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7일 토요일 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친구 아들이다
13년전 working holiday 로 호주에 1년을 머물다 돌아간 내친구 아들이다
묵고있던 숙소로 달려가며 어떻게 변했을까 많은 생각을 했는데
40년만에 만난 친구는 멀리서 봐도 너무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첫만남의 시간이 오후였던지라
우선 manly 로 향하였다. 시간이 충분치 못한 까닭이다
숱이 줄어든 흰머리에 주름이 늘어난 얼굴 외에는 변한게 없다
팔뚝 어깨가 여전히 굵고 탄탄해
학창시절 합기도 유단자, 단거리 달리기 선수였던 몸매가 별로 변하지않았으며
목소리가 옛날 그대로이며
순수하던 시절 감성도 그대로 가지고 있구나
요녀석은 13년전 호주에 왔을때는 날씬하고 이뻤는데
통통하다못해 배도 나와서 실망(?)했다
세월만큼 변한건 바로 그 배구나
초설(오색마삭)이라고했다
manly에서 참으로 꽃과 식물을 좋아하는 친구가 내아내에게 꺾어준 꽃인데
며칠동안 차에 넣고 다녔더니 죽고 말았다
한달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내아내는 졸라댄다
manly에 가서 그꽃을 가져오잔다
이미 한국에 가있는 친구에게 연락해 사진을 보내달라했더니
시골 집에서 키운 꽃이라며 설명까지 친절하게 카톡으로 보내왔다
돌아오는 길에 luna park 을 들러 시티야경을 보며
아쉬운 첫날의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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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다시만나 stanwell tops를 향했는데
언제와도 참 좋은곳이다
national park을 질러 가면 더욱 좋았으련만
요즘 비가 자주 왔기 때문에 통과가 어려울듯해 돌아가기로했다
가슴까지 뻥 뚤리는 stanwell tops
태평양에 종이배 띄우면 한국까지 갈까 ?
이런 황당한 생각을 수없이 해봤던 때도있었다
30여년전 호주 처음 왔을때는 그리도 한국이 그리웠나보다
madam choi 중국음식점( 291~301 lawrence hargrave dr, thirroul )을 전부터 가보고싶었다
친구의 강추
하지만 시드니에서 선걸음에 가기는 좀 멀어 쉽지않다
약 1시간 또는 1시간 30분 정도 차로 가야해서다
언젠가 stanwell tops 를 가는날 꼭 가보리라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오늘이 그날이다
주인장의 친절한 배려로 푸짐하고 정이 뚝뚝 흐르는 식사를 만족하게 할수있었다
( 주문: 그냥 알아서 주세요 4명이 먹기에 충분할 정도로 푸짐하게 주세요 )
free service 까지 주는 센스
이제부터 나도 강추다
오늘 일정도 대체로 이렇게 마무리했지만
친구의 가슴깊이 묻어놨던 지난 어려웠던 시기를 통과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듣는내내 먹먹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해하기 힘든 그시절의 애환이 우리에게는 있다
이리도 가슴을 열어 놓을 수 있는 친구가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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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bourne 여행 후
우리는 거의 2주일만에 다시 만날 수 있었다
1월 19일 아침식사는 the star sydney 의 buffet 에서 시작한다
이후 park hyatt sydney( 7 hickson rd, the rocks ) 로 자리를 옮겨
opera house 가 가까이 보이는 곳에서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담소를 나눴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필수코스로 들르는 장소
이른저녁을 우리집에서 먹기로 했는데
시간이 남아 bobbin head 를 들렀다
비교적 우리집에서 가깝고 잠시 쉴만한 장소로 적격이라고 판단되어서다
이곳은 언제나 마음까지 편하다
전화가 터지지않는 곳이어서
세상을 잠시 잊어야한다
낯설수도 있는 월남쌈이 준비되어있는 나의 집으로 와 식탁에 둘러 앉았다
맛있게 먹어준 친구가 고맙다
이후 스케줄은 잡지 않았다
오늘은 못다한 이야기 하며 들으며 수다도 떨며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싶었다
이틀후 토요일에 우리는 다시만나
우리집에서 아침식사를 했는데
이번에는 아들이 사다놓은 고급와규로 깔끔한 식탁이 오늘의 컨셉
출발 하루전이기에
편하게 시간보내며 쇼핑하며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다
우리집 마당같은 그런 기분으로 살아가는 lane cove national park
여기는 집도 가깝지만 오랫동안 걷고, 자전거타고, 차마시고 그렇게 시간을 많이 보낸 장소이다
카페 주인장이 한인이라서 더욱 자주 방문하게된다
나는 이곳에서 약 10년동안 운동을 해왔다
여름에는 덥기때문에 동이 트자마자 집에서 출발하면 약 3시간만에 돌아오게되는데
대게는 카페에서 차한잔과 더불어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오면 거의 오전 시간은 다 보내게된다
오늘은 이곳에 잠깐들러 찻집에 머물렀다
eastwood, strathfield 에 들러 쇼핑하고 식사하고 공항 호텔에서 헤어졌다
"나는 헤어질때 뒤돌아보지않는다."
이말을 몇번인가 미리 했었는데, 뒤돌아볼 자신이 없어서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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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언제 또 볼수있을지 아님 마지막일지 알수없지만
친구야, 나의 일생에 나의 마음안에 너가 자리하고 있음이 무척이나 행복하고 고맙다
노년의 길 복판을 향해 가고있지만
마음만은 청년 아니겠나 ?
우리가 학창시절 순수하고 낭만을 이야기 할때, 그런시절도 있었지않나
목고, 교대, 뒷개, 수문당, 찐빵 만두집
3등바위 밑에서는
바람이 쌩쌩 불어오는 겨울날 꽁꽁 언 손가락으로
기타를 치며 "바람부는 날이면 언덕에 올라 ~~"
추위도 몰랐고 더위도 몰랐던 그 시절의 추억도 내게는 간직되어있다
이제는 시드니에 남겨놓은 친구의 발자국이 보이고 느껴지는구나
천국가는 그날까지
친구야 잘살자
사랑한다 친구야
덤으로 한장
첫댓글 아이구 한국에서 지인이 오시면 고생인데
지기님 고생 ㅎㅎㅎ
여기서는 그런 말들하죠 ㅎㅎ 그러나 좋은 친구라면 ...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한편의 영화를 보는거 같아요 많은 세월동안 간직할 수 있는 우정도 부럽네요
찡 하구만요
표현이 영화같진 못하지만 누구나 처럼 긴세월을 뒤돌아보면 영화같은 추억이 필름처럼 돌아가네요
노년으로 라는 표현이 ....적지않아 보이는데요
노년까지 우정이 이어지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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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갑습니다
시드니에 자주 오시는가보네요 감사합니다
지기님 왜 그러십니까 ?
중년이시잖아요 ㅎ
쑥스럽게시리 ㅎ
지기님은 청년이세요 ㅋ
저도 한국에서 친척이 방문하는데 .. 여러가지 고민이 많죠
숙식, 가이드 등 시간과 제정적인 부담이 크지만 우선 관광은 이 코스가 좋을 거 같네요.
한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민도 털고 ㅋㅋㅋ
지기님은 정이많은 따뜻한 성품 느껴져요
신아연 작가님은 글로 가르치는데
지기님은 삶으로 가르치시는군요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