥炭層)의 푹신한 느낌과 함께 발 밑에서 물이 번져 나왔다. 습지는 몇 발자국 뗄 때마다 구실잣밤나무에서 골풀·고마리 군락으로, 다시 갯버들, 청미래덩굴, 조릿대 군락 등으로 수시로 변하며 다양한 식생을 보였다. 철이 맞지 않아 야생화와 곤충류, 제주도룡뇽·도마뱀 등 양서·파충류를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모니터링을 마친 정 씨는 "습지의 육지화 진행 가능성 등 식생변화가 조사의 초점"이라며 "습지 외곽의 이대(벼목 화본과의 커다란 조릿대류, 신이대라고도 부른다) 군락이 습지 쪽으로 영역을 다소 확대한 것 외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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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전가치 큰 최초 섬 습지장도습지는 섬 지역에서 발견된 최초의 산지습지. 해발고도 233.8m, 면적 9041㎡ 규모로 2004년 8월 환경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2005년 3월 국내 3번째로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소규모 섬으로는 보기 드물게 이탄층이 발달돼 있어 수자원 저장 및 수질정화기능이 뛰어나다. 수질과 자연생태도 모두 1등급을 유지하고 있어 여기서 흘러내린 물은 섬 주민들 식수로 사용되고 있다.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매와 2급인 솔개·조롱이 등 희귀동식물 서식이 확인됐고, 습지식물 294종, 포유류 7종, 조류 44종, 양서·파충류 8종, 육상곤충 126종, 식물군락 26개 등이 발견되는 등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
완도수목원 류한춘 박사는 "장도습지는 소규모 섬에서 발견된 최초의 습지일 뿐 아니라 이례적으로 산 정상부와 가까운 높은 곳에 위치해 있고, 식물 종이 다양해 보전 가치가 뛰어난 습지"라며 "현재의 안정된 생태를 유지하면서 가축 방목 등 생태계 훼손을 막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통 불편… 탐방에 한계
장도습지는 현지 환경감시원 이영복(36) 씨가 매주 1차례씩 둘러보며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뭍에서 멀리 떨어진 데다 정기 항로가 없어 일반인들의 탐방이 쉽지 않다.
이씨는 "환경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가끔 문의해와 습지를 안내해주고 있으나, 섬을 오가는 데 적잖은 시간과 비용 부담이 필요하다"며 "흑산도를 오가는 도선(渡船)을 운항하고, 사계절 습지생태를 실시간으로 알릴 수 있도록 인터넷이 하루빨리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 장도 습지 희귀 동₩식물. 위로부터 노랑 턱멧새, 콩짜개덩굴, 살제비나비와 엉겅 퀴, 육박나무군락.
영산강유역환경청은 2006년 탐방로 등 관찰·안내시설 설치와 지형·지질 보호, 적정 규모 탐방객 출입관리, 습지보전을 위한 지역공동체 조성 등을 골자로 한 '장도습지 보전계획'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장도를 탐방하려면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흑산도에 들어간 뒤 사선(私船)을 이용해야 한다. 흑산도까지 2시간, 사선으로 20여 분 항해한다. 문의 ☎(010)2806-5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