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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예뻤을때] 이현주
1. 신애 아파트 _ 거실 겸 부엌 / 아침
띠기디기 걸어오다 멈추는 태엽 장난감 로봇. 멈춘 로봇을 집어 들고, 잘 닦아, 포장하는 손.
보면, 신애(여, 38, 주부), 반바지에 흰 티 차림으로 앉아, 방금 포장한 로봇을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한 재활용 장난감’ 스티커 붙어 있는 박스에 넣으면,
박스 안에는 포장돼 차곡차곡 쌓여있는 장난감들 보인다.
신애, 바닥에 놓인 장난감 강아지를 집어 들다, 문득 무릎에 푸르게 든 멍을 본다.
신애, 멍 보더니 불안한 표정 돼 거실 창 너머 베란다 쪽을 보면,
잘 가꾼 베란다 텃밭에서 상추 툭툭 뜯는 의수(남, 45, 방송국 심의실 직원), 보인다.
신애, 얼른 눈길을 거두고, 불안을 떨쳐내듯 무릎을 쓱쓱 문지르더니,
작은 드라이버를 들어 고장 난 강아지의 나사를 풀려고 하는데,
김의수 : (베란다에서 상추와 깻잎 일부 뜯어 들고 나와 보며,) 손 씻어, 밥 먹자.
신애, 얼른 공구와 강아지 내려놓고 일어나 의수 뒤를 따라간다.
김의수 : (부엌쪽으로 가 물 틀어 상추와 깻잎 씻으며,) 다 한 거야?
이신애 : 강아지만 고치면 끝. (수도꼭지 밑에 손 쓱 디밀어 대충 씻으면,) ...
김의수 : (질색하며,) 에이, (상추 빼내며,) 묻잖아.
이신애 : (손 탁 빼 의수의 얼굴에 탁탁 튀기며 놀리듯,) 괜찮아, 안 죽어.
의수, 순간 얼굴 굳더니 신애의 멍든 무릎을 살짝 보곤 모른 척 얼른 외면한다.
신애, 웃으며 돌아가 식탁에 앉으면, 현미밥, 나물 등의 건강식 아침이 차려져 있다.
이신애 : (수저 들며,) 드라마국 복귀는 언제부터야, 가면 바로 촬영 나가나?
김의수 : ... (대답은 안 하고 딴 소리) 오늘 오후에 시간 비워뒀지?
이신애 : 응, 근데 어디가?
김의수 : (국 뜨며 대답 안 한다.) ...
이신애 : (갸우뚱 하며,) 비밀이야?
김대웅e. : 아빠... 쉬...
돌아보면, 팬티만 입은 채 잠 덜 깬 김대웅(남, 5세), 눈 비비며 서 있다.
이신애 : (냉큼 일어나 다가가) 우리 아들, 잘 잤어요?
김대웅 : (건성으로 끄덕이며 의수에게 급한 듯,) 아빠아, 쉬.
이신애 : (섭섭하지만 미소 지으며 대웅 손잡고 목욕탕 가려하면) ...
김의수 :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김대웅, 화장실은 혼자 가야 한다고 했지.
대웅, 의수 눈치를 보더니, 신애, 손 놓고 쪼로록 목욕탕 쪽으로 간다.
이신애 : (대웅 등에 대고,) 새 수영복 봤지? 오늘 수영 갈 때 딱 챙겨 가는 거다.
김대웅 : (신나 돌아보며,) 수영 안 가는데요, 할머니집 간 댔는데. (목욕탕 들어간다.)
이신애 : ... 응? (얼떨떨한 표정으로 돌아서 의수 보면,) 애는 왜?...
김의수 : (외면하고, 식탁 앞에 앉는다.) ...
이신애 : (다가가 기색 살피다 불안한 표정,) 오후에 어디 가는 거야 우리?
김의수 : ... (쳐다보다 결심한 듯,) 병원.
이신애 : (당황) ... 왜 또? 엊그제 갔을 때 괜찮다고...
김의수 : ...
이신애 : ... (자신의 멍든 무릎을 한 번 쳐다보더니,) 혹시... 또...?
김의수 : ... (외면...)
이신애 : (쳐다보며 넋 나간 듯,) 여보 나... 죽니?
의수, 아픈 눈으로 신애를 쳐다보고, 신애, 막막한 얼굴로 마주 본다.
2. 신애 아파트 _ 주차장 / 아침
의수, 차 뒷좌석에 가방 싣고 아기 시트 조정 중이다.
신애, 대웅의 눈높이에 맞춰 앉아 대웅의 옷매무새를 정리해 준다.
김의수 : (대웅에게) 엄마 인사.
김대웅 : (귀엽게 배꼽인사,) 다녀오겠습니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대웅을 빤히 보다가 꼭 껴안는 신애, 막막한 표정이다.
신애, 대웅을 안았던 팔 풀면, 대웅, 신난 듯 쌩 돌아 의수에게 다가간다.
의수, 그런 대웅을 번쩍 안아 차 뒷좌석 시트에 태운다.
김의수 : (차 열쇠 든 채 신애 앞으로 와서,) 금방 올게, 준비하고 있어.
신애, 바닥에 눈길 준 채 쳐다도 못 보고 발로 바닥만 쓱쓱 문지른다.
의수의 차 떠나면, 신애, 멀어지는 차를 하염없이 보다 울컥해 몸을 돌려 선다.
3. 신애 아파트 _ 거실 겸 부엌 / 낮
기운 쭉 빠진 신애, 가방 들고 나와 티비 서랍장을 연다. 안에서 의료보험 카드 꺼내다 말고 커다란 상자를 하나 꺼내 연다.
상자 안, 영정 사진, 수의, 승화원 (납골당) 계약서 등이 보인다.
신애, 영정 사진 속 자신의 얼굴을 빤히 보다, 다시 상자에 넣고는 신애, 먹먹한 얼굴로 고개 돌리다
상자 옆에 놓인 고장 난 강아지를 보더니,
이신애 : (들어서 강아지 얼굴을 보며,) 멍멍...
신애, 강아지 얼굴을 쳐다보다, 공구까지 챙겨 옆에 놓인 가방 안에 넣는다.
그대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던 신애,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가방은 놔두고 안방을 들어간다.
4. 신애 아파트 _ 안방 / 낮
신애, 힘들게 옷장 정리 중이다. 오리털 점퍼를 꺼내 보더니, 담담한 표정으로 버릴 옷 쪽으로 분류해 놓는다.
장롱 안에 걸려 있는 예쁜 원피스를 본 신애, 한참을 빤히 쳐다본다.
[시간경과]
빈 거울 위로, 화려하게 원피스를 차려입은 신애 모습 쓱 들어와 비친다.
거울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립스틱을 바르는데, 가늘게 손이 떨린다.
신애, 손을 진정시키고 다시 바르는데, 문 너머로 현관문 열리는 소리 들린다.
5. 신애 아파트 _ 거실 겸 부엌 / 낮
의수, 피곤한 얼굴로 들어서면, 안방 문 열리고, 신애, 나온다.
의수, 화려하게 차려입은 신애를 보더니, 멈칫 한다.
이신애 : (방긋 웃으며,) 어디 좋은데 가자, 병원 말고.
김의수 : (무시하며 단호히 몸 돌려 나가며,) 얼른 나와, 예약 시간 늦어.
이신애 : (등 뒤에 대고,) 이미 끝난 얘기잖아. 또 재발하면 병원 안 가구 여행가기로 했잖아, 우리.
김의수 : ... (돌아보며 달래듯,) 일단 입원해서 뭐라도 해봐야 //
이신애 : 벌써 네 번째야, 이번엔 뼈까지 다 퍼졌다며. 의산 뭐래, 살릴 수 있대?
김의수 : ... (고개 숙인다.)
이신애 : (담담히 의수를 달래듯,) 2년 밖에 못 산 댔는데 벌써 10년이나 살았어. 그 사이 결혼도 하구 대웅이도 낳구...
이만하면... 오래 살았어.
김의수 : 그러니까, 무슨 방법이 있을거라구. 이번에도 우리 둘이 매달리면 //
이신애 : 의수씨... (진지하게,) 나 병원에서 죽기 싫어. 기계 주렁주렁 매달고 당신도 대웅이도 못 알아보다가
결국 약기운 떨어지면 죽는 거 하기 싫다구, 당신도 동의했잖아.
김의수 : (버럭) 신애야... 내가! (울컥하는 마음 꿀떡 삼키고,) ... 아직 준비가 안 됐어, 그래서 그래...
신애, 훅 맘 아파 의수를 바라보다가 고개 돌린다.
신애의 눈길 끝에, 다 같이 흰 티에 청바지 맞춰 입고 찍은 대웅의 돌 기념 가족사진 보인다.
사진 속 신애는 (당시 항암이 막 끝난 후라) 아주 해쓱하고, 머리에는 모자를 썼다.
6. 도로 _ 자동차 안 / 낮
의수, 침착한 얼굴로 운전하고 있고, 보조석에 앉아 창밖을 보며 가던 신애, 차창을 반 쯤 내린다.
더운 바람 들어오고, 거리의 가로수들은 여름의 뜨거운 해를 받아 눈부시게 푸르다.
타이틀 내가 가장 예뻤을 때
7. 대학병원 _ 외경 / 오후
8. 2인실 / 오후
조금은 좁은 듯 보이는 2인실, 침대 나란히 놓여 있고, 문 옆에는 세면대 있고, 한쪽엔 화장실이 있다.
신애, 착잡하게 둘러보면, 창가 침대에는 환자복 놓여있고, 문가 침대는 비었다.
의수, 좀 못마땅한 듯 병실을 보다가, 저벅저벅 창가 침대 쪽으로 간다.
김의수 : (가방 사물함에 넣으며,) 방이 이거밖에 없다네, 1인실 나면 바꿔달라고 했어.
이신애 : 1인실은 무슨...
김의수 : (손목시계 슬쩍 보면서,) 알아서 할게.
이신애 : 그만 가, 작가랑 회의 있다며.
김의수 : 아냐, 옷 갈아입는 거 보구.
이신애 : ... 어여 가, 환자복 입은 거 앞으로 질리도록 볼 텐데 뭐. (방긋!)
김의수 : ... 그래. (나가려다가 돌아보며,) 신애야... 내가 잘 할게.
이신애 : (피식 웃으며,) 어떻게 더 잘해?
의수, 빤히 보더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무겁게 떼고 나간다.
신애, 자신의 침대 위에 잘 개어져 있는 환자복을 들어 빤히 보다가, 도로 내려놓고는 침대에 가만히 걸터앉는다.
원피스 치맛자락을 들었다 살짝 내리면, 치맛자락 사르륵 떨어진다.
신애, 가방에서 지갑을 찾아 들고 그냥 나간다.
9. 대학병원 _ 1층 커피집 / 오후
신애, 메뉴를 훑어보다가,
이신애 : (종업원을 향해,) 카모마일... 저거 유기농인가요?
점원(여, 20대) : 네.
이신애 : 그럼 그거로 한 잔, 아니... (잠깐 망설이다,) 그냥 커피 주세요, 아이스커피.
신애, 조금은 홀가분한 표정 된다.
10. 2인실 앞 / 오후
신애, 한 손에 커피 들고 걸어와 문 앞에 선다. 문 앞 네임택은 아직 다 비어있는 채다.
신애, 후... 크게 심호흡하더니, 병실 문고리를 잡는다.
11. 2인실 / 오후
신애, 문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데, 뭔가 휙 날아와 신애의 손을 탁 친다.
그 바람에 커피, 치마에 확 쏟아지고, 바닥에 커다란 농구공이 때구루루 굴러간다.
신애, 놀라 쳐다보면, 문가 침대 앞, 정혁(남, 23, 공대생), 더 놀란 얼굴로 쳐다보고 서 있다가,
윤정혁 : (문득 정신 들어,) 죄송합니다, 아무도 안 오는 줄 알고.
신애, 어쩔 줄 몰라 대답도 잘 못 하는데, 얼떨떨해 서 있던 정혁, 갑자기 바닥에 놓인 자신의 쌕에서 구깃구깃한 수건 꺼내더니
후다닥 다가와, 스스럼없이 신애의 치마를 잡아 쓱쓱 닦고는 신애의 무릎도 닦는다.
신애, 당황해 뒤로 몸을 빼는데, 정혁, 신애의 무릎을 확 잡더니,
윤정혁 : (무릎 멍을 손바닥으로 감싸듯 덮으며,) 이거 지금 그런 거예요? 공 맞아서?
이신애 : (당황해 다리를 세게 정혁 손에서 빼려하며,) ... 아뇨.
다리를 뒤로 세게 빼려는 신애의 동작에 그제서야 민망한 상황 파악이 된 정혁, 머쓱해져 얼른 무릎을 잡았던 손을 놓고 일어선다.
신애, 민망해 딴청 하듯 바닥에 떨어진 일회용 커피 컵 주우려 하면,
정혁, 얼른 커피 컵을 집더니, 후다닥 밖으로 나간다.
신애, 자기도 모르게 긴장했던 몸을 풀고는 숨을 훅... 내쉰다.
12. 2인실 _ 화장실 / 오후
신애, 치마를 허벅지까지 말아 쥐고는 샤워기 물을 틀어 다리에 뿌린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다리가 하얗고, 무릎에 멍만 선명하다.
13. 2인실 / 오후
대걸레 들고 들어온 정혁, 바닥을 닦다가 화장실 앞에 벗어 놓은 신애 구두 본다.
정혁, 고개를 들면, 살짝 열린 화장실 문 사이로, 물방울이 떨어지는 신애의 하얀 다리, 치마를 말아 쥔 신애의 하얀 손,
고개 숙인 신애의 하얀 목덜미가 차례차례 보인다.
정혁, 홀린 듯 신애를 보다가, 문득 고개를 든 신애와 눈이 마주친다.
신애, 놀라 멈칫 하고, 정혁, 얼른 눈 피하며 급하게 대걸레질 하는 척.
신애, 가만히 다가와 화장실 문 닫으면, 정혁, 흘긋 보더니 망했다는 표정이다.
14. 2인실 _ 화장실 / 오후
문 닫고 돌아선 신애, 긴장이 풀리자 갑자기 풋... 하고 웃는다.
고개 들면 거울에 발그랗게 들뜬 얼굴 비치는데, 신애 그런 자신의 얼굴이 낯설다.
거울에 비친, 등 너머 수건걸이에 걸어놓은 환자복 보더니, 표정 살짝 어두워진 신애, 체념하는 얼굴로 돌아서 환자복을 집는다.
15. 2인실 / 오후
정혁, 대걸레질 하다 화장실 문 열리자, 멈칫 하더니, 모른 척 격하게 대걸레질 한다.
고개도 못 들고 계속 대걸레질하는 정혁의 눈에, 슬리퍼에 흰 양말 신은 발이 보인다.
정혁,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 들면, 환자복 입은 신애, 머쓱한 듯 서 있다.
윤정혁 : (자기도 모르게) 어!?
이신애 : (아무렇지 않다는 듯,) 왜요?
윤정혁 : (머쓱 웃더니,) 보호잔 줄 알았어요, 차림새가... //
이신애 : (좀 민망해 하며,) 좀 과했죠? 환자치고는.
윤정혁 : (얼른) 그게 아니라... 너무... (말 고르다,) 예뻐서여요.
이신애 : ! ...
하는데, 2인실 문 확 열리고,
간호사1 : 환자 들어갑니다.
보면, 간호사1., 2., 윤아(여, 22, 대학생), 누워있는 침대 밀고 들어온다.
윤정혁 : (간호사에게) 벌써 끝났어요?
간호사1 : 네. 잘 끝났다구 하구요, 있다 선생님 올라오실 겁니다.
간호사들, 주사약, 기계들 능숙하게 옮겨 걸고, 윤아를 번쩍 들어 문가 침대에 옮기면,
정혁, 잠들어 있는 윤아를 쳐다보며 머리를 쓸어준다.
신애, 어쩐지 부러운 듯 정혁과 윤아를 보다 창가 침대 쪽으로 가는데,
윤아를 보던 정혁, 고개를 들어 그런 신애를 쳐다본다.
16. 대학병원 _ MRI 촬영실 / 오후
신애, 뇌 MRI 촬영 중이다.
17. 2인실 / 오후
문 열고 들어서는 신애, 화난 얼굴로 나오는 정혁과 마주친다.
신애, 길 비켜주면, 정혁, 차갑게 까딱 인사만 하고 지나친다.
신애, 어정쩡 인사 받고는 들어서는데, 윤아, 뒤집어썼던 이불을 확 들추더니 겨우 일어나 앉는다.
울먹이는 윤아, 보조 테이블로 손 뻗어 뭔가를 집으려 애쓰는데, 꼼짝할 수가 없어 못 집고 신경질 부린다.
이신애 : (다가가,) 뭐 필요해요?
김윤아 : (울먹이는 목소리로,) 거울...
이신애 : (피식 웃고는 테이블 위에 공주 거울 집어 쥐어준다.) ...
김윤아 : (받으며,) 고맙습니다. (거울 보며 얼굴 정리하다말고 또 흑흑 운다.)
이신애 : (자리 뜨려다 말고,) 울지 마요, 기운 빠져 약 안 돌아...
김윤아 : (울먹울먹하며,) 말이 돼요? 수술에서 막 깨났는데 아무도 없다는 게. 그래서 뭐라고 좀 했더니 저러고 가요.
이신애 : ... (뭐라 할 말을 못 찾아,) ...
김윤아 : 자궁에 혹 생겼다니까 첨에 뭐랬는지 알아요?
이신애 : ...
김윤아 : 나한테 자궁이 있는지도 몰랐대요, 도무지 여자로 안 봐.
이신애 : ... 그 나이 땐 그럴 수 있어요.
김윤아 : 친구 남친들은 못 자서 안달인데...
이신애 : ...
김윤아 : (좀 무안해 하며,) 꼭 자야 된단 얘기가 아니라... (무마하듯 거울 보다 신애 보며,) 눈 짝짝이로 부었죠?
이신애 : 아니... 예뻐요.
신애, 자기 침대로 가려다, 윤아 침대 밑에 구겨져있는 목이 긴 스니커즈 본다.
18. 대학병원 _ 편의점 / 해질녘
신애, 크리넥스도 한 통 사고, 물티슈도 산다. 진열해 놓은 실내용 슬리퍼 옆을 지나치다 다시 와서 하나 집어 살핀다.
19. 대학병원 _ 건물 앞 / 해질녘
신애, 비닐봉투 든 채, 건물에서 슬슬 걸어 나온다. 여름 해가 지느라 공기가 끈끈하다.
건물 옆에 기대 서 있던 정혁, 퉁퉁 농구공을 바닥에 튀기다 신애 보더니 멈춘다.
신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면, 정혁, 일부러 공을 퉁 튕겨 신애 앞으로 보낸다.
통통통, 굴러오는 공을 보고는 돌아본 신애, 정혁과 눈 마주치자,
이신애 : (쳐다보며,) ... ?
윤정혁 : (심드렁한 얼굴로,) 아픈 여자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거예요?
이신애 : ... (빙긋 웃으며,) 안 아픈 여자처럼요.
윤정혁 : ... (빤히 본다.)
이신애 : (다가가 슬리퍼 내밀며,) 여자친구 가져다 줘요, 그 신발로는 불편해 안 돼...
윤정혁 : ... (안 받고 쳐다보기만 하다가,) 그럼... 솔직해도 돼요?
이신애 : ? ...
김의수e : 여보!
신애, 돌아보면, 정혁의 옆 야외 주차장 쪽에서 걸어오는 의수 보인다.
신애, 의수를 향해 손 흔들면, 정혁, 의수를 보다가 실망한 얼굴로 신애를 쳐다본다.
신애, 정혁과 눈 마주치면, 자기도 모르게 머뭇하며 손 내리는데, 정혁, 뚱한 얼굴로 신애를 지나쳐 자리를 뜬다.
신애, 그런 정혁을 보며 뭔가 아쉽고 기분 이상하지만, 이내 돌아 의수에게 다가간다.
20. 대학병원 _ 뒤뜰 / 저녁
신애, 비닐봉투 든 의수의 팔짱을 끼고 걷는 중이다.
이신애 : 내 다리를 막...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로... 요즘 애들 진짜 이상해.
김의수 : 아줌마 다리라 그런 거지, 여자 아니구.
이신애 : (쳐다보며,) 나.. 여자 아냐?
김의수 : 그러는 당신은, 남자디, 그 학생이?
이신애 : ... (갑자기 훅... 하는 느낌 들어 당황해 감추며,) 설마... 아니지.
김의수 : 거봐, 아무나 여자 남자냐.
의수, 앞을 보고 허허 웃고, 신애, 뜨거워진 얼굴 의수 몰래 식힌다.
21. 2인실 / 저녁
신애, 의수의 팔짱을 끼고 들어서면서, 흘긋 문가 침대를 보면, 윤아 혼자 겨우 기대 앉아 문자 체크 중이이다.
2인실 문 열리면, 신애, 혹시나 하고 돌아보는데, 과장님 일행 회진 들어오신다.
신애와 의수, 인사하면,
과장님 : (마주 인사하고 신애 보며,) 잘 버텼는데, 그죠?
이신애 : ...
과장님 : 맘 든든히 먹고, 치료는... (한숨) 일단 고민 좀 해 봅시다.
이신애 : ... (마지 못 해 끄덕) ...
과장님 : (의수에게) 잠깐 저 좀 보시죠.
김의수 : 네.
과장님 일행, 나가면, 의수, 따라 나가고, 신애, 가만히 문가로 가서 내다본다.
22. 대학병원 _ 간호사 스테이션 앞 / 저녁
신애, 2인실 문가에서 내다보면,
스테이션 앞에서 의사들과 간호사들 모여 있고, 과장님, 의수에게 진지하게 뭔가 설명 중이시다.
의수, 고개 끄덕끄덕 하는데, 표정이 영 좋지가 않다.
신애, 그런 의수를 보다가 가만히 나와 복도 반대편으로 걸어간다.
23. 대학병원 _ 옥상 / 저녁
신애, 난간에 기대서 우두커니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신애의 시선을 따라가면, 불 켜진 장례식장 간판 보이고, 상주와 조문객들 왔다 갔다 하는 모습 보인다.
24. 2인실 / 밤
어두운 방, 문가 침대에서는 윤아, 혼자 자고, 바닥엔 스니커즈 옆에 슬리퍼가 놓여 있고, 창가 침대 쪽은 커튼이 쳐져 있다.
창가침대 커튼 안, 한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는 신애와 의수.
신애, 누운 채, 꾸부린 채 모로 자는 의수 등을 바라보다 손 뻗어 이불을 여며준다.
신애, 가만히 일어나더니, 의수가 깨지 않게 조심하며 바닥에 내려선다.
신애, 사물함 열어 장난감 강아지와 작은 공구 세트 들고 커튼 밖으로 나간다.
25. 대학병원 _ 휴게실 / 밤
신애, 강아지 뜯어 인두질하며 고치는 중인데, 발소리 들려 고개 들어보면, 정혁이다.
신애 얼굴에 반가움이 살짝 스치고 지나간다.
윤정혁 : (이물 없이 신애 옆에 풀썩 앉으며, 뜯어 놓은 강아지 보더니,) 고치게요?
이신애 : ... (끄덕끄덕)
윤정혁 : (강아지 속을 들여다보며,) 보자...
이신애 : 보면 알아요?
윤정혁 : 나두 맨날 이러구 놀았거든요, 어릴 땐. (강아지 속 보며,) 인두질 솜씨 봐라. 저항선은 엄한데 붙어 있고, 모터도 나갔네.
(신애 보며,) 의사가 돌팔이구먼.
신애, 머쓱한데, 정혁, 음... 생각에 잠기더니, 능숙한 솜씨로 강아지를 다시 조립한다.
이신애 : 왜, 가망 없어요?
윤정혁 : (다 조립해, 강아지 얼굴을 신애 쪽으로 보이며,) 낼 재수술 예정.
이신애 : ... (빙긋 웃고 강아지 받으려 잡으면,)
윤정혁 : (안 놓고, 강아지를 흔들며,) 무릎은... 괜찮아요?
이신애 : (피식 웃으며, 강아지에게,) 네, 그게 궁금했어요, 이 밤중에?
윤정혁 : (진지하게) 네.
이신애 : ...! (당황)
윤정혁 : 자려고 누웠는데 자꾸 생각나잖아요. 그래서 와 봤어요.
이신애 : ...! (완전 당황했으나 무마하듯,) 여자 친구가 기다리던데...
윤정혁 : (복잡한 표정으로,) 알아요. 근데... (망설이며 쳐다본다.)
신애, 어쩐지 좀 불편해, ‘그럼’ 하며 일어나면, 정혁, 신애 손을 탁 잡는다.
신애, 놀라 쳐다보면, 정혁, 실망한 표정으로 도구 세트들을 신애 손에 탁 쥐어준다.
신애, 놀란 얼굴 얼른 거두고, 화끈 거리는 얼굴 식히며 자리를 뜬다.
26. 2인실 / 밤
어두운 방. 신애, 후다닥 창가 커튼 안으로 들어와 침대에 기대앉으면,
김의수 : (자다 깬 의수,) 안 자?
이신애 : 어... 자.
김의수 : (신애 손잡아 당기며,) 어서 자. (눈 뜨더니,) 열나? 손이 뜨겁네.
이신애 : (흠칫해 잡힌 손 빼며,) 아냐, 더워 그래. (민망해 하는데,)
커튼 너머로, 2인실 문 열리고 정혁 들어서는 소리 들리자,
신애, 얼른 침대 속으로 들어가 의수 옆에 모로 누워 마음을 진정시킨다.
[시간경과]
어두운 병실, 보조침대에 누워 뒤척이던 정혁, 눈 뜬다.
정혁, 불편한 얼굴로 일어나 앉더니 스마트폰 켜고 음악 들으려 이어폰을 끼다 말고, 문득 화장실 쪽을 보더니,
가만히 일어나, 천천히 화장실 쪽으로 간다.
27. 2인실 _ 화장실 / 밤
정혁, 화장실 안으로 조심스레 들어서면, 어두운 구석에, 신애, 웅크린 채 앉아 있다.
정혁, 놀라 헉! 하며 멈칫하면, 인기척에 고개 든 신애, 정혁을 보는데, 통증을 참느라 온 얼굴이 땀범벅이다.
놀란 정혁, 뒤돌아 의수를 부르려 하면, 신애, 겨우 손들어 정혁의 팔을 잡는다.
정혁, 돌아보면, 신애, 정혁의 팔을 겨우 더 꽉 잡으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정혁, 그런 신애를 짠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갑자기 티셔츠 자락 들어 땀 닦아주며,
윤정혁 : (속삭이듯) 약... 받아다 줘요?
이신애 : (얼굴 피하며 작은 소리로 겨우,) 먹었어요, 낫는 중이예요.
윤정혁 : (작은 소리로 달래듯,) 왜 혼자... 이래요?
이신애 : (겨우 미소 지으며,) 원래, 아픈 건 혼자 하는 거예요.
윤정혁 : 그런 게 어딨어.
정혁, 안타까운 눈으로 신애를 보더니, 옆에 툭 쭈그리고 앉는다.
신애, 감추려는 듯 고개 돌리면, 스마트폰 이어폰을 신애의 한쪽 귀에 끼워준다.
신애, 정혁을 쳐다보면, 정혁, 미소지어보이더니,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이어폰을 나눠 낀 채 벽에 기대 쭈그리고 앉아 있는 신애와 정혁.
28. 대학병원 외경 / 아침
여름 해가 쨍쨍하다.
29. 2인실 / 아침
아침 식사 시간, 막 끝났다. 의수, 신애의 식판 들고 밖으로 나가면, 신애, 테이블 정리 중이다.
신애의 입술, 머리카락 귀 뒤로 넘기는 손, 목덜미 따라 계속 움직이는 시선, 보면, 정혁이다.
문득 눈이 마주친 신애, 쑥스러운 듯 피하지만, 정혁, 진지하게 쳐다본다.
김윤아e : 아야...!
정혁, 윤아 소리에 놀라 돌아보면, 윤아, 침대 밖으로 내려서려다 인상 쓰고 있다.
정혁, 윤아를 부축하는데, 바닥에 놓인 슬리퍼 본 윤아, 정혁을 쳐다본다.
정혁, 신애 쪽을 슬쩍 보고는 윤아를 보면,
김윤아 : (조금 마음 풀렸지만, 여전히 뾰루퉁해,) 나 아직 화 안 풀렸다.
정혁, 대꾸 않고 윤아를 부축해 화장실 앞에 데려다 주면, 윤아, 화장실 들어간다.
신애, 손 씻으러 세면대 쪽으로 가다가, 다 먹은 윤아의 식판 들고 돌아서던 정혁과 부딪힐 뻔 한다.
윤정혁 : (걱정스레,) 괜찮아요?
이신애 : (끄덕끄덕) ...
윤정혁 : (환하게 웃더니,) 다행이다.
정혁, 웃으며 무심코, 흘러 내려온 신애의 앞머리를 올려주려다 신애가 멈칫하자, 정혁, 손 무안한데,
간호사1., 들어와,
간호사1 : 이신애님.
신애, 살짝 당황하면, 정혁, 아무 일 없었던 듯 식판 들고 나가고, 복도에 있던 의수, 들어온다.
간호사1 : 주사요, 오늘부터 항암 들어가는 거 알고 계시죠?
이신애 : ... (얼굴 확 굳어져 의수를 본다.)
김의수 : (나서며,) 아, 네.
간호사1., 주사 걸고, 준비하는데, 외면하고 서 있던 신애, 그대로 휙 돌아 나간다.
간호사1., 의아해 쳐다보면, 의수, 따라 나간다.
30. 2인실 앞 / 아침
신애, 2인실에서 나와 고개 숙이고 가면, 식판 반납하고 돌아서던 정혁, 그런 신애의 뒷모습을 보는데.
의수, 따라 나와 신애의 팔을 잡는다.
이신애 : (팔 뿌리치며, 단호히) 안 해...
김의수 : 안 하면, 이대로 어쩌겠다구?
이신애 : 하면... 안 죽니?
김의수 : ...
주변 지나던 사람들, 신애와 의수 쳐다보고, 정혁도 식당차 앞에서 쳐다보고 있다.
김의수 : 아직 가능성 있어.
이신애 : 얼마나? 5퍼센트는 된다디?
김의수 : ...
이신애 : (의수 보다 돌아서면,) ...
김의수 : 그럼 여긴 왜 왔니?
이신애 : ... 당신 맘 준비하라구, 아직 안 됐다며.
의수, 인상 팍 쓰는데, 돌아서가던 신애, 놀라 멍하니 보고 있는 정혁과 마주친다.
신애, 외면하며 그대로 지나쳐 걸어가면, 정혁, 확 돌아서 신애를 본다.
돌아보는 정혁 뒤로, 난감해 하는 간호사1.에게 뭔가 이야기 하는 의수 보인다.
31. 대학병원 _ 옥상 / 아침
신애, 난간에 등 기대고 서 있으면, 정혁, 문 열고 들어와 신애를 쳐다본다.
신애, 망연한 얼굴로 정혁을 쳐다보다 돌아선다. 정혁, 그런 신애의 등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문 열리고, 의수, 들어선다. 정혁, 당황해 의수 쳐다보는데, 의수, 정혁은 신경도 안 쓰고 신애 옆에 가서 선다.
정혁, 나란히 선 부부의 모습을 보다가 고개 숙인 채 그냥 걸어 나온다.
32. 대학병원 _ 옥상 문 앞 / 아침
옥상문 쿵 닫고 나온 정혁, 벽에 기대서더니 복잡한 얼굴로 멍하니 서 있다.
33. 대학병원 _ 옥상 / 아침
신애와 의수, 나란히 서서 아래 전경을 보고 있다.
이신애 : (의수 보며,) 출근해야지.
김의수 : 해야지. (신애 보며,) 근데 신애야...
이신애 : 여보... 처음이잖아, 내가 당신 말 안 듣는 거.
김의수 : ...
이신애 : (분위기 바꾸듯,) 대웅이는? 잘 지내?
김의수 : ... (쳐다보다 설득 포기한 듯) 신났지 뭐, 첨부터 할머니가 키운 앤데 뭐.
이신애 : (조금 서운해 하다 애써 밝은 얼굴로,) 드라마국은, 언제부터 가?
김의수 : ... (외면) 오늘도 덥겠다.
이신애 : (빤히 보다,) 또 포기하게?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당신 나이도 있잖아.
김의수 : 걱정 마, 안 가도 돼.
이신애 : ... 드라마 접고, 심의실 자원해 간 거, 내 뒷바라지 하느라 그런 거잖아.
김의수 : ...
이신애 : ... 뒷바라지 끝나면... 뭐하려구? 마누라도, 꿈도 없이... 어떡하려구?
김의수 : ... 당신이 내 꿈이구, 내 드라마야.
이신애 : 아니, 난... 당신 짐이구, 당신 현실이야. 사는 내내 미안했다구.
김의수 : ...
이신애 : (진지하게,) 이제... 그만 미안하고 싶어.
의수, 고개를 돌려 먼 하늘 보면, 신애, 고개 돌려 저 멀리 서울 전경을 본다.
34. 2인실 / 아침
세수한 윤아, 침대에 앉아 얼굴에 스킨 바르고 있으면, 정혁, 풀 죽은 모습으로 들어와 윤아 침대에 기대선다.
김윤아 : 어디 갔었어?
윤정혁 : ... 그냥...
김윤아 : 그거 알아, 저 아줌마 여기 병원에서 결혼 했대, 아들두 여기서 낳구.
윤정혁 : ... (실망한 듯) 애두 있구나.
김윤아 : 응. 아저씨가 아줌마 암인 거 알구도 결혼한 거래. 짱이지, 완전 멋있어.
윤정혁 : (신애 침대 돌아보며,) ...
김윤아 : (눈치 보며,) 넌... 만약에 내가 암 걸려도 나랑 결혼할거야?
윤정혁 : (생각하다,) 좋으면 할 수 없지 암이 뭔 대수라구.
김윤아 : (좋아라 웃으며,) 그게 쉽나?
윤정혁 : (윤아를 보더니,) 그만 두긴 쉽니, 이미 맘이 갔는데.
윤아, 정말? 하는 표정 짓는데, 정혁, 창가 쪽 침대를 바라보다 보조 테이블 위 강아지를 본다.
[시간경과] / 저녁 (비)
창밖으로 비가 내리고, 신애, 창가에 서서 내리는 여름비를 보고 있다.
신경질적으로 문자하던 윤아, 스마트폰을 휙 던진다.
이신애 : (쳐다보면,) ... ?
김윤아 : (신경질 잔뜩 난 얼굴로,) 얘 문자 또 씹어요. (하소연하듯) 남자들은 왜 이럴까요? 잘 해주다가두, 휙...
이신애 : ... (조심스레,) 사귄지, 오래 됐어요?
김윤아 : 백일 쫌 안 돼요. 대학생 인턴하다 만났는데요, 제가 먼저 사귀자고 했어요.
이신애 : ... (빙긋 웃더니,)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김윤아 : (금세 밝아져,) 잘 생기고, 키도 크고... 학교 빵빵하고, 영어도 잘하고. 짱인게, 뭐든 한번 꽂히면 추진력 장난 아녜요.
인턴 중에 일등도 했어요.
이신애 : (웃으며,) 멋있네.
김윤아 : 근데 나한텐 덜 꽂혔나 봐요. 신경질 나게, 걘 내가 그냥 사랑스럽데.
이신애 : ?... 좋은 말인데요, 왜?
김윤아 : 사랑스럽다는 게 사랑한다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불안해요. 아줌만 아저씨 어떻게 잡았어요?
이신애 : (어색한 듯 웃으며,) 글쎄... (불편해 말 돌리며,) 근데 부모님은...?
김윤아 : 지방에 계신데요, 걱정하실까봐 연락 안 드렸어요. 별 거 아닌 거라, 낼모레 퇴원인데요, 뭐. 아줌만 언제 퇴원해요?
이신애 : 나도 곧... 해요.
윤아, 끄덕하는데, 문 열리고, 신애와 윤아, 동시에 보면, (정혁 아니고,) 의수 들어온다.
윤아, 대놓고 실망하며 겨우 인사하고, 신애, 자기도 모르게 드는 실망스런 기분을 감추며 ‘왔어요?’ 하고 일어난다.
35. 대학병원 _ 휴게실 / 밤 (비)
신애, 강아지를 뜯어보고 있으면, 주먹 쥔 손이 쑥 들어온다.
보면, 엉망으로 비에 젖은 정혁, 주먹 펴는데, 아주 작은 모터가 손바닥에 놓여 있다.
이신애 : ... (빤히 보면,) ...
윤정혁 : 수술 들어가시죠.
정혁, 뒤돌아서 가면, 신애, 어딜? 하는 얼굴로 쳐다보다 일어난다.
36. 대학병원 _ 수술실 앞 / 밤 (비)
어둑한 수술실 앞 보호자 대기실. 불 꺼진 수술실 팻말 보이고, 그 앞 대기의자에 신애와 정혁, 머리 맞대고 앉아있다.
신애, 능숙하게 인두질 중인 옆모습을 보다, 문득 고개 돌린다.
이신애 : (둘러보며,) 근데 꼭 여기서 해야 돼요?
윤정혁 : 그럼요, 이런데서 해야 수술발 좋거든. 이런 걸 병원 놀이라고 하는 거예요.
이신애 : (피식 웃는다.) ...
윤정혁 : 근데, 이건 왜 병원까지 가져왔어요?
이신애 : 그냥... (좀 생각하다,) 마무리해야 할 일이 이거 밖에 없어서...
윤정혁 : (빤히 보다,) 얼마나 남았대요?
이신애 : ?! (당황해 보다 담담,) ... 길진 않을 거예요.
윤정혁 : (담담히 끄덕끄덕) ... 어디가 얼마나 나쁜데요?
이신애 : 잘 몰라요. 그냥... 의사도 못 고칠 만큼?
윤정혁 : 안 궁금해요?
이신애 : 알면 뭐가 달라지나... (애써 밝은 척,) 근데 너무 대놓고 물어본다.
윤정혁 : ... 노력한 거예요. 아픈 사람한테 솔직하기가, 쉽지가 않더라구요.
이신애 : (씁쓸히) ...
윤정혁 : (인두질하며 담담히,) 안 무서워요?
이신애 : (담담히,) ... 괜찮아요, 오래돼서.
윤정혁 : (코 박고 조립하며 담담,) 거짓말... 하는 구나.
이신애 : 뭐가요?
윤정혁 : (여전히 조립하며,) 어디서 봤는데, 죽음 앞둔 사람은 거짓말을 못 한데요. 근데... (신애 보며,) 하네, 뭐.
(다시 고개 돌려 강아지 조립하며, 혼잣말 하듯,) 그게 어떻게 안 무서워.
이신애 : ...
윤정혁 : (강아지 내밀며,) 켜 봐요.
신애, 받아서 버튼 온으로 올리면, 강아지, 멍멍! 짖으며 발을 막 움직인다.
이신애 : (방긋 웃으며,) 살았다!
윤정혁 : (마주 보고 웃으며,) 나도 살았다!
이신애 : ... ?
윤정혁 : 얠 살려도 안 웃으면 어쩌나 걱정했거든요.
이신애 : ... (좀 기운 빠져 하며,) 위로하고 싶었어요? 죽는다니까?
윤정혁 : 솔직히... 그냥 잘 보이고 싶었어요.
이신애 : ... ! (좀 놀랐으나,) 솔직히... 그럼 성공했네.
윤정혁 : (벙긋 웃더니, 가볍게,) 근데요, 낼 죽는다면 오늘은 뭘 하고 싶어요?
이신애 : 그냥... 집에서 가족들이랑...
윤정혁 : ... 난...
정혁, 갑자기 고개 돌려, 신애에게 확 키스를 하려 한다. 신애, 정혁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는 순간, 피하며 벌떡 일어난다.
윤정혁 : (쳐다보며,) 진심인데... 하루 종일 생각한 건데...
신애, 정혁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그냥 그대로 돌아서 간다.
37. 2인실 / 밤 (비)
신애, 서둘러 들어와 창가 침대 커튼 안으로 들어가더니, 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다, 손을 들어 자신의 입술을 가만히 만진다.
딸깍, 2인실 문 열리는 소리 들리자, 신애, 숨을 멈췄다 조용히 내 쉬는데,
발소리 가까워지더니 커튼 옆쪽으로 손이 쑥 들어와 신애 손을 확 잡아당긴다.
정혁, 커튼 밖으로 끌려 나와 안기는 신애의 입에 키스 한다. 신애, 거칠게 밀어내고는 정혁을 노려본다.
정혁, 당당히 쳐다보면, 정혁을 노려보던 신애, 갑자기 정혁의 입술에 키스한다.
윤아와 의수가 자고 있는 어두운 병실에서 한동안 키스하는 두 사람.
정혁, 신애의 웃옷 속에 손을 디밀자, 신애, 정혁의 손을 막아 잡더니, 천천히 밀어낸다.
정혁, 뜨겁게 쳐다보면, 신애, 혼란스런 표정으로 정혁을 빤히 쳐다보더니 돌아선다.
신애, 커튼 안으로 들어가고, 정혁, 그대로 가만히 서 있다.
창가 침대 커튼 안, 커튼을 등진 채, 얼음처럼 서 있는 신애.
문득 꾸부리고 누워 자는 의수를 보더니,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막는다.
신애, 의수에게 죽게 미안해, 그대로 굳은 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커튼 밖에 서 있는 정혁의 뒷모습, 그 옆 커튼 안쪽으로 얼음처럼 서 있는 신애 그림자.
38. 대학병원 _ 외경 / 아침
비 그친 아침, 나뭇잎에서 남은 빗물이 똑똑 떨어진다.
39. 2인실 / 아침
윤아, 일어나 앉아 거울보고 있고, 정혁, 보조침대에 앉아, 건너편 신애를 보고 있다.
김윤아 : (거울 보며,) 있다 밤에 우리 과 친구들 온대, 같이 만날 거지? (정혁이 대답이 없자 보며,) 응?
윤정혁 : (얼른 윤아 쳐다보며,) 어... 봐서.
신애, 의수의 어깨 너머로 그런 정혁을 보다, 살짝 눈 마주친다.
신애, 얼른 눈을 피하고, 의수의 얼굴을 보고 웃는데, 간호사1., 휠체어 끌고 들어온다.
간호사1 : 김윤아님, MRI 촬영 있습니다.
윤아, 정혁 보면, 정혁, 윤아 껴안다시피 부축해 휠체어에 앉힌다. (동시에 간호사1., 윤아 한테 매달려 있는 링거 착착 정리한다.)
윤아, ‘쌩큐’ 하며, 정혁 볼에 쪽 뽀뽀하려 하면, 정혁, 신애 흘끔 보면서 얼른 피한다.
그런 정혁과 눈 마주친 신애, 얼른 눈 피하고 의수의 가방을 챙겨 준다.
간호사1. 나가고, 정혁, 윤아의 휠체어를 밀고 나가면서 신애를 쳐다보는데,
신애, 외면한 채 의수의 셔츠 끝에 풀린 실밥을 잘라내며,
이신애 : 여름 셔츠 몇 벌 더 사야겠다.
김의수 : 많은데 뭘. (신애를 보며,) 신애야, 힘든 거 아는데...
이신애 : ... (말 돌리듯,) 오늘 늦지? 아버님 제사잖아.
김의수 : 응.
이신애 : 어머님껜 별말 말구요, 걱정하셔.
의수, 고개 끄덕끄덕하고 돌아서 문 쪽으로 가면, 신애, 의수의 뒷모습을 보다가 다급히 다가가 돌려 세운다.
의수, 왜? 하는 표정으로 보면, 신애, 의수의 얼굴을 잡고 진심을 다해 키스한다.
의수, 좀 의외라 당황스러워하며 형식적으로 받아주다 입술을 떼더니,
김의수 : 받자, 항암 치료... 응?
신애, 실망한 눈으로 의수를 보다, 확 뒤돌아서면, 속상한 의수, 신애의 어깨를 한번 꾹 잡았다 놓고 돌아선다.
의수 : 나가자,
신애, 힘 확 풀리는 듯 돌아서서 세면대를 짚는다. 세면대 수도꼭지를 열자 물이 쏴아 쏟아지는데,
신애,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다.
40. 대학병원 _ 엘리베이터 앞 / 아침
의수, 피식 웃으며 서 있으면, 정혁,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정혁, 어정쩡 의수에게 인사하고 지나치면, 의수, 받아 인사하고 엘리베이터에 탄다.
정혁, 2인실 쪽으로 걸어가면, 의수, 어쩐지 그런 정혁이 신경 쓰여 쳐다보는데, 엘리베이터 문 닫힌다.
정혁, 닫힌 엘리베이터 문 쳐다보더니 2인실로 뛰어 들어간다.
41. 2인실 / 아침
신애, 돌아선 채 창밖을 보고 있는데, 정혁, 들어와 보더니, 신애에게 다가가 뒤에서 신애를 격하게 안는다.
신애, 침착하게 뿌리치며 돌아서면, 정혁, 키스하려 한다.
이신애 : (밀어내며,) 그만!
윤정혁 : (당황해 쳐다보면,) ...
이신애 : 어제 일은... //
윤정혁 : 실수였다구요?
이신애 : (끄덕끄덕) 그러니까... //
윤정혁 : 그만하자구요?
이신애 : (끄덕끄덕) ...
윤정혁 : 싫어요. 실수 아니잖아요, 진심이었잖아.
이신애 : ... (난감한 듯 쳐다보면,) ...
윤정혁 : 속 복잡한 건 알겠는데... 그렇다구 이러는 거... 시간이 너무 아깝잖아요.
이신애 : ... (담담히) 암이 왜 사람을 죽이는지 알아요?
윤정혁 : ... ?
이신애 : 멈추질 않아서... 다른 세포들은 자라다 멈추는데, 암세포는 멈추질 않거든요.
윤정혁 : ...
이신애 : 난 내 집에서, 남편 옆에서, 곱게 죽고 싶어요.
윤정혁 : 죽는 건 곱게 죽고... 그럼 죽기 전까진 뭐 할 건데요? 환자복 입구 장난감 고치는 거 말고 할 거나 있어요?
이신애 : ! ... 적어도... (냉정하게) 어린애랑 노는 건 안 해요.
윤정혁 : ! ... (못되게,) 이미 놀았잖아요, 아니 간만 본 건가?
이신애 : ... !
윤정혁 : 왜요, 간보니까 별로예요? (진지하게) 내가... 싫어요?
이신애 : ... (단호히) 싫어요.
윤정혁 : (화난 얼굴로,) 죽으려면 멀었네. 아직도 거짓말 할 여유가 있는 걸 보니.
정혁, 화난 채 돌아서 나가버리면, 신애, 다리에 기운이 훅 풀린다.
[시간경과] / 오후
신애, 창밖을 보며 서 있는데, 어디선가 나방이 들어와 창에 부딪히며 파닥거린다.
신애, 놀라 피하다가 파닥이는 나방을 쳐다보더니, 손을 오목하게 만들어 가둔다.
손가락 사이에서 파닥 거리는 나방을 가만히 보며 느끼던 신애, 가만히 손을 놓으면, 나방 어디론가 날아간다.
신애, 나방의 날개가 닿았던 손바닥을 보더니 몸 확 돌려 나간다.
42. 대학병원 _ 복도 / 오후
걸어가는 신애, 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43. 대학병원 _ 간호사 스테이션 / 늦은 오후
신애, 차트 보고 있는 전공의(남, 30대 중반) 앞에 탁 서더니,
이신애 : 저... 얼마나 살 수 있나요?
전공의 : (의외란 듯 쳐다보다 난처한 얼굴로,) 그건 과장님께...
이신애 : ...
전공의 : (분위기 바꾸려는 듯,) 무릎 멍들었댔죠 괜찮아요? 좀 볼까요?
신애, 뭔가 더 물어보려다 만다.
44. 대학병원 _ 처치실 / 늦은 오후
신애, 뒤로 끈을 묶는 처치복을 입고 앉아 있고, 전공의, 신애 무릎 살펴보고 있다.
전공의 : (장갑 벗으며,) 이게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면서 멍이 심해지는 거 같아요.
이신애 : (쳐다보며,) 근데 저, 사진 좀 보여주세요.
전공의, 신애를 쳐다본다.
45. 대학병원 _ 세미나실 / 늦은 오후
어두운 방, 스크린에 신애의 MRI사진 2개 나란히 떠 있다.
전공의 : 이쪽이 3개월 전이고, 이쪽이 지난번 검사 때 찍은 겁니다. 너무 갑자기 확 퍼져서 저희도 놀랐어요.
이신애 : 뇌 MRI 결과는 나왔나요?
전공의 : 그건... 보호자께 알려드렸는데...
이신애 : 많이 나쁜가요?
전공의 : (곤란해 하며,) 남편 분이 말씀 드릴 거예요.
이신애 : (발끈) 내 병이라구요, 지금 내가 궁금하다잖아요.
전공의 : (마지못해) ... 전이가 많이 된 상태예요. (안타까운 얼굴로 신애를 본다.)
이신애 : ... (생각하다 일어나더니,) 고맙습니다.
신애, 인사하고 나가려 하면, 전공의, 따라 나가려는데,
이신애 : 저기... 좀 있다 가도 될까요?
전공의, 고개를 끄덕끄덕 하더니, 먼저 나간다.
신애, 방 스위치를 다시 내리자, 어두운 방, 신애의 MRI 사진만 선명하게 보인다.
사진 여기저기에 하얀 점(암세포)들이 보이고, 신애, 그 점들을 손으로 가만히 쓰다듬다, 자신의 몸을 본다.
신애, 끈을 풀자 처치복 바닥으로 툭 떨어지면서 신애의 맨 등이 보인다.
신애, 눈으로 사진 보며, 자신의 벗은 몸에 암 있는 부위를 손바닥으로 덮어본다.
손을 옮겨 여기저기 만져보는 신애, 갑자기 고개를 툭 떨군다.
어두운 방, 희미한 스크린 빛을 받으며 고개를 떨어뜨린 채 서 있는 신애의 뒷모습.
46. 대학병원 _ 복도 / 해질녘
신애, 처치복 입은 채 막막한 표정으로 세미나실에서 나와 터벅터벅 걸어간다.
47. 2인실 / 해질녘
텅 빈 2인실, 창으로 붉은 노을이 비친다.
신애, 들어오더니, 창가로 걸어가 밖을 내다본다. 불도 안 켠 채, 어둠이 내리는 방에 혼자 우두커니 서 있다.
[시간경과] / 밤
어둠이 내렸는데, 신애, 여전히 같은 자세로 꼼짝 않고 밖만 보며 서 있다.
2인실 문 열리고 정혁 들어선다. 정혁, 스위치를 올리려다 말고 창가에 선 신애를 보더니 옆에 다가와 가만히 선다.
이신애 : ... 곱게 죽긴 글렀다.
윤정혁 : ... ?
이신애 : ... 여기저기... 다... 퍼져서, 온몸이 암덩이들로 가득한 주제에...
윤정혁 : ... (고개 돌리면,) ...
이신애 : 이렇게 여기 서서... 언제 올까, 왜 안 올까... 오면 뭐라고 할까... 내내 그 생각만 했어요.
나 진짜 죽을 건가봐, (정혁을 보며,) 자고 싶어요... 당신이랑.
정혁, 신애를 확 당겨 안으면, 신애, 고개 들어 천천히 부드럽게 키스한다.
신애와 정혁, 격해지고, 정혁, 처치복 뒤의 매듭 하나씩 풀면, 신애, 창가 침대 쪽으로 옮기며 커튼을 확 친다.
창가 침대 커튼 안, 처치복 바닥에 떨어지고, 정혁의 티셔츠 떨어진다.
신애와 정혁, 키스하면서 침대 위에 눕는다. 흔들리는 커튼 아래로 삐죽 나와 있는 정혁의 티셔츠.
48. 대학병원 _ 1층 로비 / 밤
의수, 1층 로비로 들어선다.
의수가 지나치는 1층 커피가게 안에, 윤아, 친구들과 차 마시며 이야기 하고 있는 모습 보인다.
49. 2인실 / 밤
여전히 어둡고, 창가 침대 쪽 커튼 아래 정혁의 티셔츠도 그대로다.
50. 대학병원 _ 엘리베이터 / 밤
의수, 타고 문 닫히려 하는데, 누군가(윤아) ‘잠깐만요!’ 한다.
51. 2인실 / 밤
창가 침대 커튼 안, 신애, 창 쪽으로 몸을 돌려 누워있고, 정혁, 신애를 뒤에서 껴안고 있다.
윤정혁 : ... 후회... 해요?
이신애 : ...
윤정혁 : ... 난 안해요.
이신애 : 후횐...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하는 거예요.
윤정혁 : ... 나중에도 안 해요.
이신애 : ... 왜 나랑 잤어요?
윤정혁 : 곧 죽을 거라서요.
이신애 : ... !
윤정혁 : 그렇지 않았음... 천천히 했을 거예요. 뜸도 들이고 밀당도 해가면서.
이신애 : ...
윤정혁 : (신애를 꽉 끌어 당겨 안으며,) 퇴원하면, 같이 살아요, 우리.
이신애 : ...
윤정혁 : 죽을 때까지... 옆에 있을게요, 꼭.
이신애 : 지금은 몰라요,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윤정혁 : ... (얼굴 들어 신애에게 들이대며,) 제가요? 왜요?
이신애 : 그 나이 땐 원래 그래, 어리니까.
윤정혁 : (고개 앞으로 숙여 키스하고는,) 이래도 어려요?
신애, 피식 웃으며, 마주 키스 한다.
52. 대학병원 _ 복도 / 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의수, 다시 뒤돌아 엘리베이터 쪽을 본다.
53. 2인실 / 밤
창가 침대 커튼 안, 정혁, 여전히 뒤에서 신애를 껴안은 채다.
윤정혁 : 어디서 살까요, 우리? 난 바다가 좋은데.
이신애 : 난... 산...
윤정혁 : 산? 산이 왜 좋아요?
이신애 : ... 어릴 때 산 속에 있는 절에 산 적 있었어요. 아빠 돌아가시구 엄마가 혼자 키우다 힘들었는지, 잠깐 맡겼었거든요.
산 아래 쪽에 꽃밭이 있었는데... 여름 내내 거기서 엄마 기다렸어요.
윤정혁 : ... 기다리니까... 왔어요?
이신애 : (빙긋 웃으며,) 왔죠. 할머니가... 엄만 멀리 시집가시고.
윤정혁 : ... (아무 말 없이 신애의 머리를 쓸어준다.)
이신애 : ... 내가 퍼질러 앉아 엉엉 우니까, 할머니가 왜 우냐, 꽃이 저렇게 폈어도 니가 젤 이쁜데 왜 우냐... 그랬었어요.
그 순간 울음을 뚝 그쳤어요.
윤정혁 : ... (정수리에 가만히 입 맞추고는,) 지금도 이뻐요, 꽃보다 이뻐...
이신애 : ... (피식)
윤정혁 : 강아지도 키울까요?
이신애 : 고양이가 낫죠.
윤정혁 : 어라, 난 김치찌개.
이신애 : 된장찌개.
윤정혁 : 우리 진짜 공통점이 하나도 없다.
이신애 : 있어요.
윤정혁 : ?
이신애 : 우리 둘 다... 나쁘다는 거.
윤정혁 : ... (착잡한 미소 짓더니,) 더 나빠도 좋으니까... 죽진 마요.
신애, 덜컹...! 정신이 들자 흔들리는 눈빛으로 창에 번지는 불빛들만 보다가,
침대 주변을 둘러보더니 정혁의 팔을 풀고 일어나 앉아, 환자복 입는다.
정혁, 몸 일으켜 뒤에서 신애를 꼭 껴안는다.
54. 2인실 앞 / 밤
2인실 손잡이를 잡는 손, 문을 드르륵 연다.
55. 2인실 / 밤
창가 침대 커튼 안, 문 열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는 신애와 정혁, 얼른 옷을 입는다.
56. 2인실 앞 / 밤
의수, 문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과장님e : 오셨어요!
의수, 돌아보면, 과장님, 인사한다.
김의수 : (마주 인사하며,) 아, 예, 과장님.
과장님 : 잠깐 저 좀 보시죠.
의수, 반쯤 연 문의 손잡이를 놓는다.
57. 2인실 / 밤
창가 침대 커튼 안, 잔뜩 얼어있던 신애와 정혁, 동시에 숨을 훅 내 쉰다.
신애, 일어서면, 정혁, 툭 내려서서 바닥에 떨어진 티셔츠를 잽싸게 집어 입는다.
바닥에 떨어진 처치복을 집어든 신애, 당혹스러운 표정 역력한데, 정혁, 그런 신애를 꼭 껴안는다.
신애, 정혁을 살짝 밀어내고 커튼을 걷고 나가려다 고개를 들면, 그 앞에 윤아, 하얗게 질려 서있다.
더 하얗게 질리는 신애와 놀라 쳐다보는 정혁.
58. 대학병원 _ 간호사 스테이션 / 밤
과장님에게 설명 듣고 있는 의수, 설명 끝낸 과장님, 인사하면, 의수, 정중히 인사하고 돌아선다.
59. 2인실 / 밤
놀란 정혁, 다급하게 윤아에게 다가가 팔을 잡아당기면, 윤아, 거칠게 뿌리치며, 죽자고 신애만 노려본다.
윤정혁 : (달래듯,) 나가자, 나가서 얘기하자.
김윤아 : (잡아먹을 듯 보며,) 드러워.
이신애 : ! ...
윤아, 신애를 노려보고, 신애, 그런 윤아의 시선을 피하는데, 병실의 불 탁 켜지며,
김의수e : 여보.
돌아보면, 스위치 올린 의수, 분위기 이상해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완전 얼음 되는 신애와 정혁.
김의수 : (신애에게 다가오며,) 왜 불도 안 켜고.
윤아, 아랑곳 않고 신애만 노려본다. 의수, 그런 윤아를 보며 불안해 지는데, 윤아, 몸을 휙 돌려 의수를 본다.
신애, 외면하고, 정혁, 미치겠다.
윤아, 처참한 표정으로 의수에게 무언가를 이야기 하려다 말고, 차갑게 걸어 나간다.
정혁, 걱정스러운 눈으로 신애를 보다 할 수 없이 윤아를 따라 나가면, 신애, 다리가 푹 꺼지는 느낌이다.
김의수 : (다가와 어깨를 만지며,) 무슨 일이야?
이신애 : (자기도 모르게 흠칫 몸을 뒤로 빼며,) ...
김의수 : (좀 당황해 신애 얼굴을 만지더니,) 왜 이래, 당신 어디 아파?
이신애 : (가까스로,) 아녜요.
신애, 눈을 감은 채 버티다가, 어색한지, 손을 들어 자신의 볼을 만지는 척 의수의 손을 밀어낸다.
의수, 그런 신애가 너무 이상한데, 신애, ‘잠깐만...’ 하고는 나간다.
의수, 나가는 신애 뒷모습을 보다 창가 침대를 보면, 시트가 마구 흐트러져 있다.
의수, 문득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아 불안한 얼굴로 문 쪽을 쳐다본다.
60. 대학병원 _ 공용 샤워실 / 밤
신애, 환자복 입은 채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 맞다가 거울을 본다.
뿌옇게 김이 서려 얼굴이 잘 안 보이자, 신애, 손으로 거울을 문지른다.
거울 속, 붉게 상기된 자신의 얼굴을 보던 신애, 손을 들어,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을 듯하더니,
울 것 같은 얼굴로 푹 주저앉는다.
61. 대학병원 _ 비상계단 / 밤
윤아, 정혁을 외면하며 서 있다.
김윤아 : (원망 가득 찬 눈으로,) 여자랑 자고 싶음 나한테 자자고 하지.
윤정혁 : 그런 거 아냐.
김윤아 : 아니면! 말이 돼? 띠동갑도 더 되는 유부녀에 낼 모레 죽을 여자랑?
윤정혁 : 말 안 돼. 근데 사랑이 언제 말 되는 거 봤니?
김윤아 : 사랑? (기막혀,) 미쳤구나? 며칠이나 됐다구! 몇 번이나 봤다구!
윤정혁 : ... 그게 뭐가 중요해, 하루라도 진심이면 되는 거 아냐?
김윤아 : 웃기지마, 넌 그냥 발정난 거구. 그 아줌만 쉽고 헤픈 거야.
윤정혁 : ... (더 할 말 없다는 듯,) 그만하자, 어차피 우린 끝난 거니까. (돌아서면,)
김윤아 : 거기 서! 안 그럼 이대로 가서 아저씨한테 이를 거니까.
돌아보는 정혁, 기가 막히고, 윤아, 이판사판으로 독기 품은 표정이다.
62. 2인실 / 밤
불 꺼진 병실. 4명 모두 각자의 침대에 누워 눈은 감고 있지만, 아무도 잠들지 못 한다.
윤아, 이불 쓴 채 조용히 흐느끼고 있고, 보조침대 정혁, 눈 감은 채 인상 쓰고 있다.
신애, 모로 누워 허깨비처럼 의수의 등을 바라보고 있으면, 보조침대의 의수, 등진 채 모로 누워 생각에 잠겨 있다.
작게 흐느끼는 윤아의 울음소리 사이로, 신애, 정혁, 의수의 불안한 호흡만 팽팽하게 엉킨 채, 밤이 깊어 간다.
[시간경과] / 아침
병실 창이 환하다. 윤아, 거칠게 짐 싸고 있고, 정혁, 한 곳만 응시하고 있다.
가방을 챙기던 의수, 정혁의 시선 따라가면, 창가에 멍하니 서 있는 신애 보인다.
혼란스런 표정의 의수, 나가기 전에 신애를 한 번 돌아보더니, 인사도 없이 나간다.
간호사1 : (들어서며,) 김윤아님 보호자 분, 퇴원 수속 밟고 오세요.
윤아, 들은 척도 안 하고 짐 싸고 있으면, 정혁, 마지 못 해 일어나 안타까운 눈으로 신애를 보다 간호사1.을 따라 나간다.
가방 들고 돌아선 윤아, 신애에게 다가온다.
신애, 멍한 눈으로 쳐다보면, 윤아, 증오게 가득 찬 눈으로 쳐다만 본다.
김윤아 : ... (낮은 목소리로,) 아줌마... 부탁인데요...
이신애 : ...
김윤아 : 빨리 죽어버려요.
이신애 : ! ...
김윤아 : 매일매일 기도할거예요, 빨리 나빠져서 얼른 죽으라고.
이신애 : ... (노려보다, 차갑게) 왜!?
김윤아 : !?
이신애 : 니가 뭘 잃었는데? 더 이상 아픈데두 없구, 여전히 젊구 앞날두 창창하면서.
내가 니 남자 좀 뺏은 게 뭐가 그렇게 대수라고! 뭐가 그렇게 억울한데!
김윤아 : (질려 보더니,) 미친년!
이신애 : !...
김윤아 : (비웃으며,) 뺏기긴 누가 뺏겨? 정혁인... 나랑 같이 가요.
윤아, 차갑게 노려보더니, 가방 들고 나간다. 신애, 풀썩 침대에 걸터앉는다.
63. 도로 _ 차안 / 아침
신호등 빨간 색으로 바뀌고, 의수, 차 세운다. 멍하니 앞을 바라보다 고개를 숙이는 의수, 운전대에 얼굴을 묻는다.
64. 도로 / 아침
신호등 앞에 의수 차 서있다. 신호등 파란색으로 바뀌면, 차들 하나 둘 움직이는데, 의수 차만 꼼짝 안 한다.
빵빵 하는 경적소리 신경질적으로 울리고, 차들, 의수 차를 피해 움직인다.
여전히 꼼짝 안 하는 의수 차.
65. 대학병원 _ 건물 앞 / 아침
윤아, 화난 얼굴로 도도하게. 따라 나온 정혁, 후... 한숨 쉬더니, 망설이다 마지못해 따라 간다.
야외 주차장에 차 세우고 내리던 의수, 화나 걸어가는 윤아와 병원 건물을 돌아보더니 윤아 따라가는 정혁을 본다.
66. 2인실 / 아침
문가 침대는 시트 벗겨진 채 비어 있고, 신애, 창밖을 내다보며 서 있다.
저쪽 택시 승강장에 나란히 서서 택시를 기다리는 정혁과 윤아 보인다.
신애, 착잡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면, 정혁, 고개를 들어 신애 쪽을 올려다본다.
신애, 외면하듯 창가에서 떨어지더니, 침대에 걸터앉는다.
신애, 보조 테이블 위에 있는 강아지를 쳐다보는데, 의수, 들어와 옆에 걸터앉는다.
김의수 : ... 집에 가자, 신애야.
이신애 : ... 나... 치료받을까?
김의수 : ! ... 당신 말이 맞았어. 남은 시간 당신이랑 나랑 대웅이랑 여행도 하고.
이신애 : 여보.. (쳐다보며,) 우리... 이혼하자.
김의수 : ... !
이신애 : ...
김의수 : (침착하게,) 원래... 죽을 사람이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래...
이신애 : ... 왠지 알아?
김의수 : ... ?
이신애 : 미친년이든 죽일 년이든... 그게 더 사는 것 같으니까... 죽을년 보다는...
김의수 : (어이없어하며,) ... 그래서, 이혼하자구? 그럴 시간이나 있을 것 같아?
이신애 : 의수씨... 나... //
김의수 : (버럭!) 시끄러! ... (참다 결국,) 대웅이는 생각 안 해?
이신애 : ... (울컥하지만 삼키며,) 생각해... 근데... 자꾸 잊어버려...
김의수 : ... ! 그래서 진짜... (설마 하는 얼굴로 쳐다보며,) 잤니?
이신애 : ...
김의수 : (벌떡 일어서며,) 니가... 니가... 어떻게 나한테...! 어떻게 나한테...
신애, 아프게 미안한 얼굴로 의수를 쳐다보면, 의수,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김의수 : 나는... 니 옆에서 나는...! 어느새 늙고, 낡고... (말을 잇지 못 한다.)
의수, 넋 잃은 채 쳐다보면, 신애, 돌아선다.
김의수 : (신애 등 뒤에 대고,) 못 해... 이혼. 그냥 내 옆에서 맨날 매 시간 나한테 미안해하다... 죽어.
이신애 : (돌아보며,) ... 아니... 더 이상 당신 옆에서 안 살 거야.
김의수 : (버럭) 대체 왜! 왜!
이신애 : 당신한테 난... 죽을 때까지 환자니까...
의수, 그런 신애를 보다, 얼굴 굳어지더니 힘없이 돌아선다. 의수, 나가려고 병실 손잡이를 잡는데, 쿵! 하는 소리 들린다.
의수, 놀라 돌아보면, 신애, 바닥에 쓰러져 발작 중이다.
의수, 달려가 신애를 보더니, 일어나 뛰어 나간다.
67. 대학병원 _ 복도 / 아침
2인실에서 나온 의수, 미친 듯이 스테이션으로 뛰어간다.
복도 반대편에서 뛰어오던 정혁, 뛰어가는 의수를 쳐다보더니 놀라 쏜살같이 2인실로 뛰어간다.
68. 2인실 / 아침
막 들어서려다 쓰러져 발작하는 신애 본 정혁, 얼음! 돼, 자기도 모르게 한발 물러난다.
의료진과 의수, 정혁을 젖히고 병실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정혁, 완전 멍한 표정이다.
의료진들 신애를 침대로 옮기고, 전공의, 응급 처치하자, 신애, 바로 진정이 된다.
전공의 : 아마도 종양이 뇌를 압박해 이러는 것 같습니다. 금방 깨나긴 하겠지만 계속 나빠질 텐데... 마비에, 언어 장애도 오고...
김의수 : ... (끄덕끄덕)
의료진들 나가면, 의수, 안타까운 표정으로 서 있는 정혁 보더니, 멱살을 확 잡는다.
정혁, 멱살 잡힌 채 똑바로 쳐다보고 서 있으면,
김의수 : (주먹으로 확 때리려다 말고,) 뭘 원해. 아픈 여자 꼬셔서 원하는 게 뭔데!
윤정혁 : (멱살 잡은 손 비틀며,) 아픈 여자 아닙니다, 그냥 여잡니다.
김의수 : ... !
처참한 표정의 의수, 얼굴 일그러지더니 멱살 더 세게 잡고 쳐다보다, 한 대 퍽 친다.
맞고도 그대로 고개 돌려 노려보는 정혁을 의수, 한 대 더 치려다 말고 그대로 나간다.
정혁, 복잡한 표정으로 힘없이 가는 의수의 뒷모습을 보다, 잠든 신애를 바라본다.
69. 대학병원 _ 복도 / 낮
복도 저편으로, 늙고 지친 의수, 멀어져 간다.
70. 2인실 / 밤
깊은 밤, 신애, 눈을 뜨면, 엎드려 자고 있는 정혁의 얼굴 보인다.
신애, 씁쓸한 표정으로 그런 정혁을 한참 보더니, 깨지 않게 조심스레 일어난다.
71. 2인실 _ 화장실 / 밤
손을 씻고 거울을 보던 신애, 머리 매무새를 추스르다 말고, 자신의 손을 쳐다본다.
주먹을 쥐어보려 하지만, 손가락 두 개개 뻣뻣하게 마비돼 말을 듣지 않는다.
당황한 신애, 병실 쪽을 쳐다보면, 열린 문틈으로 엎드려 자는 정혁의 뒷모습 보인다.
신애, 가만히 화장실문을 닫더니, 절망적인 표정된다.
72. 2인실 / 아침
신애, 창가에 서서 자신의 손을 쳐다보며 서 있다.
보조침대에서 꾸부리고 자던 정혁, 일어나 신애를 보더니 벙긋 웃으며,
윤정혁 : (다가가,) 잘 잤어요?
이신애 : (얼른 손 환자복 주머니에 넣으며 끄덕끄덕,) ... 놀랬죠?
윤정혁 : 좀... (신애를 쳐다보더니 농담하듯,) 아프니까 더 섹시 하네.
이신애 : (피식 웃고는 빤히 보다,) ... 저기... 나... 꽃 좀 사다줄래요?
정혁, 웃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하더니, 신애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는다.
신애, 쳐다보면, 정혁, 신애의 이마에 가만히 입을 맞추더니,
윤정혁 : 내가 잘 할게요.
이신애 : (울컥 슬퍼져,) ...
정혁, 미소 지어 보이고, 뒤돌아 가면,
이신애 : (정혁의 뒷모습을 보다,) ... 고마워요.
정혁, 돌아보면, 신애, 방긋 미소 짓는다.
정혁, 가볍게 손들어 보이고 나가면, 신애, 그런 정혁의 뒷모습을 가만히 본다.
[시간경과]
(세면대 위) 거울에 신애의 해쓱한 얼굴 비친다.
들어왔을 때 입었던 원피스를 입은 신애, 립스틱 바르고는 가만히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신애, 보조 테이블 위에 강아지를 빤히 보더니 집어 든다.
테이블 위에는 쪽지만 한 장 남겨져 있고, 신애, 강아지를 가방에 넣는다.
신애, 가방을 들고 병실을 한 번 휘 둘러 보더니, 또각또각 걸어 나간다. 텅 빈 2인실.
73. 대학병원 _ 택시 승강장 / 아침
신애, 택시 와서 서자, 뒷문을 열더니, 병원 건물을 한 번 올려다보고는 결심한 듯 올라탄다.
74. 건널목 앞 _ 택시 안 / 아침
신애, 담담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는데, 건널목 신호등 파란 불로 바뀌고 건널목 앞에 택시 선다.
택시 앞 유리 너머로, 한 손에 꽃다발 든 채 건널목 건너는 정혁 보인다.
신애, 안타까운 눈으로 길 건너는 정혁을 바라본다. 정혁의 눈, 코, 입... 해를 보며 찡그리는 표정, 꽃다발 든 손, 빙긋한 미소...
정혁, 택시를 지나쳐 건널목 다 건넜고, 신호 바뀌고 택시 움직인다.
택시, 병원으로 들어가는 정혁 등 뒤로 스쳐 지나가고,
신애, 차마 더 이상 보지 못 하고 가슴을 꽉 부여잡더니 눈을 감은 채 끅끅 괴로워한다.
기사님 : (당황해 백미러로 기색 살피며,) 저기... 어디 아프세요?
고개 든 신애, 대답을 하려다 말을 잇지 못 하고 쳐다보는데, 눈물이 후루룩 떨어진다.
기사님 : (당황해 조심스레) 가슴이... 아파요?
이신애 : (고개 끄덕끄덕 하며,) 저... 웃기죠. 심장이 젤 멀쩡한 덴데... (목메어) 너무 아파요. (겨우 겨우) 아직... 살아있나 봐요.
신애, 웃어 보이면, 기사님, 얼떨떨해 한다.
신애, 눈물 가득한 채 웃는 듯 우는 듯 창밖을 바라본다.
75. 2인실 / 아침
바닥에 툭 떨어지는 꽃다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쪽지를 펼쳐 보던 정혁, 급하게 뛰쳐나간다.
76. 대학병원 _ 복도 / 아침
뛰어가던 정혁, 문득 멈춰 서서 허리를 반으로 접는다.
길고 어두운 복도 끝, 꾸부리고 서있는 정혁의 등이 흔들린다. 정혁의 손에 꽉 쥐어져 있는 쪽지.
77. 해바라기 밭 / 낮
신애, 눈부시게 노란 해바라기를 바라보며 서 있다.
이신애e : 당신은... 기억해줄래요?
해바라기를 바라보던 신애, 활짝 웃는다.
이신애e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해바라기 밭을 등에 지고 돌아선 신애, 걷기 시작한다. 걸어가던 신애, 망설이듯 한 번 돌아보더니, 다시 앞을 보고 걷는다.
길 끝을 향해 걷는 신애, 멀어지다 서서히 사라진다.
- 끝.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볼께요~~
고맙습니다. 덕분에 대본 잘 볼께요 ^^!!
감사합니다 잘 보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은 자료 받아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