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은(Mercuty, Hg, 357℃) 01
원자번호 80번 원소인 수은(水銀, mercury)은 실온에서 액체인 유일한 금속이다. 고대부터 동서양에 모두 알려져 왔으며, 가장 매혹적인 원소의 하나로 인식되어 많은 관심을 끌었고 다양한 용도로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수은과 이의 주된 광석인 진사(辰砂, cinnabar, HgS)는 특히 연금술, 불사약과 연관되어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 중국의 진시황제는 불로장생을 위해 수은이 든 약을 먹었으며, 그의 무덤에는 수은이 흐르는 강과 바다가 있는 지도모형이 만들어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은은 최근까지도 약 3000여 가지의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을 예로 들면 온도계, 혈압계, 수은등, 형광등, 상처 소독제인 머큐로크롬, 수은전지, 치아 충진용 아말감(수은 합금), 인주 등이다. 이외에도 수은과 수은 화합물들은 전기 스위치와 전자 제품, 화학촉매, 의약품, 과학 실험 재료 등으로 요긴하게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1956년에 수은 중독에 의한 미나마타(Minamata)병이 발견되면서, 수은에 의한 환경오염과 수은 중독에 대한 우려로 수은의 생산과 사용이 크게 제한을 받고 있다. 금년 10월에는 수은 배출을 방지하는 미나마타 협약이 채택될 전망이다. 수은의 발견과 역사, 성질, 이용, 그리고 수은이 환경과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들을 보다 자세하게 알아보기로 하자.
원자번호 80번, 수은
수은(水銀, mercury)1)은 원자번호 80번의 원소로, 원소기호는 Hg이다. 주기율표에서는 아연(Zn), 카드뮴(Cd)과 함께 12족(2B 족)에 속하는 금속이다. ‘빠르게 흐르는 은’이란 뜻으로 ‘quicksilver’로도 불리며, 원소기호 Hg는 ‘액체 은’을 뜻하는 라틴어 이름 ‘hydragyrum’에서 따왔다.
수은을 비롯한 12족 원소들은 원자나 여기서 생성된 이온이 모두 꽉 채워진 d 궤도를 갖고 있어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의 정의에 따른 전이금속에는 맞지 않으나, 보통 전이금속으로 분류된다. 수은은 말 그대로 ‘물과 같은 액체이면서 은처럼 광택이 나는 원소’로, 실온에서 액체로 존재하는 유일한 금속이다. 실온에서 액체로 존재하는 또 다른 원소로 브로민(Br2)이 있는데, 이는 금속은 아니다. 수은의 어는점은 -38.83oC이고 끓는점은 356.73oC로, 금속 중에서는 액체로 존재하는 온도범위가 가장 좁은 것 중의 하나이다. 밀도는 20oC에서 13.543g/cm3로, 물의 13.567배이다. 표면장력2)이 아주 크고, 쏟아지면 작은 방울들로 쉽게 나뉘어 진다. 다른 금속에 비해 열전도도와 전기전도도가 작기는 하나, 비교적 좋은 전도체이다. 건조한 공기 중에서는 비교적 안정하나, 습한 공기에서는 서서히 회색의 산화물이 표면에 생성된다. 대부분의 찬 산과는 반응하지 않으나, 일부 뜨거운 산이나 산화력이 있는 산(예로 황산, 질산, 왕수)과는 반응한다. 은과 마찬가지로, 황화수소(H2S)와 반응하며, 고체 상태의 황과도 반응한다. 금, 은, 주석 등 다른 금속과 합금(아말감, amalgam)을 잘 만드는데, 철과는 합금을 만들지 않아 수은은 흔히 철제 용기에 담아 보관되고 유통된다. 화합물에서의 산화상태는 주로 +1과 +2이다.
수은은 지각에서의 존재비가 대략 68번째인 원소로, 약 0.05ppm(5x10-6%)의 비율로 존재하는데, 이는 은 존재비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자연에서 원소 상태로 존재하는 경우는 아주 희귀하며, 보통 화합물 상태로 발견된다. 가장 흔한 수은 광석은 보통 진한 붉은색 분말로 발견되는 진사(辰砂, cinnabar 혹은 vermilion, HgS)인데, 진사는 주사(朱砂) 또는 단사(丹砂)라고도 불린다. 또 다른 수은 광석으로는 리빙스토나이트(livingstonite, HgSb4S8), 코데로아이트(corderoite, Hg3S2Cl2) 등이 있다. 원소 상태의 수은은 예부터 진사를 공기 중에서 가열하여 얻었다. 2012년의 전세계 생산량은 약 1600톤인데, 독성 때문에 사용이 제한되고 있어 매년 생산량이 줄고 있다.
진사(cinnabar, HgS). 수은은 진사에서 얻으며, 진사는 붉은색 안료와 의약품으로도 사용되었다
진사와 수은은 고대 동서양 모두에서 연금술과 불로장생 약을 얻는 것과 관련되어 많은 관심을 끌었으며, 수은과 여러 수은 화합물들이 의약품으로 사용되었다. 수은은 중세부터는 금과 은의 광석에서 이들 귀금속들을 추출하기 위해 아말감을 만드는데 사용되었으며, 근세에 와서는 온도계, 압력계, 전기 스위치, 치아 충진용 아말감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특히 소금물을 전기분해시켜 염소(Cl2)와 가성소다(NaOH)를 얻는 전기화학 반응의 전극으로 사용되었으며, 증기는 수은등과 일부 네온사인에 사용되고, 형광등에도 사용된다. 여러 수은 화합물들이 화학반응에서 시약이나 촉매로 중요하게 사용되며, 수은전지가 각종 전자 제품에 널리 사용되기도 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수은이 약 3000여 가지의 용도로 사용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수은과 대부분의 수은 화합물들은 독성이 매우 크다. 수은은 피부와 점막으로 흡수될 수 있고, 수은 증기는 호흡을 통해 체내로 들어가는데 수은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가장 독성이 큰 수은 화합물로는 다이메틸수은((CH3)2Hg)과 메틸수은(CH3HgX: X는 보통 Cl)이다. 이들 유기수은 화합물들은 수은이나 수은 화합물에서 여러 경로로 만들어지며, 조개와 물고기 등에 농축되고, 먹이 사슬을 통해 인체 내로 들어와 중추신경 장애와 태아 독성 등을 나타낸다. 이러한 수은 중독은 1956년에 일본의 미나마타(Minamata, 水俣)시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이런 연유로 ‘미나마타병’으로 명명되었다. 이런 폐해 때문에 수은이 환경으로 배출되는 것을 근원적으로 규제하려는 국제간 노력이 기울어지고 있으며,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금년 10월에는 유엔환경계획(UN Environment Program, UNEP)에 의해 수은 배출을 방지하는 ‘미나마타 협약(Minamata Convention)이 채택될 전망이다.
수은의 역사와 원소 이름
진사(HgS)를 붉은색 안료로 사용해서 그린 3만년 전의 구석기 시대 그림이 스페인과 프랑스 동굴 벽화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인류는 수은을 아주 오래 전부터 사용해온 것으로 여겨진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수은이 들어간 물질을 연고로 사용하였으며, 이집트와 로마에서는 화장품으로 사용하였다. 고대 중국, 인도, 이집트, 그리스, 로마 문헌에서도 수은과 진사가 언급되고 있으며,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태오프라스토스(Theophrastus, 372BC~287BC)는 진사가 은광에서 발견된다는 사실과 진사를 태워 수은을 만드는 방법을 기술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384BC~322BC)와 플리니(Pliny the Elder, 23~79)도 수은을 얻는 방법과 수은의 독성을 알고 있었다.
고대 중국에서는 진사로 만든 약이 도사의 비술인 불로장생 약으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진시황제(259BC~210BC)는 이런 약을 먹어 수은 중독으로 인해 수명이 단축된 것으로 여겨지며, 진시황릉에는 수은으로 강과 바다를 나타낸 중국 지도의 모형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중국의 전한서(前漢書)에 따르면, 기원전 133년에 어떤 연금술사가 한 무제를 방문하여 진사로 황금을 만드는 법을 보여주겠다고 하였으며, 이렇게 만든 황금 그릇으로 액체를 마시면 영생할 수 있다고 하였다고 한다. 중국 진나라의 도교 연금술사 갈홍(葛洪, 283BC~343BC)은 진사를 가열하면 은색 수은이 된다는 것을 기록하였다. 진사는 붉은색 안료로, 그리고 수은과 금, 은의 합금은 도금재료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아랍 연금술사들은 수은을 모든 금속들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물질로 여기고, 수은에 첨가하는 황의 양과 성질을 바꿈으로써 다른 금속들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이에 따라 값싼 금속을 금으로 변환시키는 열쇠가 수은이라 여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기원전 6세기경에는 수은을 금과 은 광석에서 이들 귀금속을 추출하는데 사용하였다. 즉, 이들 광석을 수은으로 처리하면 금과 은은 수은과 아말감을 만들어 수은에 녹게 되고 이 아말감을 가열하여 수은을 증발시키면 금과 은만이 남게 된다. 수은은 과학혁명기(16~18세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는데, 온도계와 기압계를 만드는데 사용되어 온도와 압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수은은 여러 원소들의 발견·분리에도 기여하였는데, 산소는 산화수은(HgO)을 가열할 때 나오는 기체로 발견되었으며, 원소 상태의 칼슘(Ca), 바륨(Ba), 스트론튬(Sr)은 이들의 산화물을 수은을 음극으로 사용한 전기분해로 처음 얻어졌다.
진시황제(259BC~210BC). 불로장생을 위해 수은이 들어간 약을 먹어 수명이 단축된 것으로 여겨지며, 진시황릉에는 수은으로 강과 바다를 나타낸 지도 모형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진시황제(259BC~210BC). 불로장생을 위해 수은이 들어간 약을 먹어 수명이 단축된 것으로 여겨지며, 진시황릉에는 수은으로 강과 바다를 나타낸 지도 모형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은을 물(액체)을 뜻하는 그리스어 ‘hydor’와 은을 뜻하는 ‘argyros’를 복합시켜 ‘액체 은(수은)’을 뜻하는 ‘hydrargyros’라 불렀다. 로마인들은 이 말을 약간 변형시켜 ‘hydrargyrum’로 불렀으며, 원소 기호 Hg는 이에서 따왔다. 연금술사들은 수은이 ‘빠르게 흐르는 은’이라는 생각에서 가장 빨리 움직이는 행성인 수성의 이름을 따서 머큐리(mercury)라 하였는데, 머큐리란 이름은 로마 신화에서 빨리 움직이는 신의 전령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수은은 영어로 ‘quicksilver’라고도 부르는데, 이것 역시 빠르게 움직이는(quick) 은(silver)이라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수은을 홍(汞)으로 적으며, ‘홍(汞)’이 들어간 물질 명은 대체로 수은 화합물의 이름이다. 예로 염화수은(II)(HgCl2)는 승화되는 수은이란 뜻으로 승홍(昇汞)으로, 그리고 염화수은(I)(Hg2Cl2)는 단 맛의 수은이란 뜻으로 감홍(甘汞)으로 불렀다.
물리적 성질
수은은 은백색을 띠며, 어는점은 -38.83oC이고 끓는점은 356.73oC로, 금속 중에서는 액체로 존재하는 온도범위가 가장 좁은 것 중의 하나이다. 녹음열(2.29kJ/mol)과 증발열(59.11kJ/mol)이 다른 금속들에 비해 작은데, 이는 금속 결합에 외각 전자만이 관여하여 그 결합이 약하기 때문이다. 증기에서는 단원자 형태로 존재하고, 증기압은 25oC에서 2x10-3mmHg이다. 밀도는 20oC에서 13.543g/cm3로, 물의 13.567배이다. 표면장력 아주 크며, 쏟아지면 작은 방울들로 쉽게 나뉘어 진다. 금속 중에서는 열 및 전기전도도가 예외적으로 작은 편이나, 전극으로 사용할 만큼 비교적 좋은 전기전도체이다. 고체 결정은 사방(斜方) 6면체(rhombohedral) 구조를 하며, 반자기성(diamagnetic)이다.
수은 위에 동전을 띄워 놓은 모습. 동전보다 수은의 밀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위원소
자연 상태에서 수은은 196Hg(0.15%), 198Hg(9.97%), 199Hg(16.87%), 200Hg(23.1%), 201Hg(13.18%), 202Hg(29.86%), 204Hg(6.87%)의 7가지 동위원소로 존재하는데, 196Hg는 방사성 동위원소(반감기>2.5x1018년)로 여겨진다. 199Hg와 201Hg은 핵자기공명(NMR) 흡수 신호를 보이는 핵으로, 이를 포함한 화합물들을 핵자기공명(NMR) 분광법으로 연구할 수 있다. 질량수가 171~210인 33가지 인공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알려져 있는데, 반감기가 긴 것들은 194Hg(반감기 444년)과 203Hg(46.6 일)이며, 다른 것들은 반감기가 3일보다 짧다. 198Hg보다 가벼운 방사성 동위원소들은 주로 전자포획 또는 β+붕괴를 하고 금(Au) 동위원소가 되는데, 질량수가 192이하인 동위원소들의 일부는 α붕괴를 하여 백금(Pt) 동위원소가 되기도 하며 보통 질량수가 작을수록 α붕괴의 비율이 크다. 202Hg보다 무거운 방사성 동위원소들은 주로 β-붕괴를 하고 탈륨(Tl) 동위원소가 된다. 180Hg는 180Tl에서 만들어 질 수 있으며, 100Ru과 80Kr로 자발적 핵분열을 할 수 있다. 16종류의 준안정한 상태의 핵이성체가 알려져 있는데, 반감기가 긴 것들은 195mHg(반감기 41.7시간), 197mHg(반감기 23.8시간), 193mHg(반감기 11.8시간)이다.
화학적 성질
수은은 비교적 화학 반응성이 있는 금속이다. 실온의 건조한 공기 중에서는 비교적 안정하나, 습한 공기에서는 서서히 회색의 산화물이 표면에 생성된다. 약 350oC이상에서는 산소(O2)와 반응하여 산화수은(HgO)이 되는데, HgO는 400oC 이상에서 산소와 수은으로 분해된다. 이 반응은 1770년대에 프리스틀리(J. Pristley)와 라부아지에(A. L. Lavoisier)가 산소를 연구하는데 이용하였다. 수은은 묽은 황산을 비롯한 대부분의 산과는 반응하지 않으나, 일부 뜨거운 산이나 산화력이 있는 산(예로 진한 황산, 질산, 왕수)과는 반응한다. 은과 마찬가지로, 황화수소(H2S)와 반응하며, 고체 상태의 황과도 반응한다. 이런 성질로 인해 쏟아진 수은을 처리하기 위해 흔히 황 가루를 뿌린다. 수소, 탄소, 질소와는 반응하지 않으며, 할로겐과는 가열하면 반응한다. 금, 은, 주석, 알루미늄 등의 금속과 합금(아말감, amalgam)을 잘 만드나, 4주기 전이금속(망가니즈, 구리, 아연 제외), 백금 등 몇 가지 금속들과는 합금을 잘 만들지 않는다. 화합물에서 수은의 산화상태는 주로 +1(제1수은, mercurous)과 +2(제2수은, mercuric)인데, +1가 상태의 수은 화합물은 보통 이합체 양이온 Hg22+를 갖는다. Hg2+/Hg와 Hg22+/Hg의 표준전위(Eo)는 각각 0.85V와 0.80V이다.
Hg2+ + 2e- Hg Eo = +0.85 V
Hg22+ + 2e- 2 Hg Eo = +0.80 V
한편, 수은을 활용한 칼로멜(calomel) 전극(Cl-│Hg2Cl2(s)│Hg(l)│Pt 전극)은 pH 측정 등 전극 전위 측정에서 기준 전극으로 널리 사용되는데, 이의 전극 반응은 아래와 같으며, 25oC에서 1 M KCl를 사용한 노말(normal) 칼로멜 전극(NCE)의 전위는 0.2802V이고, 포화 KCl을 사용한 포화 칼로멜 전극(SCE)의 전위는 0.2415V이다.
½Hg2Cl2 + e- Hg + Cl- Eo = 0.2802V(1 M KCl); 0.2415V(포화 KCl)
수은의 생산
수은의 생산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며, 고대부터 거의 같은 방법이 사용되어 왔다. 진사(HgS)를 부유 선광법으로 분별한 후, 공기 속에서 600~700oC로 가열하면 수은 증기가 나오는데 이를 응축시켜 액체 수은을 얻는다. 근래에는 진사를 철(Fe)이나 석회(CaO)와 함께 가열하여 수은을 얻기도 하는데, 유독 기체인 아황산가스(SO2)가 생기지 않는 장점이 있다.
HgS + O2 → Hg + SO2
HgS + Fe → Hg + FeS
4 HgS + 4 CaO → 4 Hg + 3 CaS + CaSO4
수은의 연간 신규 생산량은 1980년대에는 5000~7000톤에 이르렀으나, 최근에는 환경 독성 때문에 생산과 수요가 매년 줄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2012년의 전세계 신규 생산량은 1600톤으로 추정되며, 이의 75%인 1200톤이 중국에서 생산되었고, 키르기스스탄(Kyrgyzstan, 150톤)과 칠레(90톤) 등에서도 제법 많은 양이 생산되었다. 전세계 광석 매장량은 94,000톤으로 추정되며, 멕시코(27,000톤), 중국(21,000톤), 키르기스스탄(7,500톤) 등에 많이 매장되어 있다. 사용하고 용도 폐기된 수은은 적극적으로 회수·재생된다. 수은의 국제적 거래 단위는 보통 ‘플라스크(flask)(1 플라스크= 76파운드= 34.5kg)’인데, 2013년 초의 가격은 1플라스크 당 미화 약 $3300(1kg당 약 $100)이다. 2008년 가격은 플라스크당 약 $600 이었다.
수은의 용도
미국환경보호국(EPA)은 수은과 수은 화합물들이 3000가지 이상의 용도로 사용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우리의 주변에서 온도계, 혈압계, 치아 충진용 아말감, 전지, 수은등과 일부 네온사인, 형광등, 의약품 등 수은이 들어간 제품을 많이 볼 수 있다. 산업적으로도 수은은 전기 스위치, 소금물에서 염소와 가성소다를 생산하는 전극, 석탄에서 PVC를 생산할 때의 촉매 등으로 아주 중요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수은 중독 때문에 수은과 수은 화합물의 여러 용도로의 사용이 금지되었거나 제한을 받고 있으며, 대체물질이나 대체 공정의 개발을 위한 노력이 행해지고 있다.
의약품, 의료 기구 및 재료
수은과 여러 수은 화합물이 고대부터 의약품으로 사용되어 왔으나, 지금은 독성 때문에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티오머살(thiomersal, C9H9HgNaO2S)은 티메로살(Thimerosal)로도 불리는데, 혈청살균 소득제로서 백신의 보존제로 사용되어 왔는데, 현재 미국에서는 감기 예방 백신 외에는 6세 이상의 어린이용 백신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머큐로크롬(mercurochrome, Merbromin 등 다른 이름으로도 불림)은 상처 소독제로 사용되어왔는데, 자극성이 없고 효과가 오래가는 장점이 있다. 한편, 진사(HgS)는 한약에서 널리 사용되어왔다. 이외에도 여러 수은 화합물들이 의약품으로 사용되었는데, 예로 염화제1수은(Hg2Cl2, 甘汞)은 완하제와 이뇨제 등으로, 염화제2수은(HgCl2, 昇汞)과 벤조산수은(Hg(C7C5O2)2)은 매독 치료제로 사용되었다. 수은은 체온계와 혈압계에 사용되었으며, 수은 합금인 아말감은 치아 충진 재료로 널리 사용되었다.
폴리염화비닐(PVC) 파이프. PVC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인데, 중국 등에서는 주로 석탄에서 출발하여 PVC를 만든다. 이때 염화비닐 단량체(VCM)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수은화합물이 촉매로 사용된다.
산업적 이용
예부터 수은은 금과 은의 광석에서 이들 귀금속을 추출하는데 사용되었다. 수은의 가장 중요한 용도의 하나는 소금물을 전기분해시켜 염소와 가성소다(NaOH)를 생산할 때 음극(환원전극)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때 Na+는 수은 전극에서 환원되어 소듐 아말감이 되며, 나중에 이를 물로 씻어 가성소다를 얻으므로, 환원된 Na가 전기분해조에서 물과 반응해서 수소를 생성하여 염소 생산을 어렵게 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은의 환경 오염 문제로 인해 이 방법은 격막(diaphragm)을 사용하는 공정으로 대체되고 있다. 수은의 또 다른 주요 용도는 석탄에서 PVC의 단량체인 염화비닐 단량체(vinyl chloride monomer, VCM, CH2=CHCl)를 생산할 때 촉매로 사용하는 것인데, 전세계적으로 570~800톤(2008년 기준)의 수은이 이 용도로 사용된다. 즉, 석탄에서 생산된 카바이드(CaC2)를 물과 반응시켜 얻은 아세틸렌(CH≡CH)에 염화수소(HCl)를 첨가하여 VCM을 얻는 공정에서 HgCl2를 촉매로 사용한다.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주로 사용되는데, 수은 환경 오염의 주된 요인으로 여겨진다.
수은은 전기 스위치에도 중요하게 사용되는데, 온도에 따라 부피가 변하므로, 수은 기둥 위에 전선을 두면 온도에 따라 전기 회로를 연결하고 끊을 수 있게 된다. 수은은 또한 수은등과 형광등에 사용되는데, 이는 수은 증기에 전류를 통과시키면 수은에서 자외선이 나오고, 이것이 전등 내벽에 칠해진 형광체에 닿아 가시광선이 나오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 때는 수은전지(음극은 Zn, 양극은 HgO, 전해질은 진한 KOH)가 널리 사용되었는데, 이 전지는 수명이 거의 다할 때까지 1.35V의 일정한 전압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 현재는 보청기 등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기타 이용
수은은 온도계와 기압계, 혈압계 등에 널리 사용되었으며, 액체 거울 망원경에도 사용되었다. 수은 증기 램프는 분광광도계, 선탠, 멸균 장치 등의 자외선 원으로도 사용된다. 한편, 여러 수은 화합물들이 목제 보존제, 농약, 화장품, 방오페인트(해양 생물의 부착을 방지하는 페인트) 등에 사용되어 왔으며, 티오머살은 마스카라(mascara) 제조에 널리 사용되었다. 전기화학에서는 기준 전극으로 수은을 활용한 칼로멜 전극(화학적 성질 참조)이 널리 사용되고, 소듐 아말감은 유기화학에서 환원제로 흔히 사용된다. 그리고 적하(dropping) 수은 전극을 이용한 폴라로그래피(polarography)가 전기화학 분석과 전기화학반응 연구에 널리 사용되었으며, 이를 발명한 체코의 헤이로프스키(Jaroslav Heyrovsky, 1890~1967)는 이 공적으로 1959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다. 이외에도 여러 수은 화합물들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데, 이들은 화합물 항에서 소개된다.
수은 화합물
수은은 주로 +1과 +2 산화상태의 화합물들을 만들며, 중요한 화합물로는 산화물, 칼코겐화물, 할로겐화물, 유기수은화합물 등이 있다.
산화물과 칼코겐화물
수은의 산화물로는 HgO와 Hg2O가 알려져 있다. 보통 산화수은이라 불리는 HgO은 입자 크기에 따라 붉은색과 노란색의 두 가지 형태로 있다. 붉은색 HgO는 질산수은(II)(Hg(NO3)2)의 열분해로 얻거나 수은을 산소(O2)에서 350oC 이상으로 가열해서 얻으며, 노란색 HgO는 Hg2+수용액에 알칼리를 가하면 침전으로 얻어진다. HgO는 지그재그형 사슬 구조를 가지며, 400oC이상으로 가열하거나 빛을 쪼이면 산소와 수은으로 분해된다. 물에 약간 녹으며(25oC 용해도, 0.0053g/100mL), 알코올 등의 유기용매나 암모니아에는 녹지 않는다. 수은전지의 양극재료로 사용된다. Hg2O는 흑갈색 분말로 물에 녹지 않으며, HgO와 Hg로 쉽게 분해된다.
황화수은(HgS)은 주된 수은 광석인 진사의 구성 성분으로, 자연계에서는 보통 육방정(hexagonal) 구조를 가진 붉은색의 α-HgS로 발견되나, 가끔 섬아연석(zinc blende, ZnS) 구조를 갖는 검은색의 흑진사(metacinnnabar, β-HgS)로 발견되기도 한다. α-HgS는 광학 활성이며 붉은색 안료로 사용되는데, β-HgS로 전환되어 검게 변하기도 한다. β-HgS는 Hg2+용액에 H2S 기체를 통과시키면 검은색 침전으로 얻어지는데, 물에 녹지 않으며, 580oC에서 분해되고, 진한 HBr, HI, 왕수 이외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셀렌화수은(HgSe)과 텔루르화수은(HgTe)도 알려져 있는데, HgSe는 띠 간격이 넓은 II-IV족 반도체의 저항접촉(ohmic contact)에 사용되며, HgTe는 반금속(semimetal)이다. 텔루르화수은카드뮴(HgxCd1-xTe)과 텔루르화수은아연(HgxZn1-xTe)은 규소(Si)와 GaAs 다음을 잇는 제3세대 반도체 물질로 간주되며, 적외선 검출 물질로 유용하게 사용된다.
할로겐 화합물
수은의 할로겐화물로는 +2가 상태의 HgX2와 +1가 상태의 Hg2X2가 있다. HgX2는 공유결합 성질이 크며, 물에 대한 용해도는 분자량이 클수록 적고, 물에서 대부분 분자상태로 존재한다. HgF2는 흰색 고체로, HgO를 HF 또는 F2와 반응시켜 얻는데, 645oC에서 분해되며 선택적 플로오린화 시약으로 사용된다. HgCl2는 승홍(昇汞, 영어로는 corrosive sublimate)으로도 불리는 흰색 고체이며, Hg 또는 Hg2Cl2를 Cl2와 반응시켜 얻거나 또는 뜨거운 진한 수은(I) 화합물(예로 Hg2(NO3)2: 수은을 묽은 질산과 반응시키면 얻어짐) 용액에 HCl를 넣어 얻을 수 있다. 녹는점은 276oC이며 승화성이 있고 독성이 아주 크다. 아세틸렌(CH≡CH)에 HCl를 첨가하여 염화비닐 단량체(CH2=CHCl)를 제조하는데 촉매로 주로 사용되며, 전지에서의 소극제(depolarizer), 유기합성과 화학분석 시약, 식물 조직 배양시 멸균제 등으로도 사용되고, 과거에는 매독 치료제로도 사용되었다. HgBr2는 Hg2+ 염 용액에 KBr를 첨가하여 얻는데, 흰색이고 녹는점은 237oC이며 아주 독성이 크다. 탄수화물에서 글리코사이드(glycoside) 결합을 형성시키는 반응(Koenigs-Knorr 반응)에 쓰이며, 비소(As) 검출 시약으로도 사용된다. HgI2는 HgCl2 수용액에 KI를 첨가하여 얻으며, 녹는점은 257oC이다. 126oC 이상으로 가열하면 붉은색의 α형에서 노란색의 β형으로 상 전이가 일어난다. 암모니아를 검출하는 네슬러(Nessler) 시약을 만드는데 사용되고, 반도체 물질로 X-선과 감마선을 검출하는데도 사용되며, 동물 의약품으로도 사용된다.
+1가 상태의 할로겐 화합물들은 모두 Hg22+를 포함하고 있다. Hg2F2는 Hg2CO3(Hg2(NO3)2와 NaHCO3의 반응으로 얻어짐)을 HF와 반응시켜 얻으며, 570oC이상에서 분해되는 노란색 고체이다. 물에서 가수분해되어 Hg, HgO, HF를 생성하며, 빛에 노출되면 검게 된다. 할로겐화알킬(RX)을 플루오린화알킬(RF)로 변환시키는 반응(Swarts 반응)에 쓰인다. 감홍(甘汞, calomel)이라고도 불리는 Hg2Cl2는 Hg와 HgCl2의 반응에서 얻거나 또는 Hg2(NO3)2 용액에 HCl를 첨가하여 얻는다. 흰색이고 383oC에서 승화하며 물에 약간(100mL에 0.2mg) 녹는다. 암모니아수를 가하면 염화수은아마이드(Hg(NH2)Cl)와 고은 검은 입자의 수은을 생성하여 검게 되는데, 이 때문에 그리스어로 검은색을 뜻하는 칼로멜(calomel)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빛에 노출되면 HgCl2와 Hg로 분해한다. 완하제, 이뇨제, 매독 치료제로 사용되었으며, 전기화학에서 기준 전극으로 널리 쓰이는 칼로멜 전극에도 사용된다. Hg2Br2는 Hg2(NO3)2 용액에 NaBr를 첨가해서 얻는데, 흰색이고 345oC에서 승화하며 물과 유기용매에 거의 녹지 않는다. 가열하면 노란색으로 변하고, 자외선에 노출되면 주황색 형광을 낸다. 음향 광학 소자에 사용된다. Hg2I2는 수은과 I2의 직접 반응으로 만들 수 있으며, 140oC에서 승화하는 노란색 고체이다. 빛에 의해 Hg와 HgI2로 분해한다. 프로트아이오다이드(Protiodide)로도 불리며, 19세기에는 여드름에서 신장 질환까지 다양한 질병의 치료제로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사용이 금지되었다.
유기수은 화합물과 메틸수은
수은은 수은-탄소 결합을 갖는 여러 유기수은 화합물들을 만든다. 이들은 HgRX 또는 HgR2(R은 알킬 또는 아릴, X는 보통 할로겐 또는 아세트산 음이온)의 화학식을 갖는 선형 분자로, 소듐 아말감과 RX와의 반응, HgCl2와 그리냐르 시약(RMgX)과의 반응, 또는 HgX2와 탄화수소와의 반응에서 얻는다. HgRX는 [HgR]+X-형의 이온성 물질로 물에 잘 녹으며, HgR2는 휘발성인 액체이거나 녹는점이 낮은 고체이다. 이들 화합물들은 모두 독성이 아주 크다. 이중 가장 잘 알려진 화합물은 메틸수은(CH3HgX: X는 보통 Cl)으로, 물 1L에 약 5g이 녹으며 생물축적되는 환경 독성물질이다. 수은 공해병으로 유명한 미나마타((Minamata, 水俣)병의 원인 물질인데, 여러 산업 과정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만들어지고, 수은을 포함하는 폐기물이나 석탄을 태울 때도 생성된다. 그리고 강, 호수 습지, 바다 등의 수권에서 무기 수은 화합물이 협기성 미생물에 의해 메틸화되어 생성되기도 한다.
소형 전자 제품에서 사용되는 단추형 전지에는 과거에는 수은전지(좌)가 많이 쓰였으나, 최근에는 수은이 들어가지 않는 리튬전지(우) 등으로 거의 대체되었다.
생물학적 역할과 독성
수은은 거의 모든 생물체에 들어있기는 하나, 생물학적 역할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체에는 대략 6mg의 수은이 있으며, 혈액에는 약 8ppb(1ppb는 10억 분의 1)의 농도로 들어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대기 1m3에는 평균 2~10ng의 수은이 들어있는데, 일부는 금속 수은의 증발에 의한 것이고, 일부는 물에 녹아 있던 메틸수은과 유기수은 화합물의 증발에 의한 것이다. 수은은 바닷물에는 약 0.040ppb, 빗물에는 0.002~0.005ppb, 그리고 흙에는 0.01~0.5ppb 농도로 들어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숨쉬는 공기에는 항상 약간의 수은이 들어있다고 보아야 하는데, 성인이 하루에 체내로 섭취하는 수은의 양은 약 3μg으로 추정된다. 체내로 들어간 수은은 수은 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수은 증기는 호흡을 통해 흡수되어 뇌혈관 장벽을 뚫고 중추신경계에 양향을 주어 여러 중독 증상을 유발하며, 무기 수은 화합물은 위장관을 통해 흡수되어 위장관 손상과 신장 기능 손상을 일으킨다. 특히 메틸수은을 비롯한 유기 수은은 어폐류를 통해 음식으로 섭취되면 장에서 거의 완전히 흡수된 후, 단백질이나 펩타이드에 있는 시스테인(cysteine, 아미노산의 일종)의 티올(-SH)기에 결합하여 체내의 다른 부위로 전달되고 중추신경계 독성을 나타낸다. 또한, 수은은 필수 미량 무기영양소인 셀레늄(Se)과의 반응성이 커서 체내로 들어온 수은이 셀레늄과 결합하여 셀레노효소(셀레늄을 포함하는 효소: 네이버캐스트 셀레늄 참조)의 합성에 필요한 셀레늄을 결핍시켜 여러 생체 기능 장애를 가져오는 것으로 여겨진다. 수은 중독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는데, 중독 현상은 발열, 구토, 설사, 신장 손상 등이고 심한 경우는 사망할 수도 있다. 특히, 메틸수은에 의한 중독은 신경계통에 더욱 뚜렷이 나타나는데, 손발 마비, 지각, 청력, 언어 장애 등을 거쳐 사망에 이르기도 하여 공공용수에서는 메틸수은이 검출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체중 60Kg인 사람의 1주일간의 수은 섭취 상한치를 0.2mg으로 설정하고 있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참치 통조림의 수은 농도를 분석한 결과, 예상치 이상의 수은이 검출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2002년의 분석 결과도 상어에 1.5ppm, 황새치에 1.4ppm, 신선 참치에 0.4ppm, 대구에 0.07ppm으로, 다년생 어류에서 비교적 높은 농도가 검출되었다(수은 농도가 1ppm인 생선 100g을 먹으면 0.1mg의 수은을 섭취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다년생이고 크기가 큰 물고기에서의 높은 수은 함량은 바닷물에 녹아있는 메틸수은 등이 먹이사슬을 통해 이들 물고기에 농축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메틸수은은 태아에 특히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임산부가 이와 같은 물고기를 자주 다량으로 섭취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미나마타병
수은의 공해병으로 잘 알려진 미나마타병은 1956년에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 메틸수은으로 오염된 조개와 어류를 먹은 사람들에게서 집단적으로 발병되었는데, 이는 인근 화학공장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을 생산할 때 사용한 황산수은(HgSO4)에서 미량의 메틸수은이 생성되고, 이것이 바다로 방류되어 생물농축된 것이 그 원인으로 밝혀졌다. 2001년 3월까지의 집계에 따르면, 2,265명이 이병에 걸렸고 이중 1,784명이 사망하였다. 미나마타병은 1964년에는 일본 니이가타현 아가노강 하류에서, 1970년대에는 중국의 송화강 유역에서, 그리고 1990년대에는 남미의 아마존강 유역에서 발생하기도 하였다.
수은 배출 방지 노력
대기 중에 들어있는 수은의 약 반은 화산 활동 등의 자연 현상에 의한 것이고 나머지 반은 인간 활동에 의해 배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간 활동에 의한 배출량의 약 65%는 석탄 화력 발전에서, 약 11%는 금 생산과 관련해서 배출된 것이며, 기타 수은을 사용하는 산업 활동과 이의 폐제품 처리에서도 배출된다. 아주 다양한 제품에 수은이 사용되고 있는데, 세계 여러 나라는 이들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 예가 수은 온도계 대신 알코올 온도계나 갈린스탄(녹는점이 -19oC인 Ga, In, Sn의 합금) 온도계 또는 전자온도계를 사용하는 것이다. 금년(2013년) 1월에는 세계 140개국 대표들이 스위스에 모여 유엔환경계획(UN Environment Program, UNEP)에 의해 수은 배출량을 제한하는 ‘미나마타 협약(Minamata Convention)을 채택하기로 합의하였는데, 이 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오는 10월에 일본 미나마타시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정식 채택될 전망이다.
미나마타병 환자. 수은은 어폐류에 생물농축되고, 이를 음식으로 섭취한 사람은 메틸수은 중독에 의한 미나마타병에 걸릴 수 있다.
수치로 보는 수은
수은의 표준원자량은 200.59g/mol이며, 원자의 바닥상태 전자배치는 1s22s22p63s23p63d104s24p64d105s25p64f145d106s2([Xe]4f145d106s2)이고, 화합물에서의 주된 산화 수는 +2와 +1이다. 지각에서의 존재비는 약 0.05ppm(5x10-6%)로, 대략 68번째로 풍부한 원소이다. 주된 광석은 진사(HgS)이다. 2012년 전세계 신규 생산량은 1600톤이고, 이의 75%인 1200톤이 중국에서 생산되었다. 녹는점은 -38.829oC이고, 끓는점은 356.73oC이며, 20oC에서의 밀도는 13.543g/cm3이다. 녹음열과 증발열은 각각 2.29kJ/mol과 59.11kJ/mol이며, 25oC에서의 증기압은 2x10-3mmHg이다. 전기 비저항은 961nΩ·m이고 열전도도는 8.3 W·m-1·K-1이며, 열 팽창율은 25oC에서 60.4 μm·m-1·K-1이다. 표면장력은 25oC에서 484mN·m-1(물, 72.0mN·m-1)이다. 원자반경은 151pm이며, Hg2+의 이온반경은 102pm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이온화 에너지는 각각 1007.1, 1810, 3300kJ/mol이며, 폴링의 전기음성도는 2.00이다. 자연 상태의 동위원소는 196Hg(0.15%), 198Hg(9.97%), 199Hg(16.87%), 200Hg(23.1%), 201Hg(13.18%), 202Hg(29.86%), 204Hg(6.87%)의 7가지이다.
표면장력(surface tension)
표면을 늘리는데 필요한 일을 늘어난 면적으로 나눈 값으로, 액체에서 표면을 작게 하려고 작용하는 힘을 나타낸다. 단위는 에너지/면적 또는 힘/길이이다. 표면에 있는 액체 분자의 에너지가 액체 내부에 있는 분자의 에너지보다 크기 때문에 생긴다. 계면 장력이라고도 부른다. 계면활성제는 물에 녹아 물의 표면장력을 줄이는 물질을 말한다. 표면장력이 클수록 액체는 표면을 줄이기 위해 구형 방울로 존재하려는 경향이 크다.
글 박준우 / 이화여대 명예교수(화학)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템플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랫동안 이화여대에서 화학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저서로 [인간과 사회와 함께한 과학기술 발전의 발자취]와 [아나스타스가 들려주는 녹색화학 이야기] 등이 있고, 역서로 [젊은 과학도에 드리는 조언] 등이 있다.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 네이버 캐스트
수은(Mercuty, Hg, 357℃) 02
원자번호 80, 원자량 200.59, 원자기호 Hg로 표시는 금속원소이다. 상온(常溫)에서 액체상태로 있으며, -38.35℃에서 녹고 356.7℃에서 끓는다. 우리 나라에서는 일찍부터 의약·안료(顔料)와 금속제품에 도금하고 아말감(amalgam)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삼국시대부터 일상생활에 사용되었던 수은은 16세기 초까지는 대체로 중국·일본과 아라비아 등지에서 수입되었다. 금·은·동과 같은 고체금속들과 상온에서 화합하여 아말감을 형성하기 때문에 일찍부터 도금재료로 사용되었다.
6세기 초에는 금과 수은의 아말감을 써서 구리에 도금하는 기술이 고구려에서 특히 발달하였다. 백제에서는 기술자들이 청동불상 표면에 아말감을 바르고 350℃ 가량의 온도로 가열하여 수은을 증발시키는 도금법을 일본에 전하였다.
불상의 도금보다도 더 일찍이 수은과 수은화합물이 사용된 곳은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추구하던 연금술(鍊金術)이나 연단술(鍊丹術)이다. 금을 잘 달구어 독성을 제거하고 수은을 주제(主劑)로 단약(丹藥)을 만들어 복용하는 방법들은 고구려에서 많이 발전하였다.
중국 연단술의 대가 도홍경(陶弘景)은 그의 저서 ≪본초경집주 本草經集註≫(492)에서 고구려의 기술을 칭송하고 있다.
대체로 금은 독이 있어서 달구지[鍊] 않고 먹으면 사람이 죽는데, 고구려·부남(扶南)·서역 등 외국에서 만든 기(器)들은 잘 연숙(鍊熟)되어 먹을 수 있으며, 선경에서는 수은과 합하여 단사(丹砂)를 만드는 외에는 독을 우려하여 의방에서 사용하지 않고, 선방(仙方)에서는 금을 태진이라 한다.
이와 같이 금을 연숙하는 방법이 고구려에서는 이미 5세기에 알려져 있었으며, 금속을 다루는 화학적 지식은 선방에서 수은화합물인 단사를 만드는 데 응용되었으리라 짐작된다. 단사는 주사(朱砂)·진사(辰砂), 또는 단(丹) 등으로 통용되었다.
그런데 유화수은은 수은의 가장 중요한 광물이다. 이 광물은 공기 중에 태워서 수은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으며, 또한 붉은색이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데 안료와 화장품으로도 쓰였다. 고구려의 고분에 그려진 벽화에는 단사가 적색 도료로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선녀가 왼손에 약 그릇을 들고 오른손으로 영지(靈芝)를 채취하는 <선녀채지도 仙女採芝圖>, 평안남도 강서군의 <삼산도형 三山圖形>과 <신선도상 神仙圖像>과 같은 선도적 사상을 보여주는 벽화들은 삼국시대부터 불로장생사상의 연단술이 우리 나라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던 것을 보여준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수은은 도금법, 벽화의 도료, 연단술의 중요한 성분으로 많이 쓰였다. 그렇지만 제조기술은 별로 발전되지 않고 대체로 수입하여 사용하였다. 수은 광석은 우리 나라에서 광량(鑛量)이 적기 때문에 그 당시 수은을 많이 만들지 못하였던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고려 정종 7년(1041)에 아라비아에서 용치(龍齒)·점성향(占城香) 같은 여러 가지 진귀한 의약품들과 함께 수은이 수입되어왔으며, 1085년(선종 2)과 1088년·1090년·1094년에는 일본상인들이 수은·유황(硫黃)·진주 등을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렇게 수입되어 쓰이던 수은을 주사로부터 만드는 방법을 1492년(성종 23)에 김중보(金仲寶)가 알아냈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나와 있다. 1530년(중종 25)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 수은광(水銀鑛)으로서 주석(朱石)의 산지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16세기 초에는 수은이 국내에서 직접 제조된 것 같으나 구체적인 제조방법과 수은의 성질에 대하여는 1834년(헌종 1)에 간행된 이규경(李圭景)의 과학기술서 ≪오주연문장전산고≫ 오주서종박물고변(五洲書種博物考辨)에 비교적 자세히 언급되어 있다.
당시에 여러 사물에 대하여 우리 나라에 알려진 지식들을 중국 책에서 내려오는 지식들과 비교하고 종합하여 엮은 이 책의 <수은류 水銀類>에는 수은의 여러 가지 이름, 성질과 더불어 영사(靈砂)·은주(銀硃)와 경분(輕粉) 등의 화합물들에 대한 제조법과 성질이 관찰되어 있다.
이규경에 의하면 수은은 은홍(銀汞)·사홍(砂汞)과 항(澒)이라고도 불렸으며, 해홍(海汞)·지홍(地汞)과 초홍(艸汞)도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수은의 제조법은 주사를 사용하는 법이었다.
이 제조법에는 아홉 가지 방법을 열거하였는데 800년경에 저술된 당나라 책인 ≪단방경원 丹房鏡源≫에서 나온 방법을 제외하고 나머지 여덟 가지 방법들은 모두 유화수은인 주사를 사용하고 있다.
이 ≪단방경원≫의 방법은 쇠비름[馬齒莧] 잎을 잘 말려 태워서 재를 그릇 안에 넣고 입구를 봉하여 땅에 묻어 49일이 지난 뒤에 꺼내어보면 수은이 만들어져 있다. 말린 마치견 10근에 초항 8냥 내지 10냥을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단약비결 丹藥祕訣≫과 ≪인수옥서영 因樹屋書影≫에서 나온 중국의 제조법들도 있지만 이규경이 가장 많이 인용한 중국 책은 17세기 송응성(宋應星)의 ≪천공개물 天工開物≫이다.
이 책의 방법은 주사(HgS) 30근을 솥에 넣고 30근의 탄(炭)불을 때어 유화수은 HgS에서 수은이 기체로 승화케 하고 수은기체가 하루 동안 응축시켰다가 꺼내는 방법이다.
주사를 넣은 솥에 뚜껑을 덮는데, 뚜껑에 작은 구멍 하나를 만들고 철(鐵)로 활과 같이 구부러진 관[曲弓溜管]을 만들어 구멍에 끼운다. 이 때 솥은 소금이 섞인 진흙으로 사이를 모두 발라 막고 철관(鐵管)은 삼끈[麻繩]으로 단단히 얽어맨다.
솥과 연결되지 않은 관의 한쪽은 물이 담겨 있는 병에 들어가게 해서 솥에서 나오는 기(氣)가 들어가게 한다. 이렇게 하여 10시간[五箇時辰]을 달이면 솥 안의 주사가루가 모두 항(澒)으로 변하여 솥에 가득히 퍼져 있어 식혀서 꺼내어 쓸어내린다.
이규경이 속방(俗方)이라고 기록한 방법에서는 주를 갈아서 푸른 헝겊 위에 균일하게 가마솥 안에 펴 넣고 백자(白磁) 대접으로 덮어 소금 진흙으로 사방을 고정시켜 기가 새어나가지 않게 한다. 이렇게 하여 주위를 불로 때어 한번 끓을 때에 꺼내면 다 변하여 수은이 된다.
또 다른 속방은 주를 갈아서 자기그릇[瓷碗] 안에 바르고 따로 빈 그릇을 땅속에 묻어 곧 그 위에 주가 담긴 그릇을 엎어놓아서 누런 흙으로 두껍게 바른다. 탄불로 한 번 달여서 꺼내면 수은이 흘러 아래 그릇으로 들어간다.
주사의 가루가 적을 때에는 가루를 물에 개어 화융지(火絨○)라는 종이에 발라 종이를 돌려 끈 조각같이 만들어서 태워 수은을 얻은 방법도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에서 수은의 원료인 주사광이 많지 않았던 것을 엿볼 수 있다.
이규경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만든 수은을 저장하는 법(收藏法), 흩어진 수은을 모으는 법(收橵汞法), 수은의 독을 없애는 법(制汞毒法) 등과 수은의 응용법 등을 관찰하여 기록하였다.
또한 ‘수은가화위황금(水銀可化爲黃金)’과 ‘수은가화위백은(水銀可化爲白銀)’이라 하여 수은으로 값비싼 금과 은을 만들려고 애쓰던 서양의 연금술사들의 생각이 우리 나라에서도 일찍이 있었던 것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수은과 금속들과의 여러 가지 반응경향을 보여주고 있으며 수은은 금과 은을 녹여 가루로 만들어 도금하는 데 쓰인다 하여 아말감의 도금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밖에 수은에 대하여 전해지는 이야기 중에서 의심나는 것은 <전의 傳疑>라는 조목으로 기록하고, 지홍과 해홍을 얻는 방법은 <잡고 雜攷>에서 다루어 수은에 대한 모든 관찰과 말들을 믿기 어려워도 빠짐없이 기록하여 후세에 남겼다.
참고문헌
『고려사(高麗史)』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한국의학사』(김두종, 탐구당, 1966)
『한국과학기술사』(전상운, 정음사, 1979)
『한국과학사』(전병기, 이우출판사, 1982)
「이규경(李圭景)과 그의 박물학」(전상운, 『성신연구논문집』 4·5, 1972)
「조선시대과학기술서연구」(전상운, 『성신연구논문집』 14, 1981)
『천공개물(天工開物)』(송응성, 1637)
T‘ien-Kung K’ai-Wu : Chinese Technology in the Seventeenth Century(Translated by E-tu Zeu Sun and Shion-Chuan Sun, The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Press, University park and London, 1966)
Science and Civilization in China(Needham,Joseph,ed., Cambridge, England, 1976)
[네이버 지식백과] 수은 [水銀]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