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설악산 서북능선 (한계령-서북능선- 끝청-중청- 대청- 오색) 종주기
【 1 】
승천한 지난 용의 해에 이어 뱀띠 해가 왔다. 어제의 해넘이에 하루가 가고 아침의 해돋이로 새날 오듯이, 지난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밝았다. 필부의 변함없는 일상의 삶은 둔감해서 늘 어제같은 오늘이고 오늘같은 내일이라 여기
지만,그래도 까닭없이 새해가 기다려 지는 것은 새해 새아침을 여는 햇살이 지난 한해의 허물을 씻겨 가주기를 바
라기 때문이며. 그 허물속에 점철된 지난 날의 회한과 절망. 가슴시린 한숨까지 싹쓸어 씻기우고, 한 살 더먹는 나
이는 희망의 이름으로 영혼을 쌀찌우기 위함이다. 내일을 기다린다는 것은 범부도 마음 먹기에 따라 나날이 일신
하며 값진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명징한다. 뱀이 스스로 허물을 벗어 자라듯,사람은 몸과 마음속의 묵은 때를 씻
어내어 비워야 새 희망으로 채울 수 있다. 선비들이 입모아 새해를 염원하는 사자성어로 제구포신(除舊布新)을 택
하였다 한다. 낡은 것을 버리고 새것을 취하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엔 사전적 자구상의 뜻만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버리되 낡은 것의 가치는 다시 생각하고, 취하되 새것으로 부터의 폐단도 미리 살펴보는 지혜를 가
져야 한다"는 메세지가 담겨 있다. 구랍(舊臘) 송년 마지막 산행은 세밑에 남덕유산을 찾아 송구(送舊)의 의미를
새기고, 2013년 새해맞이 첫산행은 설악산을 찾아 영신(迎新)의 각오를 다진다.
설악산은 유산풍류 모든 이의 로망이다. 중후 장대한 태산 그의 품에 안기기는 결코 녹록치 않으나,그러나 애써
오르면 오르는 만큼의 그에 걸맞는 보상이 반드시 따른다. 어제의 해가 오늘의 해가 아니듯, 언제나 그 곳에 있는
설악 이지만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천변 만화의 태산이다. 하물며 하얀 속살을 내어주는 겨울의 그의 모습이야
새삼 더 무었을 말하리-. 신년 맞이 영산(迎山)으로 설악산을 택한 것도 그를 알기에 건청곤백(乾靑坤白)이 마주
접한 이곳에서 그의 의로운 기를 받아 장부의 호연지기를 기르고,만상의 은빛 설원에 새해를 빌어 소망하는 것을
그려보고 싶음이다. 또한 서북능선의 심설산행(深雪山行)을 통해 각력과 체력을 한층 다져 지난 한 햇 동안에
그래왔 듯이 올 한 해도 계속 무사산행을 이어가기 위함이다
2013,1,6, 새해 첫 주, 첫 주일, 아침 10시의 설악산 한계령은 파아란 하늘 더 높고, 음지 사면의 나목에 핀 상고대
가 아침 햇살에 반짝 반짝 자지러진다. 한계정의 마당쇠가 계단을 오르는 산우를 맞아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친
절히 맞는 데, 한계령 위령비를 뒤로하고 가파른 백두대간길 1km를 올라 1307봉에 오르니 동서로 가로지르는 서
북능선 남사면 석고당계곡이 설벽 병풍으로 위엄 있고, 멀리 서북쪽 귀떼기청봉이 하얀 눈모자 쓰고 반겨준다. 2
시간 여 만에 올라선 서북삼거리에서는 내설악 백운동 계곡을 타고 오는 골바람이 이마의 땀을 세차게 가셔 주는
데, 백두대간 서북능선 지킴이 천년 주목은 유산자의 이목을 끌어가 안전산행을 당부한다.
서쪽으로 멀어지는 귀떼기청봉을 뒤로 하고 1397봉을 지나고 1475봉에 이르니,북서의 내설악과 남쪽 남설악이 천
하를 양분하여 장관이다. 남북으로 굽돌아 뻗어 내리는 백두대간이 용트림 한다. 설악 공룡능선과 황철봉을 가볍
게 넘은 대간 마루금은 북설악 신선봉을 넘어 인제 마산봉을 하얀 눈꼬깔로 덮고, 진부령을 건너뛰어 칠절봉과 향
로봉으로 달려 금강산으로 뛰어들고, 남쪽으로는 필례령을 뛰어넘어 점봉산에서 잠시 숨 고르드니 단목령을 내려
멀리 오대산으로 숨어든다. 고래등 같은 설악산 서북능선의 진면목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방 이백리 길, 남북 사
백리의 백두대간과 그 대간에 기댄 천첩옥산(千疊玉山)을 한 눈으로 볼 수 있음은 선택된 자 만이 누릴 수 있는 축
복이다. 점봉산의 운해가 은빛 더 넓은데, 멀리 방태산이 고개를 내어밀고 가리봉 주걱봉과 키재기를 한다.
▼ 한계령 풍경
▼ 설악산 서북능선 위성사진 / 자료사진.
▼ 설악산 산행지도
▼ 백두대간 한계령 위 1307봉에서 바라본 귀떼기청봉
▼ 서북능선 서북삼거리 주변 풍경
▼ 서북삼거리 서북능선 지킴이 주목(朱木)들
▼ 서북능선 풍경- 1
▼ 서북능선 풍경 - 2
▼서북능선 1474봉에서 뒤돌아본 귀떼기청봉
◀ 서북능선 ▶
설악산 서북능선은 중청봉에서 끝청봉을 거쳐 귀떼기청봉, 대승령으로 이어지는 중후 장대한 능선을 이르
는 것으로 대청봉에서 백두대간 마루금을 따라 한계삼거리, 한계령으로 이러러 내설악과 남설악을 경계한
다, 설악산 5대 청봉이 소청봉을 제외하고 이 능선에 있다.
▼ 서북능선과 끝청과 중청
▼ 서북능선에서 바라본 북설악 마산봉과 향로봉
▼ 서북능선 텃새 부부와 김밥으로 점심을 떼우고-
바위에 걸터앉아 김밤을 먹는 데, 배고픈 산새 부부가 1m 앞까지 와서 수정같은 눈망울을 굴리고 앉아
쳐다 본다. 김밥 한톨을 헤쳐 돌위에 올려 놓으니, 밥알을 물어다 연신 주위의 나무껍질 사이사이에 찔
러 넣는다. 눈밭속에서도 동면 없이 겨울을 살아가는 그들의 생존전략은 오직 저축임을 엿보게 되었다.
다시 한톨 김밥의 김을 벗겨 참나무 가지사이에 붙이고 일어서니, 산새부부 고맙다고 찍찍 거린다.
▼ 끝청아래 안부의 자작나무 대문, 긑청대문(?).
▼ 끝청봉과 끝청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 上, 서북능선과 뀌떼기청봉, 멀리 한계령 넘어 가리봉과 주걱봉.
사진下右, 중청과 대청봉 . 사진 下左 - 해발1,610m 끝청 표지목.
【 2 】
설악산에는 다섯 청봉(靑峰)이 있다.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 끝청봉. 그리고 귀떼기청봉이다. 적설량이 많은 동절기
에는 다섯 청봉 중에 푸른 봉은 아무리 봐도 오직 끝청봉이 유일한 것 같다.다른 4개의 청봉과 달리 끝청 정상 주변부
에는 소나무가 유난히 많아서이다. 눈 맞은 설송(雪松)은 희지만, 눈꽃 핀 송설(松雪)은 푸르다. 건청곤백(乾靑坤白)
이 마주하는 더 높은 설악산 마루 끝청의 송설은 더욱 푸르고 푸르다.
해발 1,610m의 끝청봉은 분명 고산 이건만, 그 서사면 가플막 힘겹게 올라서니 눈앞엔 또 대청봉이 동해(東海)를 가
로막고 더 높이 우뚝하다. 하지만 끝청봉이 어디든가, 서북능선 이남 남설악은 물론 이서(以西)의 내설악을 조망하
기는 단연 으뜸이다. 때 맞춰 끝청은 신년 맞이 영산(迎山) 산행임을 알고 있기라도 하는 양, 한 점 티없는 하늘을 열
어 설악산 그 풍광명미한 능능곡곡 기암절벽을 한눈에 담아가라 배려한다. 멀리 점봉산과 방태산의 운해는 한 낮이
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다. 세한 혹한에 오래토록 삭풍에 시달린 그 품의 나목들을 보듬고 긴긴시간 운욕(雲浴, 구
름목욕)을 하는 양이 그도 새해맞이 세심차원인 듯 하다.
대청봉 정상의 민낯을 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사계절 주말마다 인산 인해를 이루기 때문이다. 원단에 내린 서설
은 세찬바람에 날려 쌓일 사이가 없었으리라. 너덜로 우뚝한 대청봉은 모처럼 민낯으로 한가롭다. 서쪽 하늘에 기운
짧은 겨울 햇살이 서쪽을 마주하고 서있는 대청봉 표지석에 살포시 내려 앉으니 깊이 박힌 대청봉 세글자 담홍색 글
씨가 선명하다. 높다란 그 표지석을 안아 보며 그의 체취도 느껴본다.10여 차례나 마주한 대청봉 정상에서 처음으로
누려보는 호사다. 동편 발아래 화채봉이 살 없는 생선 등가시처럼 동해에 내려서고, 공룡의 등뼈능선은 마등령으로
눈길 주고 내달리며 울산바위에 곁눈 질 한다.신년맞이 영산(迎山) 백두대간 설악산 서북능선 심설산행이 행복하다.
설악산의 품이 정겨웁다.발길을 돌려서 구상나무 고사목 애환을 살피려 관터골로 내려선다.설악폭포가 반겨 주겠지!
▼ 중청으로 오르며 뒤돌아본 끝청과 주변 마루금 풍경 / 구상나무와 노송
▼ 끝청과 중청 사이의 설경
▼ 중청에서 바라본 끝청과 멀리 점봉산 방태산의 운해(雲海)
▼ 내설악 용아장성과 황철봉
▼ 중청에서 바라본 대청봉
▼ 끝청과 소청봉, 그리고 대청봉으로 가는 삼거리 이정목
▼공룡능선과 마등령 황철봉 울산바위, 그리고 북설악 신선봉
▼ 중청과 중청대피소 풍경
▼ 중청, 끝청, 귀떼기청봉(중앙), 그리고 멀리 가리봉과 주걱봉
▼ 설악산 대청봉 표지석과 요산요수
대청봉 표지석은 정서향(正西向)인데, 그 옆 오석판에 새겨 붙인 " 요산요수(樂山樂水)" 란 표지석이
나란히 섰다. 첫 번자의 樂 정자와 달리 세번 째 자(字)는 樂자의 초서로 쓰여있고, 이 초서가 東자
의 초서자와 비슷해 혼란 스럽기는 하지만, 분명 한석봉 三體 千字文에 나오는 樂자 초서체 자가 맞다.
▼ 설악산 화채봉 능선
▼ 대청봉 정상의 표지목
▼ 설악산 대청봉 정상 남사면
▼ 대청봉 남사면의 구상나무 풍경 - 1
▼ 구상나무 풍경 - 2
▼ 구상나무 풍경 - 3
▼ 설악산 고사목 풍경
▼ 설악폭포 원경 / 많은 적설에 근접이 어렵다.
▼ 오색 날머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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