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낙산사를 다녀와서
1.언제:2011.5.19~20<1박2일>
2.동선:서울~춘천 고속도로->동홍천 나들목->양양군 현남면->하조대 해수욕장<1박>
->낙산사->오색약수->망월사->한계령->서울~춘천 고속도로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하월천리 임야 답사를 마치고 하조대 해수욕장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다음날 낙산사를 찾았습니다.
풍광이 수려한 오봉산의 해변에 터잡은 천년 고찰 낙산사는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힐만큼
아름다운 사찰로 신라 문무왕 때 의상 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집니다.
유난히 화재의 아픔을 많이 겪은 낙산사는
2005년 대형 산불로 사찰의 대부분이 소실되었다가 새롭게 복원을 마쳤는데
외관은 예전의 모습을 거의 되찾은 듯 보였습니다.
최근 개인적으로 말도안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고 나서
생각도 정리하고, 머리도 식힐 겸해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를 내달렸는데
잔뜩 흐린 날씨였지만 짙푸른 동해의 7번 국도를 따라 펼쳐지는 시원스런 풍광은
일상에서 받았던 상처를 치유해주는 마력을 지녔습니다.
하룻밤 묵은 숙소에서 바라본 하조대 해수욕장
낙산해수욕장은 한산했고
바다는 잔잔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길들이 내 앞에 놓여 있었던가.
얼마나 많은 길들을 내가 걸어갈 수 있다고 믿었던가.
얼마나 많은 길들을 결국 밟아 보지 못하고 잊어버렸던가.
내가 걸어왔다고 믿은 그 길들은 정말로 내 눈앞에 펼쳐져 있던 바로 그 길이었던가.
얼마나 많은 길에서 길을 잃었던가.
내가 갔던 그 많은 길들에서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길은 몇이나 되는가.
왜 길에 나서면 그렇게 가슴이 뛰었던가.
길이 끝날 때마다 다시는 떠나지 못하리라는 어설픈 절망은 왜 그리도 많았는가.
가고 싶은 길은 왜 그리도 많았는가.
떠나지 못한 길은 또 왜 그리도 많아야 했는가.
길에서 만나다/조병준
신라 고승 의상대사가 참선을 했다는 곳에 세워진 '의상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탁트인 바위 벼랑에 터잡아 일출이 유명한 곳입니다.
잿빛 하늘아래 한그루 노송이 의상의 기개를 상징하듯 절묘한 자태로 서있습니다.
의상대에서 바라본 홍련암
의상대에서 바라본 홍련암
바다는 잔잔했지만 물결이 일렁일때는 광할한 바다의 힘이 전해왔습니다.
가슴이 탁트였고 마음속 잡다한 생각들을 저 바다속에 던졌습니다.!
변화무쌍한 바닷가 날씨에도 묵묵히, 꿋꿋이, 당당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노송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웁니다.
시류의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나만의 길을 가겠다고!!
흐린날,비가 오락 가락한 날씨였는데
유난히 해당화 꽃 향기가 짙게 풍겼왔습니다.
해당화 꽃향기는 '여인들을 바람나게 한다'고 해서
예로부터 섬 사람들은 해당화를 뽑아 버렸다는 말이 전해옵니다.
낙산사에는 지금 온통 해당화 꽃 향기가 그윽해
뭇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연하당 가는길에 만난 벌개미취
흰붓꽃
낙산사 연하당
연하당에서 바라본 의상대
연하당 처마에 매달린 목어
연하당에서 바라본 의상대
낙산사 홍련암에는 해당화 피고/목필균
누군들 저 막막한 기다림을 알까.
까마득한 절벽 쉼 없이 파도가 휘돌아치고.
파도에 쓸려간 절절한 독경소리는 붉은 연꽃
수평선 바라보며 삭여온 눈물은 붉은 해당화
꽃이 다르다고, 아픔마저 다를까.
발원을 위해 수없이 꿇었을 무릎
아득한 수평선에 눈이 먼 빈 눈동자
붉은 꽃은 인고의 향기였다.
낙산사 홍련암에는 해당화가 피고
내가 무심히 바라보듯
홍련암도 무심히 바라보고
해당화도 무심히 바라보고
무심함이 그은 인연 줄이
텅 빈 가슴에 풍경을 울린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정호승
낙산사 홍련암
홍련암
홍련암의 문고리
홍련암에서 바라본 의상대
홍련암
낙산사 홍련암은 우리나라 3대 관음 기도 도량의 한곳이라고 하는데
유난히 재물에 관한 소원을 잘 들어준다는 명성이 있다고합니다.
불교도는 아니지만 올해는 돈좀 많이 벌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홍련암
대숲이 있는 홍련암
화강암 계단위에 웅장하게 우뚝 서있는 낙산사 보타전
배산임수의 지형에 세워져 지난 2005년 대형 산불에도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다고 합니다.
보타전 뒤 소나무들은 다 불탔는데 보타전만 무사하였다고 하니
역시 풍수지리의 위력을 다시한번 실감합니다.
백작약
낙산사 보타전
해수 관음전에서 바라본 해당화와 바다
벌개미취 핀 해수관음전
낙산사 해수 관음상의 위용
높이가 무려 16m라고 합니다.아파트 6층 높이!
화강암으로 다듬은 동양 최대 크기라고 전해지는데
왼손에 들고있는 것은 감로수병이라고 합니다.
웅장한 해수관음상이 바라보고 있는 바다의 모습입니다.
낙산사에서 바라보는 동해는 흐린 날씨에 잔잔했고
설악산도 이날은 고요한 모습입니다.
해당화가 핀 낙산사
낙산사 '꿈이 이루어지는 길'에서 만난 벌
낙산사 원통보전
낙산사 원통보전 앞에 있는 보물 제499호 7층석탑<높이 6.2m>입니다.
6.25때 일부 손상을 입었고 지난 2005년 산불 때 불에 타며 일부 손상되어 현재의 모습입니다.
숲에 관한 기억 / 나희덕
너는 어떻게 내게 왔던가?
오기는 왔던가?
마른 흙을 일으키는 빗방울처럼?
빗물 고인 웅덩이처럼?
젖은 나비 날개의 지분처럼?
숲을 향해 너와 나란히 걸었던가?
꽃그늘에서 입을 맞추었던가?
우리의 열기로 숲은 좀 더 붉어졌던가?
그때 너는 들었는지?
수천 마리 벌들이 일제히 날개 터는 소리를?
그 황홀한 소음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사랑은 소음이라고?
네가 웃으며 그렇게 말했던가?
정말 그 숲이 있었던가?
그런데 웅웅거리던 벌들은 다 어디로 갔지?
꽃들은, 너는, 어디에 있지?
나는 아직 나에게 돌아오지 못했는데?
아카시 꽃이 핀 낙산 해수욕장
정암 해수욕장 소경
물이 말라버린 오색 약수터
주전골에서 흘러 내려오는 계곡물소리가 시원스러웠습니다.
이 맘때의 계곡물소리는 탁류로 더렵혀진 세속의 귀를 말끔히 씻어주는듯합니다.
오색약수터 위에 터잡은 절 망월사의 포대화상
포대화상의 배를 만지면서 잠시 웃어봅니다.^^
망월사 대웅전
매발톱<망월사 대웅전 앞>
금낭화<망월사 대웅전 앞>
매발톱<망월사 대웅전 앞>
짧은 1박2일의 동해안 여행을 통해 잠깐 동안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살면서 가끔 뜻하지 않은 일과 맞닥드릴 때
누군가 졸렬한 방식으로 태클을 걸어올 때
사람에 치여 마음이 공허할 때는
7번 국도를 따라 길을 나서볼 일입니다.
풍경이 인간의 나약함을 위로하는 '강원도의 힘'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끝.
ocean fly / guido negrasz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