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사정 탄탄... 내년 부채 '제로'도전
광주광역시 중흥건설 본사를 찾은 시점은 공교롭게도 건설업계 퇴출명단이 발표되기 직전이었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재무상태를 확인해봤다. 돌아온 답변은 한결같았다. 돌다리도 두드리듯 경영을 해서 자금사정은 탄탄하다는 것이었다.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은 오너가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매일 몇 번씩 중요한 결정들을 제대로 할 수 있나요"
정 회장의 '돌다리'경영론'은 짧은 대화에서도 수차례 묻어났다. 실제로 현금 보유액만 2000억원 이상이고 4~5년을 낻내다보고 사업계획을 세운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빛을 발하는 이유다. 쟁쟁한 건설업체들이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졌지만 중흥건설은 건재했다.
정 회장은 며칠 뒤 PF 이자를 낮추는 계약을 하러 서울에 간다. 은행 측이 한강 김포신도시 중흥S클래스 분양이 70%를 넘으면 이자를 낮춰주기로 했는데 드디어 넘었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은 돈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내년에 PF 2000억원을 포함해 다 갚아버릴 겁니다. 신대지구 14만평 등 기존 자산은 그대로 남겨두고 모두 영업해서 돈 벌어 갚는 겁니다. 회사 미래를 생각하면 사업 밑천이 되는 알짜 자산을 팔아서는 안되지요. 수년 내에 부채가 '0'인 회사로 만들거예요. 빚은 적을 수록 좋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대화 도중에 호남에 기반을 둔 건설업체들이 최근 유난히 많이 쓰러졋다는 화제가 나왔다. "경영자가 잘못 판단한 것이지 다른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중흥은 DJ정부시절도 전혀 득을 본 것이 없고, 정권이 바뀌어도 불이익 당한 건 없다"며 "건설업체들이 금융업으로 조선업으로 마구 뛰어들었거나 상호보증을 잘못 서서 망한 것이니 누구를 탓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 건설업은 계속 사양산업 취급을 받고 있다. 수십 년간 잔뼈가 굵었지만 정 회장 역시 건설업 미래가 걱정스러운건 마찬가지다. 그는 "아주 잘해온 건설업체라도 틈새시장을 잘 찾아서 현명한 판단을 해야 살아남는 시대"라고 말했다.
중흥건설 역시 사업을 더 벌이고 싶은 유혹이 많았지만 상당 부분을 자제했다고 한다. 그리고 고르고 골라 검증된 곳들에서만 일을 펼쳤다. 예를 드는 곳이 바로 최근 분양한 순천 신대지구다.
순천 신대지구는 주거 수요는 늘어나면서 공급이 제한된 지역이다. 중흥기업은 최근 신대지구 분양을 시작한 지 며칠 만에 80% 가까이 완료했다. 지방에선 고질적인 미분양이 넘쳐나는 시점이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신대지구는 최근 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인구가 급증하는 순천.여수.광양 주거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곳에 79, 92, 109평방미터 등 중소형 위주로 공급한 것이 주효했다.
신대지구는 중흥건설이 경제자유구역 개발 공고가 나올 때부터 눈독을 들여놓고 택지 개발부터 시작해 분양까지 맡아 하고 있다.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일반 단독주택용지. 근린생활시설, 상업시설용지분양은 마무리되고 있고 다른 건설사에서도 택지 매입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중흥 소유인 용지가 많이 남아 있어 개발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사업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중흥 특유의 '돌다리 경영'은 본사뿐 아니라 자회사도 마찬가지다. 서울에 위치한 중흥종합건설은 물론 나주에 건설한 중흥골드스파리조트로 부채가 전혀 없다.
그러나 중흥이 수세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익이 점점 박해지는 국내 사업을 대체하기 위해 국외사업도 날렵하게 추진하고 있다. 미래 먹을거리를 찾아놓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