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조는 마라톤 천재다.
타고난 심폐기능이 보통 사람보다 2배 이상 뛰어나다.
그는 풀코스 도전 4번 만에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월계관을 썼다.
그는 말도 참 잘한다.
은퇴한 지금 방송해설자로, 마라톤 감독(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
크고 작은 이벤트의 주인공으로 항상 분주하다.
이봉주는 노력가다.
신체조건도 황영조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
그러나 그는 피와 땀과 눈물로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
풀코스 도전 15번 만에 96년 애틀랜타올림픽 2위에 올랐다.
그 뒤로도 2번 (2000년 시드니 24위 2004년 아테네 14위)이나
더 도전했지만 끝내 월계관을 쓰는 데는 실패했다.
이봉주는 말도 잘 못한다.
누가 말을 걸지 않으면 먼저 입을 떼는 법이 없다.
컨디션이 어떠냐고 물으면 그냐아앙~~ 하고 배시시 웃어 버린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은메달을 따낸 소감을 묻자.
군대 안 가게 돼서 좋아유 라고 너무 솔직하게 말해
기자들을 당황하게 만든 적도 있다.
황영조와 이봉주는 올해 서른넷의 동갑내기다.
이들은 코오롱 시절 고 정봉수 감독 밑에서 94년부터 3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이봉주의 동갑내기 부인 김미순씨를 소개한 사람도 황영조다.
94년 황영조가 그의 초등학교(강원도 삼척 근덕) 동창생이었던
김씨를 이봉주에게 소개했던 것이다.
이봉주는 너무 많이 뛰었다.
14년 동안 32번의 완주
(황영조는 5년 동안 8번)는 기네스북에 올라야 할 정도다.
외국 감독들은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많이 뛸 수 있느냐 며 혀를 내두른다.
보통 외국 선수들은 대회 기준 풀코스를 15번 정도 완주하고 나면 서둘러 은퇴한다.
한마디로 이봉주는 50만km정도 달린 자동차와 같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씽씽 잘도 달린다.
황영조는 외향적이고 활달하다.
이봉주는 차분하고 내성적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만나면 분위기가 자꾸 겉돈다.
황영조는 뭔가 자꾸 이야기하려 하고
이봉주는 듣는지 마는지 통 반응이 없다.
천재 와 노력가의 만남 치고는 싱겁기 짝이 없다.
하지만 왠지 무뚝뚝한 봉달이 이봉주에게 더 정이 간자.
혼자서 가끔 소처럼 의뭉하게 웃는 봉달이가 임의롭다.
아마 2003년 얻은 아들 우석이를 생각했을 게 틀림없다.
그는 동도 의뭉하게 먹고 살 만큼 모았다.
물론 그이 피와 땀으로 번 것임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 2004년 12월호 좋은생각에 실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