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이 지긋해지니 버릴 것도 많아라 돌아보면 아쉬움 투성이지만 마지막 갈잎처럼 떨지 않고 버릴란다 용서하지 못한 것은 성한 그대로 못다 이룬 꿈은 시들은 그대로 수시로 발딱 하는 화근덩어리 뿔뚝썽 영혼의 모드를 제로에 맞춘다 한 맵시 뽐내며 거리를 누볐던 물방울무늬 민소매 원피스 무릎이 깡똥 들어나 못 입는 치마 야시시한 깔까리 블라우스 형상을 가진 것들은 낡아가고 버려지는 것이 이치 인 것을 소용없는 옷가지, 주름 깊은 세월 두루두루 챙겨 수거함에 넣고 돌아서는데 앞바다 밀물이 길게 드나 저녁뜸 파도가 가슴까지 디밀어 까묵까묵한 추억만 두고 삭연히 돌아서는 세월의 푸른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