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매(장쥔마이: 張君勱)는 중국 국민당-공산당 대결에서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중화 문화의 부흥과 신국가 건설에 헌신한 사상가이자 헌법학자였습니다.
그는 계급투쟁은 사회의 생리가 아니라 민생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사회의 병리 현상이라는 손문의 진단에 동의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손문의 5권 분립과 민생주의 헌법보다 바이마르 공화국과 같은 사회민주주의 헌법을 지향했습니다.
1945년 일제의 침략을 물리친 국민당과 공산당은 일단 평화회담에 임하였습니다. 정치협상회의를 구성하여 연합정부를 추진하였습니다. 물론 국민당 중심의 연합정부가 될 것이었습니다. 장군매는 정치협상에 제3세력인 '민주동맹'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신 중국 헌법의 기초자로 활동합니다.
국민당 강경파는 공산당과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공산당도 마찬가지였을지 모르겠습니다. 국민당은 정치협상회의의 기본 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국민대회를 소집하였습니다. 그리고 1946년 중화민국헌법을 제정하였습니다. 손문의 삼민주의 헌법에 기초하되 독일 바이마르 사회민주주의 헌법을 가미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당의 단독 행동으로 말미암아 공산당의 합작 정부 수립은 무산되었고, '국공내전'이 발발합니다. 공산당과 민주동맹은 정치협상회의에서 탈퇴하였습니다. 그러나 장군매는 헌법 기초자로서 그 헌법 실현을 기대하여 국민당과의 관계를 유지하였습니다. 그러나 내전이 격렬하게 전개되면서 중화민국헌법은 정지됩니다. 대신 국민당 장개석의 계엄체제가 들어섭니다.
장군매는 결국 국민당과 결별하게 되었고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하게 됩니다. 장군매는 미국에서도 유교전통에 입각한 민주 중국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고 대만 국민당 일당체제와 거리를 두었습니다. 장군매는 현대 '유교입헌주의'의 진정한 원류라고 하겠습니다.
장군매의 누이 동생인 장유의(張幼儀)는 중국 현대시의 원류 서지마(徐志摩)의 첫 번 째 부인입니다. 장유의, 서지마, 그리고 서지마의 연인 림휘인(林徽因), 그리고 림휘인의 배우자 양사성(梁思成 : 양계초의 아들), 서지마의 두 번 째 부인 육소만(陸小曼)의 이야기는 다른 기회에 다시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는 서지마의 시 '再別康橋(다시 케임브리지와 작별하며)'를 소개합니다. 이 시는 서지마가 림휘인과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는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시를 특별히 소개하는 이유는 우리 민족 시인 이육사가 이 시를 국내에 최초로 소개하고 번역하였기 때문입니다.
시인 이육사, 독립투사 이육사, 그는 중국에서 의열단의 일원으로 목숨을 건 독립운동에 헌신하고 그리하여 일제에 수차례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모두 잘 알고 배운 바와 같은 훌륭한 시들을 썼고, 또 중국 현대 서정시의 태두와 같은 서지마를 연구하고 그의 유명시를 정성드려 번역도 한 것입니다. 시인 이육사의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아래 서지마의 시 원문과 이육사 시인 특유의 번역을 옮겨 봅니다.
그리고 이 시는 중국 대륙 교과서에도 실려 중국 학생들 모르는 이들이 없고 또 낭송도 많이 되고 노래로도 불려지고 있습니다. 시 번역에 이어, 시 낭송 그리고 노래 링크도 올립니다.
再別康橋(다시 케임브리지와 작별하며)
(*康橋는 영국의 캠브리지를 말합니다.)
徐志摩(이육사 번역)
호젓이 호젓이 나는 돌아가리 輕輕的我走了,
호젓이 호젓이 내가 온거나같이 正如我輕輕的來;
호젓이 호젓이 내손을 들어서 我輕輕的招手,
西쪽 하늘가 구름과 흩이리라 作别西天的雲彩.
시냇가 늘어진 금빛 실버들은 那河畔的金柳,
볕에 비껴서 新婦냥 부끄러워 是夕陽中的新娘;
물결속으로 드리운 고운 그림자 波光裏的艶影,
내 맘속을 샅샅이 흔들어 놓네 在我的心頭蕩漾.
복사 위에는 보드란 풋 나뭇잎새 軟泥上的青荇,
야들야들 물밑에서 손질 곧하고 油油的在水底招搖;
차라리 ‘康橋’ 잔잔한 물결속에 在康河的柔波裏
나는 한오리 그만 물풀이 될까 我甘心做一條水草!
느릅나무 그늘아래 맑은 못이야 那楡蔭下的一潭,
바로 하늘에서 나린 무지갤러라 不是清泉,是天上虹;
浮萍草 잎사이 고이 새나려와 揉碎在浮藻間,
채색도 玲瓏한 꿈이 잠들었네 沈澱着彩虹似的夢.
꿈을 찾으랴 높은 돛대나 메고 尋夢? 撑一支長篙,
물풀 푸른곳 따라 올라서 가면 向青草更青處漫溯;
한배 가득히 어진 별들을 실어 滿載一船星輝,
별들과 함께 아롱진 노래 부르리 在星輝斑斕裏放歌.
그래도 나는 노래조차 못 부르리 但我不能放歌,
서러운 이별의 젓대소리 나면은 悄悄是别離的笙簫;
여름은 벌레도 나에게 고요할 뿐 夏蟲也爲我沈默,
내 가는 이 밤은 ‘康橋’도 말없네 沈默是今晚的康橋!
서럽디 서럽게 나는 가고마리 悄悄的我走了,
서럽디 서럽게 내가 온거나같이 正如我悄悄的來;
나의 옷소맨 바람에 날려 날리며 我揮一揮衣袖,
한쪽 구름마저 짝없이 가리라 不帶走一片雲彩.
(*이육사, "중국 현대시의 일단면", 춘추 1941년 6월호, 김용직/손병희 편, 이육사 전집, 깊은 샘, 2004, 271-272쪽 재수록)
(** 보다 자세한 설명과 다른 해석은 성민엽 서울대 중문과 명예교수 블로그, https://contents.premium.naver.com/junforliterature/knowledge/contents/220924163456452kg 참조)
<시 낭송>
https://youtu.be/zkC54L3zEK0
<노래>
https://youtu.be/F0Hqg725h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